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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법체계, 비동의강간죄로 만들자 - 정의당 류호정 의원 등 13인 비동의강간죄 발의에 부쳐
  • 2020-08-12
  • 1713



<‘강간죄개정을위한연대회의 2020.08.12.>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법체계,

비동의강간죄로 만들자

- 정의당 류호정 의원 등 13인 비동의강간죄 발의에 부쳐

 

 

2020812, 정의당 류호정 의원의 대표 발의로 강간죄 판단기준을 동의여부로 바꾸는 형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이른바 비동의강간죄개정안이다.

 

비동의강간죄 개정은 여성인권운동단체들이 1991년 성폭력특별법 제정 운동 당시부터 촉구해온 숙원 의제였다. 그동안 반성폭력 운동은 1995년 성폭력범죄를 규정하는 형법 제32장의 제목을 정조에 관한 죄에서 강간과 추행의 죄로 변경하고, 2013년 법이 인정하는 성폭력 피해자를 부녀에서 사람으로 확장하는 등 유의미한 변화를 만들어냈으나, 성폭력 관련 법체계 자체를 바꾸지는 못했다. 그러다가 2018년 미투운동, 2019년 장학썬(장자연·김학의·버닝썬) 사건, 2020N번방 사건 등을 지나오면서 성폭력에 대한 인식과 법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할 필요성이 다시금 강력하게 대두되었다.

 

현행 법체계의 근간은 구시대적 정조이데올로기

 

1953년 형법 제정 당시 입법자들은 성폭력을 정조에 관한 죄로 바라보았고, 여성의 정조를 소유 가능한 것으로 보는 가부장의 관점에서 현행 법체계를 구축했다. 강간죄 구성요건은 폭행 또는 협박으로 규정되었는데, 법률가들은 이를 최대한 협소하게 해석해 상대방의 반항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최협의설)’ 폭행 또는 협박이 있어야만 강간으로 인정했다.

 

정조를 중심으로 세워진 성폭력 관련 법체계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대법원 판례는 성폭력을 성적 자유 또는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의 죄로 판시하고 있고, 사회적으로도 동의 없는 성적 언동을 성폭력으로 바라보는 인식이 널리 확산되고 있지만, 강간죄 구성요건은 변함없이 폭행 또는 협박이다. 보수적인 재판부는 아직도 피해자의 성 이력과 저항 여부를 따지고,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성관계를 한 것은 인정되지만, 강간은 무죄라는 판결을 선고한다. 성폭력 관련 법체계를 동의를 중심으로 재구성해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현행법의 사각지대, 직접적인 폭행·협박 없는 강간 71.4% 강간죄 불기소율 51.1%

 

형법 제297조 강간죄는 사실상 성폭력의 기본 유형으로 인식된다. 따라서 강간죄 개정은 단순히 한 개 법 조항을 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성폭력 관련 법체계와 인식을 전반적으로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강간죄 구성요건을 폭행 또는 협박에서 동의여부로 바꾸는 것은 동의 없는 성교가 곧 강간이며 성폭력의 보호법익은 피해자의 인권임을 천명하는 것이다.

 

비동의강간죄 개정은 그동안 법의 사각지대에 있던 성폭력 피해사례를 구제할 것으로 기대된다. 20191월부터 3월까지 전국 66개 성폭력상담소에 접수된 강간(유사강간 포함) 상담사례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성폭력 피해사례 총 1,030명 중 직접적인 폭행 또는 협박 없이 발생한 성폭력 피해사례는 71.4%(735)에 달했다. 현행법상으로는 이러한 성폭력을 처벌하기 어렵다. 대검찰청 2019 검찰연감에 따르면 형법상 성폭력범죄가 불기소된 비율은 46.2%이고, 강간죄가 불기소된 비율은 51.1%로 더 높다.

 

폭행 또는 협박을 엄격하게 해석하는 최협의설은 성폭력 문제해결을 더욱 어렵게 한다. 일부는 최협의설이 이미 폐기되었다고 주장하지만, 성폭력 피해자를 상담·지원하는 현장에서 체감하는 바로는 그렇지 않다. 일례로 해군 상관에 의한 성소수자 여군 성폭력 사건 2심은 피해자는 비록 그 자체로 공포감을 느끼게 되어 그 후로 아무런 거부를 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객관적으로 상대방의 몸을 누르거나 팔을 잡는 행위는 성관계를 시작하면서 수반되는 일반적인 동작이어서 위와 같은 행위가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강간의 수단인 폭행이 인정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라며 강간치상죄 무죄를 선고했다(고등군사법원, 2018).

 

게다가 현행법과 국민의 법감정이 괴리되어 있는 현실은 가해자의 무고죄 남용을 유발하고 있다. 피해자는 동의 없는 성교를 강간이라고 생각해 고소하는데, 법은 여전히 '폭행 또는 협박'이 있었는지 따지므로 구성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거나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불기소 또는 무죄가 나올 수 있다. 이를 악용하는 가해자는 적반하장으로 피해자를 무고죄로 고소하거나 고소하겠다고 협박한다. 특히 '성범죄 전문'을 자처하는 가해자 변호사 업계가 시장화되면서 가해자의 보복성 역고소가 무분별하게 남발되고 있다. 성폭력 관련 법체계를 동의여부를 중심으로 개정하면, 불필요한 성폭력 무고 논쟁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다.

 

폭행·협박·위계·위력 등 특정한 경우에는 동의 없음으로 간주해야

 

비동의강간죄를 성적 침해의 죄로 본다면, 구성요건인 동의 없음은 단순히 피해자가 거부 또는 저항했는지가 아니라 피해자가 자유의사로 동의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할 것이다. 이처럼 동의의 조건이 강조되는 이유는 설령 형식적·표면적으로 동의가 있는 것처럼 보여도 피해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성폭력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가해자가 피해자를 폭행 또는 협박해서 피해자의 내심에 반하는 동의를 받아냈다면? 피해자가 가해자의 위계(僞計, 속임수)에 속아서 가해자의 행위를 의료행위로 오인해 동의했다면? 가해자의 위력이 피해자에게 너무 큰 영향을 미쳐서 피해자가 가해자의 행위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면? 피해자가 자유의사로 동의할 수 없는 상황에서 동의여부를 따지는 것은 오히려 부정의 할 수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동의 없음으로 간주하고 처벌해야 할 것이다.

 

대법원은 성폭력범죄의 재판에서 피해자에 대하여 이루어진 행위에 대하여 피해자의 동의가 있었는지 여부는 그 행위의 경위 및 태양, 피해자의 연령, 범행 당시의 정황 등 여러 가지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볼 때 그 행위로 인하여 피해자의 성적 자유 또는 성적 자기결정권이 침해되었는지를 기준으로 삼아 구체적·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9.6.13. 선고 20193341 참조)”라고 동의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을 판시하고 있다.

 

피해자의 관점으로 성폭력 관련 법체계 정비, 용어 변경 필요

 

현행법은 동의 없는 성교를 강간죄와 유사강간죄, 준강간죄, 위계·위력에 의한 간음죄 등으로 구분하고 법정형에 차등을 두고 있다. 이러한 법체계는 (최협의설에 따르는) ‘폭행 또는 협박이 있어야만 강간이라고 인정하고 성폭력의 경중을 따지던 구시대적 관점에서 비롯되었다.

 

용어상으로도 현행법은 강간죄만 강간으로 규정하고 그 밖의 성폭력범죄는 간음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폭행 또는 협박이 없으면 간음일 뿐 강간은 아니다라고 바라보는 관점을 드러낸다. ‘간음(姦淫)’부정한 성관계를 함. 주로 배우자 이외의 사람과의 성관계 따위를 이른다라는 사전적 의미로 정의되는데(표준국어대사전), 이처럼 가치판단적인 용어를 성폭력범죄에 사용하는 것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 심지어 법원은 오랫동안 간음의 사전적 의미를 근거로 부부강간죄를 인정하지 않았다. ‘강간강제적인 간음이고 배우자 간 성관계는 간음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배우자는 강간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2013년에야 비로소 부부강간죄를 인정했다.

 

특히 준강간죄는 강간에 준하는 범죄’, 유사강간죄는 강간과 유사한 범죄라는 뜻을 담고 있다. 피해자의 관점으로 성폭력을 바라본다면 성립할 수 없는 용어다. 피해자 대부분은 강간죄와 그 밖의 성폭력범죄가 분열되어있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며, 자신의 피해 경험을 강간으로 인식한다. 실질적으로 피해자에게 발생하는 성적 침해는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폭행 또는 협박을 중심으로 분열된 현행 법체계는 피해자의 관점을 무시하고 불필요한 혼란만 유발하고 있다. 성폭력 관련 법체계를 동의여부를 중심으로 재정비하고, 피해자의 관점으로 관련 용어를 변경할 필요가 있다.

 

비동의강간죄 개정은 세계적인 추세

 

UN 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한국 정부에 강간죄를 포함하여 성폭력을 신변 안전 및 육체적, 성적, 정신적 통합성(integrity)의 권리를 침해하는 범죄로규정하고, “성폭력범죄의 정의를 피해자의 자유로운 동의 없음을 중심으로 개정하도록 권고했다(2017년 일반권고 제19호 제35(e), 2018년 제8차 한국 정부 성평등 정책 심의 젠더에 기반한 여성에 대한 폭력(Gender Based Violence)’ 분야 첫 번째 권고).

 

스웨덴, 캐나다, 영국, 독일, 아일랜드, 호주, 미국(11개 주) 등 해외 각국에서는 이미 국제협약과 국제적 기준에 따라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또는 동의 없는성적 침해를 성폭력으로 규정하여 처벌하고 있다. 국제형사재판소와 유럽인권재판소 등 국제 재판소들도 동의여부를 기준으로 성폭력을 판단하고 있다.

 

국회는 더이상 책임을 미루지 마라

 

비동의강간죄 개정은 미투운동이 남긴 시대적 과업이었다. 20대 국회에서는 여야 5개 정당이 비동의강간죄 개정을 다룬 10개 법안을 발의했으나 회기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4.15 국회의원 선거 기간에는 강간죄 판단기준을 동의여부로 바꾸는 데 찬성하십니까?”라는 시민들의 질문에 응답한 후보자 206명 중 204명이 찬성합니다라고 응답했고, 그중 45명이 당선되었다(https://call21st.works/). 당선자들이 비동의강간죄 개정에 대하여 책임 있게 논의를 이어가길 바란다.

 

21대 국회가 개원한 후 68일에는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 등 14인이 강간죄 구성요건을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로 개정하는 비동의강간죄 개정안을 발의했다. 812일에는 정의당 류호정 의원 등 13인이 강간죄 구성요건을 동의 없이로 개정하는 비동의강간죄 개정안을 발의했다. 특히 이번에 발의된 류호정의원안은 정조에 관한 죄를 전제로 만들었던 성폭력 관련 법체계를 성적 침해의 죄로서 재정비했고, 가부장의 관점으로 분열돼 있던 성폭력범죄를 통합해 피해자의 관점으로 재구성했다.

 

비동의강간죄 개정안 발의를 환영하며, 국회가 하루속히 관련 법안을 심의하고 의결하길 촉구한다.

강간죄 판단기준을 동의여부로 개정하라.

 

2020812

 

강간죄개정을위한연대회의

(210개 단체/중복기관수 제외)

댓글(3)

  • 근조여성운
    2020-08-15

    우리나라 여성운동은 죽었다.

    박원순 시장을 죽이고 여성운동을 죽인 것은 이미경 소장의 책임이다.

  • 세모스
    2020-08-12

    단체수가 200여개가 동의하면 법 개정이 되나, 그건 너희 단체들 주장일뿐이다.

    예전 환경운동이 실패한 이유를 돌아봐야 한다.

    지금의 페미운동은 예전 환경운동의 전철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비동의 강간죄가 그렇게 중요한 것이라면, 겨우 13인 의원만 동의하나 ,

    그래도 차별금지법 보다 3명이 더 동의했으니 나름 성공?















  • 반대합니다
    2020-08-12

    반대합니다.

    박원순 전시장의 성추행 혐의와 자살사건의 진상이 모두 다 밝혀 지기 전에는 어떠한 것에도 반대합니다.

    이미경 상담소장이 직접 모든 것을 밝혀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