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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술핑계'가 가해자를 용서하지 않도록 : 서명운동 후기
  • 2009-10-26
  • 2544

 

 

 지난 9월 말, 어린이 성폭력 사건이 보도된 이후 아동 성폭력에 대한 이야기들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습니다. 쏟아지는 언론의 보도, 많은 포스트와 온라인 청원, 온라인 모금까지, 지금까지도 다양한 매체에 다양한 방식으로 네티즌들은 저마다의 의견을 개진하고 분노를 공유하고 힘을 모아 움직임을 만들고자 하고 있습니다.
 
 사건의 잔학성에 대한 분노와 피해 아동에 대한 슬픔을 함께 나누며 가해자에 대한 미약한 처벌 문제, 어린이 성폭력 사건 발생과 해결에서의 어려움 등에 대해 많은 이야기들이 오갔습니다. 또한 이렇게 분노하고 안타까워하기만 할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서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이야기들도 나오고 있지요.

 이번 사건에서 대중의 분노를 산 이유 중 하나는 바로 감형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가해자가 당시 술에 취해있었기 때문에 ‘심신미약 상태’였다는 것이 감형사유로 적용되었고, 결국 무기징역형에서 12년으로 감형되었던 것입니다.

 이에 우리 상담소와 관련 단체들은 '성폭력 양형기준에서 '음주'를 '고려되어서는 안 되는 것으로 명시할 것'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또한 지난 10월 10일, 시청광장에서 첫 번째 서명운동을 진행한 후 10월 7일 토요일에는 ‘조○○ 어린이 성폭력 사건 거리 행동의 날’을 통해 서명과 더불어 시민과 함께하는 참여 프로그램 등을 열었습니다. 그 현장을 함께 보실까요?
 
 
 토요일 오후 4시, 보신각 앞으로!

 10월 17일 토요일 오후 4시부터 6시, 종로 보신각 앞에서 ‘조○○ 어린이 성폭력 사건 거리 행동의 날’을 진행하였습니다. 당일 오전까지만 해도 큰 비가 내리고 있었기에 혹시나 취소되는 것은 아닌지 조마조마했지만 점심 무렵이 되자 다행히 비는 멎어서 상담소의 작은 차는 행사에 쓰일 물품들을 싣고 종로로 향했습니다.

 주말 오후의 종로는 많은 사람들로 붐빕니다. 종로 2가와 을지로, 광화문을 잇는 보신각 앞. 참여 단체들은 참여 프로그램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상담소도 서명운동을 준비했습니다.

 비는 그쳤지만 아직 군데군데 먹구름이 드리워져 있고, 대로인 탓에 찬바람이 쌩쌩 불어 활동가들은 시린 손을 따뜻한 캔커피로 데웠지요. 바람에 유인물 십 여장이 날아가기도 여러 번, 심지어는 서명 용지가 날아가 활동가의 가슴을 덜컥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서명에 참여해주세요!"

 횡단보도를 건너오는 시민들을 향해 우리는 절실하게 외쳤습니다.

 "성폭력 사건에서 '음주'가 감경사유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서명을 하고 있습니다!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 
성폭력 양형기준에서 '음주'는 '고려되어서는 안되는 사유'로 명시되어야 합니다.
: 2008년 서울중앙지방법원 성폭력 유죄판결문 중 술을 마신 정황이 드러났음에도 이를 감경사유로 인정하지 않은 사례는 단 1건에 지나지 않으며, 대부분의 재판부에서는 형을 감경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성폭력 양형기준에서 알콜섭취를 심신미약 사유로 보아서 양형을 관대하게 적용하는 판단은 없어져야 합니다.

 

 
 활동가들은
유인물을 품에 안고 시민들에게 한 장 한 장 나누어드렸습니다. 무심하게 지나가는 분들도 계셨지만, 곱게 접어 가방에 넣으시거나 그 자리에서 꼼꼼하게 읽어보시는 분들, 망설임 없이 서명대로 향하시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몇몇 분들은 이번 사건에 대한 안타까움과 분노에 대해 활동가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셨습니다.
 

 

▲ <성폭력 양형기준에서 '음주'는 '고려되어서는 안 되는 사유'로 명시하여야 합니다>
시간을 내어 서명에 참여하시는 시민 분들. 감사합니다!                              

 두 시간 남짓 서명을 받으며 많은 분들과 만났습니다. 어린 학생들부터 연배가 지긋하신 분들과 가족, 연인 등 정말 많은 시민 분들이 이번 사건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계시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지나가는 이슈가 아닌, 함께 이루는 변화로

 행사를 끝마치고 저녁을 먹으며 활동가들은 서명운동을 통해 각자 느꼈던 바를 나누었습니다. 사건 처벌의 부당함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던 분, 도움이 될 일이 없을지 말을 걸어온 대학생 분들, 그리고 무심히 지나치던 시민 분들. 
 기꺼이 유인물을 받거나 서명을 해 주시는 분들이 많았지만 사건 보도 이후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았음에도 당초의 열기는 다소 줄어들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일 주일 전인 10월 10일, 시청광장에서의 서명운동을 떠올리자니 알 수 있었지요.

        


 하지만, 정말 그런 것일까요? 
 지금까지의 많은 성폭력 사건들처럼 이번에도 금세 잊혀져버리고 마는 이슈가 되는 것일까요? 
 만약 그렇다면 너무 안타까울 것입니다.

 성폭력에 대해 귀 기울여야 할 이야기들, 나누고 싶은 것들, 바꾸어야 할 문제들은 아직 많이 있습니다. 여전히  말해지지 못 하는, 들으려고 하지 않아 알 수 없었던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이번 사건을 포함한 많은 성폭력 사건들에 대한 깊은 위로와 지지, 분노, 성폭력 없는 세상을 위한 바람. 그러한 마음이 모여 변화를 이루어내었으면 합니다. 변화를 위한 노력에 여러분들도 동참해주세요.

 우리 상담소의 블로그 이름처럼 언제나 '뛰고 있는' 상담소. 이번 ‘조○○ 어린이 성폭력 사건 거리 행동의 날’은 시민 분들과 '함께 뛰는 것'의 중요함을 새삼 깨달을 수 있던 날이었습니다. 상담소, 앞으로도 힘차게, 함께 뛰겠습니다.



변화를 위한 노력에 동참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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