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시: 2024.08.16 (목) 19:00
* 8월 이끔이: 승아
* 참여자 : 승아, 풀, 감이
* 이달의 책 : <누가 나만큼 여자를 사랑하겠어> 박주연 저
2024년 8월의 책 소모임 <월간 00 수혈>은 세 명의 멤버, 감이, 풀, 그리고 모임지기 승아가 모여 박주연 작가의 <누가 나만큼 여자를 사랑하겠어>를 읽고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이 책은 단순한 퀴어컨텐츠들 후기를 넘어 정체성 찾기와 자아를 받아들이는 과정을 깊이 있게 다루고 있어, 우리 모두에게 큰 울림을 줬어요. 특히 책에 나오는 '엘 워드' 커뮤니티처럼 퀴어 소셜 커뮤니티에 대한 이야기가 큰 화두였는데요. 이성애 중심 사회에서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 만나 소통할 수 있었던 경험이 인상 깊었고, 이런 커뮤니티가 주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죠. 또한, 우리 각자의 경험을 나누면서 새로운 정체성이나 시각을 찾는 과정이 왜 중요한지, 어떻게 세상을 더 넓게 볼 수 있게 해주는지에 대해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눴어요. 책을 통해 자아를 더 수용하고 성장하는 메시지를 되새기면서 함께 뜻깊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마지막으로 현대 페미니즘 콘텐츠나 퀴어 콘텐츠, 그리고 문화 텍스트 속에서 여성의 시각과 주체성을 다룬 부분들이 특히 흥미로웠습니다. 이번 모임은 서로의 이야기를 더 깊이 알게 해주었고,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던 정말 따뜻하고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모임지기인 승아님이 준비해오신 간식과 함께한 시간.
그날 저희의 대화록을 정리하여 아래에 붙입니다.
승아: "<누가 나만큼 여자를 사랑하겠어> 책을 읽으면서 좋아하는 주제를 사람들과 나누면서 인연을 만들 수 있다는 게 정말 좋다고 느꼈어요. 아직 다 읽진 않았지만, '엘 워드' 커뮤니티를 통해 사람들과 번개 모임을 가졌던 부분이 특히 인상적이었어요. 커밍아웃하지 않아도,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 모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좋다고 느꼈어요. 그리고 하나의 콘텐츠가 긍정적인 파급력을 줄 수 있다는 게 정말 놀랍다고 생각해요."
풀: "그 커뮤니티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조금 더 편안하게 받아들이고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과 만나 소통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자기를 더 받아들이게 되고요.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조금씩 더 드러낼 수 있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는 게 인상 깊었어요."
감이: "지금까지 읽은 내용 중에서 특히 '엘 워드'가 제일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풀: "최근에 '엑스오, 키티'랑 '나이애드의 다섯 번째 파도'를 넷플릭스에서 봤어요. ‘동방불패’도 봤고, ‘알고 있지만’도 봤어요. 예전에 주변 친구들이 '엘 워드'가 재밌다고 해서 봤었는데, 레즈비언 커플 이야기가 나오는 게 아무래도 이성애자에게는 조금 다가가기 어려운 부분이 있더라고요. 개인적으로 이성애가 너무 강하게 작용하는지 몰라도 재미를 느끼기가 어려웠어요."
감이: "맞아요. 저도 비슷하게 느껴요. 사실 저자도 비슷한 생각을 했더라고요. 책에서도 저자가 이성애자들의 이야기에 공감을 느끼지 못하다가 어느 순간 몰입하게 됐다고 하잖아요. 그런 부분에선 정말 공감이 됐어요. 그래서 내가 왜 백합물(Girls’ Love 레즈비언 장르)에 몰입하지 못하는지, 이게 정말 나의 한계인가 싶었어요."
풀: "또 한 가지 인상 깊었던 부분이, 질병이라고 인식하지 않는다는 챕터가 있었어요. 이 챕터에서 저자는 자신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시기를 설명하면서, 이성애 관계에서 느낀 고통을 묘사하죠. '당신이 지금 동성과 연애한다고 생각해 봐라.'라는 문장이 있었는데, 그 부분이 너무 와닿았어요. 정말 힘들었겠다 싶더라고요. 좋아하는 건 다른 성인데, 끌리지 않는 성과 성적인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자체가 얼마나 힘든 일이었을지 짐작이 갔어요."
승아: "이 내용은 진짜 이성애 중심적인 세상이라는 걸 다시금 깨닫게 해줘요. 한국에서는 이런 내용을 많이 얘기하지 않잖아요. 하지만 요즘에는 인스타그램을 보면 동성애자 크리에이터들이 조금씩 많이 유명해지는 것 같아요. 제 피드에 자주 뜨는데, 동성애자인것을 당당하게 밝히며 유머러스하게 풀어가는 분들이 많아요. 그래서 한국에서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요."
감이: "이 책, 기획을 정말 잘 하신 것 같아요. 한 콘텐츠를 중심으로 자기 이야기를 챕터별로 풀어가는 구성이 너무 좋은 것 같아요."
풀: "이분이 일다에서 일하시는데, 제가 일다에서 몇 개 기사를 봤거든요. 그 기사와 연관된 이야기도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미리 방향을 잡고 쓴 것 같아요."
승아: "칼럼 같은 느낌이네요.진짜 매주 올리는 칼럼이라 해도 믿을 수 있을 것 같아요. 혹시 페미니즘을 주제로 한 콘텐츠 소개하는 책도 있나요? 예전에 우리 성폭력전문상담원 교육 때 고어 남성성 영화 평론 수업했던 거 기억나요? 손희정 선생님이 책도 냈던 걸로 아는데요."
감이: "맞아요, 손희정 선생님이 한국여성노동자회에서 ‘을들의 당나귀 귀’라는 팟캐스트를 했었는데, 그걸 엮어서 책으로 냈었어요. 그 안에 대중문화를 분석한 내용도 있더라고요. ‘을들의 당나귀 귀’는 페미니스트를 위한 대중문화 실전 가이드라는 부제로 나온 책이었어요. 처음 책이 나왔을 때 정말 흥미롭게 읽었어요. 첫 권은 2019년에 나왔는데, 다시 나오지 않을까 싶어요. 페미니즘 콘텐츠의 경우 문화 텍스트의 맥락을 분석하는 게 기본이에요. 왜냐하면 우리 일상을 분석하고 비판하려면 일상을 반영한 콘텐츠를 통해 보는 게 가장 쉽거든요. 예를 들면 연애, 이성애 관계를 권장하는 분위기를 영화나 드라마 속 예로 들어 설명하는 식이죠."
승아: “좋아요. 읽어볼게요. 이 책에서 인상적인 부분을 얘기해볼까요?”
감이: “여기서 언급된 '클렉사콘'이라는 모임 얘기가 재미있었어요. 미국 드라마 ‘원 헌드레드’에서 렉사라는 캐릭터가 죽은 일을 계기로 퀴어 커뮤니티가 코믹콘을 개최했다는 내용이었는데, 그런 위트 있는 방식으로 투쟁을 이어가는 게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승아: "힘든 상황에서 유머가 큰 힘이 되는 것 같아요. 스탠드업 코미디도 비슷하지 않나요?"
감이: "맞아요. 저희 상담소에서 자원활동을 하던 분 중 한 분이 미국으로 유학 가서 스탠드업 코미디를 시작한 분이 있어요. 뉴욕과 부산을 오가며 공연하는데, 스탠드업 코미디는 줄타기하듯 아슬아슬한 부분이 있어 힘들긴 하지만, 굉장히 재밌기도 해요."
승아: "저도 넷플릭스에서 알리 옹이라는 코미디언이 만삭으로 나와서 스탠드업 코미디하는 스페셜을 본 적이 있어요. 너무 재밌었어요. 그분도 여성 스탠드업 코미디언 중에 페미니스트적인 사고를 가진 분 중 한 분인 것 같아요."
감이: "코미디는 확실히 머리가 좋아야 가능한 것 같아요."
승아: "유머 자체가 머리가 좋은 사람들의 특성이죠."
풀: "요즘 국내 스탠드업 코미디 공연을 한번 더 보고 싶어서 검색해 보니까, 서촌과 이태원에서 공연하는 두 팀이 있더라고요. 근데 코드가 맞을지 조금 고민돼요."
감이: "맞아요. 가서 인상 쓰고 있다가 공연하는 분 눈에 띄면 어떡해요."
승아: "저도 그런 곳에 가봤는데 관중의 절반 이상이 20대 커플이 많더라고요. 주로 남녀 성관계에 대한 조크나 가족을 주제로 한 조크가 많았어요. 그래서 안 맞으실 것 같아요. 가면 인상 쓰고 계실 듯해요."
감이: "특히 남성 코미디언들이 하는 조크가 불편할 때가 많을 것 같아요."
승아: "맞아요. 대부분 남성 코미디언이고, 여성 코미디언은 많으면 두 명 정도 나와요. 남녀의 성적 관계를 주제로 하는 조크가 많아서 남성 코미디언이 하는 조크는 잘 공감하기 어렵더라고요."
감이: "여성들만 모여서 하는 스탠드업 코미디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럼 더 공감이 가고 재미있을 것 같아요. 이반지하라는 가수 아세요? 그분이 유머러스하고 위트 있는 퍼포머인데, 그분이 공연할 때 진짜 웃겨요. 그의 음악이나 뮤직비디오도 유머러스해서 그런 분위기라면 저도 정말 재밌을 것 같아요."
승아: "이반지하도 정말 재밌어요. 특히 후원 행사 때 감이님과 같이 MC를 보셨던 분이 오지은 님이었는데, 그분도 정말 재밌었어요."
감이: "맞아요. 오지은 님도 유머가 넘치고, 정말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진행하셨던 것 같아요. 요즘은 여성 연예인들이 악성 댓글이나 공격에 위축되는 경우가 많아서 자유롭게 표현하지 못하는 게 아쉬워요."
승아: "이효리 님도 참 재밌죠. 유튜브 쇼츠에서 이효리 님의 영상을 봤는데, 너무 재밌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어요."
감이: "이효리 님은 언제나 통쾌하게 얘기하는 모습이 정말 멋져요. 김구라 씨에게 '너나 잘해'라고 할 때도 너무 속이 시원했어요."
승아: "맞아요. 이효리 님은 자기 위에 아무도 없다는 느낌이 들죠."
감이: "이효리 님은 성적인 매력을 어필하면서도 당당하고 힙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어요. 요즘은 비거니즘이나 동물 사랑 같은 주제도 멋지게 풀어가는 모습이 너무 좋아요. 비건이나 요가 같은 주제가 힙하게 보이도록 만들어 주는 것도 이효리 님의 매력인 것 같아요."
승아: "저도 이효리 님 덕분에 요가에 관심이 생겼어요. 다양한 매력을 가진 여성들이 더 많이 존중받고, 축하받을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풀: "그리고 이 책에서 나온 커밍아웃 경험도 인상 깊었어요. 가족에게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이야기하는 게 쉽지 않다는 부분에서 공감이 갔어요."
승아: "나 자신과 싸우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면 결국 자신을 받아들이고 싶어지죠. 더 이상 숨기지 않고 나다운 모습으로 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 같아요."
풀: "맞아요, 자신을 받아들이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될 수 있는 것 같아요."
승아: "산타나가 할머니한테 한 얘기 아니에요? ‘내가 늘 화가 나 있었던 이유는 나 자신과 싸우고 있었기 때문이에요. 이제는 그만 싸우고 싶어요. 그냥 나를 알고 싶어요.’ 이런 내용이요. 그 장면이 정말 인상 깊었어요."
풀: "맞아요. 특히 그 문장에서 눈에 띄었던 건 자신의 진짜 감정을 드러내고 싶어졌다는 부분이에요. 자신의 감정을 감추고 숨기는 게 아니라, 오히려 솔직하게 표현하게 된 순간들이 와닿았어요."
승아: "이야기가 많다 보니 책이 짧게 느껴지긴 했지만, 그래도 여러 내용이 알차게 담겨 있었던 것 같아요."
풀: "그렇죠. 책을 다 읽고 나면 여운이 많이 남는 것 같아요."
승아: "그리고 이렇게 친구와 수다 떠는 듯한 느낌도 좋았어요. 다양한 콘텐츠와 이야기거리가 있는 사람은 어디서든 환영받는 것 같아요."
감이: "저도 대학 때 처음으로 내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도 새로운 정체성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레즈바 같은 곳도 따라가고, 새로운 경험을 하려고 노력했어요. 그 시간들이 저에게 중요한 경험이었던 것 같아요. 그 전에는 내가 남자만 좋아해야 하고, 내가 좋아할 수 있는 사람은 남자뿐이라는 생각이 고정관념처럼 박혀 있었거든요.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다시 나의 정체성에 대해서도 열린 태도를 가지게 된 것 같아요."
승아: "저도 그런 경험이 있어요. 나도 정말 남자만을 사랑할 수밖에 없나 하는 의문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여러 경험을 해보려고 했어요. 그때의 경험 덕분에 지금의 나를 좀 더 열린 시각으로 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 다양한 경험이 없었다면, 지금보다 훨씬 보수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이 되었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세상을 보는 시야가 훨씬 좁았을지도 모르죠."
<이 글은 월간00수혈의 대들보! 승아 님이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