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양성평등자문위원회 민간위원 입장문 김규현(KIDA 병영정책실 선임연구원), 김은경(젊은여군포럼 대표), 김혜정(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이미경(한국성폭력상담소 이사), 조영숙(한국여성단체연합 국제연대센터장), 조현욱(한국여성변호사회 변호사), 진경호(서울신문 심의실 수석 논설위원)
진실규명을 통한 구조적 변화를 기대한다!
공군 20전투비행단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 관련
군 내 성폭력 및 2차 피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 수사 시작에 부쳐 -
대한민국 공군으로서 무한한 자긍심을 갖고 군복무 중, 2021년 5월 세상을 떠난 故 이예람 중사님의 명복을 빕니다. 유가족분들께 깊은 위로와 연대의 마음을 나눕니다.
공군 이예람 중사는 2021년 3월 2일, 회식 후 상관으로부터 성추행 피해를 입고 곧바로 선임에게 보고했으나 이어지는 조직적인 2차 피해의 고통 속에서 5월 20일에 죽음을 택했습니다. 그날 이후 1년이 지났습니다. 그러나 왜 극단적 선택을 해야 했는지 진상규명이 안된 상태에서 장례를 치를 수 없어 이 중사님은 아직 차가운 영안실에 계십니다.
그동안 우리사회에는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본 사건에 대해 국방부가 나서 수사를 했고, 외부전문가가 수사심의위원회에서 해당 과정을 점검하기도 했습니다. 국방부에서는 “정의와 인권 위에 강하고 신뢰받는 군대 육성을 위한” <민∙관∙군합동위원회>를 꾸렸습니다. 작년 6월부터 민간 전문가, 시민단체, 언론, 관계부처 공무원, 현역 및 예비역 위원 80명으로 출범한 위원회는 4개월여동안 논의 끝에 총 73개의 권고안을 냈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국방부 차원에서 전 군의 혁신을 하겠다는 의지는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이 사건의 진상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의 진실이 밝혀져야 군의 혁신을 위한 발걸음이 힘차고 의미가 있습니다.
2022년 3월 31일 국가인권위원회는 “피해자(이 중사)는 원 소속부대에서 이미 신고 무마·협박 등 2차 피해를 입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전출을 간 부대에서조차 피해자의 성추행 피해 사실이 부대 전반에 알려져 있던 사실 등에 크게 절망한 것으로 보인다”며 재조사를 비롯해 ‘군 내 성폭력으로 인한 생명권 침해 근절 권고’를 했습니다. 그리고 2022년 4월 26일 ‘공군 20전투비행단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 관련 군 내 성폭력 및 2차 피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시행되었습니다.
특검 수사가 이제 시작되었습니다. 유가족의 비통함과 국민의 공분 속에서 무거운 책무감으로 이 사건을 전면 재수사하게 됩니다. 우리는 특검이 왜 피해자가 극단적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는지, 부대 내에서 성폭력을 축소∙은폐∙무마∙회유하게 되는 매커니즘과 실제 일어난 일은 무엇인지, 여군 부사관에 의한 성폭력 사건이 제대로 수사되지 않고 지연∙회피된 구조와 카르텔이 있었는지, 가장 책임을 물어야 할 단위가 어디인지 면밀하게 수사하기 바랍니다. 특히 사건을 수사한 국방부는 25명을 형사입건해 15명을 기소했지만, 부실 초동수사 담당자와 지휘부는 단 한 명도 기소하지 않았던 과오의 원인과 과정을 파헤쳐야 할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공군 및 국방부에서는 진실 규명을 위해 최대한 성실하게 특검의 수사에 임해야 할 것입니다.
국민들은 군에서 무슨일이 일어났는지 그 '명백하고 납득할 만한 실체'와 함께 '공정한 정의 실현'을 볼 권리를 되찾는 시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피해자다움’을 요구하는 사회에서는 피해자가 제대로 말할 수도 없고, 일상을 회복하는 것은 더더욱 어렵습니다. 우리는 어떤 특별한 조치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공감하고 실천할 수 있는 “상식이 통하는 군대, 피해자의 권리가 존중되는 군대, 정의가 살아 숨쉬는 군대”로 거듭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온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습니다.
이번 특검은 유가족, 그리고 내부 여군을 비롯한 이중사와 함께 했던 군인들에게는 '어두운 터널을 벗어나는 진실의 빛' 같은 기회일 것입니다. 무엇보다 유가족이 일상을 회복하고, 고 이예람 중사가 편안히 눈감을 수 있는 날을 기다립니다.
이 사건의 배경이 되는 공군 조직의 양성평등자문위원회 일원으로서, 우리 민간위원들은 특검이 제대로 역할을 해가기를 기대하며 지켜볼 것입니다. 더불어 우리 2기 양성평등자문위원회는 현재 국방부 및 공군에서 진행하고 있는 여러 개혁 과제들 중에서 특히 양성평등 정책 기반 조성, 양성평등 의식 확산 및 조직문화 개선, 성폭력으로부터 안전한 근무여건 보장 등의 구체적 정책실행을 위한 자문과 모니터링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2022년 6월 13일
공군 제2기 양성평등자문위원회 민간위원
(김규현∙김은경∙김혜정∙이미경∙조영숙∙조현욱∙진경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