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5] 성평등한 서울! 이제는, 반드시, 성평등 정책 실현하라!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성폭력이 발생하고 피해자가 말하고 사회적 문제로 받아들여지도록 하고 국가기관이 이를 조사하고 권고하게 하는 그동안의 시간은 쉽지 않았습니다. 서울과 부산에서는 성폭력으로 인한 보궐선거가 어제 있었습니다. 서울시는 그동안 2020년 12월 성차별 성폭력 특별 대책을 발표하고, 국가인권위원회 권고 이후 대책 TF를 해왔습니다. 그러나 4월 발표한 비서 업무 매뉴얼을 보면 겉옷 입혀드리기, 업무외 사적 연락, 사적인 심부름을 비서에게 ‘금지’ 시키고 있습니다. 이것은 비서가 한 게 아니라 상사가 요구하고 시키고 주변에서 해주길 바라며 그것을 업무로 만들어온 조직문화와 성차별적 분위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었습니다.
비서에게 뭘 금지시키면 해결되는 것이 아닙니다. 상사의 부당한 행동을 통제하고, 조직 내 성차별과 성희롱, 부당 노동을 근절하고 감시하는 조직으로의 변화, 마음 놓고 신고하고 제대로 처리될 것을 믿게 되는 절차의 활성화, 모든 노동자가 존중되고 합리적으로 일할 수 있는 문화의 변화가 과제입니다.
어제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자는 당선자 발언에서 피해자를 거론하며 “우리 모두의 아들 딸일 수 있다” “피해자가 오늘부터 정말 편안한 마음으로 업무에 복귀해서 정말 업무에 열중할 수 있도록 잘 챙기도록 하겠다”고 했습니다. 조직 내 성희롱 성폭력 피해자가 일상으로, 일로 잘 복귀하는 것은 반성폭력 법과 정책 제도의 목표이자 제대로 된 가동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바로 미터입니다. 조직 내 성폭력에서 기관장의 책무와 의지는 중요합니다. 조직 내 2차 피해와 잘못된 소문, 부당한 위계질서, 남성중심문화가 방치되면 피해자 보호는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피해자에게 공감하는 것에서 사회변화가 시작되어야 하지만, 그것이 아들 같아서 딸 같아서는 아니어야 하고 노동자이고 동료이고 사회 구성원이기 때문이어야 합니다. 딸 같아서 성희롱 한다는 가해자들의 변명도 여전히 존재하는 사회입니다. 아들 같아서 특혜나 부당한 노동을 강요하는 사회이기도 합니다. 동료, 업무 관계에서의 안전과 평등이 보장되어야 하고, 제도와 실행에 따라서 이루어져 하는데, 업무가 아니라 가족관계로 이해해야 보호가 가능하다면 우리는 더이상 조직에 책임을 요청하기 어려워집니다.
서울시장 위력성폭력사건은 비서의 채용, 업무 배치부터 성차별적으로 이루어진 사건입니다. 챙기고 지원하는 어부가 중요하지 않은 일로 인식되고, 덜 중요한 일은 여성이 하고, 여성이 하면 덜 중요한 일로 인식되는 것이 성차별입니다. 반대로 특정일을 칭송하고 띄워주는 듯 하면서 특정 성별에게만 할당하면 그 역시 성차별이 될 수 있습니다. 성희롱 성폭력 문제제기를 하게 된 피해자는 평등하고 동등하고 존엄한 인간으로 살기 위해 했습니다. 동등하게 존중받으며 일하고 싶다는 당연한 말을 하기 위해 너무 큰 위험과 희생을 겪어야 하는 사회는 더 큰 위험을 몰고 올 뿐입니다.
인권은 정쟁으로 소모되면 안됩니다.누가 시장을 하든, 가해자가 누구고 어느 위치이든 내가 겪은 부당한 일을 말하고 해결을 도모할 수 있는 조직과 사회가 필요합니다. 이 바탕에는 성평등이 있어야 합니다. 성평등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성평등하지 못했던, 성차별과 성희롱이 만연하고 당연했던 사회로는 결코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남성권력이 성희롱을 하든 성차별을 하든 날 막지 말고 성폭력을 더 말하는 행위를 멈추고 피해자와 여성과 소수자들을 의심하라는 주장은 평등과 존엄사회에 대한 반대이자 퇴행이고 변화에 대한 거부입니다. 이는 우리가 나아온 방향과 완전히 다릅니다. 성평등한 서울! 이제는, 반드시, 성평등 정책 실현하라! 피해자들, 우리 이웃들, 서울시민은 성평등한 사회와 삶을 원합니다.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서울시장 당선자와 서울시정에 성평등한 삶을 위한 모든 정책, 제도, 지침, 예산, 실천을 요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