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여성을 지우려 드는 정치판에 대항하여
- 윤석열 대통령은 성평등 정책 실현할 장관 후보자를 지명하고 여성가족부를 정상화하라! 거듭되는 여성가족부 폐지 시도, 당장 중단하라!
안녕하세요, 자원활동가 너굴입니다.
2월 23일 오전 10시,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거듭되는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 폐지 시도에 저항하는 기자회견이 진행됐습니다. 제목은 “윤석열 대통령은 성평등 정책 실현할 장관 후보자를 지명하고 여성가족부를 정상화하라! - 거듭되는 여성가족부 폐지 시도, 당장 중단하라!”로, 전국 902개 단체가 연합한 ‘여성가족부 폐지 저지와 성평등 정책 강화를 위한 범시민사회 전국행동’에서 주최한 기자회견이었습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는 활동가 오매, 동은, 앎, 지희, 그리고 자원활동가 너굴이 함께 참여했습니다.
기자회견은 여파(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활동가의 사회로 시작했고, 배진경(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 송란희(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 설이(고양여성민우회 사무국장), 명숙(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활동가가 차례로 발언했습니다. 발언 후 기자회견문은 모선우(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이한빛(한국YMCA연합회) 활동가가 낭독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 ‘여성가족부 폐지’ 등과 같은 황당무계한 발언이 적힌 팻말들을 하나씩 부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습니다.
퍼포먼스 사진
“거듭되는 여가부 폐지 시도를 당장 중단하라!”
지난해 9월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대회 파행으로 사의를 표했던 김현숙 전 여가부 장관의 사표가 2월 20일 윤석열 대통령에 의해 수리됐습니다. 김 전 장관은 여가부 폐지를 본인의 사명으로 삼겠다고 발언하기도 했었죠. 김 전 장관의 후임으로는 김행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이 지명된 바 있으나, 주가 조작, 배임 의혹, 성차별적 뉴스 생산 페이지 운영 등의 자격 논란으로 자진해서 사퇴했습니다.
이후로 후임 장관이 임명되거나 후보가 지명되지도 않은 채로 김 전 장관은 2월 21일 마지막 출근을 했습니다. 대통령실은 여가부의 차관 직무대행체제를 유지하고, “다음 국회에서 정부조직법을 고쳐 여가부를 폐지”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여가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습니다. 여성혐오를 통한 갈라치기 정치로써 윤 정부는 표심을 모았고, 성차별의 현실은 더욱 악화했습니다. 2024년 여성폭력 방지 및 피해자 지원 예산은 120억이나 삭감됐고, 교육과정에서 성평등이라는 단어가 삭제되는 등 퇴행적인 행보가 이어졌습니다.
기자회견문 낭독 사진
활동가들은 거듭되는 여가부 폐지 시도를 중단하고, 여가부를 정상화할 것을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외쳤습니다.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는 여가부는 법으로 정해진 정부 부처이며, 법 개정에 대한 합의 없이 업무의 재이관은 불법임을 말했습니다. 국민의 힘이 언급한 ‘인구부’는 여가부를 절대로 대체할 수 없으며, 성평등 실현이 여가부의 역할임을 다시금 강조했습니다. “주권자로서 여성가족부 정상화를 위한 업무복귀명령을 대통령에게 내린다”는 강력한 외침을 윤 대통령은 들어야 할 것입니다.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는 윤 대통령이 여가부 폐지를 밀어붙이는 상황에 대해 기이하다고 말했습니다. 여가부를 폐지하려던 정부조직법의 개정이 무산되자 성평등 관련 예산 감축에 나서며 끝내 여가부 후임 장관을 제대로 지명하지 않는 것까지. 여가부 폐지를 위해 행했던 수많은 시도에서 분명 큰 반대를 마주했을 터인데, 시민들의 의견을 듣지 않은 채로 모두의 삶을 후퇴시키려는 윤 대통령의 그릇된 의지 표명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했습니다. 송 대표는 실종된 성평등 정책을 찾아와 집행함으로써 대통령으로서의 책무를 다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설이 고양여성민우회 사무국장은 여가부를 폐지하고자 하는 정부의 기조에 맞춰 지자체에서도 발 빠르게 여성을 지우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고양시는 여성커뮤니티센터의 운영을 중단했고, 여성가족과를 가족정책과로 개편하려다 여성단체의 반대로 실패하자 여성가족과가 속한 복지여성국의 명칭을 끝내 사회복지국으로 바꿨고, 고양여성영화제 예산을 전액 삭감했습니다. “여성가족부 폐지의 망령이 씐 윤석열 정부, 폐지할 것은 여성가족부가 아니라 대통령 거부권 행사입니다. 폐지할 것은 KBS 세월호 다큐멘터리 제작을 무산시키는 윤석열 정부의 언론장악입니다.”라는 마지막 발언은 윤 대통령의 제왕적인 행태를 가감 없이 꼬집었습니다.
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상임활동가는 윤 정부가 여가부 폐지를 내세우며 여성혐오 세력의 지지를 받으려는 무책임함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유엔 여성폭력특별보고관과 여성차별실무그룹이 여가부 폐지 시도에 관해 질의한 것에 대해 윤 정부는 “여가부가 수행하던 정책과 기능이 축소되거나 약화되는 것은 아니”라는 답변을 한 바 있습니다. 여성혐오나 성차별이 국제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구시대적 봉건적 잔재”임에도, 윤 정부는 시대착오적이고 퇴행적인 행보를 이어오고 있는 것입니다. 국회에서도 여가부 폐지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정부가 여성혐오적인 정치를 자행해 왔기에, 지난 2년간 우리 사회에서 젠더폭력은 끝도 없이 발생했습니다. 현존하는 여성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여성혐오적 정치판에 “차별받고 배제된 여성들이 저항하며 정치를 재발명”하고 있다며 명숙 활동가는 “여성혐오가 지난 대선 때처럼 힘을 발휘할 것이라는 환상을 우리가 깨뜨려 주겠다”는 의지를 힘 있게 밝혔습니다.
그 누가 아무리 여성을 배제하고 성평등의 가치를 지우려 해도, 우리들은 여성혐오에 맞서 싸우며 성평등 정치를 이뤄나갈 것입니다.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 힘은 들으십시오. 여성들이 부당한 임금 차별을 받고 일자리를 잃고 폭력에 쉴 새 없이 노출되고 심지어는 목숨을 잃는 일을 외면하지 마십시오. 여성들도 당신들의 국민이라는 걸 모르는 체하지 마십시오. 당신들의 국민을 지킬 책임을 방기하지 마십시오. 명백한 성차별 사회에서 성평등을 지우고, 관련 예산을 삭감, 여가부 폐지를 시도하는 등의 역행적인 정책 집행을 멈추십시오. 제대로 된 여가부 장관을 임명하여 여가부를 정상화하십시오. 여성혐오 정치를 중단하고 성평등 정치를 실현하십시오. 여성들의 외침을 들으십시오.
이 글은 한국성폭력상담소 자원활동가 너굴님이 작성해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