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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우리은행 여자농구팀 감독 성추행 사건에 대한 재판부의 판결을 규탄한다
  • 2007-07-06
  • 4292
전 우리은행 여자농구팀 감독 박명수 성추행 사건에 대한
재판부의 판결을 규탄한다


자신이 지도하는 선수를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전 우리은행 여자농구단 감독 박명수가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다. 재판부는 징역형을 내리지 않은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박 전 감독이 ▲전과가 없는 점 ▲(사건 당일인) 전지훈련 첫날 평소보다 많은 주량을 마셔 만취한 점 ▲10여년간 국가대표팀을 이끌면서 농구계 발전과 국위선양에 힘쓴 점 ▲평생 농구 발전을 위해 노력한 점 ▲비록 피해자와 합의는 하지 않았지만 5000만원의 공탁금을 제출한 점 ▲혐의 사실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있는 점 등을 사회봉사 명령을 조건으로 이같이 선고한다."(오마이뉴스 2007.7.6 "만취했고, 농구 발전에 노력해서...")

판결 이유에 나와 있는 대로 박명수는 10년간 국가대표팀을 이끈 영향력 있는 농구계 인사이다. 또한 선수 선발권과 선수연봉책정 등의 막강한 권한 가지고 있었다. 또한 이 일이 사건화 되는 과정에서 박명수가 평소에도 습관적인 성추행을 해왔고, 선수들이 이에 항의한 일이 있었다고 증언한 바 있다. 이것은 이 사건이 술김에 한 우발적인 실수가 아니라, 감독이라는 지위를 악용한 구조적인 폭력임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이렇듯 국가대표팀 감독, 농구계 유력 인사라는 ‘지위’는 가해가 가능한 조건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이것이 감형의 이유가 될 수 있는가.
‘가해자가 중요하고 실력 있는 사람이니까 한 번의 실수는 눈 감아 주자’, ‘지금 그 사람이 없으면 우리 팀이 힘들다.’ 라는 식의 말들이 이제껏 무수한 성폭력 사건을 침묵시켜왔다.
그리고 피해자의 용기 있는 문제제기가 스포츠계의 위계적 구조와 그로인한 성폭력을 사회적으로 드러냈음에도 불구하고 재판부는 가해자의 지위가 중요하기 때문에 그가 덜 처벌받아도 된다는 판결을 내렸다.

또한, 만취 상태였다는 것이 어떻게 감형의 사유가 될 수 있는가. 이런 식의 판결이 계속되어 왔기 때문에, 술 취하면 성폭력을 해도 된다는 생각이 만연해있다. 술 때문에 성추행을 하게 된다면 만취하도록 자신을 방치해서, 잘못을 반복하는 것이야 말로 잘못한 일이다.
이것은 ‘술이 죄지, 사람이 죄냐’는 재판부의 온정주의를 드러내는 것이고, 그 온정주의가 결국 가해자의 면책 수단이 된 전형적인 사례이다.

이것이 대한민국 사법부가 세우고 싶은 정의인가. 성폭력 근절에 역행하는 이런 판결은 판례로 남아서는 안 된다. 검찰의 항소를 통해 판결은 반드시 재고되어야 한다. 이러한 고질적인 권력관계에 의한 성폭력에 쐐기를 박을 수 있는 재판부의 책임 있는 판결을 요구한다.


2007년 7월 6일

문화연대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민우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