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7일, <페미니즘 신간 읽기 모임: 나는 싸우기 위해 읽는다>의 10월 모임이 진행되었습니다.
『김지은입니다』는 안희정 성폭력 사건을 피해자이자 생존자의 입장에서 기록으로 남긴 결과입니다. 안희정 성폭력 사건은 2차 가해가 광범위하고 조직적으로 이루어졌기에, 저자의 기록은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저자를 지원하였던 단체 중 하나였기에 보다 더 활발한 토론이 이루어질 수 있었습니다.
또한 이 사건은 위력에 의한 성폭력과 성적 자기결정권과 관련하여 중요한 판결을 남겼습니다. 1심 판결은 성적 자기결정권을 엘리트 여성이 당연히 행사해야 하는 권리로 해석하며, 이를 행사하지 않았다는 점을 오히려 지적하여 여러 비판을 받았었습니다. 이러한 판결이 가능했던 이유 중 하나는 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한 연구가 적고, 명확한 법률적 기준이 부재하기 때문에 재판부의 자율적인 판단 범위가 넓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많은 의견이 오갔는데, 현재 성적 자기결정권이 정조와 비슷한 개념으로 법률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 같다는 의견, 성적 자기결정권은 권리가 행사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었는지 여부에 초점을 맞춰 해석하여야 한다는 의견 등이 제시되었습니다.
또한 성폭력은 특히 관계의 맥락이 중요하기에 사실 판단이 핵심적인 법적인 판결이 성폭력의 사실 판단이 어렵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또한 현재는 동의를 판단하는 법적인 기준이 부재하기 때문에 피해자의 행동을 재판부가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동의 여부를 결정하게 되고, 이는 피해자에게 피해자다움을 강요하는 기제가 될 수 있다는 사실도 새롭게 알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이유들로 인하여, 현재 성폭력과 관련한 법적인 판결은 재판부에 좌우되어 상이하게 나오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관련 지원과 운동들도 법적인 부분에 치중되고 있지만, 법률적 해결이 아닌 다른 방향의 해결에 대해서도 다양하게 고민해봐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누었습니다. 벌써 2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건과 같이 비슷한 사건들을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기를 내주었던 이 책의 저자 김지은씨께 깊은 감사를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2020년 마지막 소모임은 11월 24일에 진행되고, 소설 <붕대감기>를 읽기로 했습니다.
<이 글은 소모임 참여자 박지희님이 작성해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