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전환치료는 폭력이다!
최근 진주사랑의교회(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보수)라는 곳의 종교인들이 한 트랜스젠더에게 끔찍한 폭력을 행사한 사건이 보도되었다. ‘치유사역’이라는 이름으로 트랜스젠더 정체성을 가진 20대 초반의 생존자에게 소위 ‘정상적’인 정체성을 찾아주겠다는 명목으로 행하여졌지만, 사실상 비과학적인 논리에 근거한, 구타와 언어폭력들로 이루어진 고문과도 같은 행위였다. 국제 인권 레짐은 성소수자의 정체성을 소위 치료하거나 변경하려는 모든 시도에 대해서 전환치료로 명명하고 있으며, 정서적, 물리적 폭력을 수반한 심각한 인권침해로 규정하고 있다.
이 사건의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생존자는 성별정체성과 성적지향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목회자로부터 하루에도 여러 번 수일에 거쳐서 혐오와 차별의 언어를 강압적으로 들어야 했다. 이는 제대로 된 상담이 아니었으며 오히려 생존자의 정신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는 위해 행위였다. 둘째, 이 과정에서 언어폭력을 통한 고문뿐만이 아니라, 신체에 대한 폭력도 함께 가해졌다. 특히 진주사랑의교회와 피해생존자의 집에서 벌어진 3-4차 전환치료 과정에서는 그 위해의 정도가 생존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수준이었다. 일반적인 상식으로도 전혀 납득할 수 없는 행위들이었다. 성령의 기운을 눈으로 넣어서 귀신을 몰아낸다는 목적으로 생존자의 눈과 그 주변을 강하게 압박했으며, 귀신이 신체의 곳곳을 옮겨 다닌다는 이유로 급소를 비롯해 신체의 곳곳을 강하게 압박하는 방식이었다. 다리에 줄을 묶어놓고 축사를 해야 한다고 하거나 동성애자는 돌로 쳐 죽여야 한다고 하는 등 자신들의 폭력을 정당화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이름은 치유였지만 사실상 무차별적인 구타였던 이러한 폭력 상황에서 생존자는 거짓으로 치료된 척을 하고 나서야 그 상황에서 빠져 나올 수가 있었다.
3차 전환치료 이후 부모에 의해 강제적으로 군대에 보내진 뒤 ‘성 주체성 장애’로 퇴소 조치를 받고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그러나 또다시 1-2차 전환치료를 담당했던 목회자가 직접 생존자의 집으로 찾아와 전환치료라는 명목으로 강도가 더 거세진 폭력을 행사했으며, 가족들은 폭력에 동조하거나 방관하였다. 생명의 위협을 느낀 생존자는 필사적으로 폭력의 현장을 빠져나왔으며 경찰에 사건을 신고하고 난 뒤에야 가족으로부터 분리될 수 있었다. 담당 경위는 맨발로 다급하게 뛰어 들어와 도움을 요청한 생존자를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한편 인권침해와 비인간적인 폭력행위의 가해자인 진주 사랑의 교회 목회자들은 성별정체성과 성적지향에 대해 무지한 생존자 가족들의 비호 하에 경찰 조사에서 빠져나갈 수 있었다. 현재까지는 생존자의 아버지만이 폭력행위가 인정되어 서산가정법원에서 상담보호처분을 받았을 뿐이다. 이상과 같이 무수히 많은 문제점과 위험성을 내포한 이 사건에서 문제의식을 느낀 성소수자 인권단체들과 시민사회단체들, 그리고 교회를 비롯한 여러 종교기관들이 모여서 전환치료를 목적으로 행해지는 성소수자에 대한 폭력과 차별행위에 대해 공동의 대응을 하기로 결정하였다.
전 세계 정신의학계는 이미 성소수자의 정체성을 정신질환으로 보고 있지 않다. 성적지향이나 성별정체성이 문제가 아니라 사회구조적인 차별과 편견이 문제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으며 오히려 전환치료가 성소수자의 정신건강을 해치는 행위인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유엔 국제인권기구들은 전환치료가 고문 등에 해당하는 국제인권법 위반 행위임을 명백히 하고 있으며, 많은 국가들이 정부 또는 의료단체 차원에서 전환치료를 실시한 정신의학 종사자들을 자격증 발부기관의 징계 절차에 회부하는 등 전환치료행위를 강하게 규제하는 법과 제도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또한 전 세계의 주요 기독교 교단에서는 이미 성소수자를 다른 신자들과 마찬가지로 평등하게 환대하는 방향으로 교단의 방침을 정하고 있으며, 성소수자에 대한 성직 안수 등이 시행되고 있다. 그 외에도 최소한 성소수자를 차별하는 것을 금지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기 위한 활발한 토론이 진행 중에 있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지금 대한민국의 일부 종교계에서는 조직적으로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생산하고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적극적으로 조장하고 있다. 또한 심리 정신의학계의 전문가 권고를 무시하고 전환치료(동성애 치유)를 정당화하고 탈 동성애가 인권이라는 해괴한 주장을 하며 진실을 왜곡하고 있다. 심지어 이러한 활동에 전문가의 직업윤리를 저버린 의료계나 학계의 일부 인사들이 이에 동조하는 일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이러한 상황을 바로잡기 위해 진주 사랑의 교회 목회자를 형사 고소하기 위한 법률 대응을 시작했으며, 본 사건을 대사회적으로 널리 알리고 문제의식을 환기시키기 위해 이번 기자회견을 준비하게 되었다. 우리는 이 사건을 계기로 전환치료 행위의 위험성에 경종을 울리고 인간의 존엄을 해치고 정체성을 바꾸려는 시도의 모든 폭력행위가 중단되길 바란다. 우리는 대한민국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모든 종류의 전환치료 행위에 반대한다. 물리적인 폭력이 수반되는 행위뿐만 아니라 성소수자 정체성을 치료의 대상이나 교정의 대상, 혹은 성 중독 상태로 규정하는 모든 행위에 대한 철저한 근절이 필요하다.
우리는 집요하고 지속적인 조사를 통해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는 전환치료 피해사례를 광범위하게 수집할 예정이며, 생존자들을 보호하고 지원함과 동시에 가해자들에 대해서는 법적대응과 함께 사회적인 책임을 철저히 물을 것이다. 우리는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고 이 땅의 성소수자들이 더 이상 전환치료라는 물리적, 언어적, 정신적 폭력에 의한 희생양이 되지 않도록 다양성을 포용하고 모두에게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끝까지 싸워나갈 것이다. 전환치료는 폭력이다!
성소수자에 대한 모든 형태의 전환치료를 강력히 처벌하라!
차별을 선동하는 일부 교회는 전환치료(‘동성애치유’)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
종교를 빙자한 사이비 치료자, 사이비 상담가는 각성하라!
탈동성애운동은 기만이다. 인권침해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
성소수자를 향한 모든 사회적 차별과 편견을 즉각 멈춰라!
2016년 3월 9일
전환치료근절운동네트워크(준)
성소수자, 인권시민단체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장애여성공감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청소년성소수자위기지원센터 띵동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친구사이
한국성폭력상담소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종교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인권센터
대한성공회 길찾는교회
대한성공회 용산나눔의집
대한성공회 정의평화사제단 성평등과 정의분과
성소수자 배제와 혐오 확산을 염려하는 감리교 목회자 및 평신도 모임
차별없는세상을위한기독인연대
한국기독교장로회 강남향린교회
한국기독교장로회 생명선교연대
한국기독교장로회 들꽃향린교회
한국기독교장로회 섬돌향린교회
한국기독교장로회 향린교회 사회부
진주사랑의교회 트랜스젠더 인권유린사건 사건경과보고
박에디 (청소년성소수자위기지원센터 띵동 상임활동가)
2015년 11월12일 오후 6시 충남 서산에 사는 연희로부터 자신의 정체성으로 인해 가정폭력을 당하였고 갈 곳이 없어 도와달라는 한 통의 전화로 띵동과 만남은 시작 되었습니다.이야기를 나눈 후 연희에게 일어난 일은 단순한 가정폭력이 아닌 가족과 종교가 합심하여 전환치료라는 명목아래 자행된 계획된 폭력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띵동은 의식주와 의료지원을 약속하고 서울로 올라 올 것을 권유하였고 그 다음날인 11월 13일 오후 7시 띵동 사무실에서 연희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얼굴은 멍에, 두 눈은 핏줄이 터져 있었고 몸 구석구석 멍과 상처가 뒤 덮여 있었습니다. 언제 다시 가해자인 가족이 들이 닥칠지 몰라 두려움에 떨고 있던 연희의 모습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가해자이자 가족인 아버지의 직업은 목사였습니다. 가족의 손에 이끌려 연희는 2015년 9월부터 11월동안 총 4회의 전환치료가 받았습니다. 한 회당 평균 2일~3일, 장소는 미션코람대오 대구지부에서 2회, 진주 사랑의 교회에서 1회 아버지가 사역한 교회에서 1회 였습니다.
축사라 불리는 행위들, 관자놀이를 있는 힘껏 누르고 신체의 급소를 찌르고 때리며 혐오발언을 쏟아내는가 하면 논리적이지 못하고 이해할 수 없는 말에 항변을 할 때마다 ‘귀신이 남아있다’는 명목으로 몸을 혹사시켜 오로지 자신들이 원하는 말과 행동을 할 수 밖에 없게끔 사지로 몰아넣었습니다.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에 대한 이해없이 ‘몸이 남자인데 여자가 되고 싶은 거 보니 동성애자고 동성애자는 돌로 쳐 죽여도 된다’ 라는 성경구절을 인용하여 옳은 행동인 것 마냥 혐오폭력을 자행하였다고 합니다. 특히 진주 사랑의 교회에서 받은 축사가 가장 괴롭고 참을 수 없는 아픔과 고통이 동반되었다고 하였습니다.
연희가 몇 번의 전환치료 폭행을 견뎠던 건 “가족으로써 널 사랑하고 치료를 받아보자, 그래도 안 된다면 네가 원하는 삶을 살게 해 주겠다”는 희망이였습니다. 하지만 그건 고문과 같았다고 증언합니다. “이렇게까지 견디는데 이해 해주시겠지”라는 마음은 무시당했고, 자신들이 원하는 대답이 나올 때까지 고통을 주고 결국 포기하게 만드는 방법을 취했다고 합니다.
몸과 마음이 상할 대로 상한 연희는 대응할 힘이 없었고 가족과 전환치료 관계자들이 원하는 대로 행동하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그러다 강제로 가족의 손에 끌려 군 입대 훈련소로 끌려가게 되었고 정체성 문제로 퇴소하게 되자 이일을 알게 된 가족이 전환치료 관계자들과 함께 아버지가 목사로 사역하고 있는 교회 안에서 폭행을 하였고 생명의 위협을 느낀 연희는 맨발로 경찰서로 달려갔다고 합니다. 살려달라는 말과 함께 신고를 한 후 몇 일간의 경찰의 보호를 받은 후 연희는 띵동과 만나게 되었던 것입니다.
띵동은 상처입은 몸과 마음을 회복하는 중에 연희의 폭행사건에 대한 신고접수가 재판부로 넘어간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연희는 아직도 가족을 사랑하고 보고 싶지만 전환치료라는 혐오폭력을 당하도록 밀어 넣고 방관한 가족을 용서 할 수 없으며 강력한 처벌을 까진 아니더라도 어떤 잘못을 했는지 스스로 깨울칠 수 있길 바랐습니다. 그리고 전환치료를 시행한 미션코람데오 관계자들이 다시는 이런 폭력을 자행 할 수 없도록 강력한 처벌을 받길 원했습니다.
연희의 의지를 확인한 띵동은 재판부로 이 사건은 단순한 가정폭력이 아닌 계획된 혐오범죄임을 증명하기위해 연희의 입장을 보냈고 2016년 1월12일 가해자인 아버지를 지역 가정지원센터에 상담위탁한다 라는 판결을 받았습니다. 조사해보니 전환치료 폭행사건은 단순한 가정폭력으로 인정되었고 판결문 어디에도 폭행에 가담한 전환치료 관계자들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습니다.
재판 당일 띵동과 연희는 재판에 참석하였는데 판결 후 가해자인 목사 아버지가 했던 말과 행동이 기억납니다. ‘여자같이 생기지도 않는 게 여자같이 웃고 있네 재수없게’ ,‘더러운 것들’ 이유야 어쨌든 생명의 위협을 느낄 정도로 폭력을 가한 아버지로서의 미안한 마음은 찾아볼 수 없었던 모습에서 만일 띵동으로 오지 않고 계속 가족과 연희가 있었다면 어떤 결과를 나았을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띵동 옆에 연희가 있음에 감사함을 느꼈습니다.
연희는 띵동에서 2개월간 의료지원, 법률지원, 의식주 등 여러 가지 회복과 안정에 필요한 지원을 받으며 몸과 마음의 안정을 찾아 가고 있습니다. 현재는 평소에 꿈꿨던 작가가 되기 위해 공모전 준비를 하고 있으며 연희의 정체성을 지지해주는 친구들 속에서 추억과 희망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연희는 이 사건을 ‘기억하고 싶지 않은 시간’ 이라고 이야기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알리는 이유는 자신에게 일어난 전환치료와 같은 혐오범죄가 대한민국 안에 존재하고 있으며 빈번히 일어나고 있음을 알림과 동시에 다시는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이야기 해 주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