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2018년 4월 13일 금요일) 오전 11시, 국방부 앞에서 <분노를 넘어 폐지로, 폐지를 통해 평등으로> 군형법 제92조의6 추행죄 폐지 캠페인 돌입 기자회견이 진행되었습니다.
작년 시민사회를 분노케 했던 육군 성소수자 색출 사건이 폭로된 지 어느새 1년이 지났습니다.
군형법 제92조의6을 폐지하라는 시민단체의 요구와 유엔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국방부는 여전히 요지부동입니다.
이에 군 관련 성소수자 인권침해·차별 신고 및 지원을 위한 네트워크(공익인권법재단 공감,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 대학성소수자모임연대 QUV,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사)한국성폭력상담소/ 6개 단체)와
군형법 제92조의6 추행죄 폐지 캠페인단은
오늘부터 6월까지 집중적으로 이 문제를 알리고, 군대 내 성소수자에 관한 다양한 폭력들을 드러내는 캠페인을 진행하고자 합니다.
오늘은 캠페인 돌입을 선언하는 기자회견으로, 동성애처벌법 군형법상 추행죄 폐지 좋아요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생중계되었습니다.
기자회견은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집행위원 잇을님의 사회로 진행되었고,
먼저 군형법상 추행죄 폐지 대중캠페인 캠페이너의 캠페인 돌입 소감 발언이 있었습니다.
아래는 기쁨님의 발언 전문입니다.
안녕하세요. 오늘 <군형법상 추행죄 폐지 캠페인 돌입 기자회견>에서 단원으로서 발언을 하게 된 ‘기쁨’입니다.
저는 작년 이맘때쯤 ‘군형법상 추행죄’와 그와 관련된 일들을 알게 되었습니다. ‘대한민국 군대’라는 조직에서 동성애자 군인을 향한 폭력들이 믿기지 않았고, 정말 슬프고 화가 났습니다. 그리고 그 감정들을 시작으로 저 스스로 무언가의 행동을 해야겠다고 느꼈고, 그 때문에 올해 /군형법상 추행죄 폐지 캠페인단/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아래 캠페인 현수막에도 나와 있듯이 저는 “분노에서 폐지로, 폐지를 통해 평등”을 바랍니다. ‘군형법상 추행죄’는 명백한 퀴어혐오이자 인권침해이기 때문에, 그에 분노하며 ‘군형법상 추행죄’ 폐지를 바랍니다. 또한 이와 더불어 ‘군형법상 추행죄’뿐만 아니라 군대라는 조직 내에서 얼굴을 달리하며 모습을 드러내고 있을 퀴어혐오와 인권침해를 반대하며, 그것들이 사라진 세상인 평등을 꿈꿉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군형법상 추행죄’를 모르시는 분들은 많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번 캠페인을 통해 많은 분들이 ‘군형법상 추행죄’와 그와 관련된 문제점들에 대해 알게 되고,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함께 분노해주시고 연대와 지지의 목소리를 내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저는 그 목소리들이 “폐지로, 평등으로” 갈 수 있게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다음은 선우님의 발언 전문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군형법 92조의6항 추행죄 폐지를 위한 캠페인에서 활동하는 캠페이너 박선우 라고 합니다.
저는 나라의 부름을 받기까지 2년이 남았습니다. 저 같은 남성 성소수자는 스무 살이 되면 군대에 갑니다.
하지만 저는 자대배치를 받음과 동시에 징역 2년에 처해질 수도 있습니다. 남성 성소수자이기 때문입니다.
남성 동성애자는 서로 합의하에 한 동성간의 성관계가 있었다면 처벌을 받습니다. 상대가 같은 군인신분이라면 상대 또한 처벌을 받게 됩니다. 이런 악법이 세상에 또 어딨겠습니까.
군인인 남성이 여자친구와 외박 시에 성관계를 맺는다면 이는 상식적으로 처벌을 받지 않습니다. 하지만 군인인 성소수자가 외박시에 동성인 애인과 성관계를 맺는다면 처벌을 받습니다. 이런 법이 여러분들은 정당해보이십니까?
동성간이든 이성간이든 성폭력이란 어느 곳에서나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성범죄는 군형법상 다른 조항으로 충분히 처벌할 수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별도의 조항이 있다는 것은 성소수자라는 이유만으로 처벌하겠다는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닐까요?
추행죄 폐지를 반대하시는 혹자는 내 자식이 나중에 군대를 갔을 때 ‘너희 같은 동성애자들에게 추행당할 수 있기에 이 법을 폐지하지 못 한다’라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이 법은 군대 안에서 선후임간에 이러한 추행이 있다면 가해자와 피해자 둘 다 처벌받는 법입니다. 당신의 아이들이 군대에 가서 선임에게 추행을 당하면 처벌받습니다. 이러한 악법이 실제로 적용돼서 처벌을 받은 안타까운 사례도 있습니다. 어디 무서워서 군대 가겠습니까?
군대라는 곳은 동성애자를 비롯한 성소수자에 대한 낙인을 찍는 곳이 아닌 성소수자가 구성원으로서 동등하고 평등하게 지낼 수 있게 조직에 대한 전체적인 제도와 문화를 개선이 시급하며 인권친화적인 군대가 될 수 있도록 국방부를 비롯한 주무부처가 적극적으로 임해야 될 것입니다.
그 시작이 군형법상 추행죄의 폐지입니다.
이어서 퍼포먼스가 있었습니다.
캠페이너들은 “군형법 제92조의6 폐지하라!”라는 구호를 외치며,
‘군형법 제92조의6 폐지’라고 적힌 현수막을 조각조각 잘랐습니다.
조각난 현수막은 각각 무지개가 되었습니다.
캠페이너들은 본 캠페인의 슬로건처럼 <분노를 넘어 폐지로, 폐지를 통해 평등으로> 나아갈 것을 염원하며 힘차게 무지개 깃발을 흔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군형법상 추행죄 폐지 대중캠페인 캠페이너 재윤님과 강동희님이
<군형법 제92조의6 추행죄 폐지 캠페인 돌입 선언문>을 낭독하였습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묻습니다. 군기강을 해치는 것이 동성 간에 합의된 성관계입니까? 아니면 국방부가 방치하고 외면하는 숱한 군대의 인권침해입니까? 최근 여성 성소수자 군인의 미투가 있었습니다. 피해자는 남성 상사가 성폭력을 저지르면서 동시에 본인의 성적 소수성을 비하하고 조롱하고 이용했다고 증언했습니다. 국방부가 나서서 수사해야 할 것은 바로 이런 사건들입니다. 군대에서 여성을 상대로 하는 이성 간 성폭력이 상당 부분 은폐되거나 축소되고 있다는 사실은 유명합니다. 그리고 성소수자들을 상대로 하는 수많은 공격적이고 인권침해적인 일들은 아예 인지조차도 되지 않고 있습니다. 육군 성소수자 색출사건의 책임자들도 사과도 하지 않았고 어떤 처벌을 받지도 않았습니다. 군기강을 해치는 것은 그런 저열한 폭력들입니다. 군기강 저해의 원인을 무고한 사람들에 뒤집어씌우지 마십시오."
(선언문 중)
캠페이너들은 국방부 앞에서 다 함께 구호를 외치며 기자회견을 마쳤습니다.
본 캠페인은 제1회 전주 퀴어문화축제에서 캠페인 부스를 미리 진행한 바 있고, 앞으로 본격적으로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전국 퀴어문화축제와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아이다호) 등에 함께 할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 응원 바랍니다.
<이 글은 한국성폭력상담소 성문화운동팀 활동가 앎이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