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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두순 사건을 희화화한 만화가 윤서인에 대한 수사재판기관의 엄정한 수사와 처벌을 촉구한다
  • 2018-06-01
  • 2339



[성명] 조두순 사건을 희화화한 

만화가 윤서인에 대한 

수사재판기관의 엄정한 수사와 처벌을 촉구한다



지난 2월 23일 만화가 윤서인이 미디어펜에 연재한 '미페툰'에 조두순 사건을 연상시키는 한컷만화를 하였습니다.


이에 조두순 사건의 피해자와 가족들은 5월 31일, 만화가 윤서인과 인터넷 신문사 미디어펜에 대하여 정보통신망법에 의한 명예훼손, 모욕죄로 중앙지방검찰청에 고소장을 제출하였고, 같은 날 손해배상청구 민사소송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접수하였습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아동인권센터는 성폭력 피해자가 느끼는 두려움을 희화화하고,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의 명예를 훼손한 만화가 윤서인에 대한 수사재판기관의 엄정한 수사와 처벌을 촉구하는 바입니다. 





[성명서]


조두순 사건을 희화화한 만화가 윤서인에 대한 

수사재판기관의 엄정한 수사와 처벌을 촉구한다


지난 2월 23일, 만화가 윤서인은 미디어펜에 연재하는 ‘미페툰’에 조두순 사건을 연상시키는 한컷만화를 게재했다. 이에 대하여 5월 31일, 조두순 사건의 피해자측은 해당 만화가 윤서인과 해당 만화를 게재한 인터넷 신문사 미디어펜에 대하여 정보통신망법에 의한 명예훼손, 모욕죄로 중앙지방검찰청에 고소장을 제출하였다. 또한 위의 한컷만화 게재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 민사소송도 같은 날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접수하였다.


해당 한컷만화는 안경 쓴 남성이 ‘딸아~널 예전에 성폭행했던 조두숭 아저씨 놀러오셨다^^’라고 말하고, 다른 남성이 ‘우리 OO이 많이 컸네♥ 인사 안 하고 뭐 하니?’라고 말하는 장면이다. 뒷모습만 묘사된 피해자는 벌벌 떨면서 식은땀을 흘리고 있다. 한컷만화 하단에는 ‘전쟁보다는 역시 평화가 최고’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조두순 사건은 2008년에 발생한 아동 성폭력 사건이다. 피해자에게 영구 장애를 남긴 범행은 전국적인 공분을 일으켰다. 당시 법원은 가해자 조두순(가명)이 ‘범행 당시 술에 취해 온전한 정신상태가 아니었다’는 이유로 형량을 감경하여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지난 10년간 피해자 가족은 ‘가해자가 출소 후 보복범죄를 저지를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지속해서 호소해왔다. 그런데 윤서인은 하필 ‘조두숭’이라는 인물이 피해자의 집으로 놀러오는 상황을 그리며, 피해자 아버지가 그를 직접 피해자에게 인사시키는 장면을 연출했다. 성폭력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이 느끼는 두려움을 희화화하고,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의 명예를 훼손하는 만행이었다.


비판 여론이 강력하게 일자 미디어펜은 해당 한컷만화를 삭제했고, 윤서인은 SNS를 통해 ‘피해자의 심정을 충분히 살피지 못한 점 인정하고 죄송한 마음입니다’라고 사과문을 게재하였다. 그러나 ‘조두순 사건의 피해자 가족을 우롱하는 윤서인을 처벌해주십시오’라는 국민청원에 242,687명이 참여하고 이에 대한 청와대 답변이 게시되자, 윤서인은 ‘법의 테두리 내에서는 누구나 마음껏 표현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나라에는 이미 표현의 자유는 없다’라고 말하며 반성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 해당 한컷만화는 지금도 캡쳐본으로 온라인상에 유포되고 있다. 이에 피해자 가족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은 분노하고 있다.


해당 한컷만화는 결코 ‘표현의 자유’로 정당화될 수 없다. 윤서인은 특정 성폭력 사건을 소재로 이용하여 성폭력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을 희화화했다. 성폭력 피해자가 다시금 피해 경험을 떠올리게 하고 가해자의 출소에 대한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의 공포심을 부추기는 등 성폭력 피해 회복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행위였다. 또한, 윤서인은 해당 한컷만화를 통해 피해자 아버지를 ‘웃으면서 딸에게 성폭력 가해자를 대면시키는 인물’로 악의적으로 묘사했다. 이로 인해 조두순 사건 이후 반성폭력 운동에 목소리를 높여 온 피해자 아버지의 명예는 크게 훼손되었다.


해당 한컷만화에서 성폭력 가해자와 피해자를 묘사한 방식도 문제다. 윤서인이 묘사한 ‘조두숭’은 피해자를 ‘우리 OO이’라고 부르며 얼굴을 붉히고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다. 반면 피해자는 벌벌 떨고 있는 뒷모습으로만 묘사되어 있다. 성폭력 가해자를 악마화하고 피해자를 나약하고 수동적인 존재로 대상화하는 표현방식은 성폭력에 대한 잘못된 통념을 강화한다. 실제 가해자 대부분은 낯선 곳에서 나타난 ‘괴물’이 아니라 일상에서 만나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마찬가지로 성폭력 피해자는 단순한 보호 대상이 아니다. 조두순 사건 피해자는 피해 당시 어린 나이였지만 용감하게 피해 경험을 진술하고 가해자 처벌을 이뤄낸 생존자였다.


윤서인은 해당 한컷만화가 ‘(김영철을) 국민들에게 가장 보편적으로 인식되고 있는 악인으로 비유해 국민적 경각심을 일으키고자 그린 만화’였다고 주장한다. 천안함 사건을 성폭력에 빗대어서 성폭력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을 조롱하는 표현으로 ‘오히려 그를 대접하고 옹호하는 분위기에 문제를 제기하고 싶었’다는 것이다. 실존하는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에 대한 명백한 모욕이다. 사회적 약자를 희화화하고 조롱하는 표현은 사회비판이 아니라 폭력일 뿐이다.


한국 사회에서 성폭력과 성폭력 피해자를 희화화하는 표현은 낯설지 않다. 성폭력 피해자가 고발한 내용을 홍보 문구로 패러디하는 기업 광고부터 ‘이러다 미투(#MeToo) 당하는 거 아냐?’라며 성폭력 말하기를 농담으로 소비하는 남성들까지, 성폭력을 가볍게 여기고 성폭력 피해자를 타자화하는 현상이 만연하다. 윤서인은 해당 한컷만화를 통해 조두순 사건과 같은 대표적인 아동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도 ‘표현의 자유’라는 명목으로 희화화할 수 있다고 과시한다. 이를 용인한다면 성폭력에 대한 악의적인 공격에 불을 붙이고 성폭력 피해자의 말하기를 위축시킬 우려가 매우 크다. 따라서 해당 한컷만화는 윤서인 개인의 일탈을 넘어서 그동안 공고하게 이어져 온 '강간 문화'에 대한 경종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아동인권센터는 피해자 가족과 함께 단호한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다. 수사재판기관은 성폭력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의 명예를 훼손하고 성폭력 2차 피해를 유발하는 표현행위를 엄정하게 수사하고 처벌하라.



2018. 6. 01.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아동인권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