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일하면서 피해생존자들과 전화나 대면으로 상담을 할 때,
몇 회기의 상담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느낄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제가 읽었던 책들을 상담과정에서 종종 추천해드리는 경우들이 있어요. 그런데 제가 읽은 책이 많지 않다보니 몇 권에 한정되더라고요. 피해자의 연령이나 피해 유형, 가해자와의 관계 등등에 따라 내담자들에게 필요한 정보나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 다 달라서 내담자에게 맞는 책 추천 리스트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답니다.
그래서 이번 책모임을 구상하게 되었답니다. 사실 구체적인 대책은 없는 상태였는데, 상담소에서 오랜기간동안 자원활동을 해주고 계시는 민지님(공폐단단 활동가)이 관심을 보여주셨어요. 그래서 따로 회의를 한 다음, 기획안과 홍보물을 민지님이 직접 만들어 주셨답니다. 얼마나 든든했는지 몰라요.
멋진 웹자보를 가지고 32기 성폭력상담원 교육 수강생분들에게도 알리고, 상담소 SNS를 통해서 홍보를 시작했답니다. 생각보다 빠른 시간 안에 신청 마감이 되었고, 어느새 첫 모임 날이 되었습니다. 저는 상담소에서 책 소모임이 처음이라 긴장했었는데, 긴장이 무색하게 좋은 분들과 첫 자리를 함께 해서 너무 흥미진진하고 앞으로가 기대되는 시간이었답니다.
첫 모임에 함께 해주신 분들은 달래, 희진, 민지, 진희, 감이 였습니다. 승아님과 경수님은 개인 사정이 생겨서 다음 모임부터 함께 해주기로 하셨습니다. 처음 만나는 분들이 대부분이라 각자 자기 소개를 먼저 진행했고, 소모임에서 함께 읽고 싶은 책을 한권씩(!) 가지고 오셔서 소개했습니다.
<진희 추천> 여성위인들에 대한 진희님의 흥미진진한 이야기 보따리
: 출판사 미메시스에서 나온 그래픽노블 <버지니아 울프>, <프리다 칼로>, <쿠사마 야요이>. 여성 위인의 인생 얘기를 볼 수 있는 시리즈. 가볍게 읽으면서도, 여성서사에 대해 임파워링 할 수 있는 기회.
: 친족성폭력을 다룬 AJS 작가의 <27-10>
: 함께 읽고 싶은 책 <믿을 수 없는 강간 이야기>
<희진 추천> “반드시 필요한 이야기라고 생각해서 추천합니다.”
: 홍승희 <붉은 선>. 임신중지 겪거나 데이트강간 피해 이야기. 아주 오랜 기간동안 남성의 성욕을 해소하는 도구로만 섹슈얼리티를 경험해 온 저자가 점차 자신의 경험을 자신의 이야기로 해석하면서 받아들이는 과정을 그린 책. “붉은 선”은 임신테스터기의 두 줄을 의미하는 제목이자, 붉은 “낙인”을 뜻하기도. 용기있게 책으로 발화하기 위해 제목을 지음.
<달래 추천> "다시 읽어보고 싶어요"
: 수잔 브라이슨 <이야기 해 그리고 다시 살아나>
상담 관련한 책 목록을 보다가 10년 전에 읽은 책.
철학 교수로 일하다가 성폭력 피해를 입고 그 치유과정을 그린 책.
<민지 추천> 버라이어티 북 리스트
1. 상담소 글쓰기 프로그램 문집<홀로 아파하고 있을 당신에게>
성폭력 피해 생존자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책.
2. 김지은<김지은입니다>
생존이야기를 낱낱이 적은 글. 피해자의 시선으로 피해자의 삶을 들여다보는 시간. 권력형 성범죄가 정말 많은 생각을 갖게 해준 책이었음. 인터넷으로 보면 불륜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이 책을 읽고 정말 공감하는 구절도 많아 밑줄 많이 쳤는데, 정말 어쩔 수 없었겠다 생각. 수행비서 업무매뉴얼도 들어있음.
3. <친족성폭력생존자 수기집 - 아무도 알고싶어하지 않는 이야기> => 텀블벅 후원으로 발간한 책이라 이 제목으로는 서점에서 구할 수 없는 책 => 2021년 출판사 글항아리에서 단행본으로 출간 <죽고싶지만 살고싶어서>
4. 심이경 <나는 안전합니다>
작은말하기에서 만난 저자. 세번째 나왔는데 책을 내신 분. 친족성폭력 수기집
5. 김영서 <눈물도 빛을 만나면 반짝인다>
6. 너울 <꽃을 던지고 싶다>
저자 너울은 다음 카페 [생존자네트워크 이후] 주인장으로, 아동성폭력 피해 생존자.
7. 네이버 웹툰 김민정 작가 <콘스탄쯔 이야기>
2010년작. 현재까지 플랫폼에서 무료로 제공되고 있음. 작가가 외국에서 성폭력피해생존자를 만났는데, 자신의 이야기를 그려달라고 부탁한 것에서 시작되는 이야기. 지금봐도 피해자인권을 중요하게 다룬 책. 콘스탄쯔는 주인공 이름으로 비키니입은 형사 캐릭터.
다음 순서로는 앞으로 소모임을 어떻게 운영할지 결정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 매월 공동의 책 한 권과 주제를 정할 거에요.
- 매월 모임에서는
: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이나 함께 나누고 싶은 부분을 나눌거에요.
: 책 내용 / 주제와 관련해서 추천할만한 책들을 각자 리스트로 공유하기로 했습니다.
: 매월 담당은 해당 회차의 모임을 진행하고 상담소 블로그에 후기를 씁니다.
: 소모임 소통은 오픈카톡방에서 합니다. 비밀번호 입력 후 입실 가능합니다.
<9월 모임 안내>
- 함께 읽을 책: 친족성폭력 생존자들의 기록 <죽고싶지만 살고 싶어서>
- 9월 모임 담당: 민지
- 소모임원들은 책을 모두 읽고 관련 책/컨텐츠 추천할 리스트 가져오기
<10월 예고>10월의 주제는 만화!
함께 읽을 책은 9월 모임에서 공지예정
10월 모임 담당: 진희
소모임원들은 성/폭력 관련 혹은 페미니즘 관련 만화 추천해주세요.
"9월 모임 후기를 기대해 주세요~"
<이 글은 여성주의상담팀 활동가 감이가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