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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고은 손해배상 청구소송 공동대응을 위한 기자회견 - 고은의 명예를 훼손한 것은 본인 자신이다
  • 2018-08-31
  • 1957

[후기] 고은 손해배상 청구소송 공동대응을 위한 기자회견 - 고은의 명예를 훼손한 것은 본인 자신이다

  

 2018823일 목요일 오후 2시에 서초동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진행된 <고은 손해배상 청구소송 공동대응을 위한 기자회견 - 고은의 명예를 훼손한 것은 본인 자신이다> 기자회견에 다녀왔습니다. 이 기자회견은 지난 717,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되었던 고은 시인이 자신의 혐의를 증언한 최영미, 박진성 시인에게 각 1000만원, 이를 보도한 언론사와 기자 2명에게 20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것에 대한 규탄과 향후 공동대응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습니다.


 고은 시인이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자신의 가해 사실을 얘기한 사람들에게 손해배상 청구를 하는 것은 용기 있게 자신의 경험을 증언한 피해자를 공격하는 행위일 뿐만 아니라, 다른 피해자들에게도 더 이상 자신이 경험한 피해를 말하지 못하도록 압박하고 위협하는 전형적인 2차 가해입니다. 또한 이는 자신의 위법 행위를 덮으려고 하는 시도이며, 성폭력 가해자로서 반성하고 자신의 잘못에 책임질 기회를 스스로 박탈한 것입니다. 고은 손해배상청구소송 공동대응을 위한 기자회견에서는 주로 이러한 관점에서 발언과 기자회견문 낭독이 이루어졌습니다. 김영순 님이 사회를 시작으로 최영미 시인님, 이미경 님, 고미경 님, 조현욱 님 총 네 분이 발언을 해주셨고 최진협 님(한국여성민우회)과 이재정 님(한국여성단체연합)이 기자회견문을 낭독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이후 간단한 질의응답이 이어졌습니다.

   

<사진 제공: #미투운동과함께하는시민행동>

  

 첫 발언을 해주신 최영미 시인은 민족문학의 수장이라는 후광 아래 오랫동안 묵인되어온 고은 시인의 범죄를 비판하며, 단지 자신의 명예를 지키기 위한 것만이 아니라 다른 여성들이 더 이상 피해를 겪지 않고 당당할 수 있도록 끝까지 싸우겠다는 강한 의지를 밝혔습니다.

 

 두 번째 발언을 해주신 한국성폭력상담소 이미경 소장은 가해자들이 성폭력 피해자들을 입막음시키고 고통을 주며, 피해자를 지지하고 지원하는 단체들과 사람들을 위축시키려는 목적으로 오랫동안 무고나 명예훼손 등의 역고소를 해온 관행을 지적하며, 이러한 조건과 가해자의 권력 속에서 20년 넘게 참아오다가 이제야 겨우 피해자들이 자신의 경험을 말하기 시작한 지금, 반성과 사과는커녕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으로 대응하고 있는 고은 시인을 비판하고 하루빨리 피해자들에게 진심어린 사죄와 소송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또한 우리 사회의 가해자 중심적인 문화와 인식, 구조 등으로 인하여 피해자가 성희롱 사실을 알리고 문제를 삼는 과정에서 오히려 부정적 반응이나 여론, 불이익한 처우 또는 그로 인한 정신적 피해 등에 노출되는 이른바 2차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하여 한다. (중략) 법원이 성희롱 관련 소송의 심리를 할 때는 그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대법원, 2018.4.12 선고 201774702 판결)는 법원의 판례를 인용하며 법원의 성인지 감수성과 정의로운 판결을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세 번째 발언을 해주신 한국여성의전화 고미경 대표는 가부장적이고 성차별적인 사회, 성폭력에 대한 잘못된 통념이 만연한 사회에서 우리 모두가 존엄성을 회복하기 위해서, 우리 모두가 성차별적 편견이 없는 일터에서 일하기 위해서, 우리 사회를 인권과 정의가 살아 숨 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행동하는 #미투 운동의 의미를 상기시키며, 최영미 시인의 행동이 문단 내 공고한 권력 구조 속에서 은폐되었던 성폭력의 실상을 말하기로 세상에 드러낸 용기 있는 행동이었음을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최영미 시인의 용기 있는 말하기를 손해배상 청구소송으로 대응하는 것은 악의적이고 정의롭지 못한 행동이며, 한국사회의 잘못된 성폭력에 대한 통념, 성편견에 편승하고 그것을 강화시키는 백래시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나 그동안 #미투 운동을 통해 새로운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기에 이러한 백래시는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이며, 최영미 시인을 비롯한 용기 있는 말하기를 계속 하는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할 것이라며 의지와 희망을 다지는 말로 발언을 마쳤습니다.


 마지막 발언을 해주신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이자 최영미 시인 소송대리인인 조현욱 변호사는 자신의 행위에 대하여 피해자들에게 진정으로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며 합당한 책임을 져야 마땅함에도 그러한 기대를 저버리고 오히려 거액의 민사소송을 제기함으로써 피해자들에게 2차 피해를 주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 고은 시인에게 유감을 표했습니다. 또한 소송대리인단은 이 재판이 단순히 하나의 사건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함을 사명으로 한다는 변호사법 제1조를 기억하며, 이 사건을 통해 진실과 정의의 소중함을 세상에 드러내고자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꼭 승소하여 정의는 반드시 승리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우리 모두가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밝혔습니다.


 네 분의 발언이 끝난 후, ‘고은은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당장 멈추고 철저히 반성하라! 고은의 명예를 훼손한 것은 본인 자신이다!’라는 제목의 기자회견문 낭독이 있었습니다. 기자회견문에서는 문학계 원로인 고은의 성폭력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었지만 최영미 시인으로 인해 비로소 공론화될 수 있었음을 알리며, 최영미 시인은 #미투 운동 이전인 #문단__성폭력 해시태그 운동이 한창이던 2016년에도 고은의 성폭력에 대해 언론사에 제보하는 등 누구보다 고은의 만행을 세상에 알리고 오랫동안 은폐되었던 문단 내 성폭력을 멈추고자 노력했고 이러한 그의 오랜 고민과 노력이 폄하되고 왜곡되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반면에 가해자로 지목된 고은은 문제제기 이후 오랜 시간 잠적하다 뒤늦게야 거액의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이러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은 #미투 운동이 확산된 이후 일부 가해자들이 피해자들을 상대로 무고죄’, ‘명예훼손등 역고소를 감행한 것과 더불어 피해자와 증언자를 위축시키려는 ‘2차 피해의 전형이라는 점에서 강하게 고은을 규탄하며 고은의 명예를 추락시킨 것은 증언자들의 말이 아니라, 고은 자신이 저지른 성폭력 가해와 현재의 행동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미투운동과함께하는시민행동은 이번 고은 손해배상 청구소송 과정에 함께 연대하고 최영미 시인에 대한 2차 피해에 단호히 대응할 것이며, 성차별·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해 연대의 힘을 모으고, 성차별적인 권력구조를 개혁하기 위한 활동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한국여성인권진흥원에서 고은 시인의 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해 개설되는 고은 시인의 성폭력 피해자 및 목격자 제보센터와도 적극 연대하여 피해자의 회복과 가해자의 처벌을 위해 함께 할 것이라고 말하며 기자회견문 낭독을 마쳤습니다.

 

>> 기자회견문 전문 보기 (클릭)

 

 기자회견문 낭독 후 간단한 질의응답 시간이 있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질문은 고은 시인의 소송대리인(변호사)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고은의 소송대리인이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의 인권변호사라고 하는데, 왜 그분들이 고은 시인의 변호인을 맡았냐는 질문이었습니다. 최영미 시인은 이에 대해 단호하게 자신은 고은의 변호사가 누군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조금도 관심이 없으며, 재판 과정에서 누가 진정으로 인권을 옹호하는 인권변호사인지 드러날 것이라고 대답했습니다. 질의응답이 끝난 이후, 참가한 사람들이 각자 니 명예는 니가 훼손’, ‘내가 기억한다’, ‘내가 증거다라고 쓰여진 피켓을 들고 함께 사진을 찍었습니다.

 

 <사진 제공: #미투운동과함께하는시민행동>


 기자회견에 참여하며, 저는 고은 시인뿐만 아니라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 모두의 명예를 훼손한 것은 피해자의 증언이 아니라, 가해를 저지르고 그것이 드러났을 때 반성과 사과, 변화로의 이행이 아니라 자신의 잘못을 덮기위해 피해자를 공격하는 가해자 자신임을 자각하길 바라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피해자를 비난하고 가해자에게 감정이입을 하는 것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성차별, 여성혐오, 강간문화가 만연한 이 사회에서 가해자가 그것을 스스로 자각할 수 없다면 가해자가 그것을 인식할 수 밖에 없는 세상이 되도록 바꿔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해자가 잘못을 시인해도 사람들이 나서서 무죄로 만들어주고 격려해주는 사회가 아니라, 가해자가 잘못을 인지하고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변화할 수 있도록 모두가 분명하게 가해자에게 이건 네 잘못이야라고 말해줄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이러한 변화를 위해 용기 있는 말하기를 하고 싸우는 이들과 함께 연대하고 끝까지 노력해야겠다는 의지를 충전하고 돌아왔습니다.

 

<이 글은 본 상담소 젠더인턴 이한님이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