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 장관 취임 한 달, 근거와 내용도 없는 부처 폐지 입장만 반복
여성가족부 장관이 해야 할 일은 부처 폐지가 아니라 강화다.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은 어제(6/16)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여성가족부 폐지는 명확하다”며 부처 폐지 입장을 또 다시 반복했다. 장관 인사청문회 당시 명확한 근거도 비전도 없이 여성가족부는 폐지되어야 한다고 답변한 것에 대해 여성을 비롯한 시민사회의 비판이 있었음에도 여전히 입장이 달라지지 않은 것이다. 특히 이번 기자간담회에서는 “여성가족부가 하고 있는 기능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면서도 부처 폐지 입장을 반복하는 어불성설의 행태를 또 다시 보여주었다. 최근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와 장관 면담에서는 권 대표가 여성가족부의 업무와 그 동안의 성과를 가짜뉴스 수준으로 왜곡한 것에 대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등 여성가족부 수장으로서 필요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
김 장관은 인사청문회 당시에도 여성가족부를 왜 폐지해야하는가를 묻는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어제 기자간담회에서도 “정책 환경이 변화했고 여가부가 가진 여러 한계를 고려할 때 여가부 폐지는 명확하다”는 등 모호한 근거를 대며 ‘폐지’라는 단어만 계속해서 반복하고 있다. 물론 이는 단순히 김 장관만의 문제는 아니다. 애초에 ‘구조적 성차별은 없고, 여성가족부의 역사적 소명은 다했다’며 단 7글자로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한 윤석열 대통령의 무책임한 혐오선동 정치에서 비롯된 것으로 처음부터 그 한계는 명확했다. 김 장관이 취임 이후 했어야 할 일은 공약이 잘못되었음을 인정하고 실질적인 여성가족부 강화 방안을 내놓는 것이었다. 그러나 국민의 삶보다는 권력자의 말 지키기에 자신의 역할을 끼워 맞춘 장관의 행보는 여성을 비롯한 소수자의 삶, 나아가 국가 성평등 정책을 위협하고 있다.
한편, 정부는 지난 6월 10일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이사국 당선을 홍보하며 국제사회 공동목표인 지속가능발전 이행과 평화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국가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올해 말 유엔인권이사회 차기 이사국(2023-2025) 선거를 위해 제출하는 ‘인권보호와 증진을 위한 자발적 서약(voluntary pledges)’에서는 여성인권증진에 대한 국내 성과와 계획을 자랑스럽게 국제사회에 내보인 바 있다. 이렇듯 국제사회의 인권 논의를 선도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정부가 윤 대통령 취임 후 가장 먼저 내놓은 여성인권 관련 계획이 아이러니하게도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사실은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을 포기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여성가족부 장관이 해야 할 일은 부처 폐지가 아니라 강화다. 성차별적인 한국 사회구조와 문화를 바꾸기 위해서는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여성가족부는 성평등 전담부처로서 기능과 집행력 강화, 중앙부처와 지자체의 성평등 정책의 총괄조정 기능 강화, 중앙부처와 지자체의 성주류화(gender-mainstreaming), 노동시장의 성차별 해소, 여성(젠더)폭력 피해자 보호 및 예방 강화, 누구나 돌볼 권리와 돌봄을 받을 권리가 평등하게 보장되는 돌봄 정책, 다양한 가족형태에 따른 차별 해소와 지원을 위한 가족정책, 아동·청소년의 인권 보호와 권리보장 강화 등 해야 할 일이 산적하다.
근거도, 합의도 없이 계속해서 ‘여성가족부 폐지’를 주장하는 것은 현행 법제도, 행정체계, 정책수요자와 당사자에게 국가역할을 방기하는 행위로 보일 뿐이다. 여성가족부 장관은 여성가족부 폐지 입장을 철회하고, 성평등 전담부처인 여성가족부를 강화하는 비전과 정책을 마련하라.
2022년 6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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