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12일 금요일 저녁 7시, 이안젤라홀에서 우먼온웨이브와 함께 "파도위의 여성들" 상영회가 열렸습니다.
파도위의여성들은 법망을 피해 국제수역에서 임신중지 시술을 하는 방법을 고안하고 시도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그린피스 활동을 하던 의사 레베카 곰퍼츠는 낙태가 금지된 세계 각국의 여성들이 잘못된 방식으로 임신중지를 시도하다가 목숨에 위협을 받는 것을 보고 이 방법을 고안해내죠. 영화는 배를 띄우고, 사람들을 모아서 세계 각국을 방문하여 유산유도제를 통해 임신중지를 돕는 과정에서의 고난과 분투를 다루고 있습니다. 1999년에 시작된 이 기발한 아이디어는 유산유도제를 전세계의 여성들에게 지원하는 '우먼 온 웨이브(Women on Waves)'의 활동으로 이어지고 있죠.
영화는 재생산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싸우는 여성들의 이야기 그 자체로 멋지지만, 활동가의 입장에서 어떻게 목소리를 이끌어내고 변화를 만들어내는지를 알려주는 교본이기도 했습니다. 레베카 곰퍼츠는 거센 저항 속에서도 절대 보수세력들의 목소리에 휘말리지 않도록 다양한 전략들을 고안하고, 여러 각국의 활동가들과 각 국가의 상황에 맞는 최선의 방법을 고민합니다. "당신은 낙태를 한 경험이 있나요?" 라는 기자의 질문에 yes or no로 대답하지 않고, 그 질문이 어떤 문제점을 지니고 있는지를 통찰력있게 지적하기도 하고요.
또 하나의 인상깊었던 것은, 파도위의 여성들이 초기에 임신중지가 필요한 여성들을 만날때 전화를 사용했다는 점이었어요! 파도위의 여성들은 현지의 여성/시민운동단체와 협력하여전화기를 만들고 현수막에 크게 전화번호를 게재하여 자신들의 존재를 알립니다. 이 방법은 저희 상담소를 비롯한, 한국여성의전화 등 많은 여성운동에서 성폭력 피해생존자를 만나기 위한 방법이기도 하죠! (상담소는 아직도 초기상담은 전화로 진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서로 알지 못하는 타인들이 전화를 통해 연결되어서 젠더폭력(성폭력, 임신중지 범죄화)에 맞서 인생의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방법을 제시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파도위의여성들과 한국성폭력상담소가 닮아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하였습니다.
한국의 헌법재판소는 2019년 4월 낙태를 범죄로 규정하는 것이 위헌(헌법불합치)라고 결정하였지만, 아직까지도 한국에서 유산유도제를 구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유산유도제인 미페프리스톤(일명 미프진)은 세계보건기구(WHO)가 필수의약품으로 지정한 약이고 가장 안전한 임신중지 방법중 하나이지만, 한국 정부는 아직까지도 유산유도제 도입을 허가하지 않았습니다. 우먼 온 웨이브의 사이트에 대한 접근도 막았고요! 물론 멋진 페미니스트들이 만들어낸 대체 사이트를 통해, 우먼온웨이브의 정보와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우먼온웹 사이트 QR코드
info@womenonweb.org
파도위의여성들은 2014년에 개봉된 다큐멘터리이지만, 10년이 지난 지금에서도 현재 진행형인 투쟁인 것이지요.
한국성폭력상담소는 <모두의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네트워크(일명 모임넷)>에도 함께하고 있습니다. 2024년에도 넘실대는 파도 위에서, 모두의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해 노를 저어나가보겠습니다!
이 글은 한국성폭력상담소 호랑 활동가가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