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활동 /
  • 열림터
  • 울림
  • 울림
  • 열림터
  • ENGLISH
[후기]젠더와 개발 통합 전문가 양성 아카데미 수료
  • 2020-10-30
  • 3002

지난 10월 7, 8일, 14일, 15일 한국여성단체연합에서 진행하는 젠더와 개발 통합전문가 양성 과정을 상담소의 신아 활동가(글을 쓰고 있는 저) 수료했습니다. 상담소는 매년 활동가들의 국제교류협력 활동을 지원하는데요. 올해 상담소는 매년 3월 유엔 뉴욕본부에서 열리는 제64차 여성지위위원회(CSW, The Commission on the Status of Women)와 9월경 파리에서 열리는 북경여성대회 25주년 기념 포럼에 참여하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올해는 1995년 북경에서 열렸던 제 4차 세계여성대회와 북경행동강령이 만들어진지 25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북경여성대회에서는 여성인권과 성평등이 보장되어야할 12개의 분야(여성과 건강, 여성과 폭력, 여성과 인권 등)를 명시하고 성평등을 달성하는 전략으로서 '성주류화(gender mainstreaming)'라는 방법을 제시한 중요한 회의였는데요. 저희 상담소를 비롯한 다른 단체들처럼 전세계의 페미니스트들은 각 국가가 이를 어떻게 이행하였는지 모니터링 및 비판하고 현황을 토대로 향후 전략을 모색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저는 여성지위위원회(CSW)에 참여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안전의 문제로 모든 행사들이 열리지 않게 된 것이죠. 올해의 국제교류협력은 물 건너간 것일까 싶던 차에, 한국여성단체연합에서 <젠더와 개발(GAD) 통합전문가 양성 아카데미>라는 교육프로그램을 열었고 코로나로 인해 몸이 묶인 올해에는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상담소의 활동 현장과 의제들도 국내 라는 지역에 기반하지만 완전하게 국내 라는 지역에만 국한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미투운동만 하더라도 전세계적인 흐름이었고 다른 지역의 운동과 법제도를 참고하여 우리의 운동을 해나가는 것, 한국정부가 가입한 국제인권협약에 따라 여성인권 및 성평등에 대한 책무를 정부가 실천하고 있는지, 한국의 인권 현황 및 정부 스스로의 노력을 어떻게 보고하는지, 모니터링하고 NGO로서 한국사회의 인권현황을 다른 국가에 알리는 활동을 합니다. 반대로 한국의 여성운동, 반성폭력 운동, 법제도를 해외에서 참고하기도 합니다. 상담소에는 매년 해외의 연구자, 시민운동가, 공무원 등이 방문해 우리의 활동과 생각을 듣기 위해 찾아 옵니다. 


2018년 상담소 활동가는 제네바에 다녀오기도 했는데요.(더 자세히 읽어보려면: https://stoprape.or.kr/728) CEDAW(여성차별철폐협약)에 따라 정부에서 제출하는 제8차 보고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NGO가 접하는 인권 현장을 유엔여성차별철폐위원회에 전달함으로써 위원회가 정부 보고서를 심의할때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도록 활동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8차 정부보고서 심의에서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제정, 낙태죄 비범죄화, 국가성교육표준안 개정, 폭행협박이 아니라 동의 여부로 강간죄 개정, 성폭력 피해자의 성 이력을 사법 증거로 채택하는 것을 금지 등이 한국정부에 권고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활동들을 보며 저는 활동가로서 국제인권기구의 역할과 성평등에 대한 글로벌 규범을 조금 더 잘 이해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된 것이지요.


개발(Deveopment)은 세계 곳곳의 취약한 사람들을 지원하고 궁극적으로는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국제적 연대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유엔과 글로벌 인권 규범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함께 발전해왔습니다. 개발 분야에도 많은 NGO들이 있지만 제가 속한 상담소와 같은 여성단체와 다른 결에 있어서 거의 교류가 없어서 잘 알지는 못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프로그램에서 알게 된 것은 성평등과 여성인권에 대한 글로벌 규범과 활동은 개발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기도 했습니다. 


첫 번째 시간은 <한국의 ODA 젠더 생태계 조성의 중요성과 의의>에 대하여 여성단체연합 국제연대센터 센터장님이 국제개발협력 ODA(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에서 왜 젠더관점을 견지해야하는지 이야기해주셨고 '개발'과 '젠더' 사이에 브릿지를 놓는 강의처럼 느껴졌습니다. 한국정부는 2010년에 OECD 개발원조위원회(DAC: Development Assistance Committee)에 가입하였습니다. 세계 곳곳의 불평등을 해결하고자 원조를 하는 국가로서 ODA 사업에서 젠더 관점을 견지하고 있는지, 국제인권규범의 가치와 정신을 담고 있는지, 사업에서 성주류화는 단순히 여성이 참여하는 것으로서 오인되고 있지는 않은지 질문하였습니다. 두 번째 시간은 <젠더와 개발 이론과 역사>로, 세계사적 맥락에서 개발과 원조가 어떻게 시작되었고 담론이 변화해왔는지 거시적인 이야기를 알 수 있었습니다. 개발의 역사가 시작된 것은 식민 지배 시절이기도 했으며 전세계 신자유주의 체계에서 개발 프로젝트 혹은 산업에 대해서는 언제나 비판적인 물음을 견지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날카로운 질문들 'NGO가 신자유주의 확산에 기여한 것은 아닌가?' '젠더와 개발 사업할 때 한국의 젠더 관련 법제도가 "수출"된다고도 할 수 있는데 이에 대한 비판적 평가는 어떻게 할 수 있는가?' 등도 나누었습니다. 세 번째 강의는 <한국 ODA 젠더사업 발굴과 평가사례>였습니다. 사업의 설계와 진행과 평가의 전 과정에서 어떻게 젠더 관점을 반영할 수 있는지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네 번째 강의는 <한국 ODA 성주류화의 실제>라는 주제로 한국의 대표적인 개발협력 기관인 코이카의 젠더전문관이 오셔서 강의해주셨습니다. 젠더와 관련된 전문성을 견지한다는 것은 단순하지 않고 복잡한 일이며 성평등은 하나의 수치적 결과로 달성 여부를 이야기할 수 없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다섯 번째 여섯 번째 강의는 <프로젝트 기획의 이해 프로젝트 기획 및 성과관리 방법의 실제>를 주제로 열렸습니다. 실제 개발 분야에 종사하거나 공부하는 분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던 시간이었습니다. 일곱 번째는 였습니다. 세계인권선언으로 대표될 수 있는 국제인권규범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어떤 가치를 추구하며 변화해왔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Leave No One Behind' 라는 말이 2015년 이후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에서 나온 것을 알게되기도 했습니다. 여덟 번째는 <젠더와 개발 통합 전문가의 도전과 과제>라는 주제로 집담회가 진행되었습니다. '아디', '아시아위민브릿지두런두런', '한국월드비전' 이렇게 세 시민단체가 각 단체에서 진행했던 사업과 고민을 나누어 주었습니다. 인상깊었던 이야기는 두런두런의 활동가가 여성에게 제과제빵 직업 훈련을 하고 일자리도 연계하는 프로젝트 이후에 현지 여성이 ‘동료가 생겼다’는 평가를 했다고 전했을 때였습니다. 저 또한 참여자를 모집하고 참여자의 삶에 좋은 변화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는 실무자로서, 참여자의 긍정적인 평가가 얼마나 소중한지 알기 때문에 공감이 되었습니다. 빈곤과 불평등 해소를 위한 산업이 발전하는 것에 대해 '물고기를 잡는 법이 아니라 물고기를 주자'는 비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물고기(자원)를 주는 것. 그러나 한편으로 자원이 있으면 삶은 절로 나아질까요? 


<젠더와 개발> 통합 전문가 과정을 수료했다고 말하기 무색하게 저는 여전히 개발분야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시민단체 활동가로서 국제개발협력 생태계 어디쯤에 속해있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생각이 복잡해지기도 합니다. 개발 분야로 수많은 자원과 인력이 가고 있는데 전세계의 시민사회는 얼만큼 풍성하고 다양해지고 있는지, 취약한 사람들의 삶은 더 권력을 갖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시민사회가 풍성해진다는 것은 부정의한 권력에 대한 비판의식이 살아있다는 것, 소수자와 약자들의 경험과 삶이 이야기로 담론으로 지식과 법제도로 계속 연결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공여국가로서 한국은 나눌 수 있는게 많을 수 있겠습니다. 수많은 약자들이 일궈온 인권운동 속에서발전해왔기 때문이니까요. 저는 반성폭력운동과 여성인권운동 현장에서 한국의 법제도가 '그대로 수출'되는 것이 아니라 여성단체들의 비판과 견인 속에서 만들어졌고 이행되고 계속 변화중이라는 것을 알려야겠습니다. 또한 이번 공부를 통해 조금 더 현명하게 활동해갈 수 있기를 스스로에게 바라봅니다.


<이 글은 성문화운동팀의 신아 활동가가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