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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자동차 직장 내 성희롱 사건, 직장 내 성희롱 문제제기 이후 불리한 조치에 대한 회사의 책임을 인정하고 유죄를 선고한 판결을 환영한다!
  • 2020-02-18
  • 1333



[공동논평]

르노삼성자동차 직장 내 성희롱 사건,

직장 내 성희롱 문제제기 이후 불리한 조치에 대한 회사의 책임을 인정하고 유죄를 선고한 판결을 환영한다!

 

 

지난 131, 수원지방법원에서 르노삼성자동차 직장 내 성희롱 사건(2018고단1046 남녀고용평등과일·가정양립지원에관한법률 위반 사건)에 대한 1심 판결이 있었다. 성희롱 피해 신고 이후 당사자에게 부당한 견책 징계, 직무정지, 대기발령 및 업무장소 제한 등 불리한 조치를 한 인사담당 부장, 부당한 견책 징계를 한 징계위원회 위원장에 대해서 각각 벌금 800만원, 벌금 400만원을 선고하였고, 불리한 업무배치를 한 상급자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하였다. 이 모든 불리한 조치를 묵과한 피고인 회사에 대해서는 벌금 2,000만원을 선고하였다.

 

이는 지난 201712, 피해자의 문제제기를 막고자 하는 기업의 의도가 드러나는 정황이 있다면 불리한 조치로 인정해야 한다는 민사소송 상의 대법원 판결에 이어, 형사재판에서도 직장 내 성희롱 피해 이후 불리한 조치에 대한 회사의 책임을 인정하고 유죄를 선고한 의미있는 판결이다. 특히 르노삼성자동차에 대해 검찰의 구형보다 높은 벌금을 판결한 재판부의 의지는 고무적이다.

 

재판부는 남녀고용평등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에게 불리한 조치를 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이 피해자로 하여금 2차 피해에 대한 염려 없이 회사를 신뢰하고 문제제기 할 수 있도록 하고, 궁극적으로는 성희롱 피해를 구제하고 예방하고자 하는 목적이 있는데, 피고인들은 이러한 법의 취지를 정면으로 훼손하였음을 엄중하게 보았다.

 

다만 아쉬운 점은 부당한 업무배치에 대한 무죄 판결이다. 피고인 상급자는 고소인이 이전에 맡고 있던 전문(고유)업무에서 고소인을 배제시키고 공통업무를 부여하였다. 재판부는 고유업무와 공통업무의 비중이 20% : 80%라는 것은 그 자체로 이례적인 업무분장일 수 있지만, 검사가 공소장에 적시하지 않은 사정에 대한 의심만으로 피고인에게 형사책임을 지울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현재 검사가 항소한 바, 이후 관련한 공소사실의 보강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평등하고 안전한 노동환경 보장은 기업의 사회적 책무이자 정의이고, 이는 법에서도 명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 사건의 피해자가 2012년에 처음 성희롱 피해를 호소한 이후 회사는 피해 회복과 조직문화 및 시스템 개선을 위한 노력은커녕 오히려 정당한 문제제기를 막으려는 부당징계와 불리한 업무배치 등 불이익한 조치를 취했다. 그 과정에서 피해자는 회사 안에서 관계적으로 고립되고 업무에서도 배제되는 등 무수한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그럼에도 노동위원회를 통하여 징계의 부당함을 인정하는 판단을 이끌어내고, 회사의 불리한 조치 판단기준을 최초로 제시한 대법원의 판례를 만들어냈다. 8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헤아리기 어려운 고통을 겪으면서도 변화를 위한 걸음을 멈추지 않은 피해자의 용기와 의지에 경의와 연대의 마음을 표한다.

 

직장 내에서 일어난 성희롱과 이후 불이익 조치에 대한 책임을 통감해야할 회사는 이번 판결에 항소했다. 과연 양심이란 것이 있는가. 지금 회사가 할 일은 성희롱이 발생할 수 있었던 조직문화에 대한 성찰과 여성노동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한 잘못과 책임을 인정하고 진심으로 사죄하고, 피해 회복과 재발방지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8년 전 르노삼성자동차 성희롱 사건의 문제제기자인 고소인은 지금도 르노삼성자동차에서 일하고 있다. 법에 근거한, 안전하고 평등한 일터를 만들어 달라는 노동자의 정당한 요청에 응답해야 할 것이다. 르노삼성은 항소를 취하하라.

 

피해자가 고용노동부에 회사 등을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으로 신고한지 6년 만에 판결이 나왔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는 미투(#Metoo)가 터져나왔고, 도처에서 직장 내 성희롱 문제가 고발되었다. 성평등한 노동환경에 대한 열망과 변화의 물결은 이미 시대의 과제가 되었다. 성희롱 피해자의 문제제기를 은폐하는 것은 이제 용납되지 않는 사회적 문제이며, 회사에게는 성평등한 노동환경을 만들어야 할 적극적 책임이 있음이 이번 판결을 통하여 재확인되었다. 직장 내 성희롱을 증언하며 안전한 노동환경을 만들고자 했지만 오히려 회사로부터 불이익한 조치를 받은 노동자와 조력자들에게, 이번 판결이 이제는 변할 수 있다는 희망과 정의로운 사회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기를 바란다. 또한 이러한 바람과 시대적 요구에 걸맞는 2심 재판부의 빠른 진행과 올바른 판단을 기대한다.

 

 

2020218

르노삼성자동차 직장 내 성희롱 사건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다산인권센터, 여성노동법률지원센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여성위원회,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한국노동조합총연맹,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노동자회, 한국여성민우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