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28일 오전 10시 50분에 진행된 유산유도제 도입 신청 철회에 대한 정부 책임 규탄 기자 회견이 서울시 용산구 용산동 전쟁 기념관 앞 보도에서 열렸습니다.
정부가 입법이 마련되지 않았다며 유산유도제 허가 승인 및 임신중절항목 건강보험 전면 적용을 차일피일 미루는동안, 식약처는 과도한 보완 자료를 요구하며 그 어느 때보다 약물사용승인에 대한 엄격한 태도를 요구하여 프로세스가 지지부진했던 것입니다. 결정적으로, 현대 약품이 보완할 내용이 없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신청을 취소하면서 안전한 임신 중지를 위한 유산유도제 도입은 미끄러졌습니다. 올해 국정 감사 국무총리실에서 내보낸 자료에 따르면, 임신중절 허가방안이 식약처의 의제로 등제되어 있었고, 안전한 법 체계 하에서 품목을 허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쓰여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낙태죄 폐지 이후 어떠한 법안도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은 공백 상태를 핑계로 새로울 것 없는 유산유도제의 도입을 지연시키고 있습니다.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소속 이동근님의 발언처럼, 약물의 부작용을 우려한다는 1%의 확률 미만으로 일어나는 예외적 상황을 근거로 도입을 반대하는 의사협회의 움직임 역시 규탄받아야 합나다.1 한국 의료계는 모체의 혈액으로 장애아를 선별하는 니프티 검사와 효능이 채 검증되지 않은 표적 항암제는 빠르게 도입에 실시하면서, 이미 80여년간 이어져 온 유산 유도제만큼은 하혈과 복통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면서 모체에 후유증을 남기는 임신 중절을 권유하고 있습니다. 성적 권리와 재생산 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에서는 최소 1주 이상 고비용의 수술로 인해 중절 수술 기한이 늦어지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해당 기자회견에서 제가 느낀 것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제도 변화 이후에도 임신 중절에 대한 정치권의 인식 변화나 중절에 접근하기 위한 여성들의 실천 양상이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2 여성은 고비용의 수술을 부담하기 위해서 직장 생활 등의 사회적 환경에서의 부담과 위험을 감수해야 합니다. 유산유도제 사용이 불가하다면 수술적 중절방식 밖에 존재하지 않는데, 그마저도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한 번에 100만원이 넘는 수술비를 요구하는 곳도 있을만큼 가격은 천차만별이니까요. 더욱 심각한 것은 장애 여성이나 빈곤 여성은 유산유도제가 아니면 안전하게 임신 중지할 방법이 없다는 것입니다. 처방전없이 구매 가능한 타이레놀보다 안전하고, 최근에는 더더욱 유산유도제 승인을 허가하는 나라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인데 이를 굳이 막으려 한다면 사실과 상관없는 문화적 인식 수준의 문제겠지요. 다른 하나는 모두를 위한 진료가 불가능해지면서 의료적 공공성의 붕괴는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2018년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간한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에 따르면 임신 중절 경험자의 38.4%가 경제상태상 양육이 힘들어서라고 대답했다고 하는데, 이들에게 피임비용보다 비싼 수술적 중절 비용이 어떠한 선택지로 비추어질까요.3 2022년에 발간된 같은 연구 보고서에서도 다른 흐름이 나타나지 않습니다. ‘학업, 직장 등 사회활동에 지장이 있을 것 같아서’와 ‘고용불안정, 저소득 등 경제상태상 양육이 힘들어서’가 34.0%로 가장 높은 것은 꾸준히 유지되고 있지요. 선주민인 여성도 이 지경에 놓였으니, 시민권이 없는 이주 여성들에게 임신 중절은 ‘그림의 떡’일 것입니다. 포털에 검색해보았지만, 과거 기사만이 유일하게 발행되었기에 인용합니다.4 전체 출산 형태와 비교하여 중 인공임신중절 비율은 6.9%에 달하지만, 건강보험이나 의료급여로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가 11.3%로 동시에 높은 수치를 기록한 것을 볼 때 자부담금에 대한 심리적 부담이 높을 수 밖에 없음을 생각하게 합니다. 이들은 임신이나 출산 중 병원에 가지 않은 이유로 병원비가 비싸서와 말이 통하지 않아서, 거리가 멀어서 등을 꼽았다고 합니다. 결국 국가가 방조하며 용인하고자 하는 것은 남성 보호자의 동의없이는 어떠한 선택도 불가능한 예속화된 여성의 몸 그 자체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