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5일(금) 본 상담소 이안젤라홀에서는 가 열렸습니다. 이번 토론회는 현장활동을 하면서 과연 우리는 제대로 가고 있는가, 그리고 우리가 가고자 하는 목표점은 어디인가 매번 고민은 하지만 어떠한 평가척도를 가지고 우리 활동을 돌아볼지, 내다볼지에 대해서는 안개 속에 있는 것 같은 답답함과 아쉬움에서 기획되었습니다.
무더위 속에서도 40여명의 NGO 활동가, 연구자, 공무원 등 다양한 분들이 참여해주셨어요. 오후 2시에 시작된 토론회는 본 상담소 이미경 소장의 사회와 인턴 박진선님의 통역으로 진행되었답니다. 첫번째 발표자는 “호주 NGO의 사회적 영향력에 대한 평가지표”라는 제목으로 현재 이 주제 연구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시드니 공과대학(UTS) 경영학과의 브론 달톤 교수였어요.
먼저, UTS 싸이트에서 평가지표 관련한 온라인 강의소개 동영상을 함께 보았어요.
(https://open.uts.edu.au/measuringsocialimpact.html)
그리고 평가 툴(tool) 박스를 만드는 과정에 대한 설명을 들었는데, 호주 전역을 돌아다니면서 NGO 활동가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었고, 특히 시골. 소도시 쪽의 NGO 활동가들의 역량강화를 위해 신경을 썼다고합니다. 이 툴박스의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는 설문조사(survey)를 제공해 주는 것인데, 현재 NGO들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설문조사를 컨설팅 회사 등에서 사야 한다는 것이라고 해요. 브론교수는 자료나 정보가 무료로 제공될 수 있도록 툴박스를 개발했으며, 이를 통해 정보 격차를 줄이고 정보에 대한 접근성을 민주화하고 싶다고 했어요.
이 툴박스는 증거에 기반한(evidence-based)한 정책 및 프로그램을 마련할 수 있도록 설문조사 등의 여러 자료 및 연구들을 제공하고 있다고 해요. 이 프로젝트의 가장 중요하고 또 가장 멋진 부분은, NGO들이 변화 이론과 논리 모델(theory of change and logic model)을 만들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것이라네요. 또 평가 계획을 제작하는 것(evaluation plan builder)도 가능한데, 예를 들어 한국의 베트남 출신 결혼이주여성들에게 한국어를 교육하려는 프로그램을 기획한다고 하면 사회적 통합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해서 다양한 평가 척도를 제공받을 수 있다는 거지요. 즉, 이 툴박스 프로젝트를 통해 NGO들은 프로그램을 좀 더 쉽게 기획하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해요. 호주나 세계적인 NGO들이 활동을 계획할 때 쓰는 탬플릿(template) 같은 것인데, 인풋(input)은 자금 등 프로그램 기획에 필요한 것, 아웃풋(outputs)은 결과, 성과(outcome)와 영향(impact)은 좀더 넓은 개념으로, 정신건강, 육체능력 제고 등의 목표를 말한답니다. NGO들은 무료로 제공될 이 툴박스를 이용해서 사회적 영향력을 측정할 수 있을 것이고, 관련인들 모두와 공유하면서 내부적으로 어떤 프로그램이 효과적이고 어떤 프로그램이 효과적이지 못했는지를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해요.
이어서 시드니 공과대(UTS) 사회학과 정경자교수께서 토론을 해주셨어요. 아마 호주와 한국의 상황이 좀 달라서 왜 이렇게 복잡한 툴을 만들려고 하나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브론교수가 소개해주신 툴의 일련의 과정(산출-활동-투입-결과-영향)에 맞춰서 계획을 짜야하고, 증거기반 정책(evidence based policy)이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어요. 요즘은 정부기관, 국제기구, 기업을 막론하고 이 프로젝트가 목표로 하는 영향력과 정확한 지표를 제시하지 않으면 기금을 지원받기가 어렵다고합니다. 정교수는 우리 활동의 성공·실패를 지표로서 파악할 수 있는지를 요구받는 시대라고 하면서, “당신들이 이 돈으로 어떤 자원을 사용해서 어떤 결과를 냈는지”를 증명해내야 한다는 거지요. 특히 호주에서는 보수정권일 때 “NGO 당신들은 소리만 냈지 대체 뭘 했냐”라고 했던 적이 있다고 해요. 이런 여러 맥락에서 NGO들이 이런 측정도구, 툴들을 통해 우리가 하는 ‘좋은 일’이 대체 뭔지, 그것이 어떻게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증거를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지요.
정교수는 이 평가도구에 대해 활동가의 시각에서는 신자유주의적이라고 비판하기도 하지만, 좀더 상세하게 만들면 NGO가 자체평가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합니다. 또 정책면에서 이 프로그램이 어떤 변화를 가져왔느냐를 살펴볼 때, 예를 들어 장애인 경우에 이동권의 문제가 이 프로젝트를 통해 정책적으로 어떤 제언을 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정책제언에 이어 국회에 발의 및 시행까지 되면 더할 나위 없이 성공을 한 것이고요. 더 넓게는 영향력(impact)을 통해서 우리 사회 전체의 장애인 편견을 깼다거나, 장애인 스스로 내가 공동체의 장에 감으로써 육체 활동의 범위가 커진 내용들을 굉장히 상세하게, 이 카테고리들을 단체활동의 기준에 맞춰서 틀을 만들 수 있고, 이런 이벤트들을 사전조사 등의 방법을 통해서 할 수 있다는 거죠. 그리고 연구와 마찬가지로 평가도 타당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기 때문에 설문조사, 인터뷰, 참여관찰, 사례연구, 초점그룹(focus group) 인터뷰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한다고 해요.
다음은 한국 상황으로, 이미정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 “한국의 성폭력상담소 시설평가지표에 대한 고민”의 발제가 있었습니다. 매 3년마다 정부가 상담소 평가를 하고 있는데 본인은 2010년부터 평가연구 및 진행을 하고 있고 올해도 이 사업을 맡고 있다고 했어요. 이 연구위원은 앞에서 소개한 것들은 포괄적인 것을 보려는 평가라면, 상담소 시설평가는 사실상 일부를 보는 평가이고, 정부의 공공펀드가 들어갔기 때문에 그것을 사용하는 책임성을 보는 것임을 전제하고 발표를 했어요. 시설평가의 목적은 정부 예산이 사용되는 것에 대한 투명성 평가, 서비스 전문성 강화, 시설 운영의 투명성 제고, 이용자 인권보호 등 모든 시설 평가에서 얘기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합니다. 또 시설 평가 결과가 시설 지원에 객관적 증거로 활용이 될 수 있다고 법률에 언급되어 있다는 사실도 소개했어요. 초기의 평가 지표는 사회복지시설 평가 지표를 따와서 지표 수도 굉장히 많았는데 점차 줄여가고 있다고 합니다. 2016년 기준으로 성폭력피해 상담소는 91개, 통합상담소는 21개를 포함해 8개월 동안 400여개의 기관들을 평가를 했었다며 물리적인 한계를 지적했습니다.
성폭력 상담소의 경우, 시설평가 영역이 A(시설환경 및 안전도), B(운영관리 및 인력관리), C(서비스 및 인권보호), D(지역사회연계), E(종사자 근무환경)로 나뉘어져 있고, 각 영역 별로 지표가 있습니다. 그런데 도시와 농촌을 같은 스케일로 평가한다거나, 단순히 상담서비스 지원 실적만을 평가하고 있어 이를 보완하기 위한 이용자 만족도를 파악하는 지표가 미미하다는 점 등을 문제로 지적했어요. 평가는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하고, 현장에서 느끼는 문제점을 계속 제기해달라는 당부를 끝으로 발제를 마무리했습니다.
이에 대해 김해정 목포성폭력상담소장(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공동대표)의 토론이 있었어요. 시설평가가 국비지원시설 대상으로 책무성이 있게 활동을 하고 있는지가 기본적으로 중요하지만, 우리가 피해자 지원을 더 잘할 수 있고,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역량을 발휘할 수 있게 성장하는 기회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여가부의 시설평가는 이런 내용을 보기에는 너무 정량적인 것에 치우친 실정이라는 지적도 했어요. 그럼에도 그동안 평가위원으로, 또 피평가자로서 변화를 본 것은 전국의 성폭력상담소들에서 평가지표에 있는 내용들에 한해서는 어느정도의 표준화 내지 보완이 된 것 같다고 합니다. 시설환경적 측면도 마찬가지이고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평가를 위한 평가가 되지 않아야 하는데, 사실 1년간 완벽준비를 하면 100점을 맞을 수 있다는 점도 꼬집었습니다. 이게 어떻게 보면 어떤 곳은 정말 열심히 활동을 해도 평가에 연연하지 않거나 이런 방식의 평가를 거부해서 신경쓰지 않는 반면, 일부는 평가위주로 활동하며 서류준비를 철저히 하기도 한다는 거지요.
이어진 종합토론시간에는 질의·응답 및 활발한 의견들이 오고갔습니다. 먼저 이 툴박스 안에 여러 자료나 설문들이 있으면 도움이 많이 될 것 같기는 하고, 관련 사이트가 9월에 오픈되어서 오늘은 툴박스 안의 구체적인 내용을 알 수 없어서 아쉽다는 의견들이 많았습니다. 또한 한국어 및 다양한 언어를 사용하는 세계 NGO활동가들의 접근성을 높힐 수 있도록 해달라는 주문도 있었습니다. 다음은 주요 질의 응답 내용입니다.
먼저, UTS 홈페이지에 열리게 될 평가툴 사이트에 제공되는 자료들의 저작권 문제 질문 대해서는 자료들을 PDF로 올려놓아 무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며, 모든 자료들을 불법으로 올려놓을 것은 아니고 많은 툴들은 이미 출판되어 공개되어 있으므로 염려없이 사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툴의 장점은 누구나, 민주적으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다는 것이고, 호주의 소규모 NGO들을 대부분 방문해 만들어진 것으로 작은 규모 NGO의 편의를 위한 것임을 다시 강조했어요.
둘째, 유료화 및 툴박스의 업데이트, 보안문제 등의 대비책에 대해서는 일단 툴박스를 사용하는 NGO에서는 돈은 걱정하실 필요가 없도록 무료로 운영할 것이고, 업데이트의 문제는 있겠지만 자료량이 방대해서 당분간은 괜찮을 것이라고 합니다.
셋째, 오늘 소개한 평가 척도는 오히려 지자체, 공무원, 재단 등에 대해서는 유효하게 작동할 수는 있을 것 같지만, NGO들에 대해서는 적절할지 의문이라는 지적에 대해서 브론교수는 9월에 나오게 될 구체적인 평가항목들은 NGO 스스로 활동의 지표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고 합니다. 한국의 경우, 성폭력 관련 기관들이 정부 기준에 맞추어야 해서 부담이 크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사실 많은 수의 사례만을 양적으로 요구하면 각 사례의 질이 떨어질 수 있어 실제적으로 결과를 평가한다면 사례가 많은 것이 꼭 좋은 것이 아닐 것이라는 지적도 있었어요.
넷째, 호주는 정부 펀드가 들어간 성폭력 시설에 대해 어떤 식으로 평가가 되는지, 정부에 의해 평가되는 것인지, 정부 펀딩은 어떻게 신청하고 운영되는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한국과 같은 정부주도 시설평가는 없고 기관이나 단체별로 보고서를 제출한다고 합니다. 한국이 3년에 한 번씩 시설평가를 한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자원의 낭비라는 지적도 있었어요. 그리고 호주에서도 프로포절을 써서 기금은 신청해야 하고, 3년이나 5번에 한 번씩 갱신하는데 대부분 지속지원을 받는다고 합니다. 다만, 호주도 마찬가지로 대부분 내담자의 수에 따라 기금지원을 받게 된다는 점은 주의 깊게 봐야 할 대목이기도 했습니다.
다섯째, 젠더에 관한 도메인이 없어서, 젠더 격차라던가, 커뮤니티의 가부장성이라던가 이런 걸 평가하고 싶으면 어떤 도메인을 찾아보면 되는지 궁금하다는 질문에 대해서는 현재 가정폭력, 장애인, 유아 등 10개의 도메인을 가지고 있는데 여전히 새로운 도메인을 개발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고 해요. 예를 들어 예술과 문화에 관한 도메인과 다양성, 원주민 건강에 대한 도메인, 그리고 대학들의 사회적 영향력 및 각 분야가 어떻게 사회적 영향력을 발휘하는가를 측정하고 싶다고 했어요. 젠더 관련 도메인은 아마 직장 내에서의 다양성 안에 들어갈 것 같다고 하는데, 호주는 젠더, 인종, 섹슈얼리티, 유리천장처럼 대나무천장(아시아 인종에 대한) 등이 합쳐져서 하나의 도메인이 될 것 같다고 하네요.
여섯째, 한국의 경우 평가점수를 잘 받기 위해 내담자 지원을 평가지표에 맞추려 하는지, 도움을 받은 성폭력 생존자들에게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불안, 건강, 외로움 등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등을 평가에서 파악하느냐는 질문이 있었어요. 이에 대해 이미정 연구위원은 아직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지만 앞으로 그런 방향으로 가려고 노력한다고 답변했어요. 이에 대해 플로어에서 평가보다는 오히려 컨설팅의 개념으로, 무엇이 힘든지, 어떤 정책을 제안하면 좋겠는지 미리 의견을 달라고 해서 자문을 해주는 기회를 갖자는 제안도 있었어요. 더불어 미국에서 펀딩은 사업 계약에 관한 펀딩이고, 우리나라는 시설 재원에 대한 펀딩이기 때문에 개념 자체가 좀 다른 것 같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이에 대해서는 호주도 시설 재원에 대한 펀딩도 있고, 사업계약에 대한 펀딩도 있다고 합니다. 호주 성폭력상담소의 경우, 거의 99.95%가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의 재정지원이 된다고 해요. 따라서 미국과 호주의 평가를 비교하려면 주정부에서 따로 받는 평가랑 비교를 해야할 것 같고, 호주는 정부에서 관리하는 NGO에 대해서 평가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조금 다르게 비교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어요.
정경자 교수는 예전에 우리 상담소와 호주의 가정폭력 피해자 지원단체에서 활동했던 사람으로서, 사회적 영향력(social impacts)이 사실은 우리 말로는 운동성에 대한 고민과 닿아있다고 했어요. 그래서 평가에 대한 거부감이나, 정부가 요구하는 결과 외에 NGO들이 사회적 영향을 어떻게 만들어가느냐의 과정에서 이런 측정도구들이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했어요. 유념해야 할 부분 중 하나는 어떤 활동의 기획단계에서부터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반드시 반영하는 것이라고 했어요. 그리고 호주에서도 성폭력센터와 국공립병원에 센터가 있는데 병원에는 검증된 사회복지사들이 일하고 있고, 여성주의 성폭력센터는 주로 페미니스트들이 활동하고 있다고 합니다. 여성주의자들이 운영하는 성폭력센터로 가겠다는 피해자들이 상당히 있다면서 내담자들이 서비스를 받고 어떤 변화를 얻고 어떻게 느꼈는지가 우리 여성주의 상담기관이 필요한 이유이자 존속할 수 있는 이유라는 점을 반복해서 강조했어요. 자연스럽게 올해 여성가족부의 시설평가가 조금 달랐으면 좋겠다는 의견들을 나눴습니다.
평가라고 하는 것은 어떤 대상이나 활동에 대한 가치를 규명하는 일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 NGO는 사회변화를 만들어가는 ‘운동성’에 대한 엄청난 자긍심을 갖고 활동하고 있다는 점을 다시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이 점에 대해서 브론교수는 “제가 개인적으로 한국의 시민사회에 대해서 굉장히 존경하고 있는데요. 한국의 NGO들은 운동에 대한 가치관을 확실히 갖고 있는 것 같아요”라고 응원해주었습니다. 오늘 토론회에서는 정부에서 진행하는 시설평가는 오늘 논의한 NGO 활동의 평가지표 중 극히 일부분에 불과한 것이고, 우리가 운동단체로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가는 과제로 남아있음을 확인하는 자리이기도 했습니다. 이후 또 한 걸음 나아간 고민과 논의를 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오늘 토론회를 마무리했습니다.
토론회를 마치고 발제, 토론, 통역, 사회자가 한자리에
* 토론회의 통역을 맡아주신 진선님, 속기를 해주신 도경, 주나, 예은님께 감사드립니다^^
< 이 후기는 본 상담소 이미경 활동가가 작성하였습니다 >
출처: https://stoprape.or.kr/908 [뛴다! 한국성폭력상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