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호한시선] 2021년 10월 21일부터 「스토킹처벌법」 시행! 제정은 하였으나 갈 길이 멀다.
[한국성폭력상담소 단호한시선]
2021년 10월 21일부터 「스토킹처벌법」 시행!
제정은 하였으나 갈 길이 멀다.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스토킹처법법」)」이 2021년 10월 21일부터 시행된다. 그동안 스토킹에 적용할 수 있는 법 규정이 없어 경범죄처벌법상 8만 원짜리 범칙금으로 처리해온 현실을 돌아보면, 스토킹을 범죄로 규정하고 처벌하도록 명문화하는 「스토킹처벌법」 제정은 분명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나 「스토킹처벌법」이 우선 제정됨에 따라 처벌이 중점이 되어 피해자 보호의 법적 근거가 부족하고 법적 한계가 명확하다.
「스토킹처벌법」에 따르면, 스토킹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며, 흉기 또는 그 밖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거나 이용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가중처벌한다. 스토킹 행위에 대해서 사법경찰관리는 현장에서 즉시 스토킹 행위를 제지하고 분리하는 등의 응급조치 및 긴급응급조치를 취할 수 있으며, 검사는 스토킹 범죄가 재발 될 우려가 있거나 피해자 보호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경우, 법원의 결정에 따라 접근금지 및 유치장 또는 구치소에 유치하는 등의 잠정조치를 할 수 있다.
-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성별화된 폭력으로서의 스토킹 행위와 범죄에 대한 사회적 인식제고
스토킹은 특정 성별을 대상으로 가해지는 경향이 높은 성별화된 폭력이다. 따라서 스토킹 범죄에 대한 제대로 된 처벌과 스토킹 피해자의 권리보장을 위해서는 스토킹을 여성폭력의 맥락에서 이해하고 피해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로 다루는 인식이 필수적이다. 스토킹 피해에 대한 핵심적인 초기 조치는 스토킹 행위 제재를 위한 경찰의 개입의 가능성을 높여 피해를 중단하고, 더 큰 피해를 예방하는 것이다. 이는 스토킹 사건 현장에서 응급조치를 취할 수 있는 사법경찰관리와 잠정조치 시행을 청구할 검찰, 그리고 이를 결정할 법원에서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성별화된 폭력으로서 스토킹 행위와 범죄에 대한 인식을 가져야 직접적 개입과 처벌, 피해자 권리보장 등의 법적 내용이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다.
스토킹 행위가 「스토킹처벌법」 제2조 1항에 명시된 행위만으로 포괄되지 않는 점도 분명히 해야 한다. 실제 스토킹 피해를 호소하는 피해자들은 생각지도 못한 다양한 유형의 피해를 말하고 있다. 이전에 발의된 스토킹 관련 법안 등에서는 스토킹 행위를 정의할 때 ‘그 밖에 이에 준하는 행위’ 등으로 법 해석을 통해 스토킹의 범위를 확대 적용할 수 있는 조항이 포함되었으나, 이번에 통과된 법안에는 해당 조항이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처벌이 가능한 스토킹 행위가 협소하게 규정되어 나열된 행위가 아닌 피해에 대해서는 「스토킹처벌법」 상 처벌근거가 없는 상태가 되었다. 기술변화에 따른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스토킹 피해 등 현행법이 담보하지 못한 새로운 유형의 피해들은 이후 「스토킹처벌법」에서 어떻게 다룰지 시행과 동시에 과제가 남겨진 상황이다.
- 상대방 또는 그의 동거인, 가족에게 피해가 지속‧반복되어야만 처벌하는 제한적인 정의 규정
「스토킹처벌법」은 스토킹범죄를 대단히 제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제2조에 따르면, “스토킹 행위”란 1)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2) 정당한 이유 없이 3) 상대방 또는 그의 동거인, 가족에 대한 행위로 4) 상대방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스토킹 행위를 5)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하는 경우에만 “스토킹범죄”로 처벌한다.
스토킹을 처벌하기 위해서는 피해자가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입증해야 하고, 피해가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발생해야 한다. 사실상 입증책임에 대한 부담을 피해자에게 전가하는 셈이다. 불안감‧공포심을 크게 느끼지 않거나 지속적‧반복적 피해를 입증하기 어려운 피해자는 법률상 보호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피해자가 느끼는 감정과 사법기관이 가진 인식, 감수성, 통념에 따른 주관적 해석 사이에 괴리가 발생할 우려도 있다. 이에 더해 ‘정당한 이유 없이’라는 단서 조항은 가해자가 법망을 빠져나가는 구실을 줄 수 있다. 피해자의 권리를 보장하고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스토킹 전담 사법기관에 대한 교육, 명확한 기준과 지침 마련 등도 필수적이다.
그뿐만 아니라 스토킹행위의 대상을 ‘상대방 또는 그의 동거인, 가족’으로 협소하게 규정하여 친구, 애인, 직장 동료 등 주변인이 가해자의 표적이 되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 스토킹 피해 특성을 외면한 반의사불벌죄 규정
「스토킹처벌법」은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의사를 밝히는 경우 가해자를 처벌할 수 없도록 스토킹범죄를 ‘반의사불벌죄’로 규정했다. 스토킹 피해의 특성을 고려했을 때, 이는 피해자에게 심각한 2차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 2016년 한국성폭력상담소 상담일지 통계 분석에 따르면, 상담소에 접수된 스토킹 피해상담의 피해자 89.9%가 여성이었고, 가해자의 93.8%는 아는 사람이었다. 피해자와 아는 관계인 가해자는 피해자와 주변인들에게 접근하여 처벌불원을 요구하는 협박 또는 회유를 하기 쉽다. 서로 아는 사이이거나 친밀한 관계인 경우, 경찰이 스토킹 피해를 사소하게 여기거나 가해자에게 이입해 피해자에게 처벌불원을 종용할 우려도 있다. 피해자가 보복에 대한 두려움 등으로 처벌불원 의사를 밝히는 경우, 스토킹범죄를 견제할 수 없음은 물론 피해자의 권리를 보장하기 어렵다. 이는 단순한 기우가 아니라 성폭력 친고죄 조항이 폐지(2013년)되기 이전에 성폭력 피해자가 수없이 마주한 현실이다. 반의사불벌죄는 가정폭력범죄 처벌에도 꾸준히 걸림돌이 되어 왔다.
- 스토킹 피해자의 권리보장과 일상회복을 위한 지원 정책 근거 마련 필요성
이번에 시행되는 「스토킹처벌법」은 스토킹 행위 및 범죄에 대한 처벌근거와 내용을 다루고 있어 스토킹 피해자 보호 및 지원에 대한 법적 근거는 마련되지 않은 상태이다. 현재는 가정폭력이나 성폭력을 다루는 기존의 여성폭력 지원체계 안에서 스토킹 피해자에 대한 보호 및 지원하도록 하고 있다. 스토킹이 여성폭력의 한 유형으로 발생하고 다른 폭력과 중복으로 발생하기도 한다는 점에서 현재 마련된 여성폭력 지원체계를 통한 지원이 가능하다고 이해될 수 있다. 그러나 스토킹 피해가 단독으로 발생하기도 하고, 그 피해 유형이 다양하고 피해 특성상 현행 여성폭력 지원체계 내에서 충분하게 지원되기 어려울 수 있으므로 추가적인 지원체계 및 정책의 필요성도 있다.
예컨대 시급한 신변안전조치의 근거, 피해자 개인정보 보호 및 변경 등을 위한 근거 등 스토킹 피해에 대한 특화된 지원체계 및 정책 마련을 담은 법적 보완도 필요하다. 온라인을 기반으로 이뤄지는 스토킹 피해의 경우, 피해자의 개인정보를 이용한 사적 정보 취득, 피해자 사칭을 통한 피해자 정보 무단 사용 및 유포, 게시된 피해자 정보 삭제 등에 따른 지원 체계도 필요하다.
스토킹은 피해자의 안전과 자유를 침해하며 일상을 축소하는 특성이 있다. 피해자 등에 대한 불이익조치 금지, 긴급생계비지원, 주거비 지원 등 임시조치가 아닌 피해자가 안전하고 자유롭게 자신의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장기적인 지원 및 보호 제도도 필요하다.
- 스토킹 피해자의 권리 보장이 아닌 건강한 사회질서 확립을 목적으로 하는 법
「스토킹처벌법」은 ‘스토킹 범죄의 처벌 및 그 절차에 관한 특례와 스토킹범죄 피해자에 대한 보호절차를 규정함으로써 피해자를 보호하고 건강한 사회질서의 확립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제1조에 정의하고 있다. 그러나 이 법의 목적부터 달리 써야 한다. 그토록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스토킹처벌법」의 목적은 “여성폭력으로서 성별화된 범죄인 스토킹 행위자에 대한 단호한 제재와 행위중단, 처벌을 규정함으로써 스토킹 피해자의 안전과 침해된 일상을 회복하는 ‘권리보장’”이어야 한다. 스토킹은 건강한 사회질서를 해하는 행위일 뿐만 아니라 스토킹 피해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분명한 폭력이자 범죄이다.
국회에 처음 발의된 이후 22년 만에 제정된 「스토킹처벌법」 시행을 알리며,
실질적인 가해자 처벌과 스토킹 피해자 인권보장을 위한 정책 및 법적 근거 마련을 촉구한다!
2021년 10월 20일
한국성폭력상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