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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평등속으로~ 전국차별금지법제정운동활동가대회 다녀왔어요.
  • 2024-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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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1일 오전 9시 50분, 약속된 시간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아직 버스에는 10여명의 활동가뿐! 어제도 만난 활동가, 지난주에 본 활동가, 오랜만에 본 활동가, 처음 본 활동가들의 근황들을 듣고 있으니 다행히! 버스는 정시에 출발하였습니다. (그래 우린 모두 차별금지법제정활동가지!)

2시간여를 달려 도착한 홍익대학교 국제연수원. 활동가들은 우선 굶주린 배를 채웠습니다. 식사를 하고 있으니 개인 이동편으로 와 주신 활동가들도 합류하여, 약 70명의 활동가가 한 장소에 모였습니다. 짧은 휴식과 정비시간을 갖고, 2시부터 본격적인 일정을 시작하였어요.

처음 열리는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전체 활동가 대회” 답게, 돌아가며 하는 짧은 자기소개만 1시간이 넘게 걸렸어요! 아주 다양한 영역과 다양한 지역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상담소에서는 도경, 동은, 수수(가나다순) 세 명의 활동가가 참석하였어요. 첫날은 1부 토론과 2부 워크숍, 맛있는 저녁과 함께 하는 교류시간으로 진행되었고, 다음날은 아침 일찍 일어나 3부 논의 및 토론 시간을 가졌답니다. 어떤 이야기들이 오고갔는지 궁금하시죠?!



1부 - 차별금지법이 놓인 자리🪑 

수수: 첫 시작은 ‘차별금지법이 놓인 자리’라는 이름을 달고 있었습니다. 2017년의 재출범 시기부터만 따지더라도 차별금지법제정운동은 역사는 벌써 6년차인데요. 그 시간만큼의 구비구비 작은 강과 같은 운동의 역사가 있었지요. 이 역사를 담은 영상 “차제연과 함께 한 시간 속으로, 평등 속으로”를 같이 보면서 1부가 시작되었습니다. (영상이 너무 감동적이고 귀여워서 사람들이 울기도 웃기도 했다는 소식🕊️)

2022년, 국회 앞 농성과 단식 투쟁을 통해 21대 국회에서의 제정을 위해 치열하게 싸웠던 것, 모두 기억하시지요? 누군가는 그 후로 차별금지법이 제정되지 않은 현실을 두고 ‘운동의 무력함’을 얘기하거나 ‘시민으로서의 무력감’을 느끼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70여명의 활동가 모두 이런 사실을 잘 알고, 22대 국회에서 현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가를 고민했습니다. 지금 차별금지법이 놓인 자리와 앞으로의 입법의 방향을 찾기 위해 공동집행위원장인 몽님이 우리 토론의 단초를 제공하는 멋진 발제를 해주셨어요. 

발제 후 토론에서도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지역과 마을 단위에서의 반차별 운동의 필요성, 평등의 사회를 경험하게 하는 현장을 만들 방법, 22대 국회에서 우리가 차별금지법이 보편적 과제라는 것을 어떻게 다시금 강조할 것인지, 어떤 구체적인 내용과 쟁점을 중심으로 차별금지법의 의미를 확산할 것인지 등등… 

우리의 목표는 궁극적으로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법 제정이 다가 아니란 사실을 모두 알고 있지요. 법이 제정되면 승리한 것이고, 법이 제정되지 않으면 패배한 것은 아니잖아요. 차별금지법제정을 위한 움직임에는, 사회와 함께 평등의 감각을 키워가는 과정이 필수적입니다. 대회가 끝나고 소감을 나눌 때 누군가가 했던 말도 기억에 남아요. ‘어떤 사건 때문이 아니라, 권리를 주장하며 법이 만들어지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잖아요. 그래서 차별금지법 제정이 오래 걸리는 것 같아요. 그리고 그만큼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라는 말이었던 거 같은데요. 권리를 주장하며 법이 만들어지는 흔치 않은 경험. 그 과정에 함께 한다는 것이 가지는 의미를 다시 돌아보게 했답니다. 이 글을 읽는 분 모두 차별금지법제정운동과 함께 반차별과 평등의 감각을 싹 틔우며 한 발 한 발 걷고 있다는 것, 우리 서로 기억해보아요. 🌱



2부 - 차별금지법의 전진을 위해 🚶🏽‍♀️👩🏻‍🦼 

동은: 2부는 차별금지법제정연대에서 지금 주목하고 있는 의제를 가지고 어떻게 평등을 조직하고 차별과 혐오에 대항할 수 있을지 토론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넓은 홀 가득 모인 활동가들이 총 6개의 팀으로 쪼개져서 2가지 주제에  대해 이것저것 작당모의 하느라 열띤 대화가 이어졌습니다.

제가 속한 팀에서는 성평등·성교육 도서 폐기 요구에 맞서 누구과 함께 무엇을 할지 고민해보았습니다. 지난해 충남에서 보수단체들의 성평등·성교육 도서 폐기 민원이 공론화된 이후 현재 서울,경기,부산, 인천 등 전국적으로 비슷한 민원들이 확인되고 있는데요. 반동성애, 반페미니즘을 내세우며 노골적으로 성별이분법적이고 가족 이데올로기를 강화하는 주장을 하고 있는 이들에 맞서 보편적 가치를 보장해야할 지자체가 도리어 이들의 민원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있는 답답한 상황입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운동을 하고 있는 우리는 이것이 어떤 차별인지, 차별에 맞서려면 누구와 어떤 작당을 벌여야 할지 이야기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우선 성평등 도서를 폐기하려는 시도는 명백히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고, 어린이 청소년들을 보호의 대상으로만 여기면서 필요한 지식에 접근할 수 없도록 만드는 권리 침해임이 이야기되었습니다. 상담소에서 활동하는 저는 무엇보다 자기 몸을 스스로 돌보기 어렵게 하고, 성적 협상력을 저해하며, 생식 중심으로만 성을 사고하도록 만들면서 성적 즐거움을 상상하기 어렵게 만든다는 점에서 ‘성적 권리의 침해’임을 이야기했습니다. 

이토록 차별적인 상황인데 누구랑 같이 이 일을 도모해야 할까요? 검열의 대상이 된 작가들, 성교육 종사자, 대안적 양육 공간에 속한 사람들 그리고 어린이 청소년 당사자 등 이 일에 영향을 받을 구체적인 사람들이 이야기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뭘해야 할까요? 성평등 성교육 도서를 함께 읽고 이야기하는 것이 어떤 가치를 만들어내는지, 성평등 도서를 검열하는 것이 어떤 권리의 침해인지를 설명하는 성교육 커리큘럼을 만들자는 이야기도 있었고요. 아예 지금 이야기되는 이상한 검열 기준에 너무 부합해서 매우 훌륭한 책을 기획 출판하자는 아이디어도 나왔습니다. 공동체 라디오나 도서전을 통해서 기존의 검열된 책들을 홍보하는 일 등등 엄청 많은 아이디어들이 쏟아져서 다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짧은 시간 동안 굵직굵직한 제안들이 있었습니다. 

다른 주제를 나누었던 팀의 이야기도 궁금하실 것 같아 조금 나눠보아요. 차별금지법 제정에서 여전히 가장 강력한 반대 집단으로 존재하는 보수개신교의 혐오정치에 대항하여 진보적인 기독교계의 목소리를 조명하고 가시화하는 행동을 기획한 팀들도 있었습니다. 보수개신교의 혐오선동을 현장출동형, 교육빙자형, 방구석형으로 유형화하여 깨알같이 분석하고, 혐오세력과 다른 평등지지세력으로서 개인 물품에 무지개 스티커 불이는 개인 노력부터 목회자들을 비롯한 종교인들의 적극적 지지표명을 모아내고 이들의 곁에 서는 목소리들도 크게 들리게 하는 행동들이 제안되었던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상당히 열정적인 토론이 이어진 것 같아 발표를 듣는 것만으로도 벌써 차별 저리가라~ 든든해진 마음이 들었습니다. 💗




3부 - 불평등을 넘어, 보편적 권리를 향한 차별금지법 제정의 방향 🧭

도경: 토요일 아침, 전날 즐거운 교류시간의 여운을 즐기며 일어난 활동가들. 그러나 우리에겐 1박2일을 알차게 쓰기 위해서 돌아가는 날 아침에도 잡혀있던 일정이 있었습니다. 1시간 반 가량 “불평등을 넘어, 보편적 권리를 향한 차별금지법 제정의 방향”이라는 문서를 함께 읽고 논의 시간을 가졌어요. 

긴 제목의 문서는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안에 꾸려져 있는 ‘법률위원회’에서 작성하였는데요. 저도 법률위 소속으로 함께 문서를 쓰고, 마지막 최종 수정 검토까지 함께하였습니다. 그래서 3부 시간을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기다렸어요. 여러 활동가분들이 내용에 공감해주실지, 어떤 의견을 남겨주실지 궁금했습니다.

문서는 2024년, 22대 국회를 맞이하고 불평등이 심화된 지금 이 시점의 차별금지법은 어떤 내용에 대해 반드시 이야기해야 할까?를 담고 있습니다. 우리는 크게 6가지의 방향을 제시하였습니다.

“차별금지법은 첫째, 차별‘금지’를 넘어 평등의 실현으로 나아갈 국가의 책무를 구체화해야 한다. 둘째, 차별 피해를 적극적으로 구제하고 차별을 시정하는 다양한 구제조치를 포괄해야 한다. 셋째, 혐오의 확산을 방지하고 혐오에 대항할 기준점을 제시해야 한다. 넷째, ‘복합차별’을 다루면서 차별에 대한 인식을 확장할 수 있어야 한다. 다섯째, 빈곤과 차별 사이의 연관고리를 읽어낼 수 있는 관점을 제공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차별금지법은 전문적이고 독립적인 평등기구를 통해 차별에 대한 국가 차원의  대응 역량을 높일 수 있어야 한다.”

10페이지의 문서를 25분만에 요약한 발제와 함께 다양한 이야기들을 나누었는데요, 첫번째 방향에 공감하며 이제 “차별금지법”이라는 명칭보다 “평등법”이라는 명칭을 선택하여 우리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이야기와 빈곤과 차별 사이의 연관은 너무 알겠지만 차별금지법이 그것과 관련해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관해서는 좀 더 공부하고, 보다 세밀한 접근이 필요할 것 같다는 의견이 기억에 남습니다. 이제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여섯개의 큰 방향성을 가지고, 다시 한 번 시민사회법안을 만들어 꾸준하지만 새로운 차별금지법/평등법 운동을 이어나갈 예정입니다. 

모든 세션이 끝나고, 다함께 소감을 나누었습니다. 소감을 나누는 데에도 또 아주 긴 시간이 필요했는데요. 모두가 공통적으로 힘을 얻었고, 안전하고 즐거운 시간이었다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저도 그랬고요! 활동가대회에서 얻은 힘으로, 우리는 각자의 영역에서 열심히 그리고 또 함께 만나 치열하게 차별 없는 세상을 위한 활동을 이어나가기로 결의하였습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해 나갈 차별 없는 세상을 위한 활동도 지켜봐주세요!

이 글은 성문화운동팀 수수와 동은, 그리고 법률팀 도경 활동가가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