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NDP 2017 서울담화 > 2017. 4. 20-21.
젠더기반 폭력(Gender-Based Violence)에
세계가 함께 맞서다!
지난 4월 20~21일 이틀 동안 베트남, 르완다, 콜롬비아, 세네갈 등 12개국의 공무원 및 NGO활동가, 유엔개발계획(UNDP), 유엔여성기구(UN Women), 유엔인구기금(UNFPA) 전문가 등 100여명이 한 자리에 모인 ‘2017년 서울담화’에 참여했다. 이 회의는 ‘젠더기반 폭력 근절 및 예방관련 경험과 지식 공유’를 논의하는 자리로, UNDP 서울정책센터, 외교부, 여성가족부가 공동주최하였다.
1세션에서는 <“2030 의제”, 그리고 젠더기반폭력 근절의 중요성>을 주제로 주 유엔 대한민국대표부, 인도네시아 국가발전기획처, UNDP 뉴욕 정책 및 프로그램 지원국 젠더팀, 방글라데시와 스리랑카의 여성아동부 순으로 발표가 이어졌다. 그동안 유엔을 비롯한 세계 각 국에서 젠더폭력 관련 법제화를 추진해왔는데, 이제는 법 이외의 차별적 관점을 주요하게 봐야한다는 문제의식이 공유되었다. 즉, 눈에 보이는 폭력현상 만이 아니라 그 근간을 보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모든 농어촌 경제발전 투자예산의 25%를 여성을 위한 예산으로 편성하고 있다는 스리랑카의 경험 발표가 인상적이었다. 토론에서 젠더폭력을 어떻게 개념정의 할 것인가가 논쟁이 되었는데 UN 지원제도의 발전에 따른 개념정리도 존재하지만, 각 국의 역사와 사회 문화적 맥락에서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 지적되었다. 예를 들어 남아프리카에서의 성기절제가 주요한 젠더폭력의 하나이지만 한국에서는 그러한 현상은 없다는 점에서 각 국의 특수상황에 기반해 젠더폭력의 개념도 달라질 수 있음을 공유했다.
2세션에서는 <젠더기반폭력 개념 정립 및 근절을 위한 입법 및 정책 - 현황 및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 고찰>을 주제로 UN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위원회와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에서 현행 젠더폭력 대처 및 예방 정책과 연구결과 등을 발표했다. 한국에서 법과 제도가 만들어지는데는 여성운동단체들의 강력한 운동이 뒷받침되었다는 이야기와 함께, 이제 서울시 정책도 기반중심에서 가치중심 정책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소개가 있었다.
<시민사회 및 공동체 기반 노력-교훈과 시사점>을 다룬 제3세션에서 한국여성의전화(가정폭력),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성매매)와 함께 우리 상담소에서 “여성의 임파워먼트와 사회변화를 위한 한국 여성 NGO의 전략- 반성폭력운동을 중심으로”를 발표했다. 3세션에서는 관련법 제도 마련 이후 이행과정에서 발생하고 있는 2차 피해 문제와 피해자 임파워먼트가 주로 다뤄졌다. 그리고 여성에 대한 폭력을 통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점과 성매매의 수요차단을 위한 남성문화 바꾸기가 강조되었다. 청중들은 특히 한국에서 의무화된 여성폭력 예방교육의 실효성에 관심을 갖고 질문을 했다.
제4세션에서는 <젠더기반폭력 피해자의 사법정의 실현>을 주제로 우리나라의 부산지방검찰청, 경찰대학교, 미얀마 법률연구상담소, 세네갈 여성법조인협회, 카자흐스탄 지역변호사회 등에서 발표를 했다. 사법정의 실현을 위한 각국의 법·정책 현황을 나누었는데, 공통적으로 젠더기반폭력의 신고율은 10%미만에 머물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결국 젠더에 기반한 폭력의 원인이자 결과가 바로 ‘성차별’임을 확인하였고, 특히 남수단 같은 분쟁지역에서의 젠더기반한 폭력의 정도는 매우 잔학하다는 보고도 이어졌다.
<젠더기반폭력 근절 및 예방을 위한 인식과 유관기관 역량에 관해 발표하고 있는 참가자들 >
회의첫날의 마지막 프로그램인 제5세션에서는 <효과적인 피해자/생존자 지원 시스템 구축에 대한 고찰 : 한국의 원스톱 메커니즘(해바라기센터) 및 외국사례>가 소개되었다. 한국의 해바라기 센터가 2003년 한 성폭력 피해어린이가 36시간동안 의료지원을 받으려 헤맨 사건을 계기로 생겨났고, 피해자가 한 자리에서 상담과 치료, 고소가 진행되며(연간 20,000여건 지원), 특히 100% 정부지원으로 운영된다는 점 등에서 각 국 참가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이어서 르완다와 콜롬비아 스리랑카, UN Women 등에서 발표를 했는데, 스리랑카에서도 365일 24시간 핫라인을 운영하고 있으며 28년만에 처음으로 지난 달부터 2개 쉼터를 정부가 지원하기 시작했다는 소식도 전했다.
둘째 날 아침 9시에 시작된 제6세션에서는 <젠더기반폭력 근절 프로그램을 위한 경험 및 지식 공유>를 주제로 UNDP 뉴욕 및 방콕사무소의 발표가 있었다. 이 세션에서는 UNDP가 현재 67개국에서 115개의 젠더기반성폭력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얻은 7가지의 교훈을 소개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1) 하는 일에 대한 증거를 모으기(통계수집의 중요성), (2) 다양한 자원 늘리기, (3) 젠더기반폭력 대응활동의 주류화, (4) 누구도 소외하지 않기, (5) 법적 정책적 지원의 틀 확장하기, (6) 다단계의 지원, (7) 시민사회 조직과의 파트너십, 특히 세계 각국의 여성운동의 중요성이 강조되었다. 또한 베트남 참가자가 소개한 가정폭력 예방을 위해 개발된 짧은 동영상은 피해자와 가해자의 성역할을 바꾸어서 제작되어 1년동안 정기적으로 교육홍보에 활용되었다고 한다. 네팔에서도 에니메이션 게임에서 젠더역할이 바꿀 수 있음을 시사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한 경험을 소개했다. 무엇보다 피해 여성들의 역량강화의 중요성, 특히 경제력 향상의 필요성이 강조되었다.
<젠더기반폭력 근절을 위한 커뮤니티 임파워먼트에 관해 발표하고 있는 참가자들>
이어진 제7세션에서는 <젠더기반폭력 근절 및 예방을 위한 효과적인 인식제고와 유관기관 역량
제고>를 주제로 한국여성인권진흥원과 르완다 남성자원센터,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고려대 교수,
유엔인구기금(UNFPA)의 발표가 있었다.
한국 양성평등교육진흥원에서는 성폭력 예방교육 의무화
경험을 바탕으로 교육의 효과성을 높이기 위해 지속적인 컨텐트 개발 및 보급과 참여식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진 르완다의 남성교육 프로그램 소개는 청중들의
관심을 끌었는데,
“변화를 위한 소년들의
멘토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경찰·군인들의 참여를 이끌고,
남성들의 아기돌보기 교육을 통해 돌봄기능의 향상을
도모하는 프로그램들이 소개되었다.
특히 국회의원의 63.5%가 여성인 르완다의 사회 경제적 배경에서 이들 남성교육의 의미는
우리나라와는 다른 양상일 수 있지만 매우 흥미로운 시도이고 성과로 보였다.
인도네시아도 이와 비슷한 프로그램으로
“New
Men Movement" 운동을
소개했다.
이들 남성교육프로그램은 최근 진행되고 있는
UN
Women의
< 르완다 남성의 육아참여 홍보물 : 남성자원센터, 피넬레 루타이시레 대표의 발표자료 중 >
제8세션에서는 <아동·청소년 및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젠더기반 폭력>을 주제로 한국여성정책연구원과 유엔아동기금, 탁틴내일, 장애여성문화공동체 등의 발표가 있었다. 한국의 아동과 장애인 관련 법정책과 운동의 소개에 이어 유니세프의 발표에서는 시리아의 경우 군성노예화 문제가 심각하여 어린 딸의 성폭력 피해를 막기 위해 오히려 부모가 조혼을 시키고 있어 10~19세 여아들이 매우 취약한 상황임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탁틴내일이 진행하고 있는 도미니카공화국에 성교육센터 짓기와 체험형 성교육 운영하기, 이동식성교육버스 소개도 관심을 끌었다. 이 세션에서는 주로 청소년과 아동들에게 필요한 통합적 인권교육의 방법이 무엇인지 질문과 논의가 이어졌다.
9세션에서는 <강제이주 및 성착취·인신매매 관점에서의 젠더기반 폭력>을 주제로 반인신매매 협력을 위한 유엔행동계획과 베트남 호치민 법대, UNDP 터키 사무소의 발표가 있었다. 피해자 지원 및 예방을 위한 도전과제가 주로 논의되었는데, 특히 가난하고 소외된 취약집단이 인신매매에 유입되는 문제와 초국경 지역의 인신매매 현실이 공유되었다. 더불어 LGBT 착취문제, 성노동 논쟁, 부패와 연관성 등이 논의되었다.
제10세션에서는 <젠더기반 폭력 근절을 위한 커뮤니티 임파워먼트>를 주제로 아시아이슬람 행동 네트워크(AMAN)와 알바니아 지역발전공동체 ‘미래를 위한 오늘’, 방글라데시 BRAC, UNDP 르완다 사무소에서의 발표가 있었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지역갈등상황에서 성폭력이 지역사회 파괴를 위한 무기로 사용되며 여기에는 남아들도 포함된다는 보고가 있었고, 다양성의 인정 문제가 화두가 되고 있으며 종교의 정치화가 진행중이라고 했다. 알바니아는 여성폭력 피해신고가 늘고 있지만 여전히 사회적 이유로 신고율이 낮다고 한다. 특히 가정폭력 예방을 담은 노래를 가수들이 매우 서정적으로 부르는 영상이 소개되었다. 방글라데시의 경우 BRAC이라는 대규모 단체에서 피해자 지원에 지역사회 참여를 이끌어내고 있다고 한다. 이 세션에서는 결국 모든 것은 풀뿌리에서부터 시작되어 변화를 이끌어가며, 특히 여성이 변화하면 지역사회 전체가 변화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제11세션은 종합토론으로, 각 국가별로 이번 ‘2017 서울담화’에서 무엇을 얻었는지를 조별로 토론하고 발표하였다. 각 국 참가자들은 한국의 해바라기센터의 원스탑 지원과 서울시의 안심프로젝트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르완다의 새로운 남성성 모델도 각 국에서 수입하고 싶어하는 프로그램 중 하나였다. 또한 한국의 여성운동이 법제도를 바꾸고 제도를 만들어가는데 앞서 왔다는 점도 매우 인상적이라고 했다. 더불어 어떻게 예산을 마련하는지도 화두였는데 법제정과 함께 국가의 재정적 뒷받침이 중요함도 다시금 공유하였다. 다만 ‘제도화의 양날’에 주목해야 하며, 여성운동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거버넌스의 필요성이 강조되었다. 또한 좋아 보이는 어떤 시스템만 덜컥 가져다 사용할 수 없다는 점에는 다들 동의했다. 도심과 농촌에서 사전에 실험적으로 도입해보고 이후 각 나라의 조건에 맞는 모델을 만들어가는 노력이 동반되어야 함이 강조되었다. 더불어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사이버 공간에서의 폭력 피해에 대한 공동의 대처가 필요함도 공유했다.
마지막으로 각 국 참가자들은 주최 측에 이번 회의기간 동안 각국에서 소개한 짧은 동영상을 비롯한 자료들의 공유를 요청했고, UNDP 서울정책사무소는 현재 젠더에기반한 폭력 관련 포털사이트를 준비 중이며 여기에 모든 자료들을 모아서 누구나 손쉽게 볼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이번에 한국이 공유한 프로그램 중에서 정책 시사점을 도출하여 각 참가국에서 이미 실행하고 있는 프로그램과 연계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여 참가국의 제안서를 받아 선정된 국가들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틀 동안 아침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거의 쉬는 시간도 없이 진행된 이번 회의는 각 참여자들이 열린 마음으로 함께해 서로의 노하우를 공유하고 당면한 과제를 풀기위해 머리를 맞대며 논의하는 진지하고 열띤 시간이었다. 전 회의과정에 동시통역 서비스가 제공되어 불편함이 없이 내용을 공유할 수 있었고, 진행팀의 헌신적인 지원에 감사드리는 마음이다. 이번 <2017 서울담화>는 젠더에 기반한 폭력을 줄이고 예방하기 위한 열정을 나누고 새로운 에너지를 얻어갈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 * 이 글은 본 상담소 이미경 소장이 작성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