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활동 /
  • 열림터
  • 울림
  • 울림
  • 열림터
  • ENGLISH
북경행동강령 선언 후 10년 반성폭력 정책의 어제와 내일
  • 2005-09-16
  • 4069


‘북경행동강령’ 선언 후 10년, 반성폭력 정책의 어제와 내일


1995년 북경에서 열린 세계여성대회에서 채택된 ‘북경행동강령’에서는 여성에 대한 폭력 현상을 가중시키는 요인 중 하나로, 성을 고려하지 않는 법 또는 사법 시행상의 관습을 주요하게 지적했다. 그리고 각 국에 여성에 대한 폭력을 예방하고 철폐하기 위한 종합대책 강구와, 여성에 대한 폭력의 원인 결과 및 예방대책의 효과적 방법에 관한 연구 추진을 촉구했다. 이후 ‘북경행동강령’은 각국의 반성폭력 정책에 중요한 지침이 되고 있다.

미국, 영국, 호주 등에서는 70년대 이후 여성운동의 발달과정에서 여성에 대한 폭력을 인권침해로 인식하고, 여성단체들이 폭력피해여성들에게 상담과 보호시설을 제공하면서 법과 제도가 마련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는 1980년 이후 시작된 여성인권운동단체들이 적극적으로 피해자 지원과 함께 법제정을 위한 활동들을 해왔다. 이러한 국내 여성인권운동의 영향과 함께 여성폭력 방지를 위한 정부의 역할을 촉구하는 국제적인 흐름 속에서 한국 정부는 구체적으로 반성폭력 정책 - 성폭력특별법(1994)과 가정폭력방지법(1997)에 이어, 남녀차별금지법(1999), 청소년성보호법(2000), 성매매방지법(2004) 등 - 을 마련해오게 되었다.

이 글에서는 ‘북경행동강령’ 선언 이후 지난 10년간 성폭력에 관한 우리나라 정부 정책과 NGO 활동의 성과를 평가하고 앞으로의 과제를 짚어보고자 한다.

1. 반성폭력 정책의 성과와 한계

(1) 성폭력 관련 법률의 제정 및 개정
우리나라 반성폭력 정책의 근간이 되고 있는「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이하 성폭력특별법)은 북경행동강령 선언 이전인 1994년 1월에 제정되었다. 당시 여성인권운동단체들은 성폭력이 형법의 “정조에 관한 죄”로 규정되어 있어 성폭력을 폭력범죄로 인식하고 대처하는데 한계가 많음을 지적하고, 1991년부터 ‘성폭력특별법제정특별위원회’(이하 성특위)를 통해 본격적으로 입법추진운동을 벌였다. 성특위에서는 대국민 홍보와 함께 법안의 초안을 마련하여 의원발의를 하였고, 각 정당에서도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3년의 법제정운동의 성과로 법안이 제정될 수 있었다.
성폭력특별법은 형법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에 규정된 성폭력 범죄 이외에 친족에 의한 강간, 장애인에 대한 준강간,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공중밀집장소에서의 추행 등으로 그 규제범위를 넓히고 형량도 높였다. 또한 사법처리절차의 특례를 인정하고, 수사와 재판시 피해자에 대한 사생활비밀누설 금지와, 피해자가 비공개 재판을 신청할 수 있는 피해자보호에 관한 사항도 규정하고 있다. 더불어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로 하여금 성폭력 범죄를 예방하고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해, 상담소와 보호시설을 설치하고 국가가 경비를 보조하도록 하였다.
성폭력특별법은 그동안 3차례의 개정을 거쳐 피해자의 권리보호를 중심으로 보완되고 있다. 1차 개정(1997)시에는 13세 미만의 미성년자에 대한 성폭력을 비친고죄로 하고 가중처벌하며, 친족성폭력의 범위를 4촌이내의 혈족에서 2촌이내의 인척까지로 확대시켰다. 또한 수사와 재판과정에서 피해자들이 신뢰관계에 있는 사람과 동석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었다. 그리고 2차 개정(1998)에서는, 당시 몰래카메라에 의한 피해가 속출하여 카메라, 비디오 등을 이용한 성폭력 범죄를 처벌하는 조항이 신설되었다. 3차 개정(2003)에서는 13세 미만의 어린이나 장애인 성폭력 피해자의 경우 1회 진술을 위해 영상물로 진술과정을 촬영하고, 법원에 출두해야 하는 경우에도 특별히 마련된 방에서 비디오 중계장치에 의해 신문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 신설되었다.
또한 직장내 성희롱을 규제한 「남녀차별금지및구제에관한법률」의 제정과 「남녀고용평등법」의 개정이 있었다. 이 두 법에서는 직장내 성희롱을 “업무, 고용, 기타관계에서 성적인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거나, 성적언동, 기타 요구에 불응을 이유로 불이익을 주는 것”으로 정의하고, 성희롱을 예방하고 대처할 책임을 사업주나 공공기관의 장에게 묻고 있으며, 연1회 예방교육을 의무화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그리고「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2000)이 제정되어 성매매와 성폭력 피해 청소년들의 인권을 보호하고 구제하려는 노력들이 이어지고 있다.

(2) 여성정책기본계획의 수립과 전담 정책 추진기구 설치
정부의 제1차 여성정책기본계획(1998~2002)에서는 6대 기본전략과제로 ‘다양한 여성․가정복지서비스의 확충’을 계획하고 20대 정책과제로 ‘요보호여성의 복지증진’과 ‘여성에 대한 폭력의 근절’을 선정하였다.
여성폭력 관련업무는 보건복지부에서 관장하다가, 2001년 여성부가 여성정책을 기획, 종합하는 별도의 행정부처로 출범하면서 여성부로 이관되었다. 여성부는 성폭력을 요보호여성문제에서 여성의 인권문제로, 피해자 사후보호 뿐만 아니라 사전예방 확대로, 지원서비스의 단편성을 극복하고 통합적인 지원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정책으로의 전환을 표방하고, ‘가정폭력․성폭력근절 종합대책’(2002. 3)을 수립하였다.
중앙부처인 여성부는(권익증진국) 피해자 보호부분을, 법무부(여성정책담당관실)에서는 가해자 처벌부분을 맡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추진기구는 여성복지과, 가정복지과, 사회복지과, 여성아동과, 복지행정과, 여성청소년과 등의 다양한 체계로 존재하며 여성부의 계선기관은 아니다. 지방자치단체는 정부와 메칭펀드 방식으로 여성관련시설의 재정을 지원하고 여성발전기본법에 의거 지방자치단체의 여성발전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3) 법과 제도의 철저한 시행 미흡
지난 10년간 반성폭력 관련법과 제도가 빠르게 발전해온 것은 주목할 만한 성과이다. 그러나 “성폭력 범죄를 예방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며, 국민의 인권을 신장하고 건강한 사회질서 확립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 성폭력특별법의 제정취지와 정신을 충분히 살려 운영되었는가는 회의적이다. 아직도 성폭력에 대한 잘못된 통념과 남성중심적인 사법관행으로 10%미만의 고소율과, 50%이하의 기소율을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법이 보호하고 있는 피해자의 권리인 신뢰관계있는자의 동석제도나 진술녹화제도 등도 실제 운용에서 실효성이 매우 저조함이 많은 상담사례에서 드러나고 있다. 또한 각급 학교에서 연간 10시간의 성교육을 의무화하고 있지만, 성교육, 양성평등교육 등이 단편적으로 진행되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법과 제도의 운용이 피해자에만 집중되었고 가해자와 예방에 대해서는 상당히 소홀하였다. 이처럼 그동안 우리나라 반성폭력 정책은 정책추진기구도 강력하지 못했고, 예산도 충분하지 못했다.
따라서 한국사회에서 성폭력은 크게 감소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표면적으로는 증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는 성폭력의 근본원인을 제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즉, 폭력적인 관행과 관습, 문화, 의식 등을 전환시키지 못한 것이 보다 큰 원인이라고 본다.
성폭력 관련 연구나 교육, 홍보, 예방사업의 실시 측면을 보면, 정부의 연구는 우선 양적으로도 부족하고, 대부분 원활한 업무수행을 위한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오히려 정책 모니터링과 제언, 상담을 토대로 한 피해자 관점에서의 법과 제도 분석 등 많은 조사, 연구는 NGO에 의해 수행되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관련법을 모르거나, 알아도 이용하기를 꺼려하는 등 법에 대한 인지도와 신뢰도가 저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4) NGO 활동의 성장
한국사회에서 반성폭력 활동은 NGO가 주축이 되어 끌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국의 여성인권운동단체나 관련 상담소들은 서로 연대하여 법제정운동을 주도하고 법과 제도운영에 대한 모니터링을 적극 수행하고 있다. 한국은 아시아 국가 중에서도 가부장제 가족주의가 아주 강한 나라여서 1980년대 이전에는 가정폭력이나 성폭력은 사회적 문제로 인식되지 않았다. 1983년 한국여성의전화가 설립되면서 여성폭력추방운동이 시작되고, 이후 한국여성민우회(1987), 한국여성단체연합(1987), 한국성폭력상담소(1991) 등이 설립되면서 여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하며 여성폭력이 사회문제이며 범죄라는 사실을 꾸준히 제기하였다. 관련 법 제정도 NGO의 끈질긴 요구와 입법을 위한 적극적인 활동의 결과로 평가된다.

4. 과제

(1) 법에 보장된 피해자의 권리 보장
경찰이나 대검찰청에서 발표한 ‘성범죄수사 및 공판관여시 피해자보호에 관한 지침’(1999)이나 ‘대여성․아동범죄 실무 매뉴얼’(2002), ‘성폭력사건 수사실무’(2004) 등에서는 성폭력 피해의 특성을 고려하고, 피해자의 인권을 보호하면서 수사를 하도록 지침을 마련하고 있다. 또한 여성폭력전담경찰․검사제가 시행되고 있고, 앞으로는 전담 재판부도 구성할 계획이라고 한다. 성폭력특별법에는 수사와 공판과정에 신뢰관계의 자를 동석할 수 있고, 더욱이 13세미만 어린이나 장애인은 진술녹화를 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그러나 명문화되어는 있지만 피해자의 인격권과 신변보호제도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여전히 고소율도 낮고, 피해자들이 2차 피해를 입는 등의 고통을 당하고 있다. 따라서 법과 제도가 제대로 운용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노력이 요구되며, 더불어 수사․ 공판 과정의 환경 개선도 필요하다.

(2) 효율적인 피해자 지원체계 구축

▶ 의료지원과 법률지원의 확대
대부분의 성폭력 피해는 즉각적인 의료적 지원과, 후유증으로 장기적인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다행히 2000년부터 정부에서 피해자의료비를 지원하고 있고, 2004년에는 7억원의 의료비 예산이 책정되어있다. 그러나 작년의 경우, 전체 의료비의 30%만 사용되었는데, 그 원인으로 홍보부족과 집행의 미비를 들 수 있다. 따라서 의료비 지원시, 후유증 치료비 지원과 필요 서류의 최소화 등의 효율적 운용으로 많은 피해자들이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 전국 250여개가 넘는 성폭력피해자 지정병원이 피해자 진료를 기피하지 않고, 제대로 피해자 지원을 하기 위해서는 피해자를 치료하는 병원에 대한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이 선행되어야만 가능하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법률지원과 관련해서, 여성부는 대한법률구조공단과 협약을 맺고 2003년부터 무료법률지원을 시작하였다. 작년 한해동안 총 2,271건의 법률지원 중 가정폭력이 2,222건으로 전체의 97.8%를 차지하고, 성폭력피해자 법률지원은 41건으로 1.8%에 불과하다. 이는 민사사건 위주의 지원과, 형사사건의 경우 피의자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인 것으로 법률구조대상 범위의 확대가 필요하다. 또한 성폭력 피해자의 효율적인 지원을 위해 법률구조기금을 따로 조성하는 등의 활용방안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담당자가 성폭력에 대한 자세한 법률정보가 부족하거나, 오히려 성폭력에 대한 잘못된 통념으로 오히려 2차 피해를 주는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성폭력 전담 담당자가 필요하고 이들에 대한 교육이 선행되어야 한다. 더불어 법률지원의 효과적 운영과 시행을 위한 관련단체, 관련인과의 유기적인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 피해자 지원 연계망 구축
먼저 각 상담소간의 유기적인 연계망이 구축되어야 한다. 특히 성폭력과 가정폭력 문제는 복합적이고 상호 연관이 되어 있기 때문에 필요시 다양한 지원서비스들이 서로 연결되고 조정될 필요가 있다. 또한 여성위기전화 1366의 경우, 위기대처와 연계의 기능을 맡는 등의 확실한 역할의 분담이 필요하다. 그리고 전국적으로 33개소가 활동하고 있는 아동학대예방센타나 성매매 관련 상담기관이나 보호시설과의 연계도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경찰, 의료기관, 검찰, 재판부, 학교, 지역사회 등과의 유기적인 연결은 피해자 지원의 필수적인 요소라는 점에서 구체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 폭력피해 어린이와 장애인의 지원 강화
성폭력 피해 어린이와 장애인은 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진술녹화와 비디오중계에 의한 법정증언 등이 제대로 시행될 수 있도록 특별히 보호하여야 한다. 특히 장애 유형에 따른 적절한 지원이 제대로 되기 위한 재정적, 행정적 뒷받침이 절실히 필요하다.

▶ 효율적인 피해자 보호시설의 운영
현재 피해자 보호시설 이용기간은 6개월로 제한되어있어 이용에 한계가 있다. 성폭력 보호시설도 피해 후유증을 극복하고 건강한 삶을 위해 경제적 자립까지 준비할 수 있는 중기 보호시설이 현재 1개소밖에 없어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 상담소와 보호시설에 대한 재정지원의 현실화
현재 전국의 성폭력 관련 상담소 중 약 60% 정도만 정부지원을 받고 있다. 더우기 현재 지원되는 상담소의 정부 보조금 규모가 실제 지출되는 결산액의 평균 64%에 불과하다(전국성폭력상담소․보호시설협의회, 2003:49). 따라서 각 상담소에 대한 지원금의 현실화가 요구된다. 또한 미지원 상담소에 대한 지원확대를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더불어 현행 성폭력상담소와 신고제에 대한 구체적인 평가를 통해 대안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3) 현행 법의 보완
성폭력특별법의 개정으로 ① 성폭력의 개념을 성적자기결정권의 침해로 명시, ② 친고죄 조항의 폐지 및 보완(비동의 간음죄의 신설), ③ 부부강간의 처벌, ④ 강간죄의 객체 확대, ⑤ 장애인의 ‘항거불능 상태’를 요구하는 조항의 삭제, ⑥ 형사소송시 피해자의 정보권 보장 등이 되어야 한다.

(4) 수사, 공판, 의료, 상담 담당자의 교육
경찰, 검찰, 재판부 등 사법담당자 및 성폭력 피해자들을 담당하는 의료인, 상담 관계자들 전반에 대한 교육이 철저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무엇보다 성폭력의 본질에 대한 이해와 피해자의 특성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그리고 경찰의 효율적인 업무 수행을 위하여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교육 및 홍보, 상벌제 등 강력한 제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5) 종합적인 예방대책 수립과 집행을 위한 정책추진기구 강화
현재 여성폭력 관련 정책을 총괄하는 여성부만으로는 효과적으로 성폭력을 근절하기는 매우 어렵다. 폭력과 차별문제를 아우르며 법무부와 경찰청, 청소년보호위원회 보건복지부 등 관련부처들을 효과적으로 견인하고 실효성 있는 예방정책을 세우는 노력이 필요하다. 최근의 국무총리실의 ‘성매매방지기획단’과 같은 범부처 차원의 강력한 추진기구가 한 예가 될 수 있다. 여성부가 여성폭력 정책의 장․단기 청사진을 갖고 국무총리 산하의 여성정책조정회의 등을 최대한 활용하여 할 것이다.

(6) 여성폭력 관련 연구의 활성화
법이 안착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각 법 집행 국가기관별로 유의미한 통계항목들을 유기적으로 연계시켜 개발하고 이에 따른 통계자료를 지속적으로 생산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법․제도 운영의 문제점 및 개선방향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법의 실효성 제고를 위한 구체적인 작업이 가능할 것이다. 또한 전국의 상담통계를 종합 분석하고, 정기적으로 전국의 실태를 조사하여야 한다. 이와 함께 피해자의 통합적인 지원체계방안, 2차피해 요인 등에 관한 구체적인 연구도 병행되어야 한다.

(7) 여성폭력에 관한 사회적 인식의 전환
무엇보다 성폭력의 원인이 여성들의 잘못이 아니라는 사회적 인식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효과적인 홍보가 필요한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TV나 신문, 인터넷 등을 통해 정보를 얻고 있어 언론의 주목을 받지 않으면 인지도가 낮아질 수밖에 없어 이를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나 여성단체의 법 홍보활동도 법 제정 초기에 그쳤고 일상적인 법 홍보계획은 수립되어 있지 않다. 법을 인지하는 것은 성폭력에 대응하는 방법에 큰 영향을 미치므로 학교교육은 물론 각종 사회교육이나 성인교육에서 법의 내용을 정확히 교육해야 한다. 성폭력 예방과 대처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위해 다음과 같은 제안을 한다.

▶ 여성폭력근절을 위한 인권교육이 학교교육의 중요한 목표가 되어야 한다.
▶ 성교육, 양성평등교육을 포함하여 차별과 폭력 등 여성인권 전반을 다루는 구체적인 교육계획이 수립되고 실천되어야 한다.
▶ 다양한 홍보전략이 필요하다. 특히 대중매체 종사자들이 성폭력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갖게 하는 동시에 대중매체를 통한 지속적인 홍보가 이루어져야 한다.

(8) 가해자에 대한 대책 마련
성폭력은 가해자들의 재범율이 매우 높다. 이는 우리나라의 교도업무가 처벌만 되었을 뿐 교정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음을 나타낸다. 최근 집행유예 선고 대상자들에게 수강명령이나 사회봉사명령이 병행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가해자 교육은 초보단계이다. 따라서 가해자에 대한 적극적인 제도 및 프로그램 개발과 이를 위한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9) 민관 협력 체계 구축
그동안 성폭력 추방운동을 시작하고 이끌어온 민간단체와 정부의 진정한 파트너쉽은 성폭력 추방정책의 수립과 이행에 필수적으로 요청된다. 민․관의 협력체제, 파트너쉽은 수평적 관계였을 때에 가능해진다. 무엇보다 성폭력 추방을 위해 각자의 노하우와 조직 등을 적극 활용하고 협력하여야 한다.

(10) NGO 활동의 강화
지금까지의 여성폭력 관련 NGO 활동이 피해자 지원과 법제정 운동 등에 주력해왔다면, 이후에는 법, 정책의 집행과정에 대한 모니터링, 항시적인 감시와 비판활동이 요구된다. 또한 법․제도 보완 및 개선 연구를 통한 구체적 제언의 기능도 활발히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NGO 활동의 정체성을 지켜가기 위한 자성적 성찰과 함께 정부지원금에 의존하지 않을 수 있도록 경제적 자립을 고민해야 한다고 본다.

이미경(본 상담소 소장)

* 이 글은 한국여성단체연합의 베이징+10기념 심포지엄 「한국의 여성정책 10년 돌아보며 내다보며」에 발표한 “여성에 대한 폭력과 인권(1)” 부분을 요약, 수정하여 2004년 나눔터 47호 여름호에 실린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