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22일(화) 오후 8시, 친족 성폭력 생존자 수기집 저자와의 낭독회 "이제는 우리가 말한다, 친족 성폭력"이 온라인으로 진행되었습니다. 2020년 회원놀이터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된 이번 낭독회는 한국성폭력상담소 유튜브를 통해 실시간 중계되었고, 업로드된 영상은 언제든지 다시볼 수 있게 게시하였습니다.
친족 성폭력 생존자들이 직접 기획하고 집필하고 제작한 수기집 [아무도 알고 싶어하지 않는 이야기]는 텀블벅 펀딩을 거쳐 올 12월에 발간되었습니다. 그동안 상담소에서 회원 또는 자원활동가로 활동해온 저자도 있고, 성폭력생존자자조모임 작은말하기에 참여하는 저자도 있어서 수기집 발간 소식이 더욱 반갑고 기뻤습니다. 참고로 아직 수기집을 구하지 못한 분들은 텀블벅(www.tumblbug.com/survivor2020/community)에서 "창작자 문의하기"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고 합니다.
사실 온라인 낭독회를 준비하면서 '과연 성폭력 생존자의 말하기를 유튜브로 중계하는 것이 쌍방향 소통이 될 수 있을까? 생존자들의 경험이 일방적으로 '전시'되는 느낌이 들지는 않을까? 듣기 참여자들의 공감과 지지가 생존자들에게 잘 전달될 수 있을까?' 걱정도 많았어요. 다행히 50명에서 70명 사이의 참여자들이 실시간으로 계속 함께해주시고 실시간 채팅을 통해 응원과 위로의 말을 계속 올려주셔서, 비록 듣기 참여자들의 눈빛은 볼 수 없지만 따뜻한 마음만은 충분히 전달됐던 것 같습니다. '말하기'와 '듣기'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한 느낌이었어요.
아래는 저자들의 후기입니다.
그냥 말하는 게 아니라 내 목소리로 직접 쓴 글을 읽는 것이라 굉장히 긴장되었어요. 직접 읽으니 다시금 억울함과 분노, 아픈 감정이 되살아났어요. 하지만 함께 하는 시간과 함께 나눈 말들이 위로가 되었어요. 우리의 이야기를 세상 어느 곳에서 외쳐도 왜곡되게 듣는 사람이 없고, 그 누구에게 말해도 피해자를 탓하지 않는 세상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욱 강해졌어요. 낭독회로 그 날에 한 걸음 더 다가간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요. 낭독회를 위해 애써주신 분들, 댓글로 함께 해주셨던 분들과 나눈 이야기들 모두 소중하게 마음에 남았습니다.
- 명아
12월 22일에 우리 책 [아무도 알고 싶어 하지 않는 이야기]의 낭독회를 했다. 눈으로 보는 것과 실제로 읽는 것은 달랐다. 조금 떨려서 말을 더듬기도 한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이 내 이야기를 듣고 어떤 반응을 보일까?’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댓글로 응원을 주시는 게 놀랍기도 하고 감사했다. 유튜브 스트리밍은 처음이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우리가 책을 읽는 동시에 댓글을 달아주셔서 하길 잘 했다고 느껴졌다. 다시 한 번 책을 내서 뿌듯하고 감사한 순간이었다.
- 민지
작년에 처음으로 글 파일을 단톡방에 올릴 때, 정말 큰 두려움에 떨면서 간신히 올렸던 기억이 난다. 내 원래 닉네임인 이파리도 쓰지 못할 정도로 무서웠다. 그러던 사람이 인터뷰 지원을 나가고 결국은 인터뷰도 하였다가 이제는 실제 목소리를 드러낼 정도가 되었다. 일 년 사이에 변화가 많았다.
낭독회 기획을 처음 들었을 때는 별 생각이 없었는데 막상 이렇게 하고 보니 글을 쓴 사람이 자기 글을 읽는다는 게 이렇게 가슴 뜨거운 일인지 알지 못했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이 글을 책으로서만이 아니라 온라인이라는 공간에 기록으로 남겨두었다.
역사는 인류 사회의 발전과 관련된 의미 있는 과거 사실들에 대한 인식이며 이는 선조대대로 기록으로 내려온다. 그렇다면 이 날 우리의 낭송회는 충분히 역사로 기록될 만 하다.
우리의 일은 성찰의 문제가 아니며 범죄라는 것을 너무 늦게 알았다. 아주아주 긴 성찰의 시간을 보내고 나서야 알았다. 함께 해준 모든 분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 정인
수기집 낭독회를 하는데 과연 사람들이 올까? 하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예상과 다르게 많은 분들이 와주셨고 몇시간이나 우리와 함께 해주셨습니다. 마음 뭉클해지는 응원의 말씀도 해주셨고요. 낭독을 하는데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났을 때 격려해주시는 말에 눈물로 열린 가슴이 포근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낭독회에 와주신 분들이 모두 우리편이라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든든했습니다. 세상이 다시 우리에게 문을 연 기분이었습니다. 우리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살아갈 힘이 되었습니다.
- 조제
친족 성폭력 생존자들에 대한 사회의 일반적인 반응은 침묵과 외면이다. 대개 사람들은 자신이 겪을 일이 아니면 피하거나 듣기를 꺼려한다.
이번 낭독회에 친족 성촉력 생존자 한명 한명이 마음과 아픔을 모아 써내린 글들을 낭독하는 그 시간에서까지, 얼굴을 가리고 숨고 살고싶지는 않았다. 내가 잘못하지 않은 일로 인해서 내가 숨어살아야 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얼굴도 공개하고 목소리도 공개했고 무엇보다 나는 스스로에게 '네가 잘못한 일이 아니야'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이야기를 궁금해 해주었고 들어주었고 함께 공감하고 아파해주었다. 나는 어쩌면 내가 지금껏 세상의 단면적인 부분만 보고 살았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고, 세상은 살만한 곳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자신의 상처를 이겨내고 있는 생존자들과 함께, 또 다른 곳에서 혼자 고통받고 있을 생존자들을 위로하고 위로받고 서로 말하고 치유받으면서 나는 이 낭독회를 통해서 더욱 강해졌다.
아무도 알고 싶어하지 않는 우리의 이야기가 모두가 알고싶어 하는 이야기가 되기를 바라면서 나는 오늘도 나를 숨기지 않을 것이다. 책을 출판하기까지 고생하신 모든 저자분들의 용기와 힘에 박수와 격려를 보내면서 소감을 마친다.
- 최예원
분명 5분안에 맞춰 잘 읽었던 내 글이 앞서 말한 생존자들의 글에서부터 먹먹해서 느려지고 울컥했다.
그동안 할말이 많았고 더 말하고 싶었나보다.
"아무도 알고 싶어하지 않는 이야기"를
"누구나 듣고 알고 싶어하는 이야기"로
이세상에 넘치길 바랬는데 정말 물꼬가 트인 느낌이었다.
그리고 "생존자들이 남몰래 흘린 눈물을 먹고 자란 이 세상 공기야~ 우리를 계속 살게 해줘!"라고 나는 또 간절히 부탁한다.
어느 날 광장에서 보자는 선언과 우리 말을 들어주신 분들의 마음에 벅차다. 함께 한 여전사님들에게는 거듭 멋지다 외쳐본다.
어둠이 끝나고 빛이 시작되는 동짓날에 이어 우리들의 멋진 성탄 선물 감사합니다!
애써주신 활동가님들 또한 함께 응원합니다!!
- 푸른나비
낭독회를 하고 나서 책 제목을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도 알고 싶어하지 않는 이야기]에서 [누구도 하기 힘든 이야기]로. 원고를 쓰기 전에는 어떤 시도도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무력감을 느꼈다. 하지만 생존자들이 모여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자 그 울림이 거대한 둑을 무너뜨리기 시작했다. 어둠 속에서 응원하는 수많은 목소리들이 햇빛 속으로 걸어나오는 그날까지 우리는 계속 말할 것이다.
- 희망
<이 후기는 성문화운동팀 앎 활동가가 취합, 정리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