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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낙태죄' 관련 형법 일부개정안 입법예고에 관한 의견서
  • 2020-11-16
  • 1186
형법 일부개정안에 대한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의견서




○ 「형법」 일부개정법률안 입법예고(법무부 공고 제2020–307호)에 대해 아래의 이유로 반대의 의견을 제출합니다.

○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safeabortionforall@gmail.com



1.  형법 269조 1항, 270조 1항 유지는 위헌임. 

-정부의 입법예고안은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형법 269조 1항과 270조 1항의 처벌 조항을 형법에 그대로 존치시키는 것으로 그 자체로 위헌임.  

-270조의2를 신설하여 허용 요건을 제시하였다고는 하나, 그에 앞서 처벌이 전제됨으로써 여성의 건강권과 평등권, 자기결정권은 온전한 헌법상의 권리로서 보장받지 못하는 요건이 구성되기 때문임. 

-법무부의 입법예고안은 여성의 권리를 국가의 허락에 의한 ‘조건부’의 권리로 규정하는 것임. 이는 여성에 대한 처벌을 끝내 유지하며 권리 자격을 심사하겠다는 것으로,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은 현 입법예고안을 강력히 반대하며 현행 형법 제27장 ‘낙태의죄’ 조항을 전면 삭제할 것을 요구함. 

2. 형법 270조의2 낙태의 허용요건은 불필요한 입증을 요하여 불평등을 유지시키는 조항임.

-법무부의 입법예고안은 형법상의 낙태죄를 유지시키고 임신 기간, 사회경제적 사유, 상담 등의 절차와 같은 허용 요건을 신설하면서 ‘위헌적 상태를 제거했다’라고 선전하지만, 이는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제약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명백하게 평등권을 침해하는 법안임. 

-처벌의 기준을 구체화하고 추가하는 형법 270조의2 신설은. 오히려 합법과 불법을 임의적인 주수 기준으로, 여성의 성과 재생산의 권리를 위계화하는 사회경제적 사유로, 권리가 아닌 의무에 불과한 상담 절차로 가르겠다는 것임.

-그간 모자보건법 14조는 우생학적 이유로 장애인에 대한 임신중지를 조장하고, 성폭력 피해자에게는 피해 입증을 위한 고통만을 가중시키는 역할을 해왔음. 이는 사회적 불평등 해소를 책임져야 할 국가가 오히려 불평등한 현실의 책임을 당사자에게 전가시켜온 것임. 

-따라서 정부의 입법예고안은 허락받을만한 사유의 입증을 위해 여성들이 상담 기관과 의료 기관을 전전해야 하는 요건만을 추가한 것에 불과함. 

-지금 필요한 것은 사회경제적 조건에 따른 허용 사유의 추가가 아니라, 임신중지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대책임.

3. 허용 주수의 구분은 법의 명확성의 원칙에도 어긋남.

-임신 주수에 따른 허용 시기의 구분은 어떠한 과학적 근거도 없을 뿐더러 법의 명확성의 원칙에도 어긋남. 임신주수에 대한 판단은 마지막 월경일을 기준으로 하는지, 착상 시기를 기준으로 하는지에 따라서도 다르고, 임신당사자의 진술과 초음파상의 크기 등을 참고하여 ‘유추’되는 것일 뿐 명확한 기준이 될 수 없음. 

-따라서 14주, 24주 등의 주수에 따른 제한 요건을 둔 것은 단지 처벌 조항을 유지하기 위한 억지 기준에 불과함. 오히려 임신기간을 고려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방향은 ‘언제부터, 어떻게 처벌할 것이냐’가 아니라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해 어떤 시기에, 무엇을 보장할 것이냐’가 되어야 할 것임.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은 주수에 따른 허용 조항을 삭제하고 임신 기간에 따라 안전한 임신중지와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한 실질적인 정책과 보건의료 인프라 마련 방안을 제시할 것을 요구함.

4. 상담과 숙려기간의 의무 조항을 삭제하고 상담의 원칙과 기준을 마련할 것을 요구함.

-법무부의 입법예고안에서 특히 우려되는 것은 합법적인 임신중지의 요건으로 상담과 숙려기간을 의무화했다는 점임. 입법예고안에 따르면 임신 14주에서 24주로 추정되는 시기에 임신중지를 하고자 하는 여성은 특정한 사유를 충족해야 하고 그 사실을 상담기관을 통해 증명받아야 함. 그리고 다시 24시간을 대기하여 의료기관을 방문하도록 하고 있음. 

-그러나 상담과 숙려기간의 의무화는 실질적으로 임신중지 결정을 돌이키거나 안전한 임신중지를 보장하는 데에 아무런 효과가 없다는 사실이 그간 같은 제도를 시행한 다른 국가에서도 계속해서 확인되어 왔고 오히려 임신중지 시기만을 늦출 뿐이라는 비판을 받아왔음. 이에 프랑스에서도 2015년에 숙려기간 규정을 폐지하였고, 영국을 비롯한 여러나라에서 의무 숙려기간 없이 상담은 당사자가 원하는 경우에만 받도록 하고 있음. 

-또한 이는 임신중지를 결정한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건강권을 침해하는 규제로서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 유엔 자유권위원회, 세계산부인과학회 등에서도 거듭 폐지를 권고하고 있는 내용임. 

-여성의 건강과 안전을 보장하고 필요한 정보와 지원을 제공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상담의 의무화가 아니라 내용과 기준이 중요함. 명확한 근거에 기반하지 않은 정보, 상담가 개인의 종교적 입장을 강요하는 태도, 임신당사자의 의사결정권을 침해하는 상담 등은 반드시 규제되어야 하며 이러한 내용이 법으로 규정되어야 할 것임. 

■ 각 조항에 대한 세부 의견

 조항

의견 

 형법 제269조, 제270조의 1항의  현행 유지

● 형법 제27장 ‘낙태의죄’는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행복추구권, 건강권 등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조항으로서 전면 삭제되어야 함.

● 법무부의 일부개정안은 ‘낙태의 죄'를 법적 처벌이 가능한 죄로 전제함으로써 국가에 의한 여성의 기본권 침해를 용인하고 있음. 이러한 전제 하에서는 사실상 14주 이전이라도 임신중지에 대한 의료접근권과 건강권, 재생산권, 평등권 등이 온전히 보장될 수 없음. 
● 자기낙태죄 조항은 태아의 생명 보호를 위한다는 본래의 목적과 무관하게 헤어진 상대 남성의 복수나 괴롭힘의 수단, 가사ㆍ민사 분쟁의 압박수단 등으로 악용되어 왔음. 
● 임신중지에 대한 처벌이 유지된다면 허용요건이 완화된다 하더라도 같은 방식으로 악용되되는 문제가 지속될 우려가 있음. 
(“자기낙태죄 조항은 태아의 생명 보호를 위한다는 본래의 목적과 무관하게 헤어진 상대 남성의 복수나 괴롭힘의 수단, 가사ㆍ민사 분쟁의 압박수단 등으로 악용되기도 한다. 자신으로 인해 임신한 여성이 병원에서 낙태를 한 후 자신을 만나지 않으려 할 때 상대 남성이 자기낙태죄로 고소하겠다는 위협을 하는 경우, 배우자가 이혼소송 과정에서 재산분할이나 위자료청구에 대한 방어수단으로 낙태에 대하여 고소를 하는 경우 등이 그러하다.”
_재판관 유남석, 재판관 서기석, 재판관 이선애, 재판관 이영진의 헌법불합치의견 중)
● 세계 각국의 사례에서 낙태죄를 통한 형사처벌은 임신중지율을 줄이는 데에  뚜렷한 효과가 없다는 점이 밝혀졌으며, 오히려 여성의 건강권을 침해하고, 안전한 임신중지의 시기만을 늦추며, 보건의료 여건을 지체시키는 문제만을 초래하였음. 
● 2012년 11월 임신중지 시술 도중 사망하게 된 여성의 사례와 같이, 처벌이 유지된다면 의사는 처벌을 회피하기 위해서 보수적으로 행동하게 되고 이는 결국 여성의 생명과 건강에 대한 위험을 초래함. 
● 의료인과 의료현장은  여성에게 가장 안전한 최신의 가이드라인을 적극적으로 연구하고 참고하기 보다는 회피하거나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한도에서만 의료행위를 하게 될 것임. 

 제270조의2(낙태의 허용요건) 

① 제269조제1항, 제2항 또는 제270조제1항의 행위가 임신 14주 이내에 의사에 의하여 의학적으로 인정된 방법으로 이루어진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

② 제269조제1항, 제2항 또는 제270조제1항의 행위가 임신 24주 이내에 의사에 의하여 의학적으로 인정된 방법으로 이루어지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 다만 제3호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임신한 여성이 모자보건법에서 정한 상담을 받고, 그 때부터 24시간이 경과하여야 한다.

1. 강간 또는 준강간(準强姦) 등 범죄행위로 인하여 임신된 경우

2. 법률상 혼인할 수 없는 혈족 또는 인척 간에 임신된 경우

 3. 임신의 지속이 사회적 또는 경제적 이유로 임신한 여성을 심각한 곤경에 처하게 하거나 처하게 할 우려가 있는 경우

4. 임신의 지속이 보건의학적 이유로 임신한 여성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고 있거나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③ 임신한 여성이 모자보건법에서 정한 상담 절차에 따라 임신의 지속, 출산 및 양육에 관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고 숙고 끝에 임신을 지속할 수 없다는 자기 결정에 이른 경우에는 제2항제3호의 사유가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 임신기간을 기준으로 임신중지의 허용 요건을 마련한다고 하여도 암신중지에 대한 처벌이 유지되는 한 안전한 임신중지에 대한 접근성은 계속해서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음. 임신중지는 사회적 불평등의 문제와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 현실이 함께 연동되어 있는 문제이기 때문임. 가령 아무리 집 근처에 병원이 많더라도 사회적으로 불평등하고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 조건에 있다면 조금이라도 이른 시기에 임신중지를 결정하고 병원을 찾아가기가 어려움. 실제 여성들의 현실에서 임신중지에 대한 결정이나 시기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처벌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라 파트너나 배우자와의 관계, 가족들의 반응, 학업이나 노동 조건, 다른 자녀의 양육 여부 같은 사회적 조건들에 달려 있음.

● 임신14주, 24주 등의 기준은 의학적으도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근거가 되지 못하며, 따라서 법의 명확성 원칙에도 위배됨. 마지막 월경일을 기준으로 할 때와 착상 시점을 기준으로 할 때 약 2주 정도의 차이가 나며, 다낭성난소증후군이 있는 경우 스트레스 등으로 월경 주기가 규칙적이지 않은 경우, 피임약을 복용하고 있는 경우 등 개인에 따라 다양한 편차가 있음. 
● 임신 14주 초과 임신 24주 이내의 임신중지를 하기 위해서는 제2항 1-4호의 사유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할 것을 요하고 있으나 1, 2, 4호의 사유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기준이나 절차 규정을 두지 않음. 모든 기준이 임의적이며 법률적 입증 판단을 요하는 등 의사가 판단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 섬.
● 4호의 경우 보건의학적 이유는 임신 기간에 따라 발생가능성이 달라질 수 있지만 1호, 2호, 3호의 경우 임신을 유지하기 어렵거나 출산 시 책임지기 어려운 여건이 임신 기간에 따라 달라진다고 보기 어려움. 오히려 임신 기간이 길어질 때까지 임신중지에 대한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경우라면 사회적으로 불평등하거나 권리가 취약한 여건에 있는 경우라고 보아야 타당할 것임. 따라서 이런 경우 당사자가 처벌을 피하기 위해 사유를 입증해야 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국가가 안전한 임신중지와 건강 회복, 사회경제적 지원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마땅함. 
● 24시간의 의무 대기시간은 임신한 여성의 숙고에 도움이 된다고 볼 수 있는 하등의 근거가 없음. 이를 정당화할 수 있는 구체적인 근거도 전혀 없는 상태에서 24시간의 의무 대기기간을 두는 것은 안전한 임신중지에 대한 접근성을 떨어뜨릴 뿐이며 완전히 불필요한 절차임.

 
2020.11.16.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건강과대안, 노동당, 녹색당, 민주노총,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노동건강연대,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불꽃페미액션, 사회변혁노동자당, 사회진보연대,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SHARE, 여성의당, 여성환경연대, 인권운동사랑방,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장애여성공감, 전국학생행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진보당, 탁틴내일,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의전화 /이상 총28개 단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