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검증 과정에서 성차별, 용납될 수 없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헌정 사상 최초로 여성 외교부 장관으로 지명되어 전문성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새 정부의 여성 대표성 확대 공약 시행의 시금석으로서 큰 기대를 모아왔다. 그러나 최근 강경화 후보자에 대해 여러 의혹들이 부풀려지며 야당과의 빅딜을 위한 낙마설이 공공연하게 거론되고 있어 매우 우려스럽다. 객관적이고 공정한 인사검증과 국민적 평가 없이 여성 장관 후보자를 우선적으로 정치협상의 희생 제물로 삼으려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 때문이다.
새 정부 인사에서 성차별적인 이중 잣대는 용납될 수 없는 것으로 누구에게나 객관적이고 공정한 기준에 의거한 인사가 원칙이다. 강경화 후보자를 둘러싼 여러 의혹들은 청문회를 통해 사실관계가 면밀하게 밝혀지고 장관 기용의 적격 여부가 국민들에 의해 엄정하게 평가되어야 한다. 다만 검증과정을 통해 밝혀진 사실들이 외교부장관으로서의 중대한 결격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그간 형성되어온 관행적 기준, 외교부 수장으로서의 전문성이나 역량, 국가의 통합적 젠더 리더쉽 구축을 위한 적극적 조치의 필요성 등을 종합하여 판단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과정이 생략된채 여성이라는 이유로 그간 남성들에게는 관대하게 적용해온 일부 흠결사항을 침소봉대하여 정치 공세로 여성장관 후보를 협상의 제물로 만드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강경화 후보자는 유엔에서의 활동을 통해 젠더감수성과 인권전문성을 인정받아 왔다. 유엔 여성지위위원회 의장으로 성평등 증진 및 여성의 자력화를 위해 노력한 바 있고 전시성폭력 등 분쟁지역의 여성인권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해 왔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우리의 외교 현안인 일본군성노예제 문제를 정의롭게 해결할 적임자로 평가받으며 국내의 지지선언이 잇따르고 있는 것은 수단, 콜롬비아, 네팔 등 내전 지역에서 여성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온 강경화 후보자의 이력에서 기인한 바 크다. 또한 최근에는 안토니오 구테흐스 신임 유엔사무총장의 정책특별보좌관으로 유엔의 개혁과 분쟁예방 시스템 마련에 주된 역할을 담당하기도 했다. 강경화 후보자의 이러한 젠더감수성과 인권에 대한 전문성, 개혁적 리더십은 복잡한 현안을 풀어가야 할 외교부 장관에게 요구되는 중요한 덕목이자 역량이라 할 것이다.
강경화 후보자의 인사 검증 과정은 성평등 대표성 확대를 실행해가는 길에서 우리 사회가 받아든 시험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남성보다 엄격한 자격요건을 요구한다거나, 여성이라는 이유로 여야 협상의 제물로 삼는다거나, 국내에 지지 기반이 없다는 이유로 의혹을 부풀려 흔들어서는 안 된다. 성차별 없는 공정한 인사 검증과 자질 평가, 전통적으로 남성 영역으로 여겨져 왔던 분야에서 유리천장을 깨기 위한 여성의 적극적 기용 등이 인사원칙이 되어야 한다. 성평등한 인사원칙의 수립과 강경화 후보자에 대한 정의로운 검증을 기대한다.
2017년 6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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