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평등이라는 헌법의 기본정신을 올바르게 구현할 가장 상징적 기관인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를 통틀어 여성 법관이 단 한명 뿐이라는 것은 우리 사법기관의 성불균형성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지표이다. 이러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대법관 제청자문위원회가 대법관 후보 4명을 모두 남성으로 추천한 것은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지난 17일 대법관 제청자문위원회(위원장 이종욱 서강대 총장)는 다음 달에 임기가 끝나는 양승태 대법관의 후임 후보로 김수학 대구지법원장 등 4명의 남성후보를 추천했다. 현재 대법관 및 헌법재판관 22명을 통틀어 여성은 단 1명에 불과한 상황에서 이번 후보 추천 4인이 모두 남성 법관이라는 점은 매우 유감스럽다.
지난 8월 김영란 대법관이 임기를 마친 후, 대법관 14명 중 여성법관은 전수안 법관 단 한 명 뿐이고 헌법재판관 8명 중에서 여성은 단 한명도 없다. 또한 서울신문이 1980년 이후 임명된 역대 대법관 76명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지난 30년간 임명된 대법관 중 여성은 단 2명으로 2.6%에 불과했다.
올 해 대법관 및 헌법재판관 22명 중에서 8명의 임기가 만료된다. 대법원 및 헌법재판소가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사법기관이 되기 위해서는 우리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수렴할 수 있도록 대법관 구성을 다양화해야 하며, 특별 성별에 치중되어 있는 대법관 헌법재판관의 성별 불균형을 점진적으로 해소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앞으로 대법관 제청자문위원회는 대법관 및 헌법재판관 후보 추천에 있어서 여성 법관의 비율을 최소 50% 추천해야 한다. 또한 대통령은 성불균형적인 대법관 및 헌법재판관 구성 현실을 고려하여 여성 법관을 선순위로 임명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