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호한 시선] 권력형 성폭력 대응을 빌미로 한 여성가족부 폐지 주장 멈춰라
권력형 성폭력 대응을 빌미로 한 여성가족부 폐지 주장 멈춰라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부쳐
5월 11일,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진행되었다. 김 후보자는 윤석열 대통령의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는 “다양한 이해당사자와 소통”하고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며 “새로운 여성가족부를 만들어가겠다”고 했으나, 이미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답을 정해놓은 상황에서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여성폭력 피해자를 상담·지원하는 현장 단체들은 “여성폭력 방지 정책 및 피해자 지원을 위한 성평등 전담부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해왔다. 인사청문회 당일에도 기자회견으로 “여성가족부 보장·강화하라” 요구했다. 5월 7일 여성가족부 폐지 반대 국회 국민동의청원이 5만명 동의로 성립됐다. 그러나 김 후보자는 모든 우려와 반대 목소리를 무시하고 인사청문회 자리부터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겠다고 못 박았다. 합리성을 찾아볼 수 없는 ‘답정너’뿐이다. 성폭력피해자 지원 현장단체인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여성가족부 폐지를 본인의 소임으로 삼은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지명에 다음과 같이 입장을 밝힌다.
권력형 성폭력에 대응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여성가족부 폐지가 아니라 확대·강화다
인사청문회에서 김 후보자와 국민의힘 의원들은 여성가족부가 본연의 기능과 역할을 수행하지 못해 여성가족부 폐지를 자초했다며, 고위공직자들의 권력형 성폭력 사건에서 일부 여성단체들만 지원했고 여성가족부 장관이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았던 점을 거론했다.
권력형 성폭력 사건에서 한국성폭력상담소를 비롯한 피해자지원단체, 여성인권단체들은 더불어민주당, 여성가족부, 서울시에 적극적인 성폭력 문제해결을 촉구하고 2차 가해 방지를 촉구했다. 핵심은 성폭력을 발생하고 해결을 지연하는 구조적 성차별의 개선책임이 지방자치단체와 부처에 있다는 것이다. 문제가 발생하면 기관/부처를 폐지하는 것이 아니라 성찰하고 개선하도록 요구해왔고, 변화를 만들어왔다.
김 후보자는 권력형 성폭력에 대응하기 위한 과제로 “신고부터 회복까지 피해자 촘촘하게 지원하겠다”고 말했지만 구조적 성차별이 있다고 생각하는지 묻는 질의에는 “대통령 말씀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대답을 회피했다. 만약 김 후보자가 여성가족부 장관이 될 경우, 장관이 앞장서서 부처의 폐지를 추진하는 불안정한 상황 속에서 여성가족부가 어떻게 “5대 폭력 피해자 보호·지원 시스템을 강화”하고 이를 위해 필요한 사업을 기획·시행하고 충분한 예산을 편성할 수 있을 것인지 대단히 우려스럽다.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 힘은 권력형 성폭력 대응에 온건한 사회적 구조와 정치적 현실을 여성가족부 폐지의 빌미로 삼지말라. 권력형 성폭력의 책임이 특정당 전유물이고, 권력형 성폭력 비판이 특정당의 전매특허라는 이분법적 구조는 현실과도 다르며, 정치권 내 성폭력 문제와 2차 피해를 심화시킨다. 성폭력 대응을 명목으로 구조적 성차별 현실을 더욱 심화시키는 주장을 당장 중단하라. 더 이상의 선동 정치, 해법없이 국민들을 가르는 정치를 멈춰라.
성평등에 대한 이해, 철학, 의지 단 하나도 없는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는 자격없다
김 후보자는 여성가족부 폐지 후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새로운 부처”가 궁극적으로 가족 및 아동, ‘저출산’/인구 문제만을 다루는 부처일 것이라고 예고했다. 김 후보자는 피임·이혼·인공수정·동성애를 반대하는 가톨릭 신자 국회의원 모임에서 활동한 이력이 있다. 성평등 전담 부처를 없애는 것도 모자라 다양한 가족 구성권과 성·재생산권을 꾸준히 넓혀온 지난 세계적 흐름에 역행하는 부처를 신설하려는 것인가? 심각한 우려가 든다.
김 후보자는 윤석열 정부 국정 과제 중 5대 폭력, ‘권력형 성범죄, 디지털 성범죄, 가정폭력, 교제폭력, 스토킹범죄’ 피해자 보호·지원은 주무부처 여성가족부가 수행할 것이라 말한다. 그러나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보복성 역고소, 성폭력 실태와 현행법 사이의 간극 등 현안 문제에 관한 여성폭력피해자지원현장단체연대의 질의에 대해서는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다.
무고죄를 성폭력특별법에 신설하겠다는 윤석열 후보자 시절 공약은 ‘무고 사범’, ‘꽃뱀’이 많다는 왜곡된 인식을 확산하고 가해자의 보복성 역고소 남발을 부추겨 성폭력 피해자에게 실질적 위협 되고 있다. 그럼에도 김 후보자는 무고죄 처벌 강화 공약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의에 “(윤석열 대통령이) 법률가로서 법적 균형을 말씀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아무런 문제의식을 보이지 않았다.
또한, 미투운동 이후부터 성폭력 실태와 현행법 사이의 간극을 줄이기 위해 강간죄 구성요건을 ‘폭행·협박’에서 ‘동의’ 여부로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줄곧 이어져 왔다. 이에 관한 질의에 대해서도 김 후보자는 5대 폭력 피해자 보호·지원은 사각지대가 없도록 할 것이며 ‘원스톱 서비스’나 ‘영상물 삭제’ 등 지금 여성가족부가 하고 있는 업무를 하겠다고 동문서답할 뿐이었다. 간극을 줄이고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서는 특정 사건을 불법/합법의 관점으로 다루는 법무부가 아니라 성평등과 인권의 관점으로 폭행·협박이 심각하지 않다고 불송치/불기소되는 성폭력, 가정 유지를 명분으로 기소유예되는 가정폭력, 피해자를 범죄자로 바꾸는 성매매 피해자, 이주민 피해자 등을 지원하는 여성가족부가 주무 부처가로서 사법 및 비사법적 지원을 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러한 이해가 전혀 없는 김현숙 후보자는 여성가족부 장관으로서 자격이 없다.
‘여성가족부 폐지’는 혐오선동 정치의 산물이다
권력형 성폭력 대응, 사회적 취약 계층 지원, 저출생 문제 대응, 일가정양립 지원 등은 모두 성평등 관점을 누락하고는 문제파악, 계획수립, 제대로된 실행,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없다. 여성가족부의 권한 강화가 이 시대에 요구되는 지점이다.
이번 인사청문회에서도 김 후보자는 “여성가족부는 다른 부처와 협업 체계로 해야 하는 업무가 많고 주도적으로 사업을 할 수 있는 예산도 권한도 부족하다”고 짚었다. 김 후보자는 여성가족부에 필요한 것은 폐지가 아니라 권한 및 예산 강화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19대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간사로도 활동하며 여성가족부 권한 강화를 지속적으로 주장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현재는 ‘‘여성가족부 폐지’가 정해진 답인가?
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내내 ‘여성가족부 폐지’만을 반복하는 동안 유튜브 생중계 실시간 채팅에는 성차별적, 여성혐오적 발언이 난무했다.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은 애초 ‘무고죄 강화’와 함께 ‘청년정책’으로 윤석열 후보로부터 발표되었다. 이것은 정부부처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숙고하는 대안논의가 아니라 안티페미니즘을 등에 업은 포퓰리즘이었고, 단 일곱 글자만을 SNS에 게시하는 선동이었다. 인사청문회 역시 여성가족부의 지향, 역할에 대한 토론이 이루어지는 공론장이 되지 못했고, 안티페미니즘과 혐오차별 발언을 재생산할 뿐이었다. 정책도 비전도 아닌, 단지 여성과 페미니즘에 대한 혐오차별을 선동하는 정치적 구호만이 확산되는 한 가운데서 대통령의 입장만 받아쓰기하는 후보자는 여성가족부 장관으로서 자격 없다.
근거와 대안없이 폐지만을 답하는 장관 후보 자격 없다, 김현숙 후보자는 즉각 사퇴하라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여성가족부 폐지 주장 멈추고 공식적으로 입장 철회하라
윤석열 정부는 성평등 관점으로 여성폭력 대응할 수 있는 성평등 전담 부처 여성가족부를 확대·강화하라
2022. 05. 12
한국성폭력상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