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들이 원하는 것은 우리의 무기력이다! 지지 않고 더욱 거세게!
지난 12일 한국성폭력상담소가 함께하는 ‘2022 페미니스트 주권자행동’은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차별과 혐오, 증오선동의 정치를 부수자’를 주제로 함께 모였습니다!
2022 한국의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나오는 ‘젠더이슈’의 면면이 그날 많은 사람들이 모이게 된 주요한 이유였습니다. 성폭력피해자, 성매매 피해여성, 한부모, 이주여성 등을 젠더 관점으로 지원하는 부처인 여성가족부 폐지를 어떠한 후속 조처도 밝히지 않고 공약으로 내놓는다거나, 실제 유죄에 이른 무고율이 0.68%에 지나지 않고, 실제로는 피해자를 압박하기 위한 ‘가해자 역고소’ 전략으로 활용되고 있는 ‘성폭력 무고죄’에 대해 처벌을 강화하는 정책이 대통령 선거기간 동안 공공연히 이야기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답답했던 것은 백래시의 내용이 이야기되는 방식이었습니다. ‘여성가족부폐지’ 7글자는 공약이라기보다 나는 ‘너희편’이라는 싸인이었고, 실제로 지지율반등으로 연결되는 걸 보면서 말문이 막혔습니다. ‘성폭력무고처벌 강화’가 실제 필요성이나 실현가능성을 따져본 정책이라기보다 ‘청년정책’의 일환으로 이대남 정서에 대한 호응이라는 점에서 특히 분노했습니다. 여성가족부폐지 요구에 근거로 대고 있는 많은 부분이 사실이 아니고, ‘성폭력무고죄’가 성폭력피해자를 위축시키기 위한 가해자 역고소의 전략으로 활용되고 있고, 이 전략이 가능한 건 ‘꽃뱀론’과 같은 피해자비난문화에 기댈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설명하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의문이 드는 시간들이었습니다. 흔히 말하는 ‘이대남’이나 ‘이대남’ 정서에 적극 호응하는 정치권이 젠더이슈에 대해, 각각의 의제에 대해 단순히 몰라서 생기는 문제가 아니라, ‘알기를 적극적으로 거부하는’ 것 같을 때 막막해지는 마음이 선거기간 동안 이어져왔던 것 같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페미니스트 주권자행동의 제안문 중 저한테 와 닿았던 부분은 ‘계속되는 증오선동에 무너지지 않도록, 서로의 얼굴을 확인하고 지치지 않고 계속 나아갈 수 있는’ 자리를 만들자는 것이었어요. 코로나로 인해 오프라인 집회를 열기 어려운 시기, 오랜만에 광장으로 가는 마음은 기대감으로 부풀었습니다.
2022 페미니스트 주권자행동 선언문 낭독 중인 신아 활동가
페미니스트 주권자 행동의 시작은 한국성폭력상담소 신아활동가와 한국여성단체연합 다른활동가의 선언문 낭독이었습니다. 성평등을 쌓아올리는 게 아니라, 오히려 백래시에 앞장서며 차별과 혐오를 생산하는 주체가 된 정치에 ‘이것은 정치가 아니다’라고 외치고, 우리는 선거에서 표로 계산되는 유권자의 의미를 넘어 더 나은 사회를 고민하는 ‘주권자’라고 선언하며, ‘흩어져 각자도생하고 있는 개인이 아니라 함께 목소리 내고 연대하는 페미니스트’로서 함께하자는 말이 인상 깊었습니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발언에서도 지금 대선에서 이야기되고 있지 않은 여성들의 삶, 페미니즘 정치에 대한 요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한국정치연구소 여.세.연 활동가 이효진님의 말이 기억에 남았어요. “대전환이 필요한 시기에 여성가족부 폐지를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 채택하는 정치는 여성가족부를 희생양 삼아 지금의 불평등을 지속시켜온 이들에게 면죄부를 주며, 차별을 해소해야 할 정치인의 책임마저 회피하는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지금의 정치는 “대체 어디에 서서 한국사회를 바라보고 있는”지 질문했습니다.
한시간 가량 이어진 발언이 마무리되고, 서대문 방향으로 행진이 시작되었습니다. 각자 투표용지 모양의 종이에 페미니즘 정치가 필요한 이유, 대선 후보에 바라는 점 등을 적어 높이 들며 행진을 진행했습니다. 보신각으로 다시 돌아온 후엔 각각의 목소리가 담긴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는 퍼포먼스로 이날의 행사가 끝이 났습니다. 단지 숫자로만 계산되는 유권자가 되기보다, 정치권에서 지우고 있는 차별과 혐오 폭력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과 정책을 요구하는 한명의 주권자로서 투표에 임하겠다는 메시지가 잘 드러나는 퍼포먼스여서, 즐거운 마음으로 투표(!)를 마치고 집에 돌아왔습니다!
우리도 주권자다! 성평등 정치를 명한다!
[이 후기는 성문화운동팀 동은 활동가가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