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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군수와 도지사 - 위력 성폭력에 맞서다 : 6월 반성폭력 운동-장
  • 2019-07-01
  • 1555

[후기] 6월 반성폭력 운동-장

 군수와 도지사에 의한 위력 성폭력에 맞서다 

한국성폭력상담소 X 안희정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



지난 2019년 6월 19일 오후 7시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는 반성폭력 운동-장이 열렸습니다. <도지사와 군수의 위력 성폭력에 맞서다>를 주제로 안병호 (당시 함평군수) 사건과 유두석 (현 장성군수) 사건과 함께했던 백영남 전남여성시설복지협의회 대표와 안희정 (당시 충남도지사) 사건과 함께했던 배복주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상임대표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가졌는데요. 


이날 오간 이야기를, 한국성폭력상담소 실무수습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던 진과 민달이 들려주었습니다. 

1. 아, 이 이야기가 기억에 계속 남아요!


진)

전남에서 반성폭력 운동을 한 것이 이번 (안병호 사건)이 처음이라고 하셨는데, 반성폭력 운동이 더 성공적으로 이뤄지게 하기 위해서 전남여성시설복지협의회가 함평 농민회분들과 협업해서 활동하셨다는 부분이 인상 깊었던 것 같아요. 이미 지역 내에서 노동운동의 경험이 있으신 농민회 분들과 함께 운동을 하기로 하신 것이 매우 전략적인 움직임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함평 농민회와 연대하는 과정에서 운동에 참여하시는 농민회 분들에게 폭력 예방 교육과 페미니즘 교육을 하셨다는 이야기가 흥미로웠어요. 반성폭력 운동 초반에는 농민회 분들이 성인지 감수성이 결여된 문구로 스피커 방송을 한다거나 군수 사무실을 점거하는 등 폭력을 수반한 항의 행동들을 하셨다고 해요. 그런데 평화와 인권을 추구하는 여성단체 운동가의 교육 후 그분들의 항의 방식이 많이 달라졌다고 하셨어요. 초반에는 반성폭력 운동을 하는 방식의 차이가 있었으나 같은 목적을 위해 협업하여 활동 하셨기에 가해자가 불구속 기소 되는 등의 결과가 있었던 게 아닌가 싶고, 연대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 

민달) 

백영남 대표님에게는 ‘안병호 사건이 사회복지서비스에 머물러 있는 지원 방식에서 운동으로 연대하는 지원 방식으로의 전환을 꾀하게 된 계기였다’는 말씀을 듣고 오랫동안 여성인권 영역에서 활동해도 여전히 활동방식에 대한 고민은 멈추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어요.


배복주 대표님께서도 안희정 사건의 피해자가 3일 밤샘 조사를 받는 동안 어떻게 힘이 될지 고민하다 검찰청 바깥에서 함께 밤을 샜고 그 때 다른 지지자들과 함께 밤을 샜던 기억들이 지원을 지속하게 하는 힘이 됐다는 말에서 화나고 답답한 일들이 많은 환경에서 함께하는 사람들의 중요성이 느껴졌어요.


처음에는 그 누구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성폭력 수사 및 재판 디딤돌 걸림돌 선정에 대해 이제는 법원이나 경찰, 검찰에서 미리 선정자들을 알려 달라는 전화를 받는다는 말에서 이제는 꽤나 영향력이 생긴 것이 조금은 변화하는 사회의 모습을 보여준 것 같았어요. 다만 아직도 지역 경찰 걸림돌 선정의 경우, 지역 상담소에서 누군가를 추천할 경우 사건이 일어났을 때 제대로 협조를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추천자를 받기 어렵다는 얘기는 멀리 온만큼 갈 길도 멀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했어요. 



2. 위력 성폭력이 작동하는 그 '구조', '방식'들에 대하여

진) 

함평이나 장성의 경우, 군수가 지역 내 사업권, 인사권 등을 장악하고 있어 그 힘이 막강하며, 이러한 권력을 가진 군수에게 문제 제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없는 구조가 형성되어 있다는 사실을 새로이 알았어요. 그리고 지역 내 정치인, 기자, 공무원, 경찰간의 유착관계에 대해서 설명해 주신게 기억에 남아요. 안 전 군수 사건과 관련해서 기사가 올라가면 며칠 뒤 그 기사가 사라진다던가, 경찰이 집회 협조를 하지 않고 오히려 방해를 한다던가 하는 일이 있었다고 하셨고, 피해자 중 공무원도 계셔서 공무원 노조에게 대응을 요구했는데 노조에서 협조를 하지 않았다고 해요. 이렇듯 군수가 왕처럼 군림하는 구조, 지역 내 유착관계가 심한 구조에서 성폭력 피해자는 피해사실을 고발하기 매우 힘들며, 고발 시에도 피해자를 지지하고 권력자인 가해자에게 함께 항의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매우 적다는 것도 알게 되었어요. 

민달) 

실무수습을 하는 동안 위력이란 에어컨을 켜라고 직접 말하지 않고도 “덥지 않아”라는 말 한마디로 누군가 가서 에어컨을 틀게 만드는 힘이라는 얘기를 여러 번 들었어요. 위력이란 구태여 설명을 덧붙이지 않아도 사람을 자기 뜻대로 움직이게 만드는 힘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더더욱 그 실체를 드러내기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요. 


백영남 대표님의 지역 주민들의 도움이 없이는 사건을 이끌어갈 수 없었을 것이라는 말씀이 기억에 남았어요. 내부인이 아니고서는 주체적으로 문제제기를 하기도 어렵고 내부인인들 사이의 연대가 있어야 위력의 주체도 진정으로 두려워하게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 위력 성폭력의 경우 그 상황에 들어가 상상해보거나 그 분야 또는 지역 내부의 생리를 알지 못한다면 무형의 권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해서 이해하기 힘들 것 같아요. 그래서 그 지역 또는 분야에 대해 잘 아는 주변인들의 도움이 절실한 것 같아요.  

또 두 대표님의 경험담을 통해 위력 성폭력의 가해 당사자가 구체적으로 지시를 하지 않더라도 그것이 경찰이든, 검찰이든, 공무원사회든 기자들이든 여러 직역의 사람들이 나서서 사건을 무마하고자 노력하는 모습을 보게 됐어요. 말도 없이 신문기사를 내리거나 안희정 등 가해자들에게 유리한 기사를 써내는 지역 신문사들이나 안희정 측근 3명에 대한 2차피해 고발에 대한 송치를 미루는 경찰과 기소를 미루는 검찰 등 시키지 않았는데 알아서 권력과의 충돌을 피하려고 한다는 인상이 들어 위력-카르텔이 공고하다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됐어요. 이들의 행동이 위력 성폭력의 가해자들이 갖는 유무형의 위력에 대한 반증이자 그 가해자들의 힘의 원천이 된다는 생각이 들어 안타까웠어요.  



3. 각자 공부하는 내용이 다르신데 그것과 관련해 특별하게 든 생각이 있나요? 

진) 

저는 국제학을 전공하며 세부 전공으로 인권을 공부하고 있어요. 변화를 위한 인권운동에 관심이 많은데,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반성폭력 운동이 어떻게 진행이 되는지, 또 현장에서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등을 운동을 앞장서서 이끌어 오신 분들로부터 생생하게 들을 수 있어서 정말 좋았어요. 

민달) 

저는 법학을 공부하고 있어서 그런지 법과 제도가 사건 지원을 더 어렵게 만드는 지점들에 집중하게 됐던 것 같아요. 특히 군수가 자의적으로 보조금을 교부할 수 있어 사실상 지역 사업권을 독점하고 있어 지역 내에서 문제제기가 있어도 그 당사자나 지지자들에게 교부금을 주어 회유하는 경우가 많아 지역 안에서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워진다는 백영남 대표님의 말씀이 기억에 남았어요.


만약 자치경찰제가 도입되면 지역 유지와 경찰이 결탁할 경우 위력성범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굉장히 현실감 있게 다가왔어요. 군수 또는 시장의 자의적인 보조금 교부가 가능하게끔 부실하게 설계된 법제가 군수 또는 시장의 위력 행사가 가능하게끔 돕는 것 같았어요. 세심하게 법제를 설계하기 위해서는 현장에서의 문제제기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4. 이렇게 연대해요, 쭉~~! 

진) 

미투와 같은 반성폭력 운동을 통해 많은 피해자 분들이 피해사실을 말하고 가해자를 고발하며 위력 성폭력 문제가 드러나고 있는데, 문제를 드러낸 그 이후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되는 것 같아요. 가해자의 처벌을 넘어 구조적 변화를 위해서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더 많이 논의되어야 할 것 같아요. 

민달) 

백영남 대표님과 배복주 대표님께서 사건 지원 경험을 공유해주시면서 은연중에 드러난 내공과 연대에 대한 고민들에서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어요. 다시 또 그런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뵙고 싶었던 백영남 대표님과 한국성폭력상담소 상근활동가들


실무수습 참여활동가 민달, 여흐물, 진 (앞줄 왼쪽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