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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듣고 있는가? - 제1531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 성명서
  • 2022-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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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듣고 있는가?


- 제1531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 성명서 -



피해자의 말하기는 해방으로부터 무려 50여 년이 지난 후에나 시작되었다. 한국 사회가 그들의 말하기를 들을 준비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향으로 돌아온 피해자에게는 숨겨야 할 일이라고, 부끄러움과 수치를 내면화하도록 방조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들을 준비조차 되어있지 않았던 사람들을 변화시킨 건 용기 있는 말하기를 시작한 피해 당사자이자 활동가인 사람들이었다. 91814, ‘내가 여기 있다는 마음으로 피해 사실을 증언한 고 김학순 님의 용기는 또 다른 피해자들에게, 그리고 한국 사회에 큰 울림을 주었다. 최초의 말하기 이후, 수요시위는 피해자의 말에 귀 기울이는 성숙한 민주 시민의 연대로 이어져 왔다. 현재는 일본 정부에 사과를 요구하는 본래의 목적에 더해 전시 성폭력 문제를 알리고 교육하는 존엄한 현장으로 기능해 왔다. 그러나 정작 이 목소리를 들어야 할 사람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최근 2년간 수요시위는 반대 세력의 지속적인 집회 방해와 공권력의 방조로 안전을 위협받고 있다. 극우세력은 피해자와 활동가에 대한 음해를 넘어, 일본군위안부의 존재 사실조차 부정하며 본래 수요시위를 이어오던 평화비 인근에 먼저 집회신고를 하여 자리를 빼앗았다. 폭력 상황에 개입해야 할 경찰은 혐오 세력의 혐오 선동을 방관하다 뒤늦게 펜스를 두르고 보호에 가까운 통제를 이어오고 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을 철회하라는 인권운동가 이용수의 요청에 대선후보가 그렇게 정한 것이다라며 공약 철회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성가족부가 폐지되더라도 외교부 등에서 대체 가능하다며 외교 문제로 축소하는 전형적인 오류를 범했다.

 

분명히 말한다. 일본군성노예제 문제는 단순히 일본과의 외교 문제로 접근해서는 제대로 해결할 수 없다. 본질은 전시 성폭력이다. 최초의 말하기가 있었던 1991년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변화를 이룰 수 있었던 원동력은 듣는 힘에 있었다. 피해자의 말하기를 존중하여 있는 그대로 듣는 행위는 곧 연대를 만드는 강력한 힘이 된다. 백래시가 불어닥치는 이 시대, 우리는 말하기와 듣기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피해자와 연대하며 정의로운 해결을 이끌어낼 것이다. 그 목소리에 응답하는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하나. 일본정부는 범죄 사실을 인정하고 역사왜곡을 중단하라!

하나. 일본정부는 피해자들에게 공식 사죄하고 법적 배상하라!

하나. 수요시위는 평화와 인권 교육의 현장이다. 안전한 수요시위 보장하라!

하나. 극우세력은 역사 부정을 멈추고, 혐오선동 즉각 중단하라!

 

2022216

한국성폭력상담소 및 제1531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 참가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