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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임약 정책, 여성이 결정의 주체여야 합니다.
  • 2012-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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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임약 정책, 여성이 결정의 주체여야 합니다.
 
 
지난 7일 식품의약품안전청(이하 식약청)은 사후긴급피임약을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의약품 재분류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이는 그간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되어 병원 처방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야간이나 휴일, 연휴에 구입이 불가능해 사실상 ‘응급약’으로서의 기능을 다하지 못했던 현실을 개선한 것입니다. 사후긴급피임약은 성관계 후 복용까지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약의 효과가 급격하게 감소하는 만큼, 빠른 시간 내에 구입해 복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여성들의 사후 긴급피임약에 대한 구매 접근성을 높인 이번 발표안은 여성들이 응급상황에서 원치 않는 임신을 피하고 나아가 건강권을 보장하는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게다가 여전히 피임방법을 선택하고 실천하는 과정에서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발언력을 갖지 못한 현실에서 사후긴급피임약의 일반의약품 전환은 여성들의 임신·출산에 대한 결정권을 보장하는 데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물론 어떤 약도 그렇듯이 사후긴급피임약도 잘못 복용할 경우 부작용이나 오남용에 대한 위험이 존재합니다. 특히 사후긴급피임약은 여러 번 복용할 경우 그 효과가 감소하기 때문에 올바른 방법으로 복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때문에 정부는 사후긴급피임약의 일반의약품 전환과 더불어 올바른 복용방법과 부작용에 대한 적극적인 교육과 홍보도 반드시 실시해야 할 것입니다.
 
 

 
 
식약청은 사후응급피임약의 일반의약품 전환과 동시에 지금까지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되어 약국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었던 사전피임약을 전문의약품으로 재분류하는 안을 발표했습니다. 이는 사후응급피임약의 일반의약품 전환과 정반대의 결과를 가져올 것이 우려되는 안으로, 여성들의 피임약에 대한 접근성이 크게 떨어질 것이며, 경제적 부담 또한 높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낙태’에 대한 금지와 엄벌주의로 피임의 중요성을 더욱 강조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경구피임약을 전문의약품으로 전환하는 것은 여성의 임신에 대한 결정권을 박탈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여성들이 자신의 몸에 맞는 피임법을 전문가와 상담을 통해 찾아가는 것은 중요합니다. 사전피임약 역시 여타 약들과 마찬가지로 부작용도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런 부분은 자신에게 맞는 약을 선택할 수 있도록 교육과 홍보를 적극적으로 실시하고 복약지도와 부작용이 우려되는 경우를 널리 알려 여성들이 적절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필요한 것입니다.
 
또한 병원에 대한 여성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도록 우선적으로 의료체계를 개선하고, 용량이나 성분에 따라 피임약을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으로 분류하는 등 여성의 안전한 피임약 복용을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지, 수십 년 간 여성들의 주요 피임법으로 활용되어온 사전 피임약의 전면 전문의약품 전환하는 것만이 방법이 될 수 없습니다. 피임에 대해 폐쇄적이고 피임법에 대한 교육도 전혀 실시되고 있지 않은 한국사회의 현실을 간과한 채 구체적인 대안 없이 사전피임약을 전면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할 경우, 여성들의 몸에 대한 자기결정권과 건강권이 심각하게 침해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제 지난 6월 15일 상담소를 비롯한 여성시민사회단체와 대학단위(여성의 결정권과 건강권을 위한 피임약 정책 촉구 긴급행동)들은 이번 식약청의 발표안에 반발해 피임약 재분류안은 여성의 결정권과 의료접근권을 고려해 전면 재검토 할 것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습니다. 이어서 보건복지부 앞에서 릴레이 일인시위에도 참가하고 있습니다.  다가오는 7월 4일에는 국회의원 남윤인순 의원실과 함께 피임약 재분류 안에 대한 토론회를 개최합니다.
 
피임약 분류와 관련해 앞뒤가 맞지 않는 이번 식약청의 발표는 여성들에게 혼란을 야기하고 있습니다. 특히 여성의 안전과 건강보다는 의약계의 이해관계에 따른 결정이 아닌지에 대한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지요. 식약청과 보건당국을 비롯해 우리사회가 진정 여성의 건강을 우려하고 있다면 피임약에 대한 정책을 각종 이해관계나 경제적 논리의 경합이 아니라 피임과 관련해 여성이 처한 현실과 건강권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일관성 있는 정책을 내놓아야 할 것입니다. 이때 무엇보다도 여성들의 피임과정의 어려움, 성차별적 성적의사소통의 문화와 사회 구조 등에 대한 고려가 반드시 반영되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