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읽기 소모임에서 처음으로 소설을 다루었습니다. 내가 발 붙인 답답한 서울이 아니라 허구라 생각하니 읽는 마음이 조금은 가벼웠던것 같습니다.
첫 장부터 가계도가 나와 당황했고, 당연히 앞으로 적잖이 이 첫 페이지를 자주 방문하겠구나 싶어 가계도 모서리에 책갈피를 꽂아놓고 시작했습니다.
예술가와 후손들의 삶을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따지고 보면 등장인물은 많지 않습니다. 가계도에 나온 인물들이 전부입니다. 이들은 구김이 없고 서로 의지하며 살아갑니다. 남녀 성 역할에 경중을 두지 않으며 그 중 제일 이성적인 사람이 리더를 맡고 책임을 집니다. 나머지는 자연스럽게 따르며, 리더는 누구라도 이해할 수 있게 다독이며 이끌어나갑니다. 처음엔 이들의 삶의 분위기가 보통 가족들의 그것과는 너무나 달라 어색했습니다. 그렇다고 껄끄럽진 않았고 그 색다른 관계와 그 때문에 오가는 대화들이 재미있습니다.
이 책에서 다룰 주된 이슈는 '어머니 심시선의 10주기 제사'. 심시선은 생전에 제사의 불필요에 대한 확고한 발언들을 했었고 자신의 제사 또한 지내지 말아달라는 당부하고 떠났습니다. 이들은 10년째 그 당부를 따랐지만 왠지 올 해는 그냥 넘기지 말아야 할것 같았습니다. 그렇다고 전부치고 절하는 평범한 제사는 아니었습니다. 고인과의 여행을 기획합니다. 하와이에서의 제사.
“이걸 보기위해 살아있었구나 싶게 인상깊었던 순간을 수집해 오기로 하는 거예요. 그 순간을 상징하는 물건도 좋고, 물건이 아니라 경험 그 자체를 공유해도 좋고,"
지금 사회의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사람들과 앞으로 남겨질 그 후손들의 이야기를 미리 본것 같았습니다. 가족, 여성, 남성, 갑과 을에 관한 새로운 기준들을 적립하고 그 이야기들을 자식들에게 자신의 삶을 통해서 가르칠 사람들. 그 새로운 시선, 심시선이 상속해준 재산은 ‘바른 시선'이 아닐까 하고 끼워맞춰 보았습니다. 그의 예술과 삶, 이야기들이 후손들로 하여금 세상을 바르게 보는 시선을 가지고 올곧게 살아가게 할 유산이 된것 같았습니다.
한가지 덧붙이자면, 모임중에 '나혜석 작가'의 이야기를 듣게되었고, 후에 작가의 그림들을 찾아보았는데 그 중 몇 작품은 꽤나 아름다웠습니다.
<이 후기는 소모임 참여자 조성준님이 작성해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