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의번호 도입 등 핵심대안 빠진 「주민등록법 개정안」 개악을 중단하라
임의번호 도입 등 핵심대안 빠진
「주민등록법 개정안」 개악을 중단하라
- 40년 만에 진전이 아닌 시민들의 고통을 무시한 개악 -
- 현행 체계로는 개인정보 유출 피해 구제 힘들어 -
지난 1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가 제대로 된 논의도 없이 「주민등록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전문가들은 물론 여러 시민사회단체들이 수차례 호소하였음에도 국회 법사위는 시민들의 열망을 외면했습니다.
작년 12월 헌법재판소가 주민등록번호 변경을 결정하고 입법자에 2017년 12월 31일까지 주민등록번호 개선입법을 권고한 것은, 그간 개인정보 유출로 무수한 피해를 입은 국민들을 위해 근본적인 대안을 마련하라는 취지였습니다.
물론 헌재의 권고와 국회의 법 개정을 통해 주민등록번호의 변경이 가능해진 것은 그 자체로 중대한 역사적 진전입니다. 하지만 40년 만에 이루어질 주민등록번호의 개정에서 국회는 유출피해의 예방, 인권침해 등 다양한 사안들을 세밀하게 검토해야 합니다. 그러나 국회는 세밀한 논의 과정을 거치지 않았습니다.
실제 해당 상임위인 안전행정위원회의 논의과정을 살펴보면, 검토보고도 없고 대체토론도 없었습니다. 개정안을 발의한 진선미 의원만이 임의번호 부여 등 대안이 빠진 개정에 대해 반대 의견을 개진한 게 전부입니다.
국민을 쉽게 식별할 수 있는 특정 번호에 생년월일, 성별 등 개인정보를 과도하게 노출하는 것은 그 자체로 인권침해이자 사회적 차별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많은 국가에서 개인을 식별하는 번호를 마련할 때 생년월일·성별정보 등 개인정보를 노출하지 않는 임의번호를 두고 있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우리 단체들은 그간 지속적으로 주민등록번호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새로 부여될 번호는 이미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에 유출된 주민등록번호로부터 추정이 가능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해왔습니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출생 시 확정되어 고유성·불변성을 가진 생년월일·성별 번호 등이 여전히 포함되어 국민들은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피해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게 만들 것입니다.
충분한 논의도 없이 헌재 결정 후 5개월 만에 졸속으로 통과시킬 사안이 아닙니다. 국회가 현행 주민등록번호 체계에 문제를 공감한다면 명문화되지도 않은 개선계획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국민의 안전을 위한 대안이 포함된 제도 개선에 앞장서야 합니다.
이에 우리 단체들은 마지막 본회의를 앞둔 19대 국회에 호소합니다. 40년 만에 이루어지는 주민등록번호 개선은 헌재가 입법자에 권고한 바와 같이 2017년 12월 31일까지 충분한 사회적 토론과 해외 사례 검토, 국민적 합의를 거쳐 마련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국민들을 위해 「주민등록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반대해주시길 호소합니다.
<끝>
2016년 5월 18일
경실련 시민권익센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성매매문제해결을 위한 전국연대,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진보네트워크센터,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여성단체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