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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제1426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 "STOP! 전시 성폭력,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부터"
  • 2020-02-21
  • 1303

지난 2월 12일,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제1426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이하 '수요시위')”의 주관단체로 참여해 시위를 준비, 진행하였습니다. 정의기억연대가 주최하는 수요시위는 1992년부터 시작해 28년간 계속되고 있습니다. 제1426차 수요시위에서 상담소는 "STOP! 전시 성폭력, 일본군성노예제문제해결부터"라는 제목으로 전시 성폭력 문제를 조명하고자 했습니다. 홍보 포스터에서부터 피켓, 성명서 등을 통해 전시 성폭력의 종식 의지를 표현했습니다.


제1426차 정기 수요시위 포스터. ‘전시 성폭력 문제 해결될 때까지 전쟁은 아직 끝난 게 아니다’


비 예보가 있었기 때문에 시작 전부터 걱정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참석해주신 시민분들의 열기와 외침 덕분에 비가 내리는지 모를 정도였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영향이 있었음에도 여러 단체, 개인, 가족 단위의 많은 참가자들이 오셔서 자리를 지켜주셨습니다. 상담소의 활동가들도 우비를 벗어 던지고 열정적인 공연을 보여주셨습니다.


수요시위의 사회를 보고 있는 민아 활동가
우비와 우산을 쓰고 수요시위를 채워준 참가자들


사회는 한국성폭력상담소의 민아 인턴활동가가 맡았습니다.

다 함께 성명서의 구호를 외치고 수요시위를 시작했습니다.


하나. 일본 정부는 전쟁 범죄를 인정하고 피해자에게 공식 사죄하라

하나. 일본 정부는 국가적으로 자행된 전시 성폭력 진상을 규명하고 피해자에게 법적 배상하라

하나. 일본 정부는 역사 왜곡을 바로잡고, 전쟁과 폭력이 반복되지 않도록 진실과 정의를 교육하라

하나. 한국 정부는 피해자의 관점으로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를 적극 해결하라

하나. 전쟁을 멈춰라! 전시 성폭력을 즉각 중단하고 초국가적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


첫 순서는 수요시위를 여는 공연 <바위처럼> 이었습니다.

상담소의 활동가들이 힘찬 율동을 해주셨고 간주 중간에는 현수막 퍼포먼스가 있었습니다.


상담소의 활동가들이 '바위처럼' 힘찬 율동

‘바위처럼’의 현수막 퍼포먼스 중인 상담소 활동가들. ‘STOP! 전시성폭력,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부터’


♬♪ 바위처럼 ♬♪

바위처럼 살아가보자 / 모진 비바람이 몰아친대도

어떤 유혹의 손길에도 흔들림없는 / 바위처럼 살자꾸나

바람에 흔들리는 건 / 뿌리가 얕은 갈대일 뿐

대지에 깊이 박힌 저 바위는 / 굳세게도 서 있으니

우리 모두 절망에 굴하지 않고 / 시련 속에 자신을 깨우쳐가며

마침내 올 해방세상 주춧돌이 될 / 바위처럼 살자꾸나


이어서 주최단체인 정의기억연대 한경희 사무총장의 경과보고가 있었습니다.

아래는 경과보고의 일부를 정의기억연대 홈페이지에서 발췌한 글입니다.


“피해자의 고통에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들, 진실을 못 보고 왜곡하는 사람들, 자기들만의 잔치로 끝난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그것의 면면들은 일본의 우익들, 피해자가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그 정부, 정치인들, 그 사람들에게 힘이 되고 또 그 사람들로부터 힘을 받고 점점 그 힘을 키워나갈 수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굉장히 가슴 아프지만, 역사가 왜곡되지 않도록 진실이 가려지지 않도록 하는 이 외침, 이 연대를 더 공고히 하고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오늘 이 자리에 모여 계시는 여러분과 함께 갔으면 좋겠다.”


“며칠 전 문재인 대통령은 강제동원과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의 문제는 피해자 중심주의 원칙에 입각해서 해결해야 한다, 그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라고 말했다. 한국정부는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해결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렇게 실행해야 한다.”


따뜻하고 조곤조곤하게 경과보고와 할머니의 삶 소개를 하는 정의기억연대 한경희 사무총장


일본군성노예제 피해 할머니의 삶 소개가 이어졌습니다.

이날은 비가 많이 오는 관계로 할머니의 삶 소개 종이를 나눠드리지는 못했습니다. 대신 정의기억연대 활동가분께서 캄보디아에 사셨던 이남이 할머니의 삶을 소개해주셨습니다.


다음으로 참가단체 소개와 자유발언이 있었습니다.

강원대학생진보연합, 한국대학생진보연합, 메이지가쿠인대학교 아베 코기 교수님과 학생들, 연세대학교 민주동문회, 국민대 평화의소녀상 건립위원회 세움, 예일여자고등학교, 마리몬드, 유튜브 맹탱벼, 비건 지향 페미니스트와 친구들이 참여해주셨고 이외도 친구, 가족 단위의 참가자가 많았습니다.


자유발언은 한국성폭력상담소의 채연 인턴활동가가 열었습니다.

김복동 여성인권평화운동가의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을 향한 용기 있는 싸움을 기억하며, 김복동의 삶을 이어가고자 하는 채연 활동가의 의지가 느껴졌습니다.


자유발언 중인 상담소의 채연 활동가

채연 활동가의 자유발언

안녕하세요, 여성 인권과 평화를 위해 평생을 날았던 할매 나비 김복동을 따라 날고자하는 젊은 나비 채연입니다김복동 할머니가 남기셨던 말과 기록은 제가 차별과 폭력의 경험으로부터 삶을 이어나가고싸움을 지속하는 데에 큰 힘을 주셨습니다제가 너무나도 존경하는 여성인권평화운동가 김복동 할머니에 대한 기억을 함께 나누고자 이 자리에 섰습니다.


오늘도 비가 많이 오지만, 더우나 추우나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주 수요일 이곳에서 전해주셨던 희망을 기억합니다.


전시 성폭력은 전쟁 중 발생하는 부수적인 피해가 아니라, 적극적인 전쟁의 무기로서 사용된다는 것은 이미 밝혀졌습니다. 특히 일본군 성노예제는 국가에 의해 계획적으로 조직, 동원되었던 가장 잔인한 반인륜적 범죄입니다. 끝 모를 전쟁과 고통 속에서 살아남아, 책임을 회피하고 범죄를 은폐하려는 일본 정부 앞에서 사죄와 배상을 외쳤던 당당한 모습을 기억합니다.


전쟁이 끝난 후라도, 여성들이 전시 성폭력으로 입은 피해는 치유되기까지 많은 어려움을 겪습니다. 제대로 된 진상규명과 사죄와 배상이 이루어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성폭력을 피해자의 수치로 여기는 사회에 의해 2차 피해를 겪습니다. 한국 사회 또한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럼에도 성폭력 생존자의 발화를 억압하던 사회에 맞서 피해를 증언했던 용기를 기억합니다.


여전히 세계 곳곳에서 전쟁과 함께 자행되고 있는 전시 성폭력은 지금도 많은 여성들을 삶의 경계에 서있도록 만듭니다. 고통받는 여성들의 손을 잡고 전쟁 없는 세계를 만들고자 했던 김복동의 꿈을 기억합니다.


UN 인권위원회는 전시 성폭력이 여성의 낮은 사회적 지위의 결과이며, 무력 갈등은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을 극대화함을 명확히 지적하고 있습니다. 일본군 성노예제와 전시 성폭력 문제의 해결은 오늘날 여성에 대해 가해지는 폭력의 해결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에 맞서 성평등을 향해 나아가는 우리는 김복동입니다.


전시성폭력 문제 해결될 때까지 전쟁은, 우리의 싸움은 아직 끝난게 아닙니다. 전쟁 없는 세상, 모두가 안전하고 자유롭게 살 수 있는 세상이 올 때까지 열심히 싸워서 이깁시다. 우리는 이길 수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김복동이니까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단지 반일 감정 때문이 아니라, 일본은 역사의 죄인이기 때문에 우리 국민이 끝까지 일본의 반성과 사과를 받아내야 한다는 강원대학생진보연합 노규연 대표,


대학에서 처음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접한 후, 적극적으로 문제해결을 위해 함께 노력하고 싶다는 메이지가쿠인대학교 미유 카츠야마, 


류석춘 교수의 ‘위안부’ 발언을 규탄하며 교수 파면과 문제해결을 촉구한 연세대학교 민주동문회 한동건 회장의 발언이 있었습니다.


자유발언 참가자분들의 힘찬 외침 덕분에 시위 현장의 열기가 더 뜨거워지는 듯했습니다.


문화공연으로 <One Billion Rising 싸우는 여자가 춤춘다>의 공연도 있었습니다. 여는 공연 <바위처럼>과 마찬가지로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준비했습니다.

손에 질끈 감은 빨간 끈은 여성에 대한 폭력을 끝장내겠다는 전사의 의지를 연상시켰습니다. 자기방어훈련 동작을 응용한 안무에 맞춰 절도있게 내지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One Billion Rising  음악에 맞춰 힘있게 동작을 펼치고 있는 모습
One Billion Rising  음악에 맞춰 힘있게 동작을 펼치고 있는 모습


마지막으로, 상담소의 낙타, 앎 활동가께서 함께 제1426차 정기 수요시위 성명서를 낭독해주셨습니다.


STOP 전시 성폭력!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부터

- 제1426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 성명서 -


일본군성노예제란 1930년대부터 1945년 일본이 패전할 때까지 일본군이 점령지와 식민지 여성들을 성노예, 이른바 ‘위안부’로 동원하여 조직적·제도적으로 강간, 착취, 학대했던 전쟁 범죄를 말한다. 일본군성노예제 피해자가 소속된 국가는 35개국에 달한다. 피해자는 2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1991년 故 김학순 님이 처음 피해 경험을 증언한 이래로 240명의 용기 있는 분들이 정부에 피해자로 등록하고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해 나섰다. 1992년부터 시작된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는 28년간 꾸준히 이어져 어느덧 1426회에 이르렀다.


전시 성폭력은 모든 분쟁 지역에서 즉각적·우발적으로 발생하는 통제 불가능한 범죄가 아니다. ‘정책’에 따라 전략적으로 통제되거나 수행되는 전쟁 도구로서의 범죄다. 연구에 따르면 무장조직이 구성원들에게 민간인을 존중하도록 철저히 교육하고, 성폭력을 철저히 금지하며, 효율적인 감시 체계가 존재하는 경우에는 전시 성폭력이 일어나지 않는다. 피해국이 강경하게 대응하거나 국제법과 국제 인권 규약이 적용되는 경우에도 함부로 전시 성폭력을 저지르지 못한다. 반면, 1994년 르완다 제노사이드(종족학살) 당시 후투족 정권은 투치족을 말살하기 위한 수단으로 약 3개월간 25만 명 이상의 투치족 여성들을 집단 강간하고 악의적으로 HIV/AIDS에 감염시켰다. 2015년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IS’는 조직원들을 위해 성폭력을 어떤 경우에 허용하고 어떤 경우에 금지하는지에 관한 규정을 담은 ‘성폭력 안내서’를 새로 발간하기도 했다.


일본군성노예제도 일본군의 주도하에 엄격한 관리와 감독, 통제를 받으며 운영되었다. 일본군이 무분별한 전시 성폭력으로 인해 성병에 걸리는 것을 방지하려는 목적이었다. 전시 성폭력 자체를 금지하는 대신 '군 위안소'를 만들어 체계화된 전시 성폭력을 자행했고, 피해자들에게 주기적으로 성병 검진을 받게 했다. 가부장적 제국주의는 점령지와 식민지 여성들을 비인격화된 '전리품'으로 여기고 성 욕구를 해소하기 위한 도구로만 바라보았다. 피해자들의 인권과 존엄성은 무참히 짓밟혔다. 그런데 일본은 아직도 국가적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피해자를 배제한 '2015 한일합의'를 통해 일본군성노예제 문제가 최종불가역적으로 종결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진정한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이란 무엇인가? 그동안 피해자들은 여성인권·평화 운동가로 활동하며 소리높여 외쳤다. 형식적인 '화해'가 아니라 공식 사죄와 법적 배상, 전범자 처벌이 이루어져야 한다. 아픈 역사를 덮고 잊는 것이 아니라 진상을 규명하고, 기록하고, 추모하고, 교육함으로써 두 번 다시 전쟁을 명목으로 여성과 아동에 대한 인권유린을 용인하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일본군성노예제뿐만 아니라 지금도 전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시 성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故 김복동 님은 '나비기금'을 남겨 우간다, 코소보, 콩고 등의 전시 성폭력 피해 여성들을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일본은 무엇을 했는가? 세계 각지에서 '평화의 소녀상'을 철거하도록 압박하고, 우간다에 '김복동 센터'를 설립하지 못하도록 방해했다. 살아계신 피해자 19명과 연대하고 돌아가신 피해자들의 유지를 잇기 위해 모인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하나. 일본 정부는 전쟁 범죄를 인정하고 피해자에게 공식 사죄하라

하나. 일본 정부는 국가적으로 자행된 전시 성폭력 진상을 규명하고 피해자에게 법적 배상하라

하나. 일본 정부는 역사 왜곡을 바로잡고, 전쟁과 폭력이 반복되지 않도록 진실과 정의를 교육하라

하나. 한국 정부는 피해자의 관점으로 일본군성노예제 문제를 적극 해결하라

하나. 전쟁을 멈춰라! 전시 성폭력을 즉각 중단하고 초국가적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


2020년 2월 12일


제1426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 참가자 일동

한국성폭력상담소


성명서를 낭독하고 있는 앎 ,  낙타 활동가


행사의 사회자 역할을 하는 것은 처음이라, 잘 할 수 있을지 막연했습니다. 사회에 집중하느라 한 분 한 분의 발언에 제대로 귀 기울이지 못한 것, 우산에 가려 참석한 분들의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한 것도 아쉬웠습니다. 다행히 활동가분들과 참석한 시민분들께서 잘 호응해주셔서 긴장하지 않고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행사를 준비하고,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모여서 구호를 외치는 이런 경험을 할 수 있어서 뜻깊고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이번 수요시위를 함께 준비한 민아 활동가 "여러분의 관심과, 기억하기와, 이러한 외침이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 뿐만 아니라 전시성폭력의 근절과 평화를 이끌어내는데 큰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꾸준한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이번 수요시위를 함께 준비한 채연 활동가 "전쟁 없는 세상, 모두가 안전하고 자유롭게 살 수 있는 세상이 올 때까지 열심히 싸워서 이깁시다. 우리는 이길 수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김복동이니까요."

- 이 글은 한국성폭력상담소 인턴활동가 민아가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