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노동자 결혼퇴직 관행 철폐를 위한 금복주 불매선언 및 여성•노동계 기자회견
1985년. 여성단체들은 여성차별 정년을 없애자고 주장했다. 그 당시 여성들의 평균 결혼연령은 26세였고 이는 곧 25세까지만 노동시장에 있어야 한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25세 조기정년철폐”싸움이었다. 이어 1987년 제정된 남녀고용평등법에 의해 혼인으로 인해 차별받지 않을 권리는 법적으로 명시되었다. 이후 우리 사회에서 여성들의 결혼퇴직 관행은 점차 사라져갔다.
그런데 2016년 오늘, 우리는 기괴한 상황과 마주하였다. 이미 사라진 것으로 생각했던 결혼퇴직제가 유령처럼 배회하고 있었던 것이다. 대구 지역의 중견 주류업체인 금복주에서 벌어진 일이다. 창사 이래 지난 58년간 결혼한 여성노동자는 모두 퇴직당해 왔다. 심지어 58년간 승진한 여성노동자는 단 한 명이다. 기업의 임원은 퇴직을 거부하는 여성노동자에게 “결혼하면 그만두는 것이 관례”라며 앞장서서 퇴직을 종용하였다. 이 여성노동자는 업무배제, 부당한 배치전환, 집단 따돌림까지 당해야 했다. 오래 전 마셨던 30도의 소주처럼 참 쓰디쓴 상황이다.
현재 대구에서는 여성단체들이 힘을 모아 금복주 사업주 측에 사과와 재발방지, 성차별관행 타파 및 여성들이 지속적으로 일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이들 단체들은 금복주 불매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하지만 대구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금복주가 전국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고 있는 만큼 전국 차원의 불매운동이 필요하다. 오늘 우리는 금복주 제품의 불매를 선언한다. 금복주가 하루빨리 여성들이 지속가능한 노동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기를 요구한다.
우리는 또한 58년간 이러한 ‘관례’가 아무런 저항없이 존속해 왔다는 사실에 매우 놀랐다. 한편으로는 고용노동부가 이를 전혀 몰랐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 고용노동부는 사실상 금복주 결혼퇴직제의 숨은 조력자가 아닌가? 고용노동부는 늘 사건이 생겨야 움직일 수 있다고 말한다. 출산휴가를 받지 못할까 우려가 된다는 여성노동자의 상담에 못 받으면 오라고 돌려보낸다. 사건의 예방은 염두에 두지 않고 오로지 사건의 처리만 기계적으로 진행할 뿐이다. 이번 금복주 사건도 퇴직을 강요당한 여성노동자의 신고로 밝혀졌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중요한 역할 중에는 사건의 처리만이 아니라 사업장의 관리감독도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또 제2, 제3의 금복주가 우리나라 도처에 있을 것이라는 추측도 쉽게 할 수 있다. 고용노동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금복주가 입주해 있는 성서공단을 포함, 전국 차원으로 남녀고용평등법 위반기업이 있는지를 철저히 관리 감독해야 한다.
사건이 일어난 다음은 늦다. 이미 많은 여성노동자들과 그 가족들은 받지 않아도 될 고통을 받고 난 후이기 때문이다. 다른 것도 아닌 법으로 명시된 권리이다. 기본권만이라도 지켜진 나라에서 살고 싶다는 것이 그리도 큰 꿈인가.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 금복주는 여성노동자들이 지속가능한 노동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하루 빨리 마련하라!
- 고용노동부는 성서공단을 시작으로 전국 사업장에 대한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에 대해 특별 관리감독을 실시하라!
또한 이 사건이 해결될 때까지 금복주의 모든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선언한다.
2016년 3월 29일
여성노동법률지원센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여성위원회, 전국여성노동조합, 한국노동조합총연맹,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노동자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