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의 생생한 스케치 _틈 스텔라
안녕하세요, 여러분. 한국성폭력상담소(이하 ‘상담소’) 기자단 틈의 스텔라입니다. 저는 지난 25일, 서울 종로구에서 <2023 한국성폭력상담소 후원의 밤 ‘페미본색’>에 다녀왔어요. 넘치는 페미력과 연대의 열기로 가득했던 행사 현장을 소개합니다.
2023년 후원의 밤 타이틀인 <페미본색>은 페미니스트 본래의 특색이나 정체를 의미하는 단어로, 페미니스트가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연대하며 페미력을 마음껏 발사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자 하는 상담소의 의지를 담았어요.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코로나19로 4년만에 후원자 분들과 만나게 된 상담소의 들뜬 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본 행사 시작 전에도 많은 분이 찾아와 상담소에서 준비한 다채로운 이벤트에 참여하시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이번 행사를 더욱 다채롭게 만들어 준 것은 바로 <페미본색> 로고 아닐까요? 이번 로고 디자인 작업을 맡은 김헵시바 디자이너(@hepzzzzi)가 행사장에 방문해 간단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어요. 김 디자이너는 페미니스트 디자이너 소셜 클럽(FDSC)을 통해 상담소와 인연을 맺게 되어 황수빈 디자이너(@huhsubin)와 함께 작업했는데요.
그는 로고 제작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페미력의 아우라’를 발산하고 싶었다고 대답했어요. 일상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기 어려운 모든 페미니스트에게 이번 행사가 왁자지껄 떠들며 서로에게 아낌없는 위로와 지지를 보내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해요. 정사각형의 프레임에 의해 잘린 듯한 폰트는 갇힌 공간에서 더 크게 아우성치는 투쟁의 목소리를 의미한다고 합니다.
그는 페미니스트 디자이너로서 자신은 ‘페미니스트로서 내가 어디로 향하는지 끊임없이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말했어요. 디자인 작품을 페미니즘 메시지를 전달하는 통로로 삼고 자신만의 길을 만드는 김헵시바 디자이너의 도움으로 페미니즘을 소리치는 후원의 밤이 더욱 뜨거울 수 있었습니다.
페미니스트의 뜨거운 밤을 위한 활동가의 노력을 행사장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었는데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심히 비건 메뉴를 만드는 셰프 활동가부터 ‘페미방판’ 코너에서 열을 올리는 세일즈 활동가, 그리고 페미니즘과 연대에 대한 열망으로 함께 해준 자원활동가가 있었습니다.
행사에 힘을 더해준 자원활동가 ‘수호’와 행사 시작 전 간단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는데요. 그는 이전에 한 행사를 통해 상담소를 알게 된 후, 반성폭력과 젠더 문제에 관한 인식 확산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해요. 그는 오랜만에 오프라인으로 진행되는 이번 행사가 페미니즘을 확산하는 좋은 매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도움이 되고자 자원활동가로 지원했다고 해요.
수호 자원활동가는 후원 행사가 경직되고 엄숙한 분위기일 줄 예상했는데 오히려 ‘시끌벅적,’ ‘왁자지껄’이라는 단어와 잘 어울리는 모습이 신기했고 페미니즘의 활기를 물씬 느낄 수 있다고 말했어요. 마지막으로 그는 활동가로서 오늘 행사에 최선을 다하는 한편,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은하계 유일무이 유머리스트’ 이반지하 공연이 매우 기대된다고 전했습니다. 이반지하가 불 지핀 화려한 페미니즘 무대는 2부에서 확인할 수 있어요!
행사가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만석이 되어버린 행사장을 보며 얼마나 많은 분들이 얼굴을 마주 보며 페미니즘을 소리치는 이 행사를 기다려왔는지 실감할 수 있었어요.
후원의 밤을 빛내주신 후원자 분들께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리며 오후 7시부터 본격적으로 상담소가 준비한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는데요. 첫 순서는 ‘페미라면 거뜬한 성명서 한 문장’이었습니다. 뽑기 통에서 나온 키워드로 성명서 한 문장을 만드는 재미있는 코너였는데요. ‘도깨비,’ ‘여름’ 등 관련이 없는 듯한 키워드에도 가슴을 울리는 명문을 만들어 준 참가자, 이것이 바로 투쟁과 연대의 페미니즘이 가진 힘 아닐까요?
뜨거운 여름날에는 좋은 이들과 맥주를 마셔야지! _회원홍보팀 산 활동가
스텔라 기자의 바톤을 이어받아 후기를 쓰는 저는 상담소의 산 활동가입니다:) 저는 이번 <페미본색>을 총괄한 회원홍보팀에 소속되어 있는데요. 덕분에 그 누구보다 밀접하고 가깝게, <페미본색>의 기획부터 마무리까지 함께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후기에서는 성명서 게임 이후 이어진 무대 이벤트와, 마감시간까지도 식지 않았던 현장의 열기를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성명서 게임이 시작도 하기 전부터 행사장은 이미 만석이었어요. 대기자 명단은 계속 길어지고, 활동가들이 바빠지면 바빠질수록 홀을 채우는 웃음소리는 커져갔습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을 잠시 멈추게 한 이가 있었으니, 그는 바로..은하계 유일무이 유머리스트 이반지하!!🤩
이반지하 님의 특별공연이 있는 8시, 행사장은 더욱 북적였습니다. 대기하는 후원자 분들과, 잠시 여유를 짜낸 활동가들까지 홀에 모여 공연을 즐겼거든요. 그는 무려 ‘한성폭을 위한 특별 구성’으로 다섯 곡의 노래를 불렀습니다(정말 감동…). 센스있게 개사한 구절이 하나씩 드러날 때마다 관객들은 웃음을 터뜨렸고, 날카로운 시선을 담아낸 재치있는 가사는 통쾌하게 다가왔습니다.
“너와동성 결혼까지 생각했어” -결혼까지 생각했어(휘성)
“끈질긴 우리의 삶을케에쓰뷔알씨(KSVRC) 위하여” -청계천8가(천지인)
“비폭력 대화만 하던 페미언니 / 입에 살짝 걸레 물어보네” -오염(이반지하)
당시의 열띤 반응을 아주 살짝 엿볼 수 있는 사진…(그건 제 잔상입니다만?)
한편, 페미방판 코너는 완판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습니다. <페미본색> 티셔츠와, 아쉽게도 경매에는 올라가지 못한 후원 물품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선뜻 후원으로 내어주신 물품들까지! 옷, 화장품, 타로카드, 그릇, 핸드드리퍼 등등 그 종류도 다양했는데요. 페미방판 코너를 지나 홀로 입장하는 후원자 여러분을 사로잡기에 아주 충분했답니다😆 (그리고 실제로 완판을 해냈습니다!!)
포토부스 역시 추억을 남기려는 후원자 여러분께서 계속해서 찾아왔습니다. 페미본색 세컷사진을 위해 김헵시바 디자이너 님이 특별히 제작한 <페미본색> 한정 프레임이 매우 돋보였어요. 행사장 곳곳에 걸린 활동가 포스터가 연상되는 디자인으로, 사진을 찍은 후원자 역시 우리 상담소의, 반성폭력 운동의 동료라는 것을 마구마구 느끼게 해주었죠.
9시는 대망의 새로운 페미세력과 경매 대-잔치가 있었습니다. 본격적인 경매 시작 전, 한국성폭력상담소가 왜! 경매 이벤트를 꾸려야 했는지, 왜! 후원행사를 해야 했는지, 왜!! 모금활동을 열심히 해야하는지를 재미있게 설명하는 꽁트가 진행되었습니다. 모든 대사는 <페미본색> 기획단의 1차 기획회의 당시 실제로 나왔던 말들임을 안내드립니다(궁서체예요).
활동가1: 정기후원회원이 줄고 있어요…
활동가2: 암울한 정세, 일촉즉발의 상황, 언제 이 나라가 망할지 모르겠다는 위기감. 강력해지는 반동…
활동가1: 희망이 보이지 않습니다.
활동가3: 새로운 세력을 수혈할 필요가 있습니다! 페미 세력이 곳곳에 필요합니다!
활동가4: <백래시 정치> 저자님이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식물 키우듯이 단체 키우는 감각을 가지면 좋겠다. 어려운 시기에 후원을 많이 해야 한다구!
활동가3: 맞아! 모금은 반동의 시기에 일을 만들고 세력을 키울 중요한 방법이야. 여기 계신 분들이 다 모금농사꾼이라구!
활동가2: 이 두근두근한 마음을 잠재울 수 있는 것은 좋은 사람들과 맥주를 마시는 일이지! 오랜만에 후원행사를 한다면, 대대적으로 해야 할텐데!
그리고 본격적인 경매의 시작을 알리는 사회자의 우렁찬 목소리와 함께, 첫 번째 물품에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었지요. 정말 많은 분들이 이 시간을 위해 소중한 물건을 골라 보내주셨어요. 마음같아서는 모든 물품을 경매에 올리고 싶었지만, 여력상 그리고 시간상 어쩔 수 없이 몇 가지 물품을 추려내야 했습니다🥺
무지개 호리병 세트(한채윤 님)
차다기 세트(권김현영 님)
퀴어 타로 세트(라다 님)
고대이집트 하늘의 여신 누트 그림(윤정원 님)
니코 시크릿가든 찻잔(백목련 님)
원피스 두 벌(익명의 정회원님)
2007년 반장 노수 보이차(도경 활동가의 양친)
사진관 언니와호랑이 가족사진 촬영권(혜영 님)
수제 간장과 된장(김수경 님)
사인볼과 유니폼 세트(위밋업스포츠)
모든 경매품은 아주 치열한 공방 끝에 주인을 찾아갔습니다. 특히 ‘고대이집트 하늘의 여신 누트 그림’이 만들어낸 팽팽한 눈치싸움👀과 탁구마냥 오가는 가격경쟁🏓이 아주 진풍경이었는데요. 파피루스에 손으로 한땀한땀 그려낸 그림의 매력 덕이기도 하지만, 그 스토리가 매우 특별했기 때문입니다. 그림을 후원해주신 윤정원 이사님의 이야기를 여러분께도 소개합니다.
"여학생회를 하면서 여성주의자가 되가던 시절
친구가 여행갔다가 그림을 보고 생각이 났다고 선물해줬어요.”
무대 이벤트가 모두 끝난 후에도 홀은 한동안 가득 차 있었습니다. 아마도 4년 만에 마주한 상담소 활동가들의 얼굴과, 오랜만에 만난 페미니스트 동료들이 너무 반갑고, ‘페미니스트’라는 공통점 하나만으로 안전하게 느껴지는 공간이 매우 오랜만이기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2023 한국성폭력상담소 후원의밤 <페미본색>을 함께 만들어 준 후원자님들과 자원활동가,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후기를 마치고자 합니다. 앞으로도 반동에 휩쓸리는 일, 혐오에 공격받는 일, 허무함이 몰려오는 소식들이 우리 페미니스트들을 좌절시킬 수 있겠지만, 그 때마다 왁자지껄 웃고 떠들었던 이날 밤을 기억하며 기운을 차렸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 우리 또 웃으며 만납시다!!
행사가 끝난 후 단체사진을 위해 모인 상담소 활동가들과 자원활동가들
한국성폭력상담소 2023년 후원의밤 <페미본색>에 보내주신 뜨거운 마음에 감사드립니다.
473명의 개인 후원자분들, 따뜻한 지지의 마음에 감사드립니다.
68곳의 단체 후원, 든든한 연대의 마음에 감사드립니다.
여러분이 보태어 주신 다정한 격려, 연대의 후원 덕분에 목표금액 6천만원을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협소한 장소로 많은 분들이 바로 자리에 착석하지 못하고 대기하거나 준비된 음식이 품절되는 일도 있었습니다.
부족함이 많았지만 그만큼 페미니스트들의 연대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이기도 했습니다.
보내주신 후원금은 법/정책 활동과 캠페인, 피해자 지원 등 성폭력 없는 세상을 만드는 다양한 활동에 사용하겠습니다.
<페미본색>에서 받은 페미기운으로 상담소는 더욱더 힘차게 반성폭력 운동을 해나가겠습니다.
함께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