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서> 1.
한국청소년성문화센터협의회 / 이유정 사무국장 2.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SHARE / 나영정 기획운영위원 3.
장애여성공감 / 나무 활동가 4.
전국교직원노동조합 / 손지은 부위원장 5.
청소년페미니스트네트워크 위티 / 정지원 공동대표 6.
청소년성소수자위기지원센터 띵동 / 상훈 활동가 7.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 이드 트랜스젠더퀴어인권팀 공동팀장 8.
인천퀴어문화축제 / 임신규 공동조직위원장 9. 10. 한국다양성연구소 / 김지학 소장 |
1.
#왜
교육부는 성교육 표준안이 실패했음을 인정하지 않는가?
#두
차례 공개질의에 표준안은 문제없다는 태도로 일관한 교육부!
#왜 ‘포괄적’이라는 단어를 삭제했나?
#‘디지털
성범죄’만 추가하면 개정 끝?
#교육감
재량으로 권한을 넘기면 책임은 누가 지나?
「성교육 표준안」은 공개 당시부터 성차별적이고 보수적인 내용으로 인해 시민사회와 학교 안팎에서 여러 문제제기를
받았다. 특히 텔레그램 N번방 사건 이후 「성교육 표준안」은
언론에서도 비판적으로 다뤄졌다. 한국사회 성문화와 성교육 시스템에 대한 높은 관심에 화답하듯, 교육부는 2020년 4월 12일과 5월 1일, 두 차례에 걸쳐 설명 자료를 배포했고, “표준안에 대해 여러 차례
전문가들의 검토를 통해 ‘잘못된 성 인식을 강화하는 내용’은
포함하고 있지 않다는 의견을 받은 바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필요하다면 “개정 방향을 검토해 수렴하고 개정할 것”이라고
발표했으며, 4월 23일에는 여러 관계부처 합동 ‘디지털 성범죄 근절대책’을 통해
“포괄적 학교 성교육”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표준안은 문제없다’는
교육부의 입장은 굳건했다. 2020년 5월 22일 포성넷은 교육부가 발표한 설명자료와 근절대책과 관련하여, 교육부에서
말한 포괄적 성교육의 정의와 그 근거가 무엇인지, 학교 성교육의 퇴보를 가져온 「성교육 표준안」 개발
책임자의 인사조치 계획은 없는지 질의했다. 이 질의에 교육부는 ‘포괄적’이라함이 국제 기준의 포괄적 성교육을 뜻하는 것인지 혹은 단순한 사전적 의미인지 명확히 답하지 않았다. 대신 「성교육 표준안」을 참고하라 응답했을 뿐이다. “성교육의 기본
방침은 성교육 표준안을 적용하는 것”이라는 말과 함께 「성교육 표준안」 개발 책임자에 대한 인사조치
계획도 없다고 했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성교육 표준안은 문제없으며,
폐기하지 않겠다는 입장만 확인해준 것이다.
실제로 교육부는 이듬해 「2021 학생 건강 증진 방향」에서 다시금
「성교육 표준안」 적용을 기본 방침으로 내세웠다. 그뿐만이 아니다. 오히려 ‘포괄적’이라는 말이 전면 삭제되었다. 2018년부터 꾸준히 ‘포괄적인 성교육’을 적시하더니, 포괄적이라는 말 자체를 삭제한 것이다. 이에 포성넷은 한 번 더 교육부에 공개질의를 진행했다. 첫째. 왜 2018년부터 2020년간
꾸준히 써왔던 ‘포괄적’이라는 단어를 삭제했는가? 둘째. 개정은 했는가? 했다면
어느 전문가들의 어떤 의견을 수렴했는가? 셋째. 여전히 「성교육
표준안」을 폐기할 의사가 없는가?
이에 교육부는 「성교육 표준안」을 다시 언급하며 표준안이 발달단계에 알맞고 체계적이기 때문에 포괄적인 내용의
「성교육 표준안」을 참고하도록 하는 방향은 변함없다고 응답했다. 왜 삭제했는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교육부는 또 디지털 성범죄 가/피해 예방 내용을 반영하도록 「성교육
표준안」을 개정했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포성넷이 요청한 전문가 명단은 공개하지 않았다. 대신 이 개정은 2020년 7월 29일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논의했다고 근거를 달았다. 하지만 이 회의는
「아동·청소년 학대 방지 대책」이 주요 골자다. 「성교육 표준안」 개정에 대한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회의가 아니라는 뜻이다.
마지막으로 2021년부터 교육자치에 따라 「성교육 표준안」이 교육감의
재량에 의해 사용여부를 판단하게 할 것임도 덧붙였다. 언제는 누구나 다 따라야 하는 지침서라더니, 문제제기가 지속되자 교육자치라는 이름으로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 아닌가?
포성넷이 교육부와의 두 차례 공개질의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교육부가
말한 ‘포괄적 학교 성교육’은 인권과 성평등에 기반한 국제
수준의 포괄적 성교육이 아닌, 온갖 문제를 지적받은 「성교육 표준안」의 적용이라는 것이다. 오히려 보수적인 반동성애 혐오세력으로부터 포괄적 성교육이 민원으로 접수되자 성교육 기본 방침에서 ‘포괄적’이라는 단어 자체를 삭제한 교육부는 성인지적 성교육, 학습자 중심의 성교육, 국제적 기준의 포괄적 성교육이라는 시대적
요청에 퇴행하고 있다.
학교는 청소년 성교육이 이뤄지는 가장 중요한 공간이다. 그런데 교육부의
「성교육 표준안」은 이 소중한 기회를 엉망으로 만들고 있다. 학교는 유일한 ‘기준’이자 혹시 있을지 모를 민원을 막아줄 ‘울타리’로 표준안을 이용하며 잘못된 성교육에 일조하고 있다.
디지털 성범죄 극성과 코로나 장기화로 인해 인권과 성평등에 기반한 성인지적 성교육에 대한 요청이 더없이 커진
지금, 「성교육 표준안」은 버리고 새로운 판을 짜야한다. 이
첫 번째 순서가 「성교육 표준안」의 실책을 인정하고 전면 폐기하는 것이다. 교육부는 변명과 회피 대신
책임있는 자세로 진정 아동청소년을 위한 성교육 정책을 추진하라.
2.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SHARE / 나영정 기획운영위원
모든 사람의 성적 권리를 확보하고 재생산을 둘러싼 사회정의를 실현해나가는 것을 목표로 활동하는 셰어에게 ‘포괄적 성교육’은 매우 중요한 현장입니다.
‘포괄적 성교육’이라는
말은 그 자체로 지향과 목적을 드러내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다양한 방안과 프로그램이 국제적, 국가적, 지역적으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셰어는 한국사회에서 포괄적 성교육의 정신을 실현하기 위해서 수년간 노력해온 다양한 현장활동가들의 헌신에 감사를
표합니다. 또한 2015년 교육부의 성교육 표준안을 비롯해
편견에 기반하여 비과학적이고 성적 권리를 가로막는 성교육을 고수하고,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정부에 깊은 유감을 표합니다.
셰어는 성과 재생산 권리보장 기본법 안을 만들면서 “포괄적 성교육은
모든 사람이 성과 재생산 건강과 권리를 증진하기 위해서 생애 전반에 걸쳐 필요와 스스로의 결정에 따라 받을 권리가 있다”는 점을 명시했습니다.
셰어가 제시한 포괄적 성교육의 원칙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 포괄적 성교육은 상호 존중과 평등에 기반한 친밀한 관계 형성을
위해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제공하며, 성을 인간 발달의 정상적인 일부로서 이해하도록 촉진하기 위한 목적으로
실시되어야 한다.
② 포괄적 성교육을 통하여 제공하는 정보는 세계보건기구 기준에 부합하는
정확하고 편견 없는 정보여야 한다.
③ 포괄적 성교육은 종교적 교리를 가르치거나 촉구할 목적으로 실시되어서는
아니 된다.
④ 포괄적 성교육 교안과 자료는 교육 받을 사람의 성별, 장애, 나이,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언어 등을 고려하여 제작하여야 한다.
그리고 포괄적 성교육에는 이러한 내용을 빠짐없이 담아야 합니다.
1. 성장과 발달, 몸
이미지 및 성역할 고정관념에 관한 인식
2. 상호 존중과 평등에 기반한 친밀한 관계 형성을 위해 필요한 지식과
기술
3.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등 성적 정체성을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한 정확한 정보와 관련 상담기관 등에 대한 정보
4. 피임, 임신중지에
관한 정보 및 성매개감염의 예방을 위한 지식과 정보
5. 성적 폭력 피해로부터 벗어나도록 돕는 상담•지원기관 등에 관한 정보
6. 그밖에 성과 재생산에 관하여 스스로 결정하고 행동하기 위하여
필요한 지식과 정보
이러한 원칙과 내용은 개인이 가진 장애, 나이, 언어, 문화적 배경 등을 고려하여 적절하고, 충분히 전달될 수 있도록 고안되어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접근성의
권리입니다. 예를 들면 나이가 적다고 해서 피임, 성매개감염
예방, 성적지향이나 성별정체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것은 포괄적 성교육 정신에 위배됩니다. 다양한 장애, 나이, 상황
등에 맞게 포괄적 성교육의 원칙과 내용을 전달할 수 있는 수단과 내용이 준비되어야 하고 그것은 국가와 지자체의 책무입니다.
이러한 원칙과 내용을 법으로 만들려는 이유는 포괄적 성교육이 실현되지 않을때 권리침해와 부정의가 심각해지기 때문입니다. 유네스코에서 지적하는 성교육 취약 집단은 ▲HIV 감염인 청소년, ▲빈곤한 청소년, ▲장애를 가진 청소년, ▲LGBTI 청소년, ▲인도적 위기에 처한 청소년 등입니다. 하지만 이들이 취약한 이유는 각 집단이 가진 고유성이나 정체성이 아닙니다. 이들이
차별을 겪고 불평등한 상황에 놓여져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상황에 처한 이들이 생존을 위해서 더 많은
애를 써야 하는 상황에서 성과 재생산 건강과 권리를 증진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하고, 또 이들이 차별받는
집단이라는 이유로 이들에게 마땅히 제공되어야 할 포괄적 성교육이 철회됩니다. 이러한 이유로 소위 취약한
집단에 속한 사람은 성 건강을 해칠 수 있는 상황, 생존과 연계된 이유로 더 위험한 섹스에 놓이는 상황, 그 이후에 피해나 손해를 복구할 수 있는 자원을 갖지 못하는 상황에 처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성적 권리는 인권이며, 누구나 보편적으로 누릴 수 있어야 하며, 다른 권리만큼 중요한 권리라는 인식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포괄적 성교육의 목표와 내용은 다음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성매개감염이나
임신을 예방하기 위한 방법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야 합니다. 개인이 처한 조건과 상황에서 성적 즐거움에서부터
차별과 낙인이 작동하는 방식에 대한 것까지, 그리고 과학적인 정보에서 사회적인 지식까지 다루어야 합니다. 모든 사람이 이 문제를 결정하고 다룰 수 있는 힘을 가지도록 지지해야 합니다.
그리고 장기적인 삶의 관점에서 친밀한 관계를 맺는다는 것, 돌봄과
노동 행위와 가치, 욕망과 쾌락에 대해서 고민하고, 실행하고, 때로 실패하고, 다시 실행하는 과정을 두려움없이 겪어나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국가와 사회가 할 일은 개인들의 자유로운 결정과 행복을 가로막는 차별과 억압을 철폐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성적 권리를 인권으로 다루는 방식이며, 성교육이
해야 할 역할입니다. 다양한 소수자들이 처한 상황이나 사회적 장벽이 성교육에 대한 접근성을 저해한다는
것을 분명히 인식하고, 그것을 변화시킬 책임을 국가와 지자체, 교육기관이
가져야 합니다.
셰어는 “당신의 금지를 우리의 긍지로!” 라는 구호를 통해서 이러한 지향을 계속 실현시켜나가려고 합니다. 이제
국회가 그동안 방기해왔던 책임을 인식하고, 존엄성을 지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성적 권리를 증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촉구합니다.
3.
장애여성공감 / 나무 활동가
저는 오늘 장애여성공감 활동가로서 한국사회 장애여성이 경험하고 있는 성교육 현실과 보호의 대상이 아닌 성적주체로서
장애여성의 포괄적 성교육에 대한 권리 보장 촉구를 위해 발언하고자 합니다. 더불어 모든 동료시민들이
연령·장애·질병·지역·이주상태·경제적지위·가족형태·성별·성적지향 및 성별정체성 등에 따른 차별없이 포괄적 성교육을 누구나, 어디에서든, 원할 때 자유롭게 받을 권리가 보장될 수 있도록 함께
목소리 내겠습니다.
장애여성공감에는 장애여성이 채팅을 통해 누군가를 만나는 것에 대해 1:1상담, 성교육을 요청하는 전화가 정말 많습니다. 요청하는 상담·성교육의 방향은 무엇일까요? 장애여성이 채팅의 위험성을 알고 허용된
행동만을 하도록, 소위 ‘올바른 성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성교육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이로
인해 많은 장애여성들은 전 생애에 걸쳐 피해 예방을 위한 통제, 예의,
안전 중심의 목표에 기반한 여러차례의 상담·성교육을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기관을 돌아다니며
받고 있는 현실입니다.
사회적 관계에서 배제와 차별을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장애여성에게 채팅은 타인을 만나고 관계맺을 수 있는 통로이기도
합니다. 그 과정에서 장애여성은 전반적인 일상에서 섹슈얼리티의 통제를 심각하게 받습니다. 어떤 사람을 만나는지 위험하지 않은지, 무엇을 하는지 파악하기 위해
전화, 카톡, 문자는 수시로 체크됩니다. 심지어 누군가와 만나 맺은 성적관계는 성폭력으로 규정되고 경찰에 고소되는 현실이며 실제 그 관계에서 좋은 감정을
느껴도 나의 성적 즐거움과 자유로운 실천에 대해서는 이야기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됩니다. 그리고 장애아동청소년성인권교육을
진행할 때 교육 첫 회에 장애청소년들에게 성하면 바로 떠오르는 것에 대해 질문하면 ‘성폭력, 데이트폭력, 성추행, 성병’ 등의 대답을 주로 합니다. 폭력예방중심의 성교육이 현재 한국사회
교육현실에서 얼마나 공고하게 고착화되어 있는지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직면할 수 있습니다.
현장활동을 통해 앞서 이야기한 현실들을 마주하게 될수록 포괄적 성교육의 중요성을 실감하게 됩니다. 그러나 교육부는 다양한 소수자 인권운동단체들이 지속적으로 전면폐기를 요청했던 학교 성교육표준안을 2021년 현재까지도 고수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2021년 「학생건강증진 정책방향」 기본방침 내용에서 ‘체계적이고
포괄적인 성교육’은 ‘발달단계에 알맞으며 체계적인 성교육’으로 수정되었고, ‘포괄적’이라는
단어는 전면삭제되었습니다. 2018년 교육부가 주관한 「교육분야 성희롱·성폭력 근절 자문위원회」에서 학교 성교육 표준안을 폐기하고 포괄적 성교육 원칙과 방향을 제시하는 새로운 성교육
가이드라인을 마련·제공하라고 권고한바 있습니다. 즉, 포괄적 성교육 권리보장을 위한 정책제안의 책무가 교육부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포괄적’이라는 주요내용의 삭제는 상징하는 바가 매우 크며 UNESCO 성교육 가이드라인, 유엔아동권리협약 등 국제 인권기준
등 시대의 변화 요구와 주요 흐름에도 역행하고 정부부처의 주요책무를 방기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포괄적성교육 권리보장을 위한 네트워크는 포괄적성교육을 제도적으로 안착시키기 위해 교육에서의 성차별 방지, 성평등한 교육환경 조성, 성평등교육을 위한 교과과정 운영, 학교내 성폭력예방 및 대책 등 성평등교육정책의 계획 및 실행, 정부-지방교육자치단체-학교-지역사회로
이어지는 추진체계를 정비하고 통합적으로 총괄할 전담부서 설치 등을 포함하는 법 제정과 제도마련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지속적으로 요구한바 있습니다. 그리고 성과 재생산권리보장을 위한 센터 셰어는 성과 재생산권리보장을 위한 입법(안)을 통해 포괄적 성교육 보장을 위한 국가, 지방자치단체, 교육기관의 책무를 중요하게 제안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이미 다양한 소수자들과 인권단체들은 포괄적 성교육 권리 보장을 위한 도전과 실천을 현장에서 당사자들과 함께 치열하게 하고 있습니다. 장애여성들은 침묵하지 않고 보호와 통제라는 명분하에 나의 성적 권리, 욕구, 욕망이 삭제되는 것을 거부합니다. 부모, 선생님, 지원자의 결정이나 허락을 요청하는 것이 아닌 내 삶의 주도권을 가질 수 있도록 나에게 필요한 자원과 정보를 알아봅니다. 연애, 자위, 섹스, 내 몸의 경험과 다양한 감각을 탐색하는 등 성적 즐거움과 욕망에 대해 자유롭게 표현하고 이야기합니다. 비슷한 차별을 경험한 동료들과 함께 나의 경험을 말하고, 배제가 아닌 지지적이고 평등한 관계를 맺습니다. 피해자로서의 위치만이 아닌 사생활과 성적권리 보장을 위해 차별에 저항하고 실패와 위험에 함께 직면하는 움직임을 연습하며 나의 언어와 내면의 힘을 다지기 위한 도전을 합니다.
국회와 정부는 각종 정책과 제도를 통해 다양한 소수자들의 성적 권리를 삭제해오고 묵인해 온 역사, 그 결과 한국사회의 성교육이 실패했음을 스스로 인정하고 성찰하는 것부터 시작하십시오. 그 시작은 소수자들의 성적권리를 삭제해 온 국가 수준의 학교 성교육 표준안의 전면폐기입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 요구하고 싶은 것은 국회와 정부는 포괄적 성교육을 위해 치열하게 도전하며 대안을 만들어가고
있는 현장을 통해 어떻게 포괄적 성교육의 원칙을 방향을 만들어가야 할지 제대로 배우십시오. 또한 그
과정에 함께 목소리내고 권리를 요구하고 있는 장애여성의 목소리를 반드시 듣고 따라오십시오. 그것이 앞으로
국회와 정부가 해야할 당연한 책무임을 강하게 요구하며 발언을 마치겠습니다.
4.
전국교직원노동조합 / 손지은 부위원장
안녕하십니까?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부위원장 손지은입니다. 오늘 저는 이 마이크를 빌려 제 동료 여성 교사 A가 겪은 일을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A가 초등학교 저학년 담임을 할 때였습니다. 그날 그는 가죽 자켓에 빨간색 스카프를 착용하고 아침에 교실로 출근을 했다고 합니다. 그때 한 학생이 외쳤습니다. “선생님, 술집 여자 같아요!”
그날 이후로 A와 저에게 수많은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습니다. 도대체 ‘술집 여자’ 같다는
건 뭘까요? 그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은 어떤 의도로 그런 말을 했을까요? 의도가 있긴 있었을까요? 그 학생이 경험했던 ‘술집 여자’에 대한 이미지와 감정,
배경지식은 어디서 어떻게 형성되었을까요? A를 비롯한 여성 교사들은 앞으로 매일 아침마다
거울 앞에서 ‘술집 여자’라는 말을 떠올리며 자기검열하듯
옷차림을 고민해야하는 걸까요?
확실한 건 ‘술집 여자’라는
말이 이 사회의 여성들을 평가하고 낙인찍는다는 사실입니다. A는 자신이 입고 싶었고 아무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는 옷을 입었을 뿐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조롱을 받았습니다.
그건 단순히 차림새에 대한 지적만이 아니라 성적인 대상으로 비하하는 말이었습니다. A는
왜 노동 현장에서 혐오의 말을 들어야 했을까요?
그 학생을 탓하려고 꺼낸 이야기가 아닙니다. 제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그 학생이 살아가는 우리 사회의 현실 바로 그것입니다. 직종과 나이를 불문하고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위치시켜 평가하는 말을 거리낌없이 발화하도록 허용하는 문화 그 자체입니다. 만약 모든 사람들이 제대로
된 성교육을 받았다면 어땠을까요? 그랬다면 일하는 여성에게 차림새를 들먹이며 차별하는 표현이 이렇게
통용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젠더폭력의 위협 속에 살아갑니다. 언제, 어디서, 누구로부터 겪을지 모른 채 말입니다. 학교라고 예외는 아닙니다. 교사도 예외가 아닙니다. 가장 안전해야 할 학교에서 학생과 교직원 등 학교 구성원들이 성희롱, 성폭력으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성평등 교육과정 하나 없는 게 이 나라의 현실입니다. 교사들은 스스로 알아서 성평등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학교 현장은 답답하기 짝이 없습니다. 성차별적 문화를 고발하는 교사들에게 ‘페미’라는 낙인을 찍어 배제시키는 일이 너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용기 내어 성희롱·성폭력을 고발한 교사들은 2차 피해에 두 번 세 번 고통받고 있습니다. 성별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치마를 입고 출근한 남성 교사는 교장, 교감에게 여러 차례 불려가 ‘민원을 생각하라’는 무력한 말을 듣습니다. 성평등 교육을 하는 교사들은 ‘빨갱이 몰이’ 마냥 ‘페미·메갈 몰이’를 당하며 ‘사상 검증’을
요구받습니다. 성소수자 교사들이 자기를 드러내려 할 때 돌아오는 말은
‘민원 생각해라’와 ‘나중에 밝혀라’라는 말입니다. 지금 여기를 사는 사람인데 왜 ‘나중’이어야 합니까? 언제까지
존재를 유예당해야 합니까?
더 이상 학교 내 성차별과 젠더폭력에 침묵할 수는 없습니다. 더 이상
용납할 수 없습니다. 성평등한 학교를 만들기 위한 전환의 시작은 모두를 위한 성교육을 보장하는 것입니다. 교사도, 학생도, 학생의
보호자도, 지역 주민도 그리고 이 사회에서 함께 살아가는 시민이라면 모두 제대로 된 성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성인지적 관점에서 체계적으로 짜여진 교육과정 없이 연간
15시간에 그치는 지금의 성교육으로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젠더폭력을 해결할 수 없습니다.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 식의 성교육을 지금이라도 성찰하고 개선해야 합니다.
성차별과 성별 고정관념을 재생산하는 「학교성교육표준안」을 폐기하고 포괄적 성교육을 도입하여 모두가 제대로 된
성교육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길 촉구합니다. 국가 차원에서 성인지적 관점을 토대로 젠더 교육과정을 마련하길
촉구합니다. 그리고 국회에 강력히 요구합니다. 포괄적 성교육, 모두를 위한 젠더교육을 보장하기 위해 조속히 관련 법 제정에 착수하십시오. 성평등
교육을 하는 교사, 성차별을 고발하는 교사, 성폭력에 고통받는
교사, 있는 그대로 존엄한 성소수자 교사들이 더 이상 쓰러지지 않길 바라며 발언을 마치겠습니다.
5.
청소년페미니스트네트워크 위티 / 정지원 공동대표
안녕하세요,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 활동가 정지원입니다. 저는
현재 학내 성교육의 문제점과 모두를 위한 성교육의 필요성에 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성교육 표준안에 따라 공교육 초, 중, 고등학교는 매년 15시간의 학생 대상 성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의 학내 성교육은 청소년이 성에 대해 배울 권리를 충분히 보장하고 있지 못합니다.
청소년은 자신의 성을 인지하고 자신의 몸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배울 권리가 있습니다. 성적 자기 결정권은 성적 표현에 거부하거나 동의할 권리뿐 아니라 넓은 의미로 자신의 몸과 섹슈얼리티를 긍정하고
탐색할 권리를 포함합니다. 그러나 성 정체성부터 2차 성징, 월경 등 청소년의 몸과 섹슈얼리티에 관한 실질적 정보를 전달하는 성교육은 이루어지고 있지 않습니다.
실제 서울시 청소년 월경용품 보편지급 운동본부에서 시행한 설문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월경 및 월경용품에 관한 정보를 주로 얻는 곳이 어디냐는 질문에 가장 많은 응답자가 온라인에서 정보를 얻는다고
응답했으며, 학교는 2.5%에 불과했습니다. 여성 청소년이 겪는 대표적인 신체 변화인 월경에 대한 교육의 부재는 학교에서 월경을 공적으로 이야기하는 일을
어렵게 만들고, 자신과 타인의 몸에 대한 무지로 이어졌습니다.
또한, 청소년을 자신의 성의 주체가 아닌 무성적 존재로 바라보고 청소년의
성을 금기시하려는 보호주의적 시각은 피임법 등을 포함한 실질적 성교육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실제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2018년 기준 40% 이상의 청소년이
피임 없는 성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청소년과 성을 분리시킨 교육은 청소년을 ‘불건전한 성생활’로부터 보호하는 결과가 아닌, 청소년의 선택지를 줄이고 위험에 놓이게 하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청소년의 성 경험 및 피해는 여전히 비난이나 낙인의 대상이 되고,
일탈적이거나 비행적인 일로 여겨집니다. 이러한 분위기는 성폭력 피해마저 ‘성 경험’으로 여기며 피해 청소년들의 신고를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폭력과 관련된 교육도 미흡합니다. 현장 교사들이 참고할 수 있는 매뉴얼인
성교육 표준안은 성폭력 대처법으로 ‘이성 친구와 단둘이 집에 있을 때:
단둘이 있는 상황을 만들지 않는다’, ‘친구들끼리 여행 갔을 때: 친구들끼리 여행을 가지 않는다’, ‘채팅 중 직접 보고 싶다며 만남을
제안할 때: 낯선 사람과 채팅은 가급적 삼간다’ 등 무의미하며
피해자의 행동을 통제하는 내용을 담아 문제가 되었습니다. 성폭력과 데이트 폭력 등에 대한 교육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는 환경 속에서, 피해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했습니다.
성폭력의 책임을 피해자에게 돌리고 청소년의 성 경험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성교육은 공동체 내의 피해 경험자가
공동체를 신뢰하지 못하게 만들며, 학교 공동체 내에서 성폭력 피해를 경험했을 때 공동체가 피해자를 지지해줄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게 하여 피해를 이야기하지 못하게 합니다.
모든 사회 구성원의 교육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인 학교는 혐오와 무지의 공간이 아닌, 평등을 배우고 나의 몸을 긍정하는 공간이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형식적이고 보호주의적인 성교육이 아닌 수평적인 관계 속에서 실질적 정보를 얻고 평등을 배울 수 있는 성교육을 받을 권리가 보장되어야 합니다. 더 많은 청소년이 자신의 몸을 긍정하고 자신의 성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모두를 위한 성교육, 포괄적 성교육을 요구합니다.
6.
청소년성소수자위기지원센터 띵동 / 상훈 활동가
띵동에 찾아오는 청소년 성소수자들을 상담하다보면 성소수자로서 겪는 여러 가지 고충들을 듣게 됩니다. 다음은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학교에서 겪은 성소수자 혐오표현, 차별경험의 일부입니다.
“학교에서 과학 선생님이 플러스와 마이너스는 서로에게 가려고 하지만
같은 종류끼리는 그렇지 않는다고 하며 이런 말을 하셨다 여자랑 여자랑, 남자랑 남자랑 안 좋아하는 것과
똑같애. 너네는 남자한테 가지, 설마 레즈도 아니고. 이렇게 말하셨는데 모두 다 웃었다. 정말 충격이었다. 직접적으로 차별을 받아보니 굉장히 어이없었고 이런 교육방식이 황당했다.”
“5학년 때 담임선생님이 동성애는 에이즈를 옮기는 주범이라고 한 게
생각납니다. 그리고 동성애를 정신병이라고 한 것이 아직도 생각납니다.
근데 더 충격적인 것은 선생님이 한 말을 친구들이 곧이곧대로 받아들인다는 것이었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남녀분리
체육수업이 괴로웠고, 성별에 따라 앞 번호 뒤 번호가 갈려 번호를 쓸 때마다 매우 괴로웠으며, 모의고사에서 성별을 표기하는 것도 고통이었고, 남자와 여자로 나누어
줄을 서는 것도, 수강신청 페이지에서 성별이 표기되는 것도 고통이었습니다.”
“교과서에는 성소수자가 등장하지 않습니다. 교육현장에선 시스젠더 이성애자만을 인간의 디폴트로 놓고 있는 것 같습니다.”
“트랜스젠더에게는 일상이, 자기
존재가, 가족이, 친구가,
학교가 고문의 공간일 수 있습니다. 그냥 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두근거리고 아픈
경험을 했었습니다.”
한편 이런 고충들 때문에 위클래스에서 정체성을 드러내고 상담을 받으면 자녀가 성소수자라 주의해야한다는 이야기를
부모님에게 알려 가정 내 갈등이 생기기도 합니다. 여러 사례들을 나열했지만 아직 나열하지 못한 많은
성소수자 정체성으로 인한 청소년의 피해사례는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게 교육을 하고 학교가 나서서 혐오피해를 막아줘야 하지만 한국의 교육 현실은 암담하기만
합니다. “여성은 무드에 약하고 남성은 누드에 약하다”, “남성과
여성은 뇌 구조부터 다르다” 등 개떡 같은 말들로 채워진 2015년에
배포된 성교육 표준안은 거센 비판으로 자취를 감췄지만, 교육부에 성교육 관련 질의를 할 때마다 실체도
없는 성교육 표준안은 꾸준히 거론되기만 하고 있습니다. 실체도 없는 성교육 표준안에 따르면 초중고 학생들은
매해 15시간의 성교육을 받아야한다고 되어있지만 실제로 진행되는 성교육은 초중고를 통틀어 몇 시간도
채 되지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성교육 자체가 체계적이지 못하고 성소수자 관련된 내용도 일절 들어가
있지 않으니 가르치는 교사도, 배우는 학생도 성소수자에 대해서 알 수 없고 이런 암담한 현실임에도 성교육이
발전이 없으니 청소년 성소수자의 암울한 현실이 계속 되풀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성교육 때 마다 듣는 정자와 난자의 일대기는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고 지겹기까지 합니다. 청소년 성소수자는 이미 학교 안에 존재하고 숨죽여 살아가거나 검열되다시피 아우팅을 당해 피해를 호소하고 있지만
아직도 폐쇄적인 교실에서 성소수자를 차별하면 안 된다는 내용은 가르치지도 못할뿐더러 어떤 표현이 혐오표현인지, 왜
혐오표현을 하면 안 되는지, 성소수자 친구와 어떻게 관계를 맺으면 되는지 등 다양하고 포괄적인 성교육이
실시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구시대에 머물러있는 성교육으로 인해 성평등과 성인지 감수성을 말아먹은
사회에서 포괄적 성교육을 비중 있게, 체계적으로 다뤄 성범죄와 불법촬영, N번방 사건은 물론 성소수자 혐오피해를 막을 수 있는, 성소수자가
안심하고 학교에 갈 수 있는, 성소수자가 정체성을 드러내더라도 안전하게 지낼 수 있는 학교를 만들어야합니다. 이를 이루기 위해서는 포괄적 성교육이 첫 걸음이고 비중 있는 성교육 실천을 통해 이뤄 낼 수 있습니다. 청소년 성소수자들의 시간은 지금도 흐르고 있습니다. 하루빨리 포괄적
성교육 반드시 실행 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7.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 이드 트랜스젠더퀴어인권팀 공동팀장
한국 사회는 트랜스젠더 집단이 자신의 삶을 부정으로 시작하게끔 사회구조를 유지해 왔습니다. 한 사람이 자신의 성별 정체성을 탐색하기 이전에, 태어나서부터 신체의 해부학적 특징을 근거로 의사나 부모가 성별을 지정하는, 그래서 ‘성인’이 된 후에야 병원과 법원을 통해“성별 재지정”, “성별 정정”을 해야만 하는 사회입니다. 1과 3, 2와 4라는 주민등록번호 징표로부터 가로질러야만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이 사회가 과연 정상적인 것일까요?
작년 SBS NEWS에 따르면, 전국 226개 기초자치단체에 정보공개청구를 한 결과, 국내에서 성별 정정 과정을 거친 트랜스젠더는 최소 517명이며, 이들이 성별 정정을 마친 나이는 평균 32.8세 입니다. 한편, 한국청소년개발원(2006)의 <청소년 성소수자의 생활 실태> 조사에 따르면 자신의 성정체성을 인지하기 시작한 평균 연령은 13.8세이며, 한국여성정책연구원(2018)의 <청소년 성교육 수요조사 연구 : 중학생을 중심으로> 연구에 중학생 4,065명이 참여한 조사에 따르면, 성 정체성 또는 성적 지향을 고민해본 경험이 있다는 질문에 각각 26.1%, 30.7%가 응답했습니다. 또한 자신이 성 소수자 (동성애자/트랜스젠더 등)라는 생각이 들 경우 어떻게 생각하거나 행동할 것인지에 대해 남학생은 '그런 생각을 없애기 위해 노력한다'(28.9 %)고 답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트랜스젠더 혐오차별 실태조사>(2020)에 따르면, 법적 성별정정을 시도한 적 없는 응답자는 86.0%(508명/591명)였습니다. 이 조사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응답자의 69.2%(404명)가 학교에서 성소수자 관련 성교육 부재로 힘들었다, 성별 정체성에 맞지 않는 교복 착용으로 어려웠다가 62.3%(364명), 성별 정체성에 맞지 않는 화장실을 이용한 사람은 51.7%(302명)으로 나타났으며, 가족들이 본인이 트랜스젠더임을 지지해주는 경우는 23.7%(140명), 신체적 폭력이 가해지거나 전환 치료 목적의 상담을 받은 적도 있다고 답했습니다. 더불어 김승섭 고려대 보건과학대 교수 연구팀의 <트랜스젠더 건강 연구>(2017)에 따르면, 총 278명의 참여자 중 극단적 선택 시도율은 40%에 달하며, 이는 같은 해 전체 성인(0.5%), 청소년(3.1%)의 자살 시도율에 비교가 되지 않는 수치입니다. 이 조사 결과들은 무엇을 나타내고 있습니까?
성별 정체성을 인지하는 나이에 비해서, 자신이 인지하는 성별 정체성을 인정받고 이해받을 사회가 전혀 준비되어 있지 않아서- 내가 무엇이라 칭해지고 무엇을 입고 어딜 갈지에 대해서 전혀 선택지가 준비되어 있지 않았고, “커밍아웃”이라는 방식으로 시스젠더(Cisgender) 이성애자(Heterosexism)중심의 사회에 부합하지 않는 자신을 숨기고, 차별과 폭력 가운데에 살아남아 자력으로 성정체성을 탐색하고, 자금을 준비하고, 경제적 사회적 자원이 있는 이들만이 성별 정정에 이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자신을 탐색하고, 사회로부터 자원과 지지를 얻어야 마땅한 시간을 사회가 부여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여성으로서 군인으로서 살아가고자했던 변희수 하사와 그녀에게
연대하고자 숙명여대 합격생임을 밝혔던 A 학생, 교사가 되기위해
학교로 돌아가기위해 정치로 뛰어든 김기홍 정치인, 선생님을 기억합니다.
이들의 삶의 터전을 앗아간 것은 누구입니까? 이들이 자신이 트랜스젠더임을
커밍아웃했을때, 전역 조치를 하고, 빈곤으로 자신의 삶을
영위하기 어렵도록 만든 누구의 책임입니까? 일생의 처음부터 끝까지 트랜스젠더의 존재를, 자리를 빼앗고 방관하고 배척해온 사회의 몫 아닙니까? 성별 정체성과
성적 지향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가정에서 학교에서 직장에서 투명인간으로 만들어온 책임은 누구에게 있습니까? 그들이
우리와 같은 시민이 아닌 “트랜스젠더”로 남게 만든 이들은
누구입니까? 그간 공교육 내에서 포괄적 성교육을 제공하라는 시민사회단체의 오래된 외침에도 모르쇠한 정치, 사회의 책임 아닙니까? 성소수자도 환대하고 포용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정부는 무슨 일을 하셨습니까?
2006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례는 “성전환자도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향유하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가
있다. (…) 그 개인이 주변의 멸시 및 신분상의 불이익에서 벗어나서 정상적인 사회구성원으로 받아들여지고
전환된 성에 따라 법률적인 지위를 인정받고 사회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등 장래에 향유하게 될 이익은 사회적 혼란의 방지 등 호적정정을 불허함으로써
얻어지는 공공의 이익에 비하여 현저히 크다고 할 것이다.”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성소수자인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탐색과 이해, 이를 통해 타인을 존중하고 수용하고 공감할 수 있는 감수성을 기를 수 있는 정보권, 교육권, 건강권이 배제되지 않는 평등한 사회를 위해서 국가 주도로 공교육을 통해 이뤄지는 포괄적 성교육은 곧 트랜스젠더에게도 평등한 사회, 그리고 인권 보장을 실현하는 길입니다.
8.
인천퀴어문화축제 / 임신규 공동조직위원장
안녕하십니까? 저는 인천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 공동조직위원장을 맡은
임신규입니다. 오늘 포괄적 성교육 1인 시위에 함께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고맙습니다. 저는 성소수자 당사자로서 1회
인천퀴어문화축제에서 겪었던 일로 오늘의 발언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많은 분이 직접 참가도 하시고 뉴스를 통해 접하기도 하셔서 2018년
제1회 인천퀴어문화축제에 대해서 들으셨을 겁니다. 저 역시
그날 온종일 동인천역 북광장에서 다시는 겪어서는 안 되는 일을 겪었습니다. 축제 참가자들을 향해 “사랑하니까 반대한다” “동성애는 에이즈”라는 피켓을 들고 “돌아가”를
외치는 것도 모자라 물리적인 폭력까지 행사하는 이들을 떠올리는 것은 많은 시간이 지난 지금도 쉽지 않은 일입니다.
보수 기독교 교회의 거짓선동과 폭력으로 축제 참가자들이 입은 피해는 축제 이후 조사 결과를 보면 정말 충격적입니다. 축제가 끝나고 2018년 10월
고려대 김승섭 교수 연구팀의 조사에 따르면 피해 설문에 응답한 305명 중 98%인 298명이 혐오 세력에게 성소수자 비하 발언을 겪었고, 86%인 262명이 욕설, 조롱
및 비하를 겪었다고 합니다. 또한 50% 이상의 참가자가
성적으로 희롱, 모욕, 위협을 느꼈습니다. 이로 인해 참가자 중 70%는 우울 증상, 84%는 급성 스트레스 장애, 66%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예측된다 했습니다.
또 다른 조사 결과를 보면 대한민국에서 성소수자로 살아가는 것은 어쩌면 일생을 거쳐 이 사회, 국가와 싸워야 하는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2019년 OECD 조사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동성애에 대한 수용도에서 10점
만점에 2.8점으로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다고 합니다. 이
점수는 OECD 36개 국가 중에서 터키, 리투아니아, 라트비아에 이어 4번째로 낮은 점수이고, OECD 평균인 5.1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다른 조사에서는 한국의 성소수자의 자살 시도율은 비성소수자에 비해 10배
가까이 높다는 결과도 있습니다. 특히 남성 동성애자의 자살 시도 비율은 비성소수자 남성과 비교해 18.75배가 높고 동성애자, 양성애자의 우울 증상 역시 비성소수자
비해 4.76배나 높다고 합니다. 믿기지 않을 수 있겠지만
이게 대한민국의 현실입니다.
이런 조사 결과를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우리는 너무 많은 성소수자의
죽음에 대한 소식을 접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는 성소수자에게는 생명을 위협하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성정체성과 성적지향으로 고민하거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성소수자 아동, 청소년들을 위한 제도가 전무한 현실에서 기본적인 교육조차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성소수자 대한 차별과 혐오는
끊임없이 반복되고, 이로 인한 피해가 악순환되고 있습니다.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없애고, 성소수자도 비성소수자와 마찬가지로 동등한 시민으로 살기 위해서는 성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개선되어야 하고 국가는 성소수자를 차별하지 않는 제도를 갖춰야 합니다. 특히 교육을 통해
성정체성, 성적지향 등에 올바른 인식을 갖도록 하는 것이 중요함에도 우리는 학교에서 성평등, 젠더, 섹슈얼리티에 대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만약 학교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교육을 제대로 실시하고 있고, 이
사회 구성원이 성소수자에 대해 제대로 된 정보와 인식을 하고 있었다면 축제를 불허했던 동구청 공무원이 없었을 수도 있고, 폭력사태를 사실상 방치했던 경찰이 직무유기를 하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또한
행사를 방해했던 혐오세력은 어쩌면 혐오세력이 아니었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기 때문에
포괄적 성교육이 필요합니다.
유네스코 포괄적 성교육 가이드라인에서 제시되고 있는 성교육을 모든 사람이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이를 위해
국회는 관련법을 제정해야 합니다. 성소수자 당사자 활동가로서 포괄적 성교육(모두를 위한 성교육)이 실시될 수 있도록, 그리고 올바르게 정착될 수 있도록 여기 계신 분들과 함께하겠습니다.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9.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 청소년 청년 HIV감염인 커뮤니티 알의 회원이자
운영지기, 그리고 현재 HIV확진 판정을 받은지 9년이 된 HIV 감염인 포니라고합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저는 오늘 발언해주시는 다른 멋진분들과는 달리
이런 활동들을 꾸준히 접해보지 못했어요. 먹고사느라… 그래서
저는 저의 경험을 토대로 여러분들께 이 포괄적 성교육이 왜 필요한가에 대해 이야기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첫째로, 성교육의 부재로 인해 신규 감염인들이 제대로 된 정보를 알지 못해 불안감에 쌓여있습니다. 저희 커뮤니티 알에는 상담전화가 있어요. 많은 분들이 다양한 사유를 가지고 전화를 주시는데요, 그 모든 사유들 속에는 불안함이 들어있습니다. 저는 이 불안함이 부족한 성교육에서 생겨났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10대, 20대, 30대를 살아온 그 어디에서도 HIV/AIDS에 대해 제대로 배울 기회가 없었던 많은 분들이, 나의 인생에서 절대 찾아 올 리 없다고 믿었던, 제 얘기같네요 ‘그 바이러스’, HIV를 마주하시고는 전화를 주세요. ‘제가 죽나요?’,’몸이 이상한것 같아요’,’이거 먹으면 안된다는데 어떡하죠?’,’이제 동생이랑 목욕탕에 못가게되나요?’.처음에는 생각했어요. 이사람들 바본가? 조금만 찾아보면 나오는것을? 근데, 바보는 저였습니다. 그분들이 정보를 찾아보지 않으신게 아니더라고요. 아주 오래되고 편견과 오해가 담긴 정보들. 의학적인 연구와 결과를 토대로 얻어진 것이 아닌 정보들 속에서 헤메고 계실 뿐이었습니다. 또 그런 정보들이 감염인들의 마음을 닫게 만들고, 사회로부터 스스로를 격리시키는 작용을 한다는 사실이 굉장히 괴로웠습니다. 그래서 저는 사람들이 의학적 연구와 결과를 토대로한 믿을 수 있는 성교육을, 또 모든 세대가 전 생애에 걸쳐 지속적으로 갱신이 되는 성교육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느낍니다.
둘째로, 성교육의 부재로 HIV 감염인들이 사회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습니다. 저희 감염인들중에 굉장히 솔직하고 대담한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친구, 가족, 직장, 연인이 될 사람에게 감염 사실을 밝히는 분들이죠. 저는 그런 분들께 물어봅니다. ‘미쳤어? 왜?’ 그러면 그분들은 대답합니다. 문제를 만들고 싶지 않아서, 솔직하고 싶어서, 나중에 실망을 안겨주고 싶지 않아서. 그런데 참 역설적이죠, 문제를 만들고 싶지 않아서 한 그 행동이 ‘문제’가 됩니다. 해고를 통보받기도 하구요, 교묘하게 따돌려져 자진 해고를 당하게도 하고, 사랑했던 사람에게 협박 전화를 받고(심지어 금품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또 더 이상 자신을 안아주지 않는 가족들을 느끼게 되죠. 처음엔 비감염인들이 너무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가, 그들은 왜 그럴까? 한번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보기로했어요. 그들은 저희 입장에선 생각을 안해주니까. 그러다보니 비감염인들이 충분히 그럴수 있다고 느껴지게 되는거죠. 불안하니까요. 그럼 왜 불안할까? 네, ‘모르니까’. 이제 HIV가 관리가 가능하고, 생활에서 전염되지 않으며, 효과적인 예방법이 있다는걸 모르니까요. 저는 세상에 나쁜 사람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생각을 다시 하게 됐어요. 나쁜 사람이 많은게 아니라, 모르는게 많은 사람이 많구나. 알았으면 그렇게 행동하지 않았을텐데, 그렇게 말하지 않았을텐데. 그래서 저는 다시 한번, 모든 사람들이 의학적 연구와 결과를 토대로한 믿을 수 있는 성교육을, 모든 세대가 전 생애에 걸쳐 지속적으로 갱신이 되는 성교육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느낍니다.
끝으로, 우리 사회는 이미 감염인과 비감염인이 함께 사는 사회입니다. HIV 감염인은 우리 자신으로부터, 또 사회로부터 평등을 느낄 권리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HIV/AIDS를 포함한 포괄적 성교육이
필요함을 당부드리며, 이만 말을 마칩니다.
10.
한국다양성연구소 / 김지학 소장
한국은 2011년과 2014년에
유엔 인권이사회의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에 따른 폭력과 차별종식을 촉구하는 결의안에 찬성표를 냈습니다. 또한
한국은 포용적인 섹슈얼리티 교육을 촉구하는 가정폭력과 관련된 2015년 유엔 인권이사회 결의안도 지지했습니다. 한국은 이러한 국제사회에서 보여준 '다양성과 포함의 가치'를 지지하는 자세를 토대로 이제는 모두를 포함하는 성교육을 실시해야 합니다. 어느
누구도 차별하지 않는, 성인지 감수성과 평등의식을 기초로 한 포괄적 성교육이 실질적으로 시행되기 위해서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만 합니다. 시대에 역행하는 '차별금지'를 반대하는 혐오세력에 휘둘릴 것이 아니라, 미소지니와 강간문화를
끝장내고 모두가 있는 모습 그대로 존중받으며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포괄적 성교육 기본법'을 지금당장 제정해주시기를 바랍니다. 국가가 제대로된 성교육 법안
마련을 주저하는 사이, 우리 사회의 폭력은 지금도 지속되고 있음을 똑바로 직시하시길 바랍니다. 이것은 바로 국가의 책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