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연예인 박00 성폭력피해자 무고죄 1심 판결에 대한 공동대책위원회의 입장
2016년 6월, 유명연예인 박00에 의해 일어난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를 박00이 무고와 공갈미수로 고소하였고, 어제 (2017년 1월 17일) 중앙지법 형사 15단독 재판부(최종진 판사)는 성폭력피해자의 피해를 인정하지 않으며 무고와 공갈미수로 징역 2년을 선고하였다.
성폭력피해생존자를 지원하는 여성인권단체인 우리들은 본 판결에 다음과 같은 이유로 심한 유감을 표명하는 바이다.
첫째, 본 판결은 성폭력 사건에서 피해자에게 강요되는 “피해자다움”에 대한 통념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본 재판부는 성폭력 상황에서 피해자가 충분히 신변에 위협을 느낄 수 있는 조건이었음에도 명확한 거부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채로, 피해 장소를 빠져나오지 않았다거나 주변에 도움을 급박하게 요청하지 않은 것을 근거로 성폭력 피해를 인정하지 않았다. 또한 조사 과정에서 피해자가 가해자의 유형력 행사가 있었음을 일관되게 진술하였으나, 조력자였던 남자친구를 가해자 측이 공갈미수로 고소함에 따라 조력인을 보호하고자 고소를 취하한 것 자체를 문제 삼아 무고로 판단하였다. 이는 성폭력피해자라면 응당 성폭력 상황을 빠져나가기 위해 (생명의 위협을 느끼더라도) 어떠한 수단과 방법을 사용해서든지 적극적인 저항을 해야 하며, 가해자가 자신의 가해를 인정하고 조율하는 과정에서 금전적 합의를 시도하더라도 절대 돈을 받지 않는 “순수한” 피해자를 상정하는 것과 다름 아니다.
둘째, 본 판결은 성폭력 가해자가 자신의 행위에 대한 일말의 반성도 없이 도리어 피해자를 무고로 역고소하는 등 유명연예인이라는 사회적 지위를 악용하는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성폭력피해생존자들의 피해 호소와 정당한 문제제기를 가로막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사건의 가해자는 피해자의 취약한 상황과 본인의 사회적 지위 및 경제력을 무기로 가해한 이후에 억울한 무고의 희생양이 된 양 성폭력피해자를 더욱 벼랑 끝으로 몰아가고 있다. 이는 다른 피해자들이 더 이상 문제제기 하는 것을 방지하려는 의도가 있으며, 본 판결은 가해자의 파렴치한 의도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이번 판결을 통해 성폭력피해생존자들의 피해 호소와 정당한 문제제기를 가로막고 성폭력 가해자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판결을 내린 것에 우리는 격분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성폭력피해자가 무고의 가해자로 뒤바뀌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더 이상 묵과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끝까지 진실을 밝힐 것이며, 피해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제대로 된 판결을 촉구하는 시민들의 행동을 더욱 가열차게 해 나갈 것이다.
2017.1.18.
유명연예인 박00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124개소), 전국성폭력피해자보호시설협의회(22개소),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13개소), 전국가정폭력상담소협의회(145개소), 여성지원시설전국협의회(30개소), (사)한국여성의전화, 성매매근절을위한한소리회, (사)경원사회복지회, (사)수원여성의전화, (사)장애여성공감, (사)탁틴내일, (사)평화의샘, (사)한국성폭력상담소, (사)한국여성단체연합, (사)한국여성민우회 부설 성폭력상담소,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사)한국여성장애인연합 부설 서울여성장애인성폭력상담소
총 346개 단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