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는 성폭력사건 상담 및 지원, 연구를 통해 인권향상과 성폭력적 환경근절을 위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난 9월 귀 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에 의한 성폭력 사건을 접수받고 피해자와 주변인과의 상담내용을 근거로 다음과 같은 의견을 드립니다. 그리고 이에 따른 질의사항에 대한 중앙대학교 측의 답변을 요청합니다. .
1. 중앙대학교는 A 교수에 의한 성폭력이 있었다는 것에 대하여 어떻게 인지, 인정 혹은 판단하고 있습니까?
피해자는 지난 7월 12일, 피해자의 논문지도교수였던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A 교수에 의한 성폭력 피해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중앙대학교 측에서는 이를 성폭력 사건으로 인정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판단하기 위해 어떤 기준으로 어떠한 내용을 조사하고 판단하였는지, 그 결과는 무엇인지 답변을 요구합니다.
본 상담소가 파악한 바를 근거로 다음과 같은 의견을 드립니다.
■ 충분한 정황적 근거
이 사건의 경우, 사건에 대한 피해자의 진술은 매우 구체적이고 일관적인 반면, A 교수는 그와 같은 사실이 없다는 소극적 주장만을 하거나 심지어 A 교수가 제시한 알리바이가 거짓임이 밝혀지기도 했습니다. 또한 A 교수는 피해자측과 협상하기 위해 나선바가 있으며 이것은 가해자가 자신의 가해사실을 인정할 때 보이는 행동입니다.
- A 교수는 피해자가 3시에 학교버스를 타고 갔다고 주장하며 운전기사를 증인으로 내세웠으나 CCTV에 의해 A 교수가 주장하였던 알리바이가 성립되지 않았습니다
- A 교수는 피해자 계좌에 보상비 조의 돈을 송금한 바 있습니다
- A 교수는 진상조사위원회 조사 이후 돌연 자신의 계좌에서 송금한 돈에 대해 ‘지불정지’ 조치를 취했습니다
- 이에 대해 A 교수는 학부 학생회장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에서 사건을 빨리 해결하려는 부인의 결정이라고 해명였습니다.
- 그러나 감교수의 부인이 사실을 인정하게 된 과정이나 맥락 없이, 사실확인의 절차도 없이 막무가내로 사건의 해결을 위해 돈을 먼저 송금했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습니다.
- 그밖에 A 교수는 동료 교수를 통해 중재안, 협상안을 몇 차례 제시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감 교수 측이 이 사건을 음해세력의 음모라 주장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적극적인 협상안을 제안했다는 것은 앞 뒤가 맞지 않습니다.
■ 물적증거가 판단의 절대적 기준이 될 수 없음
학교 측이 피해자의 진술을 받는 과정에서 증거유무를 집중적으로 요구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나 주지하는 바와 같이 성폭력은 물증이 거의 남기 힘든 범죄로 유명합니다. 신체적으로 손상, 상흔이 남아도 피해자는 빨리 씻어내거나 지우게 되어 증거보존이 힘들고, 가해자가 은밀히 저지르므로 목격자가 있는 경우가 오히려 특이하며, 성폭력 가해자의 78%를 차지하고 있는 ‘아는 관계’ 속의 가해자는 피해자에게 위계와 위력을 이용하여 계획적으로 가해를 하므로 피해자를 교묘히 입막음 시키는 것부터 주변인에 대한 협박에 이르기까지 증거(‘정황적 증거’ 포함)를 인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성폭력 사건의 경우 피해자의 일관되고 구체적인 진술 여부, 정황적 근거, 가해자에 대한 구체적이고 집중적인 조사를 통해서만이 실체적 진실에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사실입니다. 성폭력에 대한 구체적인 물증 여부로 성폭력 사건의 발생 유무를 판단하겠다는 태도는 성폭력 사건이 발생하는 구도에 대해 무지하거나, 아니면 피해자의 말을 신뢰할 수 없는 발설로 만들면서 사건을 무마하고 은폐하려고 할 때 나타나는 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 피해자가 허위진술할 이유가 있는지 여부
A 교수는 이 사건을 음해세력의 음모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그렇게 가정하기 이전에, 피해자의 진술을 의심하고 부정하기 이전에 생각해보면, 평범하게 학업생활을 영위하던 피해자가 갑자기 자신이 성폭력을 겪었다고 상상하고 꾸며내서 이야기할 이유를 찾기란 매우 힘들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가해자가 졸업, 등단을 좌우할 수 있는 지도교수이고, 지도교수를 문제제기한다는 것이 자신의 미래와 학업에, 또한 주변인들로부터의 시선과 질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 것입니다. 또한 성폭력 가해자보다는 피해자 여성에 대한 편견과 낙인이 아직도 더한 사회라는 것도 체감했을 것입니다. 자신에게 돌아올 이득보다는 상처와 손해가 더 크리란 것이 뻔한, 따라서 성폭력 고소율이 6.1%(한국형사정책연구원, 1998)에 머무는 사회에서, 특히나 대학원 내 지도교수-학생 관계에서 자신이 피해자였음을 문제제기했다는 것은, 그만큼 어려운 결정을 하고 문제제기했다는 뜻임을 파악해야 합니다. 피해자 자신이 고발하지 않는다면, 가해자의 권력과 피해자의 약점을 이용하여 그러한 성폭력이 계속 반복되었을 것이라는 점을 생각할 때, 피해자의 고발과 제보는 신의있게 접수되고 특별히 보호되어야 합니다.
2. 중앙대학교가 이 사건과 관련하여 진행한 절차나 과정에 문제는 없었습니까?
피해자는 지난 7월 18일 총장에게 탄원서를 제출함으로써 이 사건을 학교 측에서 해결해주기를 공식적으로 요청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사건의 접수에서 최근의 결과통보에 이르기까지 납득할 수 없는 중요한 문제들이 발견되어 이에 대해 질의합니다. 중앙대학교 측은 이 사건의 처리 절차 및 해결 과정에서 문제가 없었다고 판단하는지, 아니면 있었다고 판단하는지, 있다면 어느 면에 대해서 그렇게 생각하는지, 그에 대해 어떤 시정 방안을 강구하고 있는지 답변을 요청합니다.
본 상담소가 파악한 바를 근거로 저희는 다음과 같은 의견을 드립니다.
■ ‘진상조사위원회’의 구성과 실행과정은 명확한 잘못
7월 30일 학교 측에서는 ‘사실 확인’ 명목으로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는 중앙대학교의 성폭력 처리 절차와 과정을 규정하고 있는 「중앙대학교 성희롱․성폭력예방및처리에관한규정」에 명시되어 있지 않은 기구입니다. 문제는 A 교수 조사시, A 교수가 피해자가 최초로 피해 사실을 상담한 교수를 지목하여 내보낼 것을 요구하자 진상조사위원회가 이를 받아들였다는 점입니다. 규정에 없는 기구인데다 위원들의 구성경위도 문제적인 상태에서 가해자가 자신에게 불리한 조사위원을 배제해달라고 했는데 그것을 인정한 것입니다. 정당한 진상의 조사를 위해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한 것이 맞는지, 가해자의 손을 들어주려고 형식적으로 구성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또한 피해자에게 보상하고 사건을 수습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했던 A 교수가 진상조사위원회 조사 개시부터는 전면 부인과 번복을 일삼은 것을 우연이라고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진상조사위원회에 대한 거센 비판이 일자, 학교측에서는 다시 학내 성폭력 내규에 따라 성윤리위원회를 구성하였습니다. 규정에 없는 유령기구, 진상조사위원회에 대한 발상은 시행착오였습니까, 누구의 아이디어였습니까. 내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건이 제보되자 유령기구가 먼저 생겨나고 자의적으로, 가해자 중심으로 사건의 흐름이 형성되도록 한 이 문제는, 중앙대학교 내에서 발생했던, 발생할 성폭력 사건의 해결가능성, 기대감을 기본부터 흔들어 놓고 있습니다.
■ 피해자에 대한 위압적인 분위기와 조사 전문성 결여
진상조사위원회에서 조사 당시 피해자에게 했던 질문들은 성폭력에 대한 잘못된 시각과 일반의 편견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40대 유부녀’로 왜 밖으로 나가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는지, A 교수를 왜 물어뜯거나 저항하지 않았는지, 그 짧은 시간에 성행위가 가능한 것인지, 진짜 성기 삽입이 있었는지 등의 질문은 피해자를 불신, 의심하는 시선을 전제하고 있습니다. 그와 같은 조사는 과연 누구의 죄를 추궁하기 위한 것이었습니까.
성폭력 판단에 있어서 성폭력 피해자와 가해자의 위계를 묵과하고 피해자가 가졌을 심리적 압박감과 혼란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성폭력의 발생과 유지 구도에 접근할 수 없습니다. A 교수에 대해 항상 스승과 제자의 관계로 깍듯하게 예의를 지켜온 피해자가 피해 당시 앞뒤 없이 평상시의 관계를 벗어나 물어뜯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것은 현실과 거리가 먼 ‘상상’입니다. 위계라 함은 물리적인 힘이 아니라 권력에 의해 작동하는 힘을 말합니다. ‘40대 유부녀’는 이러한 대학원 사회와 지도교수의 위계와 권위, 권력의 구도로부터 그 순간 자유로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40대 유부녀’에 대한 편견을 불러일으켜 피해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려는 것입니다.
진상조사위원회 조사에서 피해자를 적대시하는 구도를 경험하고 충격을 받은 피해자는 성윤리위원회 소집 이후 진상조사위원회의 구성원이었던 교수를 성윤리위원회와 조사위원회에서 제외시켜달라고 기피신청합니다. 하지만 당시 성윤리위원회 조사분과위원회 위원장은 피해자에게 기피를 신청할 권리가 있다는 것조차 모르고 있었으며 이후에는 “상당하지 않다”며 피해자의 기피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유령기구의 위압적인 사전조사가 ‘상당한 이유’에 해당되지 않는다면 피해자의 권리이자 중요한 필요성에 의해 존재하고 있던 이 조항은 사실상 유명무실입니다.
더욱 문제인 것은 성윤리위원회가 진상조사위원회의 과오를 딛고 새로 시작된 것이 아니라, 진상조사위원회가 과오였음을 부정하고 오히려 그것을 계승하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결국 피해자는 진상조사위원회에서 행해진 심문을 다시 반복할 바에는 성윤리위원회 조사에도 응하지 않겠다고 하였습니다.
3. 중앙대학교는 A 교수 성폭력 사건 해결에 대해 어떤 계획이 있습니까?
더불어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성폭력 사건과 관련하여 어떤 대책을 모색하고 있습니까?
■ 형사고소가 사건 방치의 근거일 수 있나
학교측은 형사 고소된 사안임을 이유로 성윤리위원회를 해소했습니다. 성윤리위원회 측에서는 사건에 대한 결정 및 처리 결과에 대한 통보(「성희롱․성폭력예방및처리에관한규정」제 14조 5항)도 피해자에게 직접 하지 않아 피해자는 따로 요청하여 내용을 알게 되었습니다.
학교 측은 이 사건이 현재 형사 고소 중이라는 이유로 사건 해결과 관련된 모든 활동을 중단한 상태입니다. 그러나 피해자가 가해자를 형사고발할 필요와, 이 사건을 접수한 학교라는 공동체의 해결의지와 해결방안은 별도이어야 합니다. 중앙대학교「성희롱․성폭력예방및처리에관한규정」은 “구성원의 성희롱․성폭력에 대한 예방과 대책을 마련하고 중앙대학교 구성원을 성희롱․성폭력으로부터 보호하며 이에 대한 상담 및 처리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올바른 성문화 확립에 이바지함이 목적”이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는 성폭력 예방 및 근절을 위해 학교 자체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방안을 도모하겠다는 뜻입니다. 형사 고소되면 사건을 종결할 수 있다거나, 종결해야 한다는 내용은 내규 어디에도 없습니다. 또한 학교의 성폭력 관련내규는 형법이나 형사적인 절차와 다르며, 국가인권위법과도 하등 관련이 없습니다. 국가의 형벌권이 가동되는 형법의 엄격함과 정밀성 대신 좀 더 적극적이고 현실적으로 피해자에 대한 보호와 성폭력 사건의 예방을 도모하자는 것이 학내의 반성폭력 내규입니다. 이것이 바로 형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내 성폭력 관련 내규가 존재하는 이유입니다.
결국 지금의 상황은 학교 스스로 「성희롱․성폭력예방및처리에관한규정」의 의미와 권위를 부정하고 성폭력 관련하여 자정능력 상실을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지금까지 진상조사위원회나 성윤리위원회에서는 현재 형사상 수사․재판기관에서도 사라지고 있는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적인 심문과 적대를 보여왔습니다. 그리고 결국 어떤 책임있는 자세도 없이 사건이 유야무야 무마되도록 방치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 잇따른 문제제기에 대한 조사와 대책도 급선무
문제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이 사건이 알려지고 사건 해결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자, 과거 같은 교수에 의해 성폭력 피해를 입었던 학생들이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자신들의 사건 역시 공식적으로 문제제기했습니다. 피해자들은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반복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묻어둘까 했던 문제를 어려운 결심끝에 꺼냈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들에 대해서 학교 측은 어떤 움직임도 보이고 있지 않습니다. 사건이 접수 되면 이에 대한 공식적인 절차가 따라야 함에도 불구하고 함구하고 있는 학교 측의 태도는 매우 의아합니다. 이 사건들은 개별 사건인 만큼 각각 조사가 세심하게 이루어져야 함과 동시에 한 교수에 의해 지속적으로 자행되었다는 점에서 유기적으로 연결성있게 다뤄져야 합니다. 혹여 오래전 사건이라는 이유로, 물적증거가 없을 것이라는 판단으로, 이미 종결해버린 사건에 대한 부가적인 요소쯤으로 생각하고 미온적인 대응을 하고 있는 것이라면, 그것은 매우 큰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 성폭력이 용인되고 만연하는 공동체가 될 것인가
만일 중앙대학교가 이번 사건을 이대로 방치한다면, 앞으로의 성폭력 사건 예방 및 해결에 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거라고 확신합니다. 성폭력 피해를 입고도 침묵할 수밖에 없는 조직 문화가 개선되기를 바랬다는, 뒤늦게라도 사건을 제기한 피해자들의 정의와 목소리가 무참히 무시되고, 오히려 공식적으로 문제제기하면 피해자가 어떻게 고립되고 낙인찍히게 되는지 학교측에서 직접 시범을 보인 꼴이기 때문입니다.
피해자는 학교 내의 잘못된 성문화에 이의를 제기하고 좀 더 수평적이고 건강한 조직문화를 만들어가고자 하는 고군분투한 사람입니다. 피해자를 공동체에 물의를 일으킨 사람으로 생각하고, 성폭력을 개인이 조용히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하는 한, 피해자는 침묵하게 되고 공동체에서는 성폭력이 용인됨으로써 만연하게 되고, 결국 그 공동체는 인격과 인간됨이 파괴되어가는 병든 조직이 될 것입니다.
4. 이상, 중앙대학교에 공개질의합니다.
본 상담에서 파악한 A 교수에 의한 성폭력은, 전형적이고 악질적인 교수 성폭력이었습니다. A 교수는 현재 제기된 성폭력 사건을 음해 세력의 음모라고 말하면서 자신을 억울한 피해자화하고, 동시에 피해자에 대한 지속적인 2차 가해를 서슴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상담소가 더욱 주목하고 안타까워하고 있는 것은 이 사건에 대한 학교측의 태도입니다. 성폭력 관련 처리 절차부터 조사 과정, 성폭력에 대한 인식, 현재의 상황에 이르기까지 매우 문제적이라고 판단합니다. 본 상담소는 이 사안의 심각성에 주목합니다. 그리고 이번 질의 및 의견을 시작으로 향후 중앙대학 측의 해결의지와 노력을 지속적으로 지켜보고 문제제기하고자 합니다.
내용 중 학교 측에서 파악한 내용과 다른 부분이 있다면 함께 답변해주시면 되겠습니다. 부디 10월 12일 금요일까지 답변해 주시길 바라며, 이에 대한 공식적 답변이 없을 시에는 해결의지가 없을 뿐 아니라 여기에 있는 모든 사항을 인정한 것으로 알고 이후의 대응책을 모색하겠습니다.
2007년 9월 27일
댓글(2)
-_- 이 문제 어떻게 해결 되었나요? 아..작년 9월 즈음...... 이런 일이 발생하고 있었는지도 몰랐는데 -_- 책상에만 앉아서 공부도 안하고 대체 뭘 했는지 모르겠네요 ㅠㅠ 잘 해결 되었길 바랍니다!
중앙대학교는 A교수와 그 비혹 세력을 즉각 파면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