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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여성주의 수다모임 <페미니스트 아무말대잔치> 2024년 11월 후기
  • 2024-12-16
  • 79

지난 11월 15일 페미니스트 아무말대잔치(이하 '페미말대잔치')는 조금 특별한 오프라인 모임으로 진행하였습니다.

앎, 이음, 유자, 나타샤 4명이 상담소 1층에서 조촐한 피맥 파티(?)를 즐겼습니다.

비건 피자를 배달 주문하고,  유자님이 공급해주신 호가든 맥주를 곁들이면서 막차 때까지 뜨겁게 수다를 떨었습니다.

유자님은 예전에 직접 칵테일 재료를 준비해와서 만들어주기도 했었는데요

(페미말대잔치 모임에 오시면 이런 기회를 누릴 수 있습니다ㅋㅋ)

이번 맥주 선택도 탁월했습니다~

마음으로는 침낭이라도 준비해와서 1박2일 밤샘 수다를 떨고 싶었습니다.ㅎㅎㅎ

주로 Zoom으로 온라인 모임을 해오고 있는데 이날은 급 벙개 제안으로 마침 오프라인 모임이 성사되었고 알코올을 음미하며(호가든 강추~) 불금을 만끽하였습니다.

* 벙개란? 번개처럼 갑자기 계획 없이 만나는 모임을 말합니다




먼저 유자님이 조만간 무대에서 선보일(후기를 쓰는 이 시점에서는 이미 감동의 본 무대를 보고 난 후) 훌라 공연을 살짝 보여주었는데요,

전혀 떨지 않고 편안하게 훌라를 추는 유자님을 보며 프로의 자태가 느껴졌습니다. 

평온하고 감미로운 동작에서 기대되는 예고편을 보았습니다. 


이날의 첫 시작은 역시나 영화를 좋아하는 구성원들이 많다 보니까 영화제로 화두를 던졌습니다.


저희 모임은 종종 공연, 영화 관람을 하며 벙개를 하기도 하는데요,

지난 9월에는 여성인권영화제에서 심야 영화를 함께 관람했습니다.

그 다음날인 영화제 폐막일에 저랑 이음님이 우연히 또 마주치게 되어서 무척 반가웠습니다.

<우리는 들불이다>라는 영화도 여운이 남을 만큼 너무 좋았고, 폐막작으로 상영된 국내 단편도 소소한 즐거움이 있었습니다.


또, 저희 모임에는 고양이, 강아지를 키우는 멤버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서울동물영화제에 다녀온 소식도 공유했습니다.

특히 <아메리칸 캣츠>는 미국에서 수의사 단체가 경제적 수익을 위해서 고양이 발톱 제거술을 어떤 식으로 광고를 하고 성행하게 하는지 고발하는 다큐 영화입니다.

'재산'을 지킨다는 명분으로 당연시했던 이 끔찍한 수술의 실태는 어느 수의사의 내부 고발과 활동가들의 고군분투가 있어서 조명되었습니다.

그 결과 미국에서 금지 법안도 통과될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전문가의 지식'은 과연 항상 신뢰할 수 있을까? 비전문가 입장에서는 팩트 체크도 어렵고, 전문가들이 소비자를 대하는 태도 역시 문제적일 때가 있다는 공감대가 있었습니다.  

가령, 짧은 진료 시간에 의문점을 질문하기 위해서 미리 이것저것 검색을 해보기도 하고, 평소 궁금했던 것들을 질문할 때가 많습니다.

이런 경우 세심하게 답변해주는 분들도 있겠지만 "인터넷에서 떠도는 말을 신뢰할 거면 나한테 진료 받지 말라"는 식으로 일축하거나 비판적 질문에 대해 불쾌한 기색을 드러내면서 제대로 된 답변은 회피하기도 합니다.

산부인과 진료의 경우 더욱 질문하기가 어렵고 조심스러운데 이런 식의 반응들은 질문할 용기를 잠재우기도 합니다.

암 병동에서는 환자에게 육식을 권유하고 채식은 올바른 식단이 아닌 것으로 치부하기도 합니다.   

의사마다 첨예하게 논쟁이 되는 부분에 있어서는 본인들의 견해를 피력하며 부작용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고지 없이 함구하기도 합니다.

동물의 중성화, 슬개골 탈구 수술 여부에 대한 의견도 병원마다 조금씩 다르고요.

이러니까 병원을 다녀와도 속이 시원하기는커녕 의문은 더 깊어지고 상술이 아닌가 의심을 하게 됩니다.


가해자를 대리한다며 경쟁하듯 광고하는 법률 사무소도 마찬가지입니다.

커뮤니티를 개설해 놓고 가해자가 질문하는 건 변호사 선임이 반드시 필요한 사안이고, 구속 등 엄벌에 처해질 수 있다면서 겁부터 주는 듯한 답변들을 보게 됩니다.

그런데 정작 가해자들이 증거인멸을 모색하고 방법을 공유하는 글에 대해서는 제재도 없고 모르는 척하고 있습니다.


전문가와 수술 동의서를 쓰거나 선임 계약서를 쓸 때, 소비자는 정보에 대해 취약하고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답답함을 토로하다 보니 달달한 호가든의 맛이 쓰게 느껴지기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더 답답한 소식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에서 성폭력 재판에 대해 강간 무죄 판결이 내려졌는데 그 판단 근거가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판결문도 공개가 되어 있는데 너무 이상하고 편견이 가득한 내용이었습니다.

피고인이 소개팅 어플을 통해 만난 여성을 강간하여 기소가 된 것인데, 피고인은 이미 성범죄로 전자발찌를 착용한 상태였고, 위치 추적 감시가 이루어지던 중 보호관찰소 무도실무관이 출동하였습니다.

출동한 실무관이 여성의 애원하는 소리를 듣고, 여성을 강제로 성관계 하려고 한다고 판단하여 보고하고 112에 신고한 사건입니다.

그런데 재판부에서는 피고인과 피해자가 이성을 만날 목적인 소개팅 어플을 통해 만나게 된 점, 10일 이상 연락을 주고받고 만나서는 술을 마시고 가볍게 스킨십도 하고 친근했던 점, 피고인 주거지로 이동하면서 성적인 접촉을 하게 될 가능성을 인지하였을 가능성이 있는 점 등을 언급하며 무죄 판결을 내렸습니다.

재판부에서는 피해자가 소개팅 어플에서 실제 만남을 하며 능동적으로 이성 교제 행위를 한다는 걸 강조했는데, 만남의 경위가 무엇이든 강제로 성행위를 하려 해서 여성이 거부 의사를 표명했고, 그걸 들은 목격자가 있었다는 게 중요합니다.

밖에서 가벼운 스킨십을 했다고 하여 실내에서의 성관계까지 동의한 것이 아닙니다.

부부 간에도, 연인 간에도 강간이 성립되는데 왜 자꾸 소개팅 어플이 강조되는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판결문 내용은 마치 가해자 변호인 의견서가 아닌가 싶을 만큼 가해자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이렇게 막차 시간이 다가올 때까지 착잡하고 속 터지는 재판부의 판결에 대해 성토를 하다가 뮤지컬 '리지'를 강력 추천하는 멤버들이 있어서 그 내용으로 마무리를 하였습니다.

이 뮤지컬을 여러 번 반복해서 볼 만큼 너무 좋았다는 멤버가 있어서 꼭 저도 봐야겠다는 다짐을 하였습니다.


기회가 되면 우리 모임에서 중간 벙개를 또 진행하고 싶기도 하네요


상담소에서의 오프라인 모임이 송년회 분위기여서(열 받는 내용도 많았으나) 오랫동안 여운이 남을듯합니다.

이날처럼 오프라인 제안이라든가 중간 벙개 제안은 언제든지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날 따뜻한 기운으로 만나고 뜨겁게 성토하는 시간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내년에는 신입 멤버들이 더 합류했으면 하고 바라 봅니다.


이 후기는 본 소모임 참여자 나타샤가 작성했습니다.


페미니스트 아무말대잔치는 매월 세 번째 금요일 오후 7시-10시, 온라인 화상회의 ZOOM으로 진행됩니다(오프라인 모임은 분기별 진행 예정이에요).

다음 모임은 2024년 12월 20일입니다. 올해 마지막 모임은 오프라인으로 진행하고, 내년에도 함께 모임을 이어가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누구든지 환영하니 편하게 참여 신청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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