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연대] 함께 할 준비되셨나요? ▶ [보통의 연대]란? 성폭력을 '피해자'나 '가해자' 개인, 혹은 '여성'만의 문제로 바라보는 인식을 바꾸고 성폭력 주변인으로서 사회구성원의 목소리를 만들어가고자 하는 캠페인이에요. 모든 사람은 성폭력 주변인이 될 수 있다는 전제하에, 사람들이 성폭력에 대해 어떤 경험을 하고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는지 인터뷰하고자 해요. 성폭력이 일상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성폭력 주변인으로서 어떤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지 알고 싶어요. 여러분의 경험을 있는 그대로 이야기해주세요. ▶ 성폭력이란?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동의 없이 성적으로 가해지는 모든 신체적·언어적·정신적 폭력을 뜻합니다. 동의 없는 성적 행위로 강간, 강제추행뿐 아니라 시각적·언어적·비언어적 성희롱, 스토킹, 피해자의 거부에 대한 불이익 조치, 불법 촬영, 비동의유포, 통신매체를 이용한 성적 괴롭힘 등이 포함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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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연대] 001. 반성폭력 운동 29년차, 활동가 지리산의 인터뷰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활동하고 있는 지리산입니다. (지난 28년을 돌아보니) 반성폭력 운동, 연구……이런 것들이 제 삶의 한 가운데에 있게 된, 네, 그런 시간들이었네요.
Q. 한국성폭력상담소가 개소했을 때부터 반성폭력 운동에 함께 하셨다고 들었어요.
1990년도에 대학에서 여성학을 강의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한 선배가 우리 한국에 성폭력상담소가 한 군데도 없으니 ‘우리가 한 번 만들어보자’ 제안을 해서, 뭔가 되게 멋질 것 같았어요. 왜냐하면 여성학은 실천 학문이잖아요. 대학에서 강의하는 것도 중요한 실천이지만 직접적으로 피해자를 지원하고 또 상담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성문화를 바꿔가는 다양한 활동을 하고, 연구도 하고, 국가의 정책에 대한 비판과 제언을 하는 이런 다양한 운동을 통해서 사회변화를 할 수 있겠구나, 라고 하는 가슴 뜀이 있었고요. 그래서 한 8개월 정도 준비를 해서 1991년 4월 13일에 우리 상담소가 문을 열게 됐죠.
Q. 성폭력 주변인으로서 할 수 있는 하나의 실천으로 상담소를 만든 것이네요?
일단 우리 사회에 살아가는 한 시민으로서 성폭력 문제를 좌시할 수 없다고 하는 생각에서 본다면 사실 다 주변인이겠죠. 그리고 엄밀히 이야기한다면 나 자신이 어떤 경험자이자 내 주변의 그 수많은 피해자들을 보면서 당연히 주변인이죠. 그런데 돌아보면 그 당시에는 성폭력 주변인이라는 개념 자체가 사실은 없었고요. 뭔가 이 문제를 변화시켜야 한다, 바꿔가야 한다, 라는 생각으로 시작했던 것 같아요.
Q. 지난 28년 동안 성폭력 피해자뿐 아니라 주변인도 많이 만나셨을 것 같아요.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우리 상담소의 상담 사례 8만 4천여 회 중에 제가 다 본 건 아니지만 저도 굉장히 많은 분을 만나 뵈었어요. 그리고 특히 피해자뿐만 아니라 함께 하시는 주변인들, 가족을 비롯해 친구, 가해자 가족들도 많이 봤었죠. 그래서 그중에 누구를 이렇게 짚어서 말씀드리기가 굉장히 어려운데요.
성폭력 사건이 그야말로 피해자 한 사람만이 아니라 그 가족들 전체에게 얼마나 큰 고통이고, 얼마나 공분할 사안이고, 또 그 이후에 삶을 꾸려 감에 있어서 치유와 일상을 찾아가는 데 모두가 얼마나 힘들어해야 하는지를 봐왔어요. 정말 이 성폭력 사안은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고 결국은 우리 사회 전체가 풀어가야 할 문제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가해자 가족에 대해서도 생각이 나는데요. 한번은 점심시간에 어떤 아주머니께서 아이를 업고 상담소에 왔었어요. 당신의 남편이 성폭력을 한 게 아닌데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그 피해자를 돕고 재판부에 의견서도 써줘서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고 있다. 그리고 나는 이제 이 어린아이와 거리에 내동댕이쳐졌다. 상담소는 여성단체 아니냐. 이제 그 피해자를 돕는 것뿐만 아니라 나도 도와달라. 이렇게 말씀을 하셨어요. 결국은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성폭력 피해 또는 가해가 그 당사자만이 아니라 그 가까이에 있는 가족들 그리고 우리 사회 전체가 치러야 하는 수많은 것들이 있다고 하는 것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어요. 그리고 가해자의 가족이 우리 상담소를 찾아왔을 때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나. 제 가슴 한편에 굉장히 남아 있는 사건이에요.
Q. 대리상담을 하거나 피해자와 연대해서 성폭력 문제해결을 도우려는 주변인들이 오히려 피해자가 문제해결의 주체가 되지 못하게 만드는 상황도 있었다고요?
피해자의 남자친구나 남편이나 이런 분들이 상담소에 전화할 때 굉장히 격분해 있어요. 피해자들도 혹시 자기 남자친구나 남편이 이걸 알면 가해자를 죽일 것이다, 라고 하는 공포를 느끼는 그런 상황들이 많이 벌어지잖아요. 그런데 제가 봤을 때 이분들의 태도나 사건을 대하는 인식에 참 아쉬운 점들이 많았어요. 피해자가 이 사건으로 인해서 얼마나 큰 고통과 분노에 차 있을지보다는, 어쩌면 ‘나의 것이 손상됐다’라고 하는 인식이 강하게 자리한 듯한 말투. 그리고 피해자가 고소를 망설이거나 하면 ‘당신도 즐기지 않았냐’라는 식으로 바로 반격하는 태도. 사실 그 자체가 피해자에게 2차 피해일 수 있잖아요. 이런 점이 너무 안타까웠어요. 왜 우리 사회는 주변인으로서 어떤 태도와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지에 대한 그런 교육이나 이런 게 없었을까, 그 부분은 운동가로서 우리가 많이 놓쳤구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됐었죠.
그리고 피해자에 대한 과잉보호. 사실 저희가 피해자를 뵈었을 때, 피해자는 충분히 이 사건에 대해서 판단할 수 있고 어떤 식으로 가야 하겠다는 생각도 있으세요. 그런데 함께 오신 분들은 ‘피해자는 지금 너무 슬프고 너무 고통스러워서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다’라는 전제하에 그냥 본인이 다 나서는 거예요. 간혹 피해자가 ‘내가 지금 너무 힘들다’라고 했을 때 ‘내가 당신을 대신해서 모든 것을 해줄게’라는 태도보다는 ‘내가 옆에 있으니 힘을 내세요’라고 하는 태도가 그 피해자의 치유에 훨씬 도움이 되잖아요. 그런데 주변인들 대부분이 그런 사실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아요. 한편, 그렇게 과한 (주변인의) 참여가 피해자에게 굉장한 부담을 주기도 해요. 피해자가 주변인에 대한 미안함을 느끼게 되잖아요.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라고 하는 절망감을 더 느끼게 하는 경우들도 많이 있는 것 같아요.
Q. ‘피해자 리더십’이라는 말이 있는데, 뭔지 설명해줄 수 있을까요?
사실은 우리 모두가 리더십을 갖고 있고, (리더십은) 어떤 조직이나 단체뿐만 아니라 개인에서부터 출발점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피해자들은 성폭력이라는 피해를 경험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소위 사유의 폭과 깊이가 있다고 보거든요. 그것은 사실 주변인들은 알 수 없는 부분이죠.
제가 만난 피해자들은 어떻게 보면 치유를 향한 강한 힘과 용기와 지혜, 이런 것들이 다 내면에 있으셨어요. 단지 그것이 어느 순간에 발현되지 못하는 어떤 지점들이 있기는 했죠. 그런 지점에서 주변인들이 (피해자를) 지지하고 응원한다면 피해자 리더십은 얼마든지 나올 수 있는데, 어쩌면 우리 사회는 ‘피해자들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라고 하는 일종의 잘못된 편견 속에서 피해자가 리더십을 발현하지 못하게 하는 분위기를 조성하지 않았나 생각해요.
Q. 1991에 활동을 처음 시작했을 때 2019년 현재, 우리 사회나 성폭력 주변인이 바뀐 점이 있다면 어떤 부분이 있는지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사실 피해자들의 ‘말하기’라고 하는 것은 1991년 저희가 처음 상담받을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봐온 것이고 상담소의 상담 사례만 8만 4천여 회나 되잖아요. 그래서 2018년 미투운동에서 피해자들이 (성폭력 경험을) 말하는 자체는 그렇게 큰 변화라고 체감하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제가 미투운동을 통해서 정말 새롭게 본 것은 이제 주변인들이, 일반 시민들이 피해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는 점, 그리고 어떤 분들은 가슴을 열고 피해자들의 말씀을 경청하고 공감하고 지지하신다는 점이었거든요. 이건 굉장히 큰 차이라고 생각해요.
전철을 탄다거나 아니면 일상에서 성폭력에 대해서 말씀하시는 것을 들었을 때, 가령 피해자를 비난하는 어떤 언사가 나오면 어떤 분이 옆에서 ‘그건 2차 피해야’라고 말씀해주시는 것, 이걸 들으면 활동가로서 그것보다 더 큰 기쁨이 없는 거예요. 아, 이제 정말 우리 사회가 2차 피해라는 개념도 알고 있고, 사실 누군가에 대해서 ‘그게 아니야’라고 말하는 게 정말 쉽지 않은데 ‘그건 2차 피해야. 지금 당신이 한 것은 잘못되었어.’라고 이야기하는 사회가 되었구나. 물론 모두 다는 아니지만. 이런 변화들이 체감될 때 ‘아, 우리는 정말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구나’라고 하는 어떤 희망? 기쁨? 이런 게 있죠.
Q. 성폭력 주변인은 피해자의 말을 어떤 태도로 들어야 할까요?
저희가 2003년에 성폭력생존자말하기대회를 처음 했을 때, 말하는 분은 물론이고 듣는 분도 신청을 받았고, 듣기 신청자들은 일종의 약속을 해야 들어오실 수가 있었어요. ‘절대로 피해자의 말에 비난하는 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약속이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었죠. 그리고 듣는 사람의 아주 기본적인 태도로 피해자의 말에 공감하고 지지한다는 약속을 했었거든요. 그와 마찬가지로 우리가 살아가면서 주변인으로부터 ‘내가 성폭력 피해를 경험했어’라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을 때 그 사건에 대해 어떤 판단을 하려고 하는 태도가 아니라 지금 이 말을 하는 피해자가 겪었을 그 당시의 고통, 그리고 피해 이후 겪고 있는 여러 가지 어려움에 대한 헤아림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안타까운 마음에서라도 ‘왜 그때 도망치지 못했어’라든지 ‘왜 그 늦은 시간에 갔어’라고 하는 정말 흔한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어떤 잘못된 통념들에서 벗어나야 하는 거죠. 그리고 그것이 피해자에게 2차 피해를 줄 수 있다고 하는 인식들을 기본적으로 우리 듣는 사람들이 가져야 한다고 보고요. 사건에 대해 판단하기보다는 정말 경청하는 태도, 피해자께 공감하고 지지하는 태도가 주변인에게 요청되는 아주 기본적인 태도라고 봅니다.
Q. 성폭력이 사회에 알려지면 많은 사람들이 불안을 느끼고 성폭력에 대한 통념을 강화하게 되죠. 저는 이런 사회적 영향을 받는 사람들도 성폭력 주변인이라고 생각해요. 성폭력이 언론에 보도되거나 공론화될 때 성폭력 주변인에게 어떤 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나요?
중요한 것은 우리가 성폭력 사건을 이야기할 때 그 초점이 어디에 있어야 하는가예요. 성폭력은 엄연한 범죄행위이잖아요. 그런데 지금까지 언론은 피해자에게 초점에 맞춰서(피해자가 어떤 사람인가, 피해자가 어떻게 했나.) 이 사건을 봐왔어요. 이건 매우 잘못된 접근이라고 생각해요. 가해자는 왜 피해자의 진정 어린 동의 없이 그런 언행을 했는지에 초점을 맞춰서 성폭력 사건을 바라봐야 한다고 보거든요.
그동안은 너무나 피해자를 중심으로 성폭력 사건을 봤기 때문에 피해자에 대한 비난과 소위 ‘피해자다움’을 요구하는 우리 사회의 잘못된 시선들이 있었죠. 그로 인해 피해자들은 끊임없이 자기 자신이 ‘피해자다웠는지’ 스스로 점검하게 되고, 가해자의 위력이나 여러 가지 맥락에서 바로 거부/저항하지 못한 자기 자신에 대한 굉장한 자책감을 느끼게 되죠. 그것은 결국 우리 사회가 피해자한테 요구한 ‘피해자다움’ 때문이잖아요. 우리 사회는 이제 질문을 바꿔야 합니다. ‘왜 이런 가해 행위를 했느냐’라고 가해자에게 초점을 맞춰서 성폭력 사건을 바라보는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봅니다.
Q. 성폭력 주변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뭘까요?
우리 시민들이 남녀노소를 다 떠나서 성폭력에 대한 바로 알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이건 정말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서 아주 어린 시절부터 그리고 노인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교육이 돼야 하는 부분이라고 보고요. 그런 교육을 통해서 자기 자신을 점검해야 하죠. 저는 그 누구도 ‘나는 성폭력에 대한 잘못된 통념으로부터 자유로워’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보거든요. 나도 모르게 내 안에 정말 스며들어 있는 성폭력에 대한 잘못된 통념들을 스스로 성찰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언론을 통해서 보도되는 성폭력 사건을 접할 때 시민들이 그 사건을 바라보는 자기 자신의 관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성폭력 사건에 대해서 흥미본위로, 어떨 때는 피해자 비난의 논조로 보도하는 언론에 대해서 내가 비판할 수 있는 힘을 키워야 하고요. 그런 힘은 저절로 생기는 게 아니라 ‘성폭력이 뭐지?’라는 물음에서 나온다고 봅니다. 그리고 자기 스스로 ‘성폭력은 무엇이다’라고 하는 성폭력에 대한 바로 알기가 되어야만 그런 판단을 할 수 있거든요.
마지막으로 일상에서 성폭력 상황이 발생했을 때 ‘나는 보지 않았어. 여기에 연루되면 내가 굉장히 귀찮아질 거야’라고 하는 인식은 결국 나 자신이 어떤 피해에 노출되었을 때 누구도 도와줄 수 없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라는 자각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서 성폭력이 일어난 상황에서 ‘안 돼’라고 말할 수 있는 그러한 용기를 우리가 시민의식으로써 가져야 한다고 봐요.
Q. 오랫동안 지치지 않고 반성폭력 운동을 해온 원동력이 있다면?
돌아보면 저한테 가슴 뛰는 현장으로서 이 반성폭력 운동을 계속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은 피해자들이신 것 같아요. 제가 상담을 통해서, 혹은 공동대책위원회에 사건 지원을 통해서 만나는 피해자들은 정말 언제나 제가 기대하고 상상했던 것 이상의 힘을 갖고 계시더라고요. 물론 그분들이 항상 그 힘을 보여주시는 건 아니에요. 때로는 너무나 큰 고통과 분노에 힘들어하는 모습도 당연히 있죠. 그런데 그것을 매번 견디고 일어서시는 모습들을 정말 많은 피해자들이 보여주고 계신다는 거죠.
그리고 피해자들이 이야기하실 때 이렇게 (경청해서) 들어보면 그 어느 작가가 상상력을 가지고 쓴 것을 넘어서는 그분의 내면에 아주 깊이 있는 이야기들이 있어요. 무슨 화려한 어떤 언사가 아니라 그냥 그 ‘진심덩어리’라고 할까요? 이런 말씀들을 하실 때 정말 뭉클해지는 거예요. 그분들의 말하기, 그리고 그분들이 일상을 살아내시는 것 자체가 저 자신과 활동가들에게 굉장히 큰 힘이 되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Q. 혹시라도 지치거나 힘들 때는 어떻게 스트레스를 푸세요?
저에게는 멋진 동료들이 있잖아요. 힘들 때 동료들과 함께 이 힘든 마음을 풀어놓고, 그러면 이게 나 혼자만 느끼는 느낌이 아니더라고요. 서로서로 그런 이야기하면서 ‘나는 그때 어떻게 그 국면을 넘어섰어’라고 하는 굉장히 중요한 팁과 노하우들이 저한테 엄청난 도움이 됐고요. 네, 그런 면에서 동료 한 사람 한 사람 되게 고마운 마음이 드네요.
그리고 저는 개인적으로 산행을 한다던가, 새순이 돋아나는 봄날에 나뭇잎과 대화한다거나 이런 (자연) 속에서 제 마음에 있는 어떤 스트레스나 지침이나 이런 것들을 풀어가고 있죠.
Q. 그래서 활동명이 ‘지리산’인가요?
(웃음) 지리산을 너무 좋아해서 1년에 몇 번씩 가곤 해요. 그 지리산 자락이 품어내는, 뭐랄까요, 산과 산이 이어지면서, 그렇게 화려하지도 않은데 크고 넉넉한 품 같은 게 저는 느껴져요. 그래서 갈 때마다 ‘나도 저 산을 닮고 싶어’하는 마음에서 활동명을 지리산이라고 지었어요. 지리산으로 불릴 때마다 ‘응, 지리산을 닮아야지’ 하는 각오 또는 마음가짐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Q. 마지막으로 앞으로 이 인터뷰를 보게 될 분들께 혹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리 사회는 정말 조금씩 조금씩 변화하고 있어요. 특히 성폭력에 대해서도 저희가 처음 운동을 시작했던 28년 전과 지금을 비교해보면 정말 많은 변화가 있었거든요. 법과 제도를 만드는 건 그렇게 어렵지 않았던 것 같아요. 관심 있는 법조인 그리고 의원들이 힘을 내면 수많은 법과 제도를 만들어올 수 있었는데요. 이제 우리들의 과제라고 한다면 사람들의 인식을 어떻게 바꿔 가느냐, 우리들의 인권 감수성을 어떻게 채워갈 수 있느냐인 것 같아요. 그래서 이 인터뷰를 보시는 분들께 ‘사회변화는 얼마든지 가능한 것이고 우리가 (일상 속의) 실천을 통해서 만들어갈 수 있다. 그렇게 함께 가자!’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보통의 연대] 릴레이 인터뷰는 "의심에서 지지로" 캠페인단이 인터뷰 진행자로 함께 하며, 여성가족부가 후원하는 2019 양성평등 및 여성사회참여확대 공모사업인 "성폭력, 의심에서 지지로" 캠페인의 일환으로 진행됩니다.
<이 인터뷰는 본 상담소 성문화운동팀 앎이 진행, 편집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