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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에 대한 폭력과 혐오, 사법부가 공범이다 -정준영과 최종훈의 항소심 판단을 규탄하며-
  • 2020-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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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에 대한 폭력과 혐오, 사법부가 공범이다
- 정준영과 최종훈의 항소심 판단을 규탄하며 -


‘#n번방은_판결을_먹고_자랐다’는 SNS 해시태그를 뒷받침할 또 하나의 판결이 나왔다. 지난 12일 서울고법 형사12부(부장판사 윤종구)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특수준강간) 등 혐의를 받고 있는 정준영과 최종훈의 항소심에서 각각 징역 5년과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2심 형량은 1심에 비해 정준영은 1년, 최종훈은 절반이나 깎였다.

재판부는 정준영은 “공소사실 모두를 인정하는 건 아니”라면서도 “진지한 반성”을 했다고, 최종훈은 ‘피해자와의 합의’를 이유로 형량을 반토막 냈다. 공소사실을 다 인정하지도 않은 범죄자의 무엇이 ‘진지한 반성’인가? 또한 언론에 따르면 재판부는 판결 당일 “선남선녀가 만나 술을 마시다가 성적인 접촉을 하고 성관계를 했을 경우 국가형벌권은 어떤 경우에, 어느 한계까지 개입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한다. 이는 항거불능 상태의 피해자에 대해 집단 강간을 모의하고 실행한 범죄를 대등한 남녀 사이에서 일어날 수 있는 ‘우발적인 일’ 쯤으로 인식한 재판부의 부적절한 시각을 여실히 드러내는 말이다. 우리는 성폭력에 대한 남성중심적 인식과 편견을 드러낸 재판부에 분노하며 강력하게 규탄한다.


부산성폭력상담소(2018.4.24.~2020.1.9 부산‧경남 디지털성폭력사건 판결분석)에 따르면, 그동안 사법부는 ‘반성’(86.3%)했다고, ‘초범’(76.5%)이어서, ‘나이가 어려서’(17.6%), 또는 ‘직접 피해를 야기하지 않았’다거나(7.8%), ‘유포하지 않아서’(19.6%)라는 이유를 달아 범죄자들을 선처했다. 심지어 ‘동종 전과가 없다고’, ‘벌금형 이상의 전과가 없다고’ 감경해 어떻게든 감경을 해주려는 태도를 보였다. 이런 사법부의 성폭력에 대한 편견과 디지털성폭력에 대한 무지, 그리고 범죄자의 편에 선 판결이 바로 여성에 대한 혐오와 폭력을 만드는 구조임을 사법부는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오는 5월 17일은 ‘강남역 여성살해 사건’이 발생한지 4년이 되는 날이다. 지난 4년 동안 여성들은 여성에 대한 폭력과 혐오를 양산하고 공고화하는 사회구조와 강간문화를 바꾸기 위해 끊임없이 외치고 요구해왔다. 하지만 4년이 지난 지금도 편견 가득한 남성중심적 시각의 판결을 마주해야 하는 참담한 현실에 분노한다. 더 이상 부정의한 판결이 새로운 범죄를 양산하는 자양분이 되어서는 안 된다. 사법부는 이러한 사실을 직시하고 제대로 된 판결로 여성에 대한 폭력과 혐오 없는 사회를 위한 사법정의를 실현할 것을 촉구한다.


2020년 5월 15일
한국여성단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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