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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 범죄화는 해결책이 아니다

 
낙태 범죄화는 해결책이 아니다 

어제(4월6일) 수원지검 안양지청은 지난 2월 3일 프로라이프 의사회의 낙태시술 병원고발에 대해 수년간 불법 낙태시술을 주도한 혐의(모자보건법 위반)로 경기 안양시 ㄱ산부인과 사무장을 구속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는 낙태시술과 관련해 과장·과대광고를 한 혐의(의료법 위반)로 노모씨 등 병원장 2명을 벌금 200만원에 약식 기소했다. 4월 7일 조선일보 기사에 따르면 프로라이프 의사회는 "낙태시술 부분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다시 고발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우리는 여성들이 출산을 선택할 수 있게 하는 사회문화적 환경 조성을 위한 노력 없이 고발과 처벌이라는 조치를 취하는 것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 낙태죄를 묻는 현행법을 현실적 조건에 맞게 개정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확산되고 있는 현 상황을 무시한 채 이미 사문화된 오래된 법적 잣대를 들이대어 처벌하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 하겠다는 일방적인 의지는 매우 폭력적이다. 실효성 있는 지원책 하나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사회에서 여성들만 더욱 궁지로 몰아넣을 뿐이다.  
 
구속된 사례는 8개월된 임산부에 대한 낙태시술을 포함하고 있다. 우리는 이번 사례처럼 임신 말기가 될 때까지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출산과 낙태 사이에서 끝없는 고뇌를 거듭했을 이들의 아픔에 공감한다. 어느 누구 하나 출산 이후에 양육과 돌봄 노동을 책임있게 함께 하겠다는 이 없이, 출산과 낙태에 따르는 모든 부담과 책임을 오롯이 홀로 안고 있는 수많은 여성들은 지금도 아무런 지원이 없는 상태에서 혼자 고뇌하고 있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살림'을 함께 부담할 사회적 제도 하나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은 무책임한 사회에서 낙태를 선택한 여성들이 홀로 “부도덕하고 생명을 경시한다”는 비난을 형벌처럼 받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절박한 시점에서 고발과 처벌로 낙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위선적이고 폭력적이기만한 사회에 대해 본 단체들은 깊은 분노감을 억누를 길 없다. 어느 누구도 불법 낙태나, 말기까지 미루어진 낙태 때문에 심신의 건강에 위협을 받아서는 안된다. 어느 누구도 낙태와 출산, 양육 일체에 대해서 나몰라라하는 사회에서 혼자 고군분투하며 고통을 받아서는 안된다.  
 
낙태시술한 의사와 여성들을 고발해 일방적으로 범죄자로 낙인찍는 것은 결코 낙태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범죄화는 여성의 성적자기결정권을 제약하고 여성의 건강과 안전에 대한 심각한 침해를 먼저 불러온다는 점에서 몹시 위험하다. 다른 나라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낙태율은 법적 규제에 의한 범죄화가 아니라, 여성들이 피임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평등한 관계, 다양한 가족형태 인정, 남성과 국가․사회의 적극적 양육 책임 분담 등과 같은 조건이 마련되었을 때 줄어든다. 낙태시술한 의사와 병원, 여성들을 고발하여 범죄자로 만드는 것으로 낙태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우리 사회의 단편적 해법에 깊은 유감을 표하며 조속히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
 
 
2010. 04.07
 
다함께 여성위원회, 민주노동당 여성위원회/성소수자위원회, 민주노총 여성위원회,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전국여성연대,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NGA),
진보신당 성정치위원회/여성위원회,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의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