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새화폐 인물선정을 통한 성차별을 즉각 중단하라!
한국은행은 새화폐 인물선정을 통한 성차별을 즉각 중단하라!
성별로 역할을 규정하는 것은 성평등을 규정한 대한민국 헌법에 위배된다!
2007년 11월 5일 한국은행은 새 화폐여성인물로 십만원권에는 김구, 오만원권에는 신사임당을 선정하여 발표하였다. 그러나 한국은행 측의 공식문서를 보면, ‘김구는 애국심을 고취할 수 있는 인물로, 신사임당을 교육과 가정의 중요성을 환기할 수 있는 인물’로 그 선정배경이 설명되어 있다. 이는 성을 통해 역할을 규정하는 것으로 개인이 성별에 상관없이 기회의 균등을 누리는 것을 보장한 대한민국 헌법의 성평등 정신과 위배되는 것이다.
남성은 국가와 사회의 주체로, 여성은 교육과 가정의 주체로 성을 통해 역할을 강요하는 전형적인 성차별적 구도이다. 수많은 여성들이 이러한 강요된 성역할로 개인의 욕망을 억누르고 동등한 기회를 누릴 수 있는 기회 자체를 박탈당해왔던 것이 바로 한국사회의 성차별의 역사이다.
화폐는 한 나라의 문화이자 상징이다. 이번 새 화폐 선정을 통해 한국은행은 화폐라는 상징을 통해 이 땅의 여성주의가 그토록 종식시키고자 싸워왔던 성차별적 구도를 더욱 공고히 하려하고 있다.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성차별적 구도에 대한 승인이자 헌법에 규정된 성평등 정신의 위배를 방관하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여성을 남편 출세 도구로 자녀 교육의 책임자로 몰아가지 말라!
성별에 구애됨 없이 개인의 역량과 재능을 펼쳐야 하는 새로운 시대가 되었다. 그러나 한국은행은 신사임당 선정 이유를 ‘남편을 내조하여 벼슬의 길로 나아가게 하여 아내의 소임을 다 하고, 사랑과 엄격한 교육으로 네 아들과 세 딸을 모두 훌륭하게 길러냈는데 이이를 조선의 대학자로, 매창을 예술가로 성장시켜 영재교육에 남다른 성과를 보여주었다’고 하였다. 이는 전형적인 ‘현모양처’ 이념으로 어머니라는 여성을 통해 부계혈통을 계승할 뿐 아니라 번성시킨다고 하는 가부장제의 오랜 기획이었다. 이러한 구시대의 여성차별 기획이 한국은행에 의해 재현되고 있음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 더구나 개인의 역량에 따라 각자에게 주어진 재능을 펼치고 사는 것이 시대적 상식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출세’와 ‘영재교육’ 운운하는 한국은행의 발언에 충격을 금할 수 없다.
한국은행은 새 화폐선정을 통해 우리 사회가 여전히 얼마나 가부장적 사회인가를 잘 보여주었다. 한국은행은 남녀차별적 인물선정 구도를 즉각 철회하고, 신사임당을 근대적 ‘현모양처’로 각색하며 역사적 인물의 흠집 내기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
(사) 문화미래 이프, 대안문화영상발전소 아이공, 서울여성의 전화,
여성정치민주세력연대,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장애인연합, 한국여성학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