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족 성폭력 공소시효 폐지를 위한 토론회 후기>
지난 11월 18일 월요일,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에서 친족 성폭력 공소시효 폐지를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다양한 ‘시좌視座’에서 친족 성폭력 공소시효 폐지의 필요성과 정당성이 논의됐다.
생존자의 시좌에서
토론회는 친족 성폭력 이후 “트라우마”를 하나의 기저 질환처럼 달고 살아가며 40년간 ‘보통’을 한참 벗어난 삶의 궤도에서 ‘평범한 일상의 회복’을 위해 끊임없이 싸워온 생존자의 “발화”로 시작됐다. 수면장애, 불안, 분노, 무기력 등 친족 성폭력 생존자들이 겪는 심리적 외상은 공소시효가 없는 데 반해, 범죄자를 위해 공소시효를 두는 현행 법제의 정당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가정’이라는 올가미에서 벗어나 사법 구제 절차를 밟고 나서야 비로소 사람다운 삶을 되찾을 수 있었던 직접 경험에 근거하여 친족 성폭력 공소시효 폐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상담가의 시좌에서
한국성폭력상담소 박아름 활동가의 피해 상담 통계에 따르면, 공소시효 경과 피해 상담의 57.36%가 친족 성폭력 피해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 중 38.84%의 피해 당시 연령은 14세 이상, 절반 이상이 2회 이상의 지속 피해를 겪었다. 친족 성폭력 피해 상담자의 24.79%가 상담을 받기까지 17년 이상 소요됐고, 상담 이후 신고를 결심한 시점에는 이미 공소시효가 도과된 상황이었다.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는 친형제, 의형제, 친부모, 사촌, 삼촌 순으로 높았으며, 가해자의 가해 당시 나이는 20~64세 구간이 51.65%를 차지했다. 이렇듯 친족 성폭력 피해에는 나이, 성별, 관계, 지위, 평판, 가부장제 등 사회구조적 요인에 기인한 피해자와 가해자 간의 관계적 특수성이 내재했다. 피해 상담 전 대응 방법으로는 주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가 가장 많았으나, 관계적 특수성으로 인해 피해 사실이 묵인되는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어, 피해자와 대리인의 관계는 가족친인척인 경우가 79.55%를 차지했는데, 대리인 중 약 10%는 여전히 양가감정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상담소로 찾아온 피해자 중 10명 중 약 4명은 법적 대응을 원한다. 그러나 친족 성폭력 피해자의 10명 중 4명은 14세 이상으로 현행법상 공소시효가 적용되고, 이들 중 3명은 공소시효가 도과된 상황이다.”
법조인의 시좌에서
헌재 1995. 1. 20. 94헌마246은 공소시효의 존재 이유에 대해 1) 국가의 소추권 행사 미이행에 따른 불이익을 오로지 범인만이 감수하여야 한다는 것은 부당하다는 점, 2) 오랜 기간의 경과로 증거가 산 일됨으로써 공정한 재판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 3) 범죄의 사회적 영향력이 미약해진다는 점, 4) 범인의 범행에 대한 후회나 처벌에 대한 불안 등으로 오랫동안 범인이 처벌을 받은 것과 비슷한 상태가 계속되어 형벌이 기대하는 범인의 인격 변화 및 형벌의 감화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 5) 수사나 재판의 필요를 면제함으로써 국가의 부담 경감을 도모할 수 있다는 점을 열거했다.
헌재 1995. 7. 21. 선고 95헌마8은 시간의 경과 때문에 범죄의 사회적 관심이 미약해져 가벌성이 감소하고 범인이 장기간 도피생활을 하면서 정신적 고통을 받은 점과 증거가 산일되어 공정한 재판을 하기 어렵다는 점을 근거로, 일정한 기간 기소되지 아니함으로써 형성된 사실상의 상태를 존중하여 법적 안정을 도모하고 형벌권을 알맞고 바르게 하려는데 그 존재 이유가 있다고 보았다. 공소시효의 적용 범위와 기간을 어떻게 정할 것인가의 문제는 공소시효를 모든 범죄에 대하여 일률적으로 적용할 것인지, 그 적용을 배제하는 범죄를 인정할 것인지, 그것을 인정한다면 어떤 범죄로 할 것인지에 대해 근본적으로 입법자가 우리의 역사와 문화, 형사사법 체계와의 관계, 범죄의 실태, 국민의 가치관이나 법감정, 특히 사회와 국민의 법적 안정성과 범인에 대한 처벌의 필요성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구체적으로 결정하여야 할 입법 정책에 관한 사항으로써 입법형성의 자유에 속하는 분야이며, 입법자의 입법재량권이 헌법규정을 위반하여 멋대로 행사된 경우가 아닌 한 헌법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박인숙 변호사는 위와 같은 판시에 대해 친족 성폭력 공소시효의 문제는 1) 피해자와 가해자 간의 관계적 특수성으로 인해 시효 내 가해자를 신고하고 처벌하지 못하는 것이지, 국가가 소추권의 행사를 게을리 한 것이 아니라는 점, 2) 가장 중요한 증거인 피해자의 진술이 존재하고 그 밖의 객관적 증거가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 3) 시간이 경과하더라도 피해자와 가해자 간의 갈등은 해소될 수 없고, 가해자는 반성하기보다 처벌받지 않기 위해 공소시효가 만료되기까지 주변의 가족과 함께 피해자를 압박하며 2차 손해를 입힐 가능성이 높다는 점, 따라서 언제든 처벌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스스로 반성하고 피해자의 피해회복을 위한 노력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반론했다. 또한, 친족 성폭력 범죄의 특수성에 근거한 공소시효 폐지의 필요성으로는 1) 친족 성폭력 피해자의 대부분이 유아동 시기에 성폭력에 노출되어 가해자에게 저항하기 어려운 점, 2) 성폭력으로 인지하는데 겪는 어려움과 가정에서 성폭력이 발생하면 피해자의 보호자들이 사건을 공론화시키지 않으려는 양가감정 때문에 신고율이 매우 저조하다는 점(4.3%), 3) 신고가 이루어져도 다른 성폭력 범죄자들과 비교했을 때 구속률이 저조하다는 점, 4) 범죄의 폐쇄성과 피해자와 가해자의 물리적인 분리가 어려워 피해 지속기간이 1년 이상인 경우가 21.8%, 5년 이상인 경우가 11.9%에 달한다는 점을 들었다. 따라서 피해 시점으로부터 오랜 기간 사법 접근이 불가능한 상황에 놓여있는 현실을 국가가 외면하지 않고 공소시효 폐지를 통해 적극 해결하는 것이 아동청소년을 보호하고 생존권을 지켜주는 일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정책연구자의 시좌에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김홍미리 연구위원은 현시대의 ‘정상가족 이데올로기’ 속 ‘가정’은 친족 성폭력을 유지강화시키는 공간으로써 작용하고 있다 지적했다. 친족 성폭력은 “비밀에 둘러싸여 있으며, 비밀에 의해 유지되고 조장되는 학대 행위”로써 피해를 말하기(발화)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하거나 끝내 말하지 못한 높은 암수율의 특징이 있다. 이러한 특징들은 피해자에 대한 가해자의 높은 접근성과 통제력을 시사한다. 친족 성폭력 발생 장소는 ‘주거지’가 90%를 초과하는데, 이는 별도의 장소 물색 없이 다른 가족구성원이 부재중인 시간과 공간에서 범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친족 성폭력 사건의 93.8%는 별도의 유인이 필요 없이 ‘신뢰와 친밀성’에 기반해 범행이 이루어졌으며, 이는 가해자에게는 범행의 수월성으로 작용하지만, 피해자에게 있어서는 그 상황에 대한 해석과 이해를 어렵게 하는 모순적 환경으로 작용한다. 친족 성폭력이 ‘침묵’되는 구조적 원인은 가족구성원 간 상호작용 속에서 매우 노골적이고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가정 내 불평등이며, 침묵의 설계와 집행은 자신의 상대적 지위에 대한 자각과 차별적으로 구축된 사회 문화적 통념으로 이루어진다. 예를 들어, 2013년 ‘4대악 척결’ 운동 흐름 속에 가정폭력 신고 독려 및 112 코드가 신설되며 신고율은 증폭했으나 기소율은 감소했고, 가정보호사건 송치율은 40% 수준으로 치솟았다. 2024년 발표자료에 따르면 가정폭력 사범 검거율은 20% 내외로, 검거된 가해자의 39.2%는 가정보호사건으로 처리됐으며 구속률은 0.8%에 그쳤다. 이렇듯 ‘가정의 평화와 안정’이라는 가정폭력처벌법 목적 조항은 폭력 관계를 고착시키고 사회적 공모를 유도하고 있다. 따라서 국가는, 친족 성폭력 피해자를 침묵시키고 죽음으로 몰아가고 있는 ‘정상가족 이데올로기’라는 그릇된 사회 문화적 통념과 구조를 형성하고 방임한 책임에 대해 충실히 응답하고 피해자 구제를 위해 적극 개입해야 한다.
가족구성권 연구소 나영정 정책팀장은 가정 밖으로 이탈한 아동학대 및 친족 내 성폭력 피해 아동청소년이 겪고 있는 제도적 한계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가정 밖 청소년 지원 시설은 피해 아동청소년이 가정으로 복귀하는 것을 목표하기 때문에 가족 내 발생한 문제로 가정을 이탈했음에도, 위기 청소년으로 분류되고 나면 또다시 ‘그 가족’에게 모든 권한이 위임되는 비정상적인 지원체계를 지적했다. 또한, 쉼터의 보호를 받고 나면 ‘자립 준비 청년’이 아닌 ‘쉼터 퇴소 청소년’으로 분류돼 노동권과 주거권 보장에서 심각한 제약을 받는다. 친족 성폭력 공소시효 폐지 운동은 ‘정상가족’ 바깥에서 생존의 연결망을 구축하려는 가족구성권 운동의 연장선으로써, 이는 피해 아동청소년이 가해자들로부터 떠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출발점이자 혈연과 이성애 혼인만이 가족을 구성할 수 있는 방식이라고 강요하고 억압하는 국가 제도에 맞서는 모든 당사자들의 연대이다.
친족성폭력 피해자 공소시효 폐지 운동은 가족 밖에서 출산한 여성이, 시설 밖에서 살아가는 장애인이, 허락 없이 국경을 넘은 이주민이, 자신의 성별 정체성을 다시 정의하고 살아가는 트랜스 동성애자가, 성폭력 손해를 입었지만 피해자다움을 거부한 이들이 국가가 그어놓은 “정상선” 바깥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찾으려는 노력이다.
*아래는 국회토론회 기획단에 참여한 자원활동가 재현 님이 기획단 활동의 일환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연대자의 시좌에서 – 인간적 존엄성 회복을 위한 친족 성폭력 공소시효 폐지의 필요성
타지에서 외국인 여성 신분으로 고된 하루를 마치고 침대에 누워 하루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확인하는 것은 고국과 연결될 수 있는 유일한 일과였다. 하지만 출근길, 퇴근길, 등굣길, 하굣길, 면접장, 직장, 학교, 학원, 자택, 공원, 길거리 등 시와 때를 가리지 않고 셀 수 없이 많은 여성들의 인간적 존엄이 ‘성적 욕구 해소 도구’로써 소비되고 한 줌의 재로 소화됐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숨이 막혀왔다. 인간의 존엄성이 너무도 쉽게 헤쳐지는 현실에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한 채 일상을 지속하는 데서 오는 무력감은, 같은 대한민국 20대 여성으로서 살아가고 있는 내 자신의 존엄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갖게 만들었다.
의문을 풀어나가며 분노했고, 분노는 다시금 일어설 힘이 되었다. 성폭력 생존자들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지독한 트라우마의 고리를 끊어내 주고 싶었다. 자신이 당한 일이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결코 용납돼서는 안 되는 일임을 확인하고 일상을 회복하고자 신고를 결심하지만, 그 과정에서 ‘진술의 일관성’ 혹은 ‘피해자다움’에 대한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의 증명’을 하지 못해 적게는 수년, 많게는 수십 년의 세월 동안 생존자들의 삶은 사건 당일을 맴돈다. 생존자들은 트라우마와 공존하며 사는 법을 익히거나, 그러지 못할 경우 지독한 고통을 스스로 끝내기도 한다.
수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2차 피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사법 절차를 견뎌내도, 가해자 중심주의적 수사 결과 혹은 판결에 생존자들은 또다시 무너져 내린다. 재판장에서 울부짖는 생존자와 피해자 유가족들의 절규는 살고 싶다는 외침이다. 사법을 통해 인간적 존엄을 회복함으로써 트라우마를 일정 극복하고, 다시금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게 도와달라는 처절한 절규이다. 그러한 생사의 현장에서 일개 시민으로서 ‘방관자’가 되어야만 하는 구조적 폭력은, 개인을 넘어 공동체를 병들게 한다. 특히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라는 사회적 구조에서 기인한 친족 성폭력 범죄의 특수성은 피해자의 사법 접근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 미성년자가 자립할 수 있는 권리가 제도적으로 마련되어 있지 않기에, 피해를 겪어도 구조적 폭력에 제압되어 빠져나오기 쉽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현행의 공소시효 제도는 사회환경적 관점에서 재해석되어 개정될 필요가 있다.
「청년기본법」 제3조에 따르면 청년은 19~34세 범위의 사람으로 정의된다. 이는 청년기를 생물학적 나이 기준이 아닌 사회학적 관점에서 성인으로의 이행기 교육 이수 이후 경제적 독립, 가족을 형성하는 등 관계 독립, 주거 독립 등 독립된 성인으로의 이행기 과업을 수행하는 시기로 보았기 때문이다. 이렇듯 사법 접근권이 충분히 확립될 수 있는 시점은 한국 사회에서 청년으로서 완전한 관계 및 주거 독립이 가능한 연령 범주를 포괄하는 34세를 기준으로 판단되어야 한다. 이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실현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으며 건전한 민주시민으로서의 책무를 다할 수 있도록 하는 청년기본법의 입법 취지에 근거한다. 하지만, 전세사기 및 보이스피싱 등 사회 초년생을 표적으로 삼은 금융사기 범죄가 늘어남에 따라 34세에도 약 400~500만 원을 웃도는 변호사 수임료와, 1회 10~20만 원에 달하는 트라우마 치료 비용을 감당할 수 있으리란 보장은 없다.
무엇보다 지난해 법무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범죄피해자 지원을 받은 911명 중 24%가 실직, 11.3%가 이직, 27.7%가 이사를 경험했다. 장기간의 소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간적경제적 소모와 더불어 심리적 소진에 의해 경제활동을 포함한 일상생활 수행 능력에 심각한 사회적 장애(social handicapped)가 발생하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통계 집단의 44.3%가 ‘경제적 지원’이 가장 절실하다고 응답한 것처럼, 범죄 피해로 인한 사회적 장애를 경험하는 기간 동안 피해자들은 경제 활동을 지속하기 어렵다. 그러나 친족 성폭력 피해자들은 범죄피해자 구조금 지원 대상에서 마저 소외되고 있다. 「범죄피해자 보호법」 제19조는 구조 피해자와 가해자가 친족관계에 있는 경우 구조금을 지급하지 아니한다고 명시했다. 2014년 신설된 제19조 7항은 구조금의 실질적인 수혜자가 가해자로 귀착될 우려가 없는 경우 등 구조금을 지급하지 아니하는 것이 사회통념에 위배된다고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구조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급할 수 있다고 명시하였으나, 친족 성폭력 피해자들이 실질적으로 범죄피해자 구조금을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해선 “case-by-case”란 답변만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또 다른 문제는 「범죄피해자 보호법」 제31조 소멸시효 조항이다. 제31조는 구조결정이 신청인에게 송달된 날부터 2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구조금을 받을 권리가 소멸된다 명시했다. 하지만 친족 성폭력 피해자 4명 중 1명은 공소시효가 도과될 때까지 피해 사실을 털어놓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친족 성폭력 피해자는 보호법익의 주체에서 이중으로 배제되고 있는 것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자면, 친족 성폭력의 높은 암수율은 피해자와 가해자 간의 관계적 특수성에 기인한다. 친족 성폭력의 관계적 특수성은 가부장제에 기초한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 내 형성된 위계 구조, 즉 ‘사회적 신분’과 유기적 관계에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사회적 신분’을 사회환경적 맥락에서 유기적으로 해석하지 않고, 보호법익의 주체에서 가해자와 친족관계에 놓인 피해자를 일률적으로 배제하는 것은 명백한 차별이자 헌법의 최고원리인 평등의 원칙을 위배하는 것이다. 「성폭력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에 의거하여 국가는 친족 성폭력 범죄 실태를 파악하고, 방지 및 피해자 보호지원 시책이 원활히 시행될 수 있도록 근거 법령 및 예산을 책정해야 한다. 하지만 지난해 여성 폭력 방지 및 피해자 지원 예산은 142억이나 감축됐다.
여성 폭력 피해자들은 일평생에 걸쳐 신체적 손상 뿐 아닌 심리적 외상 치료 지원이 필요하다. 특히나 친족 성폭력 피해자들이 공통적으로 호소하는 심리적 외상 피해는 단순히 심리학적 문제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두경부, 흉부, 복부, 근골격계, 피부, 면역계, 신경계, 내분비계와 같은 전신에 걸친 신체 증상을 동반한다. 또한 후성유전학적 변이를 일으키는데, 편도체, 해마, 전두엽피질 등의 기능과 연관된 유전자를 과메틸화(hypermethylation)시켜 해당 유전자의 발현을 억제시킨다. 즉, 뇌의 영구적인 기능적구조적 손상이 발생하게 되는데, 심각한 것은 변이된 유전자가 다음 세대로 전이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범죄 피해 이후 오로지 생존자들에게 전가되고 있는 가난과 건강 불평등의 굴레는 헌법 제10조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는 기본권을 정면으로 침해한다.
‘법적 안정성’, ‘사실상 상태의 존중’, ‘국가 예산 절감’ 등을 이유로 친족 성폭력 생존자들의 헌법상 권리를 침해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판례가 기계적으로 인용되기 시작한 시점으로부터 어느덧 30여 년의 세월이 흘렀다. 지난 30여 년간 친족 성폭력 공소시효 폐지를 위해 싸워온 수많은 생존자와 그들을 지지하는 연대자들, 이들이 쌓아온 연대의 서사는, 헌법이 수호해야할 우리 사회의 공동체적 가치이자 규범이다. 친족 성폭력 피해자와 공동체의 회복을 위해, 보다 피해자 중심적(victim-centric)이고 트라우마 인지적(trauma-informed) ‘시좌’에서 친족 성폭력 공소시효 폐지가 적극적으로 논의되고 추진되길 바란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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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hankyung.com/article/2022110352491
7. 한국일보, 가난한 범죄피해자에겐… 국가의 지원금도 가난하다, 2024.02.05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020402100000550
8. 중앙일보, 뒤꿈치 들었다가 '쿵' 해봤니? 트라우마 이기는 '기발한 방법' [건강한 가족],2023.04.01.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51816
9. Park, J. E., Ahn, H.-N., & Kim, W.-H. (2016). Somatic Symptoms after Psychological Trauma. Korean Journal of Psychosomatic Medicine, 24(1), 43–53. https://doi.org/10.22722/KJPM.2016.24.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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