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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의심에서 지지로 캠페인단 교육 : 보통의 연대 인터뷰어가 될 준비하기
  • 2019-07-10
  • 1521

2019년 5월 14일(화)부터 2019년 6월 7일(금) 까지 주 1회 오후 7시-10시 한국성폭력상담소 이안젤라홀에서 의심에서 지지로 캠페인단 교육이 진행되었습니다. 아래는 의심에서 지지로 캠페인단을 모집했던 홍보물 중 일부예요.


의심에서 지지로 캠페인단 모집! 한국성폭력상담소
성폭력이 있는 곳에 사람이 있습니다. 피해자에게 공감하고 연대하기도 하지만 2차 피해를 일으키기도 하는 사람들. 그들은 성폭력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성폭력 주변인 100명과 만나 100개의 이야기를 들어보려고 합니다. 의심에서 지지로 캠페인단이 되어 "보통의 연대" 인터뷰어로 함께 해주세요!


총 4회에 걸쳐 진행된 의심에서 지지로 캠페인단 교육에 빠짐 없이 참석해주신 캠페인단 외자 님의 후기를 전합니다.




“의심에서 지지로” 캠페인단 교육 후기




내가 “보통의 연대”를 신청하게 된 계기는 페미니즘 실천과 ‘이야기’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되었다. 막연한 ‘이야기’에 대한 관심과 궁금증을 가지고 캠페인단 활동을 하면서 인터뷰를 통해 어떻게 인터뷰이의 이야기를 드러내는지, 한계는 무엇인지 등의 해답을 찾고 싶었기 때문이다.


페미니즘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하자면, 나는 20살에 페미니즘을 알았다. 일상에서의 실천이 다른 페미니스트들의 움직임과 함께 큰 이슈가 되며 특히 ‘예의’와 ‘태도’의 문제에 열중하게 되었다. ‘예의’는 한국에서의 수직적인 질서와 관습을 이어나감이 아니라 사람 대 사람으로서의 존중으로, 무례함은 다른 상대를 ‘착하게’ 만들어 자유롭지 못하게 하고 이야기를 감추게 한다. (개인적으로 예의 없음은 하나의 부정의라 생각한다.) 또한, 페미니즘 내에서 성평등이라는 목적 아래 다른 방식의 운동들이 전개되고 그 과정에서의 부딪힘, 설상가상 외부에서 가하는 공격들을 목격하며 놓쳐서는 안 될 방향-태도가 중요함을 느꼈다.


이 두 가지 이슈들은 성폭력 사건에서 주변인에 대한 것이기도 했다. 주변인으로 하여금 피해의 이야기가 지워지거나 드러나지 못하게 막는 경우 –2차 가해- 를 보기 때문이다. 관련해 캠페인단 교육 1회 워크숍에서는 <이지혜 게임으로 주변인 역할극 하기>를 했다. “이지혜 게임”에서 직접 피해자 역할을 해보니 주변인에 의해 사건에 대한 인식과 문제 해결 태도가 급변할 수 있고 그러한 영향과 그 과정에서 2차 가해를 감당하는 일 또한 커다람을 생각했다.  


새롭게 느낀 것은 ‘나쁜’ 주변인들의 경우 다른 문제와 사건들에서 볼 수 있듯 악의 없이 누군가를 동조하는 의도에 쉽사리 사건을 묻고 피해자에게 책임을 가하는 등의 언사를 하게 된다는 사실이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가해자 혹은 가해자 친구 역할에 몰입하여 뱉었던 언사에 대한 죄책의 무게를 정리하며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을 때 주변인의 영향이 크게 미치며 주변인으로서 무엇을 할지에 대한 지식뿐만 아니라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감수성이 필요함을 느꼈다.


2019년 5월 14일(화) 의심에서 지지로 캠페인단 교육 1회


그 다음 주에 이어진 캠페인단 교육 2회 워크숍에서는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제작한 <성폭력, 의심에서 지지로 Q&A> 소책자(올 여름에 텀블벅을 통해 발간할 예정이라고 한다)와 <더 나은 논쟁을 할 권리> 중에서 권김현영 선생님이 저술한 “성폭력 폭로 이후의 새로운 문제, 피해자화를 넘어”를 읽고 토론하며 주변인으로서 가져야 할 태도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나는 sns 등을 통한 빠른 속도의 페미니즘이 나타난 사회현상을 돌이켜보았을 때 권김현영 선생님의 고통 자체에 대한 연대와 피해자화에 대한 비판에 수긍할 수 있었다. 결국 고통 자체에 연대는 불가능하며 그것을 시도했을 때 고통이 ‘진짜’인지 검토하고 고통의 물질성에 집중하는 문제들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주변인으로서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의 편에 서, 결코 알 수 없는 당사자의 고통을 존중하고 고통 자체가 아닌 고통이 놓인 맥락에 대해 살펴보는 것. 누군가의 고통을 비교하고 그래서 무시하기 십상이며 이야기하는 것조차 꺼려하는 한국사회에서 살아왔다고 정체화하는 나는 성폭력 사건 피해자의 고통뿐만 아니라 나의 지난 고통들을 떠올리며 ‘고통’과 ‘연대’에 대해 해체하고 새로운 정립을 준비했던 것 같다.



2019년 5월 21일(화) 의심에서 지지로 캠페인단 교육 2회


캠페인단 교육 3회에서는 한국성폭력상담소 여성주의상담팀 최란 활동가의 강의 <여성주의상담 원리로 성폭력에 대해 이야기 나누기>를 들었다. 최란 활동가가 강의해주신 ‘여성주의상담’은 상담자와 내담자가 평등한 관계이고.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는 자신의 경험에 관하여 가장 많은 정보와 전략을 가진 전문가이며, 상담자는 (1)권력 분석과 (2)성역할 분석의 방법을 가지고 내담자에게 답을 주는 것이 아니라 답을 찾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행한다.


기존의 상담 과정에서 상담자가 내담자에게 해답을 제공하고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음에 불평등한 관계가 형성되는 것에서 벗어나 여성주의상담은 여성주의의 가치인 평등을 실현하며 피해자 혹은 내담자가 체현한 지식과 일상을 존중함이 주목되었다. 강사분께서 언급하지 않으셨지만 이러한 여성주의 상담원리를 구축한 연구자들의 노력을 상상함에 놀라웠고 홀로 감탄도 하였다. 나는 이러한 여성주의 상담원리를 일상에서 실천하고자 하는 의지를 느끼며 "보통의 연대" 인터뷰를 진행할 때 역시 인터뷰 참여자에게 무언의 압박을 느끼게 하는 방식이 아니라 그의 이야기를 이끌고 그 스스로 어떤 인식을 가지는지 알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라며 캠페인단 활동을 상상하였다.


2019년 5월 28일(화) 의심에서 지지로 캠페인단 교육 3회


마지막으로 캠페인단 교육 4회에서는 강유가람 감독의 강의 <좋은 인터뷰, 잘 기록하기>를 들었다. ‘좋은’ 인터뷰에 대해 이야기 듣고 직접 2인 1조로 짝을 지어 서로를 인터뷰하는 시간을 가졌다. 영상을 찍을 때는 촬영하는 사람(인터뷰어)의 말이 영상에서 인터뷰이의 말이 전달되는데 방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인터뷰어의 반응이 제한됨을 알 수 있었다.


2019년 6월 7일(금) 의심에서 지지로 캠페인단 교육 4회


후기를 쓰면서 “의심에서 지지로” 캠페인의 교육이 일련의 워크숍들로 이해가 된다. 그리고 내가 캠페인단으로 활동하며 성폭력 사건 주변인의 이야기를 드러냄이 어떤 의미일까를 생각한다. 그것이 주변인에게 유익한가? 어느 이는 그 일을 감추거나 숨기려 했을 수 있고 어느 이는 말하지 못할 그만의 고통이 있었으리라. 성폭력 사건의 ‘주변인’이라 생각지도 못하고 그저 지나친 시간을 보낸 사람일 수도 있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드러내는 데에 시간과 노력과 신뢰가 바탕으로 이뤄지는 긴하고 어려운 자리이다. 그럼에도 이야기를 드러내고 싶어하는 건 동시에 우리(공동체)의 이야기로써 성폭력 사건을 어떻게 바라보고 해결할 수 있는지 긴한 대화를 하기 위함이다. 보다 인터뷰이(주변인)에게 유익한 인터뷰가 되기 위해서는 인터뷰어로서 이야기를 마주하는 태도에 대해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이 후기는 의심에서 지지로 캠페인단 외자님이 작성, 성문화운동팀 활동가 앎이 편집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