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6일 '차별금지법 있는 나라 만들기 대국회 집중유세' <가자, 평등의 나라로!>에 한국성폭력상담소가 함께 했습니다.
토요일 오후, 상담소 활동가들은 공덕에서 만나 손현수막도 챙기고, 차금법 제정송 '달려라 평등'율동도 함께 추고, 무지개 깃대를 세우며 본격적인 행진에 앞서 만반의 준비를 했습니다. 마포대교를 지나 국회의사당에 도착할때까지 2022년 봄에는 반드시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라는 우리의 목소리가 국회에 들리도록 걷고, 말하고, 외쳤습니다.
대선보다 차별금지법
대통령보다 차별금지법 있는 나라
가자 평등의 나라로! 우리가 함께 만들 내일로!
두개로 나뉘었던 행진팀이 국회 앞 집회장소에 모이자, 고금스님의 웅장한 법고 무대를 오프닝으로 본격적인 집중행동 집회가 시작되었습니다.
차별금지법 있는 나라
차별금지법이 국회에서 제정되지 못하고 15년을 표류하는 동안, 누군가는 평등의 이름 속에 배제되고 조직적인 혐오세력에 의해 차별의 대상으로 지목되는 일들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더이상 이러한 차별이 용납되어서는 안되고, 그러기 위해서 나와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구체적 응답을 고민하는 많은 이들의 이야기가 그날 광장을 메웠습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부위원장 권수정님은 모범단협안을 개정하면서 남녀평등과 모성보호라는 이름의 장을 성평등과 여성 노동권과 바꾸어 성소수자가 배제되지 않는 평등, 그리고 모성으로 제한되지 않는 여성 노동권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저는 2003년 노동조합을 만들고 해고되었습니다. 그리고 19년째 싸우고 있습니다. 제가 19년을 싸우고 있는 것은 노동조합, 금속노조가 나의 동지가 되어 나의 고통을 알고 함께 싸웠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해고된 변희수 하사는 어디로 갈 수 있었을까. 나의 존재를 드러내어 활동하는 것이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성소수자 노동자에게 전국금속노동조합은 함께 싸울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나를 드러내어 나의 정체성을 얘기하는 성소수자가 노동자가 있다면 우리가 함께 싸워주겠다고 나의 조직, 금속노조는 말할 수 있는가. 이것이 저의 질문이었습니다."
15년 동안이나 나중으로 미뤄진 '평등법'은 차별의 현실에 대해 들을 수 있는, 그래서 응답할 수 있는 길을 막아선 것이나 다름 없었습니다. 그러나 성소수자차별반대무지개행동 창구활동가는 지난 15년의 길이 마냥 비극적이지만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그 시간이 의도치 않게 연대의 교훈을 남겼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우리는 그동안 사회 곳곳에서 나중으로 미뤄져왔던 권리들을 만났고, 사회가 차별하고 배제했던 존엄한 개인들을 만났습니다. 우리는 차별이 정말 다양한 축을 교차하며 발생하는 것임을 알았고, 인간의 삶이 얼마나 다양한지 지금도 경험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전까지 없던 연대로 뭉쳐 이 국회 앞에 모여 소리치고 있습니다. 성소수자가 차별당하지 않고 권리가 더이상 미뤄지지 않을 때까지, 모두가 평등한 그 세상에서 살 수 있을 때까지, 15년이 16년이 되지 않도록 함께 싸우겠습니다. 가자, 평등의 나라로!"
우리가 만들어온 오늘, 우리가 열고 싶은 내일
한국성폭력상담소 신아는 반성폭력운동 활동가로서 차별금지법제정운동을 함께해 온 이유를 설명하면서, 차별금지법이 만들어갈 보편적인 자유와 평등의 기반을 이야기해주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성폭력상담소 김신아 활동가입니다. 저는 차별금지법 있는 나라 만들기 유세단 활동으로 함께했습니다. 평등하고 차별없는 새해를 보내라며 주민들에게 인사했습니다. 모든 사람의 삶을 위한 법이 차별금지법이라고 말했고, 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하는 성폭력상담소가 왜 차별금지법제정운동을 함께하는지도 설명했습니다. 성폭력은 가해자의 심리 정신적 문제 때문이 아니라 권력있는 사람이 권력없는 사람의 생각과 감정을 무시할 수 있기 때문에 일어난다고 말입니다. 미투운동에서 알 수 있었듯이 그런 위계구조와 차별적 문화는 특별한 곳에만 있는게 아니라 어디에나 있습니다. 때문에 누군가를 배제하고 차별하는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성폭력을 근절하고 안전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는 위험한 무엇을 없애면 된다는 시각이 있습니다. 그러나 성폭력을 위험의 문제로만 관리하려 할때 ‘위험하니까’ ‘안전을 위해서’ 보호자 남성의 통제 하에 두거나, 여성을 펜스룰과 같이 ‘위험요소’ 취급해버립니다. 성폭력에 대한 두려움을 이유로 다른 소수자를 혐오하고 차별하는 일들을 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담론에서 여성들은 정말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워질까요?
저는 완전히 성폭력 없는 세상을 꿈꾸기도 하지만 성폭력이 있음에도 우리의 삶이 자유롭기를 바랍니다. 어린시절부터 성폭력을 이유로 여성의 몸과 행동거지를 단속당하지 않고 마음껏 움직이고 몸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조심하라는 말대신 어디든 갈 수 있다고 응원받고 싶고요. 성폭력 피해를 입었을 때 불이익이나 의심을 받을까봐 걱정하지 않고 말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피해자라는 위치가 또다른 낙인과 굴레가 되어서 피해자답게 말하고 행동하라고 강요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의심의 눈초리 속에서 피해를 증명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되기를 바랍니다. 따뜻하고 지속적인 존중속에서 일상 회복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피해별 정체성별 우리의 삶을 칸칸이 구획하여 지원하는 제도의 한계를 넘어 성폭력 피해자의 한 인간으로서의 삶이 주목받기를 바랍니다. 피해자가 시민, 마을주민, 노동자, 청소년, 직업군인 등으로 함께 살아가는 게 당연한 세상이 필요합니다. 성폭력에 저항하는 일은 궁극적으로 삶의 자유를 확장하는 일이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담소가 만나는 피해자, 여성들이, 피해자, 여성의 이름으로만 보호받고 안전한 것이 아니라 시민이라면 누려야하는 보편적인 자유와 평등의 권리가 보장된 토대 위에서 살아갈 수 있어야 합니다. 차별금지법은 그 토대를 만드는 법입니다.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는 말이 힘있는 정치인에게서 나왔습니다. 모든 문제는 개인과 개인의 문제일 뿐이라고요. 원인과 해결 모든 것이 개인에게 달려있다며 차별과 혐오를 개인화할때 안전은 위험을 관리하는 문제가 됩니다. 그러나 성폭력이 구조의 문제일 때 우리 사회의 문화와 제도를 성찰하고 바꾸자고 할 수 있습니다. ‘나도말한다’라는 의미의 #미투운동에서 그랬듯 차이를 넘어서 다른이의 부당함과 내가겪은 부당함이 연결되어 있음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예외없이 모든 사람은 평등하고 차별받아서는 안된다는 원칙을 확인하게 됩니다.
백래시가 거센 시기입니다. 차별과 혐오가 만연한 세상은 그 자체로 또다른 차별과 혐오와 더 커다란 폭력을 부추깁니다. 상호 연결된 존재로서 우리가 만들어 온 구조적 성찰과 변화의 힘을 잊지 맙시다. 우리가 원하는 세상을 말하고 함께 만들어갑시다. 2022년 차별금지법 제정합시다! 감사합니다.
가자, 차별금지법 있는 나라로!
이어지는 오지은님과 임정득님의 멋진 공연으로 쌀쌀한 날씨에도 훈훈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는데요. 차별금지법 제정연대 이종걸님의 발언으로 이날 집회는 마무리 되었습니다.
"평등의 때가 오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평등을 원합니다. 그런데 그 때가 올 것 같습니다. 우리가 투쟁할 것이니까요. 그 투쟁에 여러분이 꼭 같이 행동으로써 같이 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
우리 모두 평등의 그날까지 투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