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7일, 법무부와 보건복지부는 '낙태죄' 관련 형법 개정안과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습니다. 이른바 '정부 입법예고안'이 실체를 드러낸 것입니다.
정부 입법예고안은 2019년 4월 11일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에도 불구하고 형법상 '낙태죄'를 존치하는 것을 목적으로 구성되었습니다.
형법 개정안은 이미 헌법재판소가 위헌성을 인정한 '낙태죄' 즉 형법 제269조와 제270조를 그대로 유지하고, 모자보건법상 예외조항을 형법 제270조의2로 옮겨 '낙태죄' 처벌 기준을 구체화, 세분화하며 여성에게 상담의무 및 숙려기간을 부과하고 있습니다. 이제 맞춰 모자보건법 개정안은 임신·출산 상담기관의 운영·설치·지정, 임신중지에 대한 의료인의 진료 거부 예외적 인정, 미성년자의 경우 법정대리인의 동의 요구를 원칙으로 하되 예외조항 마련 등을 골자로 합니다.
즉, '처벌과 허용'이라는 이원화 체계를 유지하고 의료접근성을 현저히 낮춰, 국가가 국민의 성·재생산을 '통제'하는 법을 오히려 강화한 것입니다. 그동안 여성계에서 강조해온 임신중지 전면 비범죄화, 재생산권 및 의료 접근성 보장 등 요구를 전혀 반영하지 않은 법안이었습니다. 당황스럽고 분노했습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낙태죄' 관련 모자보건법 일부개정안 입법예고에 관한 의견서<전문보기 클릭> |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낙태죄’ 관련 모자보건법 일부개정안에 대한 의견서<전문보기 클릭> |
형법 입법예고안 보고 내 의견 제출하기(11월 16일까지)<클릭> 모자보건법 입법예고안 보기(의견제출 마감 10월 19일)<클릭> |
이에 2020년 10월 8일,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은 문재인 정부 입법예고안 규탄 기자회견 <처벌의 시대로 되돌아갈 수 없다! '낙태죄' 완전 폐지하라!>를 진행했습니다.
사회를 맡은 앎(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는
"오늘 우리는 아직도 여성의 삶과 권리를 국가가 통제하려고 하는 문재인 정부를 규탄하기 위해 바로 이 곳, 청와대 앞에 모였습니다. 정부가 임신중지를 처벌하는 형법상 '낙태죄' 조항을 유지하고 상담의무제, 숙려기간, 의사의 신념에 따른 외료 거부 인정 등을 포함하는 형법,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기 때문입니다. 2019년 4월 11일 '낙태죄'의 위헌성을 인정한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을 거스를 뿐 아니라 시대를 역행하는 정부의 입법예고안에 강한 분노와 탄식, 유감을 표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라고 말하며 기자회견을 시작했습니다.
먼저 나영(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SHARE) 활동가가 규탄 성명을 낭독했습니다.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성명] 문재인 정부의 입법예고안은 기만이다. ‘낙태죄’를 형법에서 완전 삭제하고 성과 재생산 권리 보장하라! <전문보기 클릭> |
이어서 항의 퍼포먼스가 있었습니다. 활동가들이 피켓 위로 드러눕는 다잉 퍼포먼스였습니다.
퍼포먼스를 진행하는 동안 사회자는
"그동안 우리들은 성과 재생산 권리를 보장하고 처벌도 낙인도 없는 사회를 바라며 거리로, 광장으로, 헌재 앞으로, 국회 앞으로 나와 수없이 목이 터져라 '낙태죄' 폐지를 외쳐 왔습니다. 여기 있는 이 피켓들은 그동안 우리가 검은 시위, 낙태죄 폐지 촉구 집회, 각종 기자회견, 퍼포먼스 등에서 실제로 사용했던 피켓들입니다. 우리가 '낙태죄'를 폐지하기 위해
연대하고, 투쟁하고, 변화를 만들어온 기록이자 증거들입니다. 그런데 정부는 우리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우리가 만들어온 변화를 되돌리고, 처벌의 시대로 역행하려고 합니다. 우리는 처벌의 시대로 되돌아갈 수 없습니다. 우리가 싸워서 얻어낸 새로운 역사를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정부의 퇴행을 끝까지 막을 것입니다."
라며 아래와 같은 구호를 외쳤습니다.
"처벌의 시대로 돌아갈 수 없다
낙태가 죄라면 범인은 국가다
문재인 정부 입법예고안은 기만이다
청와대는 후퇴가 아닌 진전을 선택하라
형법상 낙태죄 조항을 전면 삭제하라
낙태죄는 위헌이다 낙태죄를 폐지하라"
이날 청와대 앞 기자회견장에는 활동가뿐만 아니라 분노한 시민들도 각자 피켓을 준비해 달려왔습니다. 그런데 경찰과 청와대 외곽경비대는 코로나19를 핑계로 기자회견에 참석하러 온 시민들을 막아섰습니다. 사회자가 퍼포먼스 도중 구호를 외치자 방송차량을 동원해 "구호를 외치면 집회·시위로 간주하겠다"라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비록 기자회견 당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인 상황이었지만 참석자들은 모두 마스크 착용, 손소독제 사용 등 방역수칙을 철저하게 지켰고, 실외 광장에서 진행되는 소규모 기자회견이었습니다. 기자회견에서 퍼포먼스를 하며 구호를 외치는 것은 통상적인 순서이기도 합니다. 현장에는 경찰과 기자가 훨씬 더 많이 모여있었지만, 기자회견 참석자만 출입이 통제되었습니다. 청와대에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정말로 코로나19 때문입니까? 아니면 청와대 의지의 현 입법예고안을 강행하기 위해서입니까?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은 10월 12일부터 11월 16일까지 청와대 앞 릴레이 1인 시위를 진행하고,
'낙태죄' 폐지를 촉구하는 천주교 신자, 그리스도인, 청년 페미니스트, 사회주의 페미니스트 등 각계 선언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2020년 10월 12일 더불어민주당 권인숙 의원의 대표발의로 '낙태죄'를 완전 폐지하고 재생산 권리 보장을 위한 국가의 책임을 강조하는 형법 및 모자보건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된 것은 반가운 소식입니다.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논평] ‘낙태죄’ 완전 폐지! 새로운 세계를 그리는 「형법」 및 「모자보건법」 개정안 발의를 환영한다! - 임신중지 비범죄화 및 재생산 권리 보장하는 권인숙 의원안 발의에 부쳐 |
정부와 국회가 임신중지 비범죄화를 선택하고 이번에야말로 '낙태죄'가 전면 폐지될 수 있도록 함께 힘을 모아주세요!
<이 후기는 성문화운동팀 앎 활동가가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