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내 반성폭력 연대를 일구어 온 임보라 목사님을 기억하겠습니다
임보라님은 한국성폭력상담소의 후원자이자 31기 성폭력전문상담원 교육수료자로 함께 해오셨습니다. 임보라님은 한국기독교장로회 섬돌향린교회 담임목회자로 성소수자 차별반대 운동의 최전선에서 활동해오셨으며, 목사안수를 받은 후 20여년 간 다수의 성폭력 사건에서 교회 내 피해생존자 지원과 해결과정에 활동하셨습니다. 교단 내 성윤리 강령 제정과 성폭력 예방과 사건 처리 매뉴얼 작업 등을 하셨고, 보다 전문적으로 기독교계 성희롱, 성폭력 근절 활동을 하고자 했습니다.
최근까지도 기독교 내 성폭력 사건에서 피해자를 지지하고, 방청과 진술, 연구를 지속해오셨습니다. 2023년에는 기독교반성폭력센터와 함께 한국기독교장로회 교단 내 ‘바이스텐더 양성과정 By-Stander Trainings Program’을 준비하여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을 때 피해자를 지지하고 사건 해결과 회복을 조력하는 사람을 전문적으로 양성’하고, ‘기독교 내 성폭력 사건 해결 과정에 대한 전문적 지식과 경험, 피해자 돌봄에 대한 훈련’을 마련하고자 하셨습니다. 본 상담소 활동가들도 이 과정에 연대하고 있습니다.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 측에서 탄원서를 제출하고, 재판 방청을 하는 것 자체로도 피해자에게는 큰 힘이 되겠구나, 그리고 지지하고 동행하겠다고 하는 의지를 그렇게 드러내는 것도 반성폭력 운동에 직접 참여하는 실천의 한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재차 확인했습니다.”
“없었던 일이 결코 될 수 없음에도, 또 다른 피해자와 함께 변화시켜야 하는 제도들을 바꿔내는 힘으로 한걸음씩 살아가는 분들이 새로운 생명의 씨앗을 심고 계신 것에 큰 위로를 받았다.”
(31기 한국성폭력상담소 상담원 교육에서, 임보라님 글 중)
임보라님의 따뜻하고, 단호하고, 다정하고, 정의로운 말과 글, 표정과 움직임을 기억합니다. 집회 현장에서 반려견과 함께 몸을 낮추어 천천히 걷던 모습을 기억합니다. 공동체 내 성폭력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반복되는 부당함에 영혼으로 탄식하며 피해자의 곁에서 길을 찾던 모습을 기억합니다.
남기신 뜻과 사랑, 아름답고 뜨겁고 섬세한 사람이 만들어 온 너른 연대의 광장을 기억하겠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023.2.6. 한국성폭력상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